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7/5 532차 남양주 예봉산 산행기
산행로: 팔당역-견우봉-직녀봉-율리고개-율리봉-예봉산-예봉산계곡-싸리나무집-팔당역(9km, 5시간30분)
산케들: 새샘박성주, 정수진, 智山방효근, 元亨김우성, 如山장만옥, 慧雲김일상, 百山이주형(7명)
팔당역에서 만난 일곱산케는 모여서 오늘 산행로를 어디로 할 것인지를 의논한다. 랭킹 1위에서 7위까지의 정예가 모였으니 좀 긴 코스를 타자는데 의견 일치. 그래서 예봉산장에서 올라가 견우봉으로 오르기 위해 팔당대교를 뒤로 하고 한강을 거슬러 올라간다.
한강변의 한 식당앞에 놓인 화분에서 정열적인 색깔로 활짝 핀 공작선인장 꽃에 눈길이 간다.
예봉산장으로의 오름길 입구의 식당 앞에서 산행준비를 한다. 우리가 오를 예봉산 능선은 식당 뒤로 가로로 늘어서 있다.
입구서부터 견우봉까지는 줄곧 오름길이다. 어느 산행에서나 마찬가지지만 첫 오름길 그것도 여름날의 가파른 오름길이 힘들지 않는 산케는 없다.
오름길 입구에서 견우봉까지의 2.4km를 오르는데 1시간 30분 걸렸다. 통상 산행시간보다 조금 많이 걸리기는 했지만 바람도 없고 습기찬 여름날을 감안하면 양호한 셈이다.
견우봉(581m)과 이어지는 직녀봉에 서 있는 표지판에는 예봉산이 아닌 예빈산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율리고개를 경계로 해서 북쪽은 예봉산, 남쪽은 예빈산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옛문헌에는 예봉산禮峰山, 예봉산禮峯山, 예빈산禮賓山 등으로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같은 산을 예봉산이나 예빈산으로 부르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하지 않겠나?
예봉산은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 즉 양수리兩水里의 빼어난 절경을 가장 잘 구경할 수 있는 산으로 유명하다.
견우봉에서 보면 직녀봉은 바로 눈앞이고 예봉산은 직녀봉에서 한참 떨어져 있다.
견우봉에서 직녀봉 가는 도중 바위틈에서 샛노란 꽃을 피운 세잎양지꽃을 발견한다.
직녀봉(590m)에 서 있는 안내판에는 다산 정약용 선생 형제가 어린 시절 산책하며 웅혼한 기상을 키운 곳이며, 항일의병장과 몽양 여운형 선생의 피신처라고 소개되어 있다. 검단산을 배경으로 등정 기념촬영.
직녀봉에서 바라 본 예봉산
직녀봉을 지나 율리고개까지는 줄곧 내림길이 이어진다. 정상을 남겨놓고 내림길을 가는 것은 언제나 달갑지 않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내림길에 만난 멋진 노송老松 아래서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일곱산케가 함께 포즈를 취해본다.
예봉산에 마련된 쉼터마다 시가 새겨진 나무판이 서 있다. 율리고개의 시는 내가 좋아하는 동향시인인 박재삼 선생의 시 이므로 한번 읊어본다. 이 시를 읊조리다 보니 산케 몸에서 나는 후덥지근한 땀 냄새까지도 좋아지는 듯하다.
산에 가면
산에 가면
우거진 나무와 풀의
후덥지근한 냄새
혼령도 눈도 코도 없는 것의
흙냄새까지도 서린
아, 여기다, 하고 눕고 싶은
목숨의 골짜기 냄새,
한동안을 거기서
내 몸을 쉬다가 오면
쉬던 그때는 없던 내 정신이
비로소 풀빛을 띠면서
나뭇잎 반짝어림을 띠면서
내 몸 전체에서
정신의 그릇을 넘는 후덥지근한 냄새를 내게 한다
율리고개에서 율리봉을 오르는 도중 몇몇 여름꽃을 구경한다. 범꼬리와 하늘말나리.
율리봉(587m)은 밤나무가 많은 마을의 봉우리라는 뜻이란다. 율리봉 오름길은 산불 흔적이 뚜렷하다.
율리봉을 지나 예봉산으로 오르기 전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정상주를 함께 한다. 신문지에 싼 막걸리는 아직도 시원하다. 한잔씩 따라 건배와 더불어 냉기가 여전한 막걸리를 벌컥벌컥 들이키니 아무 것도 부럽지 않다.
30분의 휴식을 마치고 출발 10분 후 오늘 등정 목표인 예봉산 정상(683m)에 도착.
정상 표지석에서 등정을 기념한 뒤 한강을 내려다 본다. 눈으로는 잘 보이는데 사진으로는 흐릿하다.
정상에서 흰꽃과 붉은열매가 섞여 있는 덩굴나무인 미역줄나무를 본다.
기념촬영만 마치고 바로 하산 시작. 빨리 계곡에서의 거풍과 이어지는 싸리나무집의 음나무백숙을 위해서다.
내림길에서 꽃 주변에 또 다른 장식꽃을 달고 있는 산수국을 만난다.
물 흐르는 소리를 따라 내려가면서 계곡에서 적당한 거풍장소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 산행객보다 많은 계곡행객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한참을 내려와서야 겨우 괜찮은 거풍장소를 찾는다. 지난 주 횡성 발교산의 폭포거풍에야 비할 바 못되지만 그런대로 바위을 따라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시원하다.
싸리나무집 예약시간에 맞추기 위해 거풍은 20분만 즐긴고서 출발.
길가의 핀 원추리는 그 고유한 노란꽃색깔이 너무나 원색적으로 느껴진다.
싸리나무집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준비된 음나무백숙이 상에 차려진다. 익은 똥집부터 먼저 먹고서 국물과 함께 한 냄비에 2개씩 밖에 없는 닭다리를 적당히 나눈다. 그런 다음 먹기 시~~작. 물론 그 전에 시원한 맥주가 먼저지.
먹으면서 서울에서의 스케쥴을 상의한다. 4시발 용산행 전철을 타고 왕십리역 찜질방에서 롯데-SK와의 야구중계를 누워 졸면서 본 다음 저녁 먹기로.
싸리나무집을 나선 다음부터는 계획된 스케쥴에 맞춰 움직이기 시작하여 끝을 맺는다.
무엇보다 기쁜 것은 롯데가 그것도 연이틀 1점차로 SK를 꺾었다는 것.
2009. 7. 7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