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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송유수관도인 이인문 "강산무진도" 본문

글과 그림

고송유수관도인 이인문 "강산무진도"

새샘 2022. 3. 15. 17:59

이인문, 강산무진도, 비단에 채색, 43.8x856.0cm, 국립중앙박물관(사진 출처-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6826152&memberNo=34212982)

 

강산무진도 세부1(맨 위 사진의 오른쪽에서부터 부분 캡처)

 

강산무진도 세부2

 

강산무진도 세부3

 

강산무진도 세부4
강산무진도 세부5

 

강산무진도 세부6

 

강산무진도 세부7

 

강산무진도 세부8

 

김홍도처럼 거의 실패작이 없는, 작은 그림 중에서도 좋은 그림을 그린 도화서 화원으로 고송유수관도인古松流水館道人 이인문李寅文(1745~1824 이후)을 들 수 있다.

자가 문욱文郁, 호는 유춘有春이지만 보통 고송유수관도인, 고송유수관, 도인 등으로 불렀다.

이인문에 대해서는 오주석이 가계와 생애를 비롯 그 사람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이 <강산무진도江山無盡圖>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해서 우리들에게 많이 알려지게 되었다.

단원 김홍도와 나이가 같아 가깝게 지냈으며, 강세황, 남공철, 박제가, 신위와 같은 문인화가들과도 교우했다.

 

이인문은 옛부터 산수로 유명하다.

평을 봐도 산수를 잘 했다는 말이 자주 나온다.

그러나 실제론 영모翎毛[새나 짐승을 그린 그림]도 능란해서 규장각에 가서 녹취재祿取才[조선 시대에 예조에서 해마다 두 차례 또는 네 차례씩 행하던 취재 즉 재주를 시험하여 사람을 뽑는 시험]에서 영모로 뽑히기도 했다.

이처럼 영모도 잘 했던 모양인데, 현재 전하는 그림은 산수가 대부분이다.

 

이인문의 산수는 대체로 중국풍인 정형산수定型山水[일정한 양식에 따라 상상하여 그린 산수화]이며, 실경산수는 얼마 되지 않는다.

<강산무진도>는 정형산수를 대표하는 그림으로 평가되며, 더 이상 바랄 게 없다고 할 정도로 매우 기량이 높은 그림이다.

횡권橫卷[가로로 긴 두루마리 그림]으로 비단에 먹과 옅은 채색 즉 담채淡彩로 그렸다.

그림 크기만 해도 가로가 856센티미터에 달하는 대작으로 5개의 비단을 잇대어 그림 바탕을 만들었는데, 이런 대작은 중국에서도 찾아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무궁무진無窮無盡 산수강산山水江山''끝이 없고 다함이 없는 산수강산' 그림이란 뜻의 <강산무진도>란 제목은 두루마리 겉면의 제첨題簽[표지에 직접 쓰지 아니하고 다른 종이 쪽지에 써서 앞표지에 붙인 제목]에 쓰여 있으며, 제작 당시의 것은 아니다.

이인문이 그릴 당시에 붙인 제목이 아니라 후대에 지어진 것이다.

 

오른쪽에서부터 천천히 그림을 살펴보면, 만고불변의 자연과 그 자연의 섭리 속에서 순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들이 다채롭게 그려져 있다.

강과 산만 무한하게 펼쳐져 있는 것이 아니고, 깎아지를 듯한 기암절벽 사이사이까지 터를 잡아 그 안에 집을 짓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들이 눈길을 끈다.

적당히 안개를 이용하여 처리할 수 있는 공간에도 이인문은 집을 그리고 사람을 그려 넣었다.

소나무 그림을 많이 그렸던 이인문답게 수백, 수천 그루의 소나무를 그려 놓았다.

무엇보다 이 그림의 매력은 준법의 총망라에 있다.

준법皴法이란 산이나 흙더미 등의 입체감과 양감을 표현하기 위한 동양화 기법을 말한다.

부벽준斧劈皴[도끼로 나무를 찍었을 때 생긴 면처럼, 수직의 단층이 부서진 나무의 결이나 바위의 입체감을 표현하는 기법]과 미점준米點皴[쌀알 모양의 점을 여러 개 찍어서 그리는 기법으로. 안개 낀 산수나 온화한 풍경을 그릴 때 많이 사용] 등 이렇게 다양한 동양화 준법이 총동원된 그림도 드물다.

만년에 자신의 기량을 모두 표출해낸 것일까.

 

오른쪽 부분에서는 나지막한 산과 고요한 강줄기를 따라 얌전하고 평온한 준법으로 묘사되다가 왼쪽으로 갈수록 점점 산세는 어느덧 험난해진다.

그에 따라 준법 역시 부벽준 등을 사용하여 거칠고 과당성 있게 변한다.

변화무쌍하고 화려한 준법의 구사를 통한 산세의 묘사, 그리고 아주 작고 세밀하게 그려진 인물들의 꼼꼼한 묘사가 어우러져 시선을 옮길 때마다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드라마틱한 장관이 연출된다.

어느 한 곳도 지루하지 않다.

반복되는 것 없이 구성요소는 다양하고 필묵은 변화무쌍 그 자체다.

 

이 그림에 등장하는 산천과 사람을 실제로 존재하는 조선의 산과 사람들이 아니다.

그렇다고 중국 경치를 그린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이는 그림 속에서만 볼 수 있는 이상향이 아닐까 한다.

단순히 '중국적인 그림'이라고만 보고 그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과 중국이라는 물리적 경계를 넘어 자연 본연의 심상을 반영한 그림이라고 생각된다.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감동을 주고 안복安福[평안하고 행복함]을 느끼게 하는 그림이라면, 그것이 우리 땅과 사람을 그린 '한국적 미감'의 그림만큼이나 우리에게 의미가 있지 않을까!

 

그림의 맨 끝에는 작가의 이름과 자와 호 ‘이인문문욱도인야李寅文文郁道人也’, ‘김정희인金正喜印’ 등의 도장이 찍혀 있다.

문욱文郁은 이인문의 자, 도인道人은 이인문의 호이며, 김정희 도장이 찍힌 것으로 보아 추사 김정희가 소장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측되기도 한다.

 

※출처

1.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 추천 소장품 '강산무진도, 이인문' https://www.museum.go.kr/site/main/relic/recommend/view?relicRecommendId=16846

2. 이용희 지음, '우리 옛 그림의 아름다움 - 동주 이용희 전집 10'(연암서가, 2018)

3. 구글 관련 자료

 

2022. 3. 15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