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2004. 7/31 미국 플로리다주 이체터크니샘 주립공원 본문

여행기-해외

2004. 7/31 미국 플로리다주 이체터크니샘 주립공원

새샘 2018. 7. 28. 23:41

 

7월의 마지막날 토요일이다. 미국도 요즘 휴가철이란다. 오늘은 미국 도착 열흘째날로서 우리도 처음으로 내가 거주하는 플로리다주 게인스빌 Gainesville을 벗어나 이체터크니샘 주립공원 Ichetucknee Springs State Park으로 휴가(?)아닌 여행을 하기로 작심하고서, 전날 밤 그곳을 최근에 갔다온 교환교수 한 분에게 전화를 걸어서 길과 즐기는 방법 등 비교적 상세한 정보를 얻었다.
 
플로리다주에는 150여개의 주립공원이 있는데 이체터크니샘은 게인스빌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기 때문에 이곳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고 있다. ‘이체터크니’란 말은 인디언 말로서 ‘비버의 연못(pond of beaver)’이란 뜻이라고 한다. 비버는 우리 말로 해리(海狸)라고도 하는데 수달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수달보다는 뚱뚱하고 나무껍질, 나무순, 열매 등을 먹고 사는 초식동물이란 점이 수달과 다르다. 비버는 강이나 샘 주변에서 살면서 댐을 만들어 자기 집을 만드는 동물로서 유명하다.
 
이 샘공원은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인기가 높다. 바닥의 석회석 암반에서 물이 솟아올라와서 형성된 용천(湧泉)으로서 강처럼 하류로 흘러가기는 하지만 바다로 흘러가지 않고 석회석 암반 속으로 다시 스며들기 때문에 스프링이란 이름이 붙었다.
<비버>
 


아침 8시에 산타와 함께 차를 운전하여 집을 출발하였다. 거리는 35마일(56킬로) 정도로서 넉넉잡고 한시간 정도 걸린다니 드라이버하면서 주변의 경치를 즐기면서 가기로 했다.
 
이곳이 내 마음에 가장 드는 점은 너무나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다는 것이다. 비가 와도 차가 더럽히지기는커녕 오히려 세차가 되니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은가? 게인스빌이 인구 12만명의 작은 도시이기는 하지만 10년전 한 미국잡지에서 선정한 미국에서 살기 좋은 도시의 1위였다는 것을 보면 그 삶의 질이 얼마나 높은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러니 그 주변의 농촌지역은 더말할 나위가 없지 않겠는가?
 
도심지를 벗어나 주립공원으로 향하는 길은 왕복 2차선으로서 길가에는 아름드리 삼나무나 소나무, 그리고 느릅나무(?) 등이 쑥쑥 뻗어 올아 있어 그 시원함을 한층 더해주고 있다.
 
가다가 이정표를 보니 바로 이 주위에 우리가 초등학교때 열심히 배운 미국민요의 제목인 스와니강(Suwannee river)이 있다. 아 바로 여기가 포스터(Foster)가 읊은 스와니강! 지도를 찾아보니 스와니강은 플로리다반도 서쪽의 멕시코만으로 흘러 들어간다.


집 떠난 지 40분 쯤 지나니 길가에 이체터크니샘에서 타고 놀 수 있는 튜브나 고무보트를 빌려주는 천막상점이 군데군데 늘어서 있다. 미리 가격을 알고 있어서 가장 먼저 눈에 띈 천막으로 가서 물어보니 2인용 보트나 튜브가 6불. 듣기엔 1인용이 6불이라 했는데 더 싸다. 근데 빌려주는 사람 얘기가 이곳까지 도로 갖다줘야 한다는 것.
 
좀 비싼 곳에서는 사용 후 공원 안의  놓아두는 장소에 놓아두면 되는데 비해 여긴 싼 대신 우리가 도로 갖다줘야하는 불편함이 있는 것이다. 근데 대여인이 고무튜브는 바람을 다 빼낸 다음 갔다 주면된다고 해서 우린 2인용 고무보트를 빌리기로 했다. 바람을 꽉 채운 이 보트는 커서 차 속에 안 들어가서 차 지붕위에 올린 다음 차문을 열고 끈을 차 안으로 연결하여 차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꼭 묶어서 가도록 만들어 주었다.
 
고무보트를 단 우리 차는 이체터크니샘 주립공원 남문 주차장에 9시에 도착했다. 꼭 한 시간 걸린 셈이다. 우리와 비슷한 시간에 도착한 꽤 많은 관광객들이 있었다.
 
대부분 가족 나들이로 모두들 반바지나 수영복 차림을 하고서 도너츠형 고무튜브(1인용, 2인용), 보트(1인용, 2인용), 스누클, 오리발, 물안경, 의자형고무튜브 등을 착용하거나 들고서 승객칸과 튜브용 짐칸이 5개쯤 연결된 트램tram 타는 곳으로 가고 있다. 우리도 고무보트를 풀어 내 머리에 이고 다른 방문객 뒤를 따랐다.


트램 승차장에서 안내하는 세 여자가 있는데 하나는 예쁘장한 아가씨이고 두 여자는 아줌마다. 근데 한 아줌마 허벅지가 기형적으로 커서 거짓말 안 보태고 허벅지 하나가 내 허리만 했다. 튜브나 보트는 짐칸에 싣고 사람은 승객칸에 올라타라고 안내한다.
 
물놀이는 우리나라 유수풀처럼 상류에서 물을 따라 그냥 흘러가면서 즐기는 것이기 때문에 최상류까지 우리를 태워준단다. 물어보니 최상류에서 튜브나 보트를 타고 출발하면 물길을 따라 내려오는 샘(흐르니까 강이라고 해야 하나?) 중간중간 사람이 올라올 수 있는 부두 비슷한 것이 설치되어 있어, 코스가 45분, 1시간, 1시간반, 2시간반, 3시간반 등 5개가 있단다. 즉 최하류까지 내려가면 3시간반이 걸린다는 얘기다.
 
최상류에서 튜브를 던지고 다이빙해서 물로 뛰어드는 어린이, 젊은이들, 물에 옷이 젖을까봐 우리같이 얌전하게 보트에 올라타는 사람들, 튜브와 함께 몸을 던지는 아줌마 아가씨들...각각 다른 입수모습에 모두들 박수치고 웃는다. 할아버지, 할머니, 나와 같은 아저씨, 아줌씨, 총각, 처녀, 학생, 어린이, 유아 등 나이도 가지가지이고 피부색깔도 백인, 황인, 흑인 등 가지가지이다.


우리가 탄 고무보트는 2인용이라 내가 노를 잡고(노가 한 개) 앞에(하류쪽) 앉고 집사람이 뒤에(상류쪽) 앉았는데 난 상류쪽을 보는 위치라서 보트가 내려가는 방향을 볼 수 없으므로 다른 보트나 튜브와 자꾸 부딪친다.
 
이 곳의 수심은 꽤 깊은 곳이 많고 바닥에 수초도 많이 있어 집사람은 보트가 뒤집어질까봐 안절부절이다. 난 샘으로 뛰어내려 뒤에서 보트를 밀고 수영하면서 내려가고 싶은데 집사람의 결사반대 때문에 결국 물에 몸을 담그지 못했다.
 
이곳의 기똥찬 점은 샘 폭이 좁은 곳은 5미터, 넓은 곳은 10미터 정도인데 샘 주변으로 쑥쑥 뻗은 나무로 우리가 내려가는 샘 전체가 나무그늘로 뒤덮힌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여름인데도 따가운 햇빛에 노출되지 않아 덥지도 않고 피부도 안타고 시원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어 인기가 있는 것 같았다.
 
즉 삼림욕과 수영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란 얘기다. 우린 물을 따라 흘러내려가는 대신 노를 저어 맨먼저 최하류로 내려가기로 작정했다. 노가 한 개 밖에 없어 보트가 갸우뚱하면서 샘 양안의 나무에 부딪치기도 하고 다른 튜브나 보트에 부딪치기도 했다. 그 때마다 미국인들(어른이고 애고) 모두가 상냥하게 'Excuse me!'를 외치면서 'Fun?'이냐고 묻는다. 그럼 난 'Great fun!'이라고 답하면서 지나갔다. 우린 그날 가장 먼저 최하류까지 도착한 팀이었다.

<튜브 타고 즐기는 사람들 모습>




<고무보트 안에서 환히 웃음짓는 새샘>



<트램 탄 산타>
 


뭍으로 올라와 시계를 보니 10시50분. 9시10분에 보트가 출발했으니 3시간반 코스를 1시간40분에 주파한 셈이다. 올라와서 보트에 바람을 빼고 있으니 다름 사람들은 바로 앞의 보트/튜브 놓는 곳에 그냥 던져놓고 간다. 우린 바람뺀 보트를 들고 최하류 트램 승차장에서 트램을 타고 맨 처음 트램을 탔던 장소로 돌아갔다.
 
같이 탄 일행 중에 동양인 여자가 있어 말을 건네보니 미얀마(버마) 출신의 여자로서 미국인 남편과 미얀마에서 살고 있는데 가족이 모두(10살난 아들이 있음) 휴가차 미국에 와서 70대 시어머니와 함께 여기에 놀러 왔다는 것이다. 재미있게 지내다 가라고 인사해주니 고맙다고 하면서 1년동안 잘 지내다 가라고 말해준다.
 
우리 차가 세워져 있는 곳으로 와서 준비해간 과일, 음료, 빵을 먹고 있는데 주위의 가족나들이 차가 있는 곳을 보니 큰 아이스박스에 뭘 그리 먹을 것을 많이 싸갖고 왔는지 집 냉장고를 통째롤 들고 온 것 같아 보였다.


12시에 그 곳을 출발하여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곳에서 흔한 야드세일이나 그라지세일하는 곳을 들렀는데 시간이 오후라서 그런지 살만한 물건이 전혀 눈에 띄지 않았다. 며칠전 이런 세일에서 50센트짜리 전화기와 역시 50센트짜리 온도계를 건진 적이 있어 기대를 좀 했는데 빈손으로 돌아왔다.


아무튼 미국에서의 첫 여행 나들이는 나름대로 삼림욕과 수욕(?)을 동시에 즐긴 셈이 됐으니 그런대로 성공작으로 평가할 만 했다. 두 번째는 어디로? 기대하시라.


2004. 8. 6 게인스빌에서 새샘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