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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의 괴짜들 6: 콧대 높은 완벽주의자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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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의 괴짜들 6: 콧대 높은 완벽주의자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새샘 2022. 12. 30. 09:15

사진 출처-위키백과  https://ko.wikipedia.org/wiki/%EC%9D%B4%EA%B3%A0%EB%A5%B4_%EC%8A%A4%ED%8A%B8%EB%9D%BC%EB%B9%88%EC%8A%A4%ED%82%A4

 

○음악 고유의 감정을 표현한 스트라빈스키

 

러시아 작곡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Igor Stravinsky(1882~1971)의 음악은 다른 작곡가들의 음악보다 설명하기가 조금 더 어렵다.

다른 작곡가들도 일생 동안 많은 변화와 발전을 겪었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음악 색은 변하지 않고 개성과 특징이 더해졌을 뿐이다.

하지만 스트라빈스키는 서너 번에 걸쳐서 작곡 방식과 음악 색이 완전히 바뀌었다.

스트라빈스키다운 특징은 유지되었지만, 그 변화는 마치 어떤 작가가 처음에는 러시아어로 글을 쓰다가 다음에는 프랑스어로, 다음에는 영어로, 그다음에는 독일어로 글을 쓰는 것과 비슷하다.

 

스트라빈스키의 초기 작품은 고향인 러시아의 민담과 전통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마술적이고 원시적인 의식, 이국적인 춤으로 가득했다.

스트라빈스키는 의식을 좋아했다.

 

나중에는 러시아에 거리감을 느끼면서 18세기 음악을 모범으로 삼았다.

이 시기에 만든 어떤 작품들의 절반은 옛날 음악 같고 절반은 스트라빈스키 같다.

스트라빈스키는 "과거는 내가 편안하게 알을 낳을 수 있는 둥지"라고 말한 적도 있다.

 

제2차 세계대전 후에 다시 유럽을 방문했을 때 스트라빈스키는 자신의 음악이 유럽의 현대 음악보다 구식이라고 느꼈다.

그래서 음들이 아름답게 어울리지 않고 서로 충돌하는 불협화음으로 가득한 현대적인 작품을 작곡하기 시작했다.

 

음악의 의미에 대한 생각도 스트라빈스키는 다른 음악가들과 크게 달랐다.

예를 들어 슈만은 자기 인생에서 일어난 일을 모두 음악으로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스트라빈스키는 자기 인생은 자신의 음악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다.

"음악은 그저 음악일 뿐."

그렇다고 음악이 그 무엇도 표현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음악은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감정이 아니라 음악 고유의 감정을 표현한다는 뜻이었다.

그는 음악의 가사를 붙일 때조차 가사의 의미보다 말의 '소리'에 더 신경 썼다.

 

스트라빈스키는 옛날 소리든 새로운 소리든 모든 소리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18세기의 우아한 음악을 사랑했지만, 재즈도 좋아했고 래그타임 Ragtime(1880년대부터 미국 남부 지방에서 유행한 피아노 춤곡으로 재즈의 전신), 폴카 polka 같은 춤곡도 썼다.

모르던 민속악기를 보면 아주 큰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관현악단의 소리로도 언제나 새로운 조합을 시도했다.

스크라빈스키는 머리 위를 지나가는 비행기 소리에서 일곱 개의 음 높이를 가려낼 수 있을 만큼 청각이 발달한 사람이었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들 때문에 스크라빈스키의 음악세계로 들어가는 것은 모험처럼 느껴진다.

 

스트라빈스키는 언제나 새롭고 예기치 못한 것을 시도했다.

어떤 작품은 전문 음악인이 듣기에도 훌륭한 음악이라기보다는 그저 실험처럼 들린다.

어쩌면 내가 그 음악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고 아니면 이해를 못해서 그럴 수도 있다.

어쨌거나 내 느낌은 그렇다.

스크라빈스키가 이 책을 읽으면 얼마나 화를 낼까!

아마도 책 가장자리에 붉은 글씨로 '이해도 못하면서 글은 왜 쓰는 거야?'라고 쓰고 밑줄을 쫙 그어 놓을 것이다.

미안해요, 스트라빈스키 선생님, 그냥 내 생각을 말하는 것뿐이에요.

하지만 스트라빈스키는 이렇게 말하는 목소리가 들여오는 듯하다.

"그게 필요해?"

 

스트라빈스키의 걸작들에 담긴 그 빛깔, 리듬, 이 세상 것이 아닌 듯한 소리는 우리에게 웃음도 주고 울음도 주고 또 춤도 추게 만든다.

스트라빈스키는 자기 음악이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그의 음악을 들으면서 인간의 감정을 느끼면 안 된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사실 그의 음악을 듣다 보면 좀 미치게 될 수도 있다! 그 느낌이 얼마나 멋진지 모른다.

 

 

○무엇을 들을까

 

먼저 스트라빈스키를 유명 작곡가로 만들어 준 걸작인 발레 음악 세 곡 <불새>, <페트루슈카 Petrushka>, <봄의 제전>을 들어 보자.

<불새>는 눈부신 색깔과 발랄한 인물들로 가득하다.

인형이 시장에서 생명을 얻어 살아나는 얘기인 <페트루슈카>는 생명력과 마법과 즐거운 농담이 가득하다.

 

하지만 셋 중에서 최고는 뭐니뭐니해도 <봄의 제전>이다.

<봄의 제전>은 발레 공연에서 쓰려고 만든 곡이다.
하지만 이 음악을 들을 때 꼭 발레를 같이 볼 필요는 없다.
음악만 들어도 충분하다.

이 작품이 1913년 파리 샹젤리제 극장에서 발레 공연으로 처음 연주되었을 때 객석에서 커다란 소동이 벌어졌다.

야유와 환호, '우우' 소리와 '브라보' 소리, 욕설과 감격의 비명이 뒤섞이며 사람들 사이에 싸움이 붙어서 경찰까지 출동해야 했다.

 

1년 뒤인 1914년 파리의 음악회에서 <봄의 제전>이 연주되었을 때도 다시 소동이 벌어졌는데, 이번에는 100퍼센트 열광하는 소동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스트라빈스키를 어깨에 들쳐 메고 환호하며 파리 시내 거리를 누비고 다녔다.

 

<봄의 제전>이 사람들을 미친 듯 열광시켰다는 것은 그렇게 놀라운 일이 아니다.

<봄의 제전>은 새봄을 기뻐하는 고대 러시아 축제에서 염감을 얻어 만든 곡으로 기이하고 환상적인 소리와 격렬하게 울리는 박자와 원시적인 열정이 가득하다.

한번 들어 보면 아주 놀라운 경험이 될 것이다.

디즈니의 옛날 영화 <판타지아>를 보면 공룡들이 싸우는 장면에서 <봄의 제전> 일부가 나온다.

스트라빈스키는 물론 이 일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디즈니가 이 음악의 특징을 잘 이해했다고 생각한다.

 

그 밖에도 훌륭한 음악이 많다.

타악기와 네 대의 피아노가 연주하고 합창단이 노래하는 <결혼>은 특이하고 환상적인 방법으로 또 다른 러시아의 축제를 묘사한다.

<시편 교향곡>은 신에게 바치는 뜨거운 찬양이다.

<여우>는 못된 여우에 대한 러시아 민담을 바탕으로 쓴 음악극이다.

 

짧고 재미있는 작품 가운데는 열한 개의 악기로 연주하는 <래그타임>과 코끼리 50마리를 위해 쓴 <서커스 폴카>도 있다!

스트라빈스키가 <서커스 폴카>를 작곡해 달라는 부탁을 전화로 받았을 때 다음과 같은 약간 이상힌 대화가 오갔다.

 

"뭘 위해 써 달라고요?"

"코끼리요."

 

"몇 마리나요?"

"많습니다."

 

"나이는?"

"젊습니다."

 

"젊은 코끼리라면 하겠습니다."

 

스트라빈스키가 나이 든 뒤에 작곡한 조금 어려운 음악을 듣고 싶다면, 마지막 명작인 <진혼 칸티클 Requiem Canticles>을 추천하다.

이상하고 신비롭고 어두운 아름다움이 가득하다.

이 곡은 스트라빈스키 자신의 장례식에 쓰였다.

 

정말로 이상한 음악을 듣고 싶다면 마지막 작품인 <올빼미와 고양이>라는 제목의 노래를 들어 보자.

어린이에게, 그러니까 외계인 어린이에게 딱 맞는 음악이다!

들어 보면 무언가 느껴진다.

 

여기 소개한 곡은 스크라빈스키의 다양하고 풍요로운 작품들 가운데 아주 일부일 뿐이다.

듣다 보면 그중에서 특히 마음에 드는 곡이 나타날 것이다.

어쨌거나 앞서 소개한 발레 곡 세 곡, 특히 <봄의 제전>으로 시작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거기서부터 계속 이어가기를 바란다.

 

※출처

1. 스티븐 이설리스 글·애덤 스토어 그림/고정아 옮김, '클래식 음악의 괴짜들', 비룡소, 2010.

2. 구글 관련 자료

 

2022. 12. 30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