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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7 - 굴참나무

새샘 2024. 4. 23. 22:06

참나무과 참나무속에 속하는 굴참나무의 학명은 쿠에르쿠스 바리아빌리스 Quercus variabilis, 영어는 Oriental cork oak(동양코르크참나무), 중국어 한자는 청강류靑剛柳다.
 
갈잎(낙엽落葉) 큰키나무(교목喬木)인 굴참나무는 우리나라 산 어디서든지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참나무여서 굴참나무를 도토리나무, 참나무, 꿀밤나무 등으로 불린다.
 

굴참나무 몸통줄기 껍질의 코르크(사진 출처-출처자료1)

 

도토리 열매가 열리는 참나무 6개 종—굴참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 상수리나무, 떡갈나무, 신갈나무 가운데 하나인 굴참나무는 몸통 줄기에 엄청 두껍게 발달한 코르크 cork의 쓰임새가 많은 나무다.
이 코르크 껍질은 보온이 잘 되고 방수성이 뛰어나서 집을 지을 때 지붕으로 덮으면 굴피집이 된다.
코르크의 껍질에 깊은 골이 지는 참나무라 하여 이름이 골참나무이던 것이 굴참나무가 되었다.
 
오래된 나무일수록 껍질이 두껍고 부드러워 손가락으로 누르면 물렁물렁하게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굴참나무 껍질은 벗겨서 코르크로 만들었는데, 이 굴참나무 천연 코르크는 품위가 있고 품질도 좋아 인기가 많았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너와지붕의 재료로 굴참나무 껍질을 사용했다.
코르크는 병마개로 쓰거나 판으로 만들어 벽이나 천장에 붙이기도 했다.
또한 냉장고와 선박에도 이용되고 포장용품 packing으로 사용되는 등 용도가 다양했다.
 

굴참나무 잎(사진 출처-출처자료1)

 
굴참나무는 참나무속 6개 종 가운데 상수리나무와 가장 닮았고, 피침형 잎 가장자리에 가시 모양의 예리한 톱니가 일정 간격으로 여러 개 나 있다.
차이점은 굴참나무 잎 뒷면에는 흰털이 빽빽하게 나 있어 잎 뒤가 옅은 연두색으로 보이는 반면, 상수리나무에는 흰털이 없어 진초록색으로 보인다.
 
굴참나무는 산에 모여서 잘 자라므로 5월 훈풍이 산허리를 쓰다듬어 올리면 그 많은 굴참나무들은 자랑 삼아 모든 잎을 뒤집어보인다.
그러면 푸르던 산허리에 금방 흰구름이 날아간다.

황홀한 굴참나무의 잎구름이다.

바람이 불 때 굴참나무들은 흰 잎구름의 장관을 이루는 것이다.,
누구든지 먼 곳에서 이를 알아차릴 수 있다.
필자가 청계사에 다녀오던 길에 아름다운 굴참나무의 하얀 율동을 보고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경북 울진 수산리 천연기념물 제96호 굴참나무(사진 출처-출처자료1)

 

강원도 강릉 신계리 천연기념물 제461호 굴참나무(사진 출처-출처자료1)

 

강원도 삼척 중마읍리의 굴참나무 보호수(사진 출처-출처자료1)

 
굴참나무도 나무에 따라서 코르크질이 잘 발달한 것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것도 있다.
잎 뒤에 털이 빽빽하게 많이 나 있는 것일수록 코르크 껍질이 더 잘 생긴다.
굴참나무 잎 뒤에는 이러한 털의 변이가 많다.
그래서 좋은 나무를 골라내는 것은 장래의 코르크 생산을 위해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일제강점기에 부산에 코르크 회사가 있었는데, 당시 일본 해군의 군수 물자를 충당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 당시 우리나라의 굴참나무 껍질 연간 사용량은 약 300만 킬로그램에 이르렀다.
이 회사는 굴참나무 자원의 발굴에 혈안이 되었고, 각지에서 사람을 모아 굴참나무 껍질 벗기기 강습회까지 열곤 했다.
이런 강습회에서는 굴참나무 숲의 조성 방법과 그 관리 등에 대한 가르쳤다.
 
요즘은 굴참나무 자원이 거의 고갈된 듯하다.
또한 굴참나무 자원 조성에도 무관심해 보인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미래를 위해서 좋은 굴참나무 숲을 보존해 두는 것은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할 일로 생각된다.

과거 기록을 보면 경북 청도군 운문면 신원리나 경기 양평군 단월면 명성리 같은 곳에 비교적 좋은 굴참나무 숲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굴참나무는 열매를 땅에 뿌려서 묘목을 키워낸다.
묘목 양성은 어렵지 않지만 뿌리 발달이 좋지 않아 산에 옮겨 심을 때 잘 죽는다.
굵은 뿌리는 잘 자라지만 가는 곁뿌리가 생기지 않아서 늘 문제가 된다.
이랑을 높게 해서 묘목을 양성하면 가는 곁뿌리가 더 생긴다.
조선 숙종 때 홍만선이 쓴 ≪산림경제山林經濟≫를 보면, 열매를 땅에 뿌릴 때에는 깨진 기왓장을 묻고 그 위에 열매를 놓고서 다시 그 위에 흙을 덮으라고 했다.
뿌리가 기왓장 때문에 굽어서 자라고, 이 때문에 곁뿌리가 더 생기게 된다는 것이다.
옛 사람들은 매우 흥미로운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굴참나무는 어릴 때에는 껍질이 두껍지 않다가, 15년가량 되면 코르크 껍질의 두께가 약 1센티미터만큼 자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한여름 나무줄기에 물이 많이 올랐을 때 손도끼로 껍질을 벗겨낸다.
나무줄기가 높으면 사다리 같은 것을 이용하여 높은 곳까지 껍질을 벗긴다.
껍질을 벗겨내면 그 뒤 다시 코르크 껍질이 생겨나며, 그 뒤 8~9년 지나 다시 코르크 껍질을 벗겨내면 된다.
나무의 나이가 40년가량 될 때까지는 이를 되풀이하면서 껍질을 벗겨낸다.
코르크를 생것으로 쓰고자 할 때에는 첫 물이 좋지만, 그 밖의 목적으로 쓸 때는 두 번째나 세 번째 것이 더 좋다.
 
※출처
1. 임경빈 저, 이경준·박상진 편, 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1, 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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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4. 23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