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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3 - 겨우살이

새샘 2024. 3. 11. 22:16

단향과檀香科 겨우살이속에 속하는 늘푸른 떨기나무인 겨우살이는 다른 나무에 붙어 까치집 모양을 이루면서 기생하지만 한편으론 광합성도 하는 반기생성(기생+광합성) 식물이다.

겨우겨우 간신히 살아간다 하여 겨우살이, 또는 겨울에도 푸르러서 붙은 이름인 '겨울살이'가 변해 겨우살이로 되었다고도 한다.

 

겨우살이 (사진 출처-출처자료1)

 

겨우살이는 중국어로 기생목奇生木 또는 동청冬靑(겨울에도 푸르다는 뜻)이다.

학명은 비스쿰 알붐 Viscum album var. coloratum, 영어는 Korean mistletoe(한국겨우살이).

 

겨울날의 참나무 겨우살이 (사진 출처-출처자료1)

 

겨우살이는 주로 배나무, 단풍나무, 참나무, 버드나무, 팽나무 등에 기생한다.

 

겨우살이는 겨울이 되면 노란색에 가까운 열매가 익는데, 모양은 콩처럼 둥글다.

열매를 까치나 비둘기 등 산새가 먹고서 나뭇가지 위에 배설한 똥 안에서 싹이 트게 된다.

뿌리는 나무껍질을 뚫고 가지 속으로 들어가 단물을 빨아먹는다.

놀면서 잘 사는 나무라 할 수 있다.

더러운 흙에 손과 발을 댈 필요가 없다.

높고 깨끗한 나뭇가지 위에서 시원한 공기를 호흡하고 아름다운 수풀을 구경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나무의 입장에서는 정말 분통이 터질 노릇이다.

고생해서 만들어놓은 양식을 겨우살이에 빼앗기고 마는 까닭이다.

그래서 나무를 키우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겨우살이가 해로운 식물로 취급된다.

 

겨우살이는 가지가 두 갈래로 계속 갈라지고 끝 쪽에 2개의 잎이 마주난다.

잎에 앞뒤(음양陰陽)가 없으며, 선인장처럼 물기가 있고 두터우며 연해서 잘 부러진다.

그러나 가지는 탄력이 있어서 강한 바람에도 견디며 꺾어지지 않는다.

나무에 붙은 겨우살이를 먼 곳에서 보면 까치집처럼 보이기도 한다.

 

말린 뽕나무 겨우살이(사진 출처-출처자료1)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는 겨우살이를 나뭇가지 위에 새가 앉아 있는 것 같다고 표현하고 있다.

이 책에는 겨우살이가 더부살이하는 나무이기에 '우목寓木' 또는 붙어서 사는 나무이기에 '조목蔦木'이라고 되어 있다.

특히 뽕나무 겨우살이는 '상기생 桑上寄生' 또는 '상상기생桑上寄生'이라 해서 약으로 더욱 좋다고 한다.

 

뽕나무 겨우살이는 음력 3월 3일에 채집하여 그늘에 말려서 약으로 쓴다.

열매의 즙액이 끈끈할수록 약효가 더 좋다고 한다.

뽕나무 겨우살이는 매우 드물기 때문에 느티나무나 다른 나무에서 나는 것도 뽕나무의 것으로 취급하곤 한다.

약효는 여러 가지인 듯하다.

눈을 밝게 하고 몸을 가볍게 하며 머리털과 치아를 단단하게 할 뿐만 아니라 산모에게도 좋다고 한다.

최근에는 암 치료에 잘 듣는다는 근거 없는 말이 퍼지는 바람에 겨우살이가 수난을 겪고 있다.

 

≪본초강목≫은 가장 오래된 식물도감 중 하나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이 도감의 그림은 대체로 과학적이지만 뽕나무 겨우살이 즉 상기생 그림만은 실제와는 매우 다르게 그려져 있다.

큰 겨우살이는 높이가 두세 자(약 60~90cm)는 된다.

 

유럽이나 미국 등지에서는 겨우살이가 경사慶事의 상징이다.

크리스마스 축하 파티장 문간 위에는 으레 주인이 겨우살이를 달아둔다.

손님이 그 아래를 지나가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크리스마스에 겨우살이 아래를 지나는 여성에게는 키스를 해도 상관이 없다고 한다.

아마도 겨우살이를 달아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절정으로 몰아가는 것이리라.

겨우살이가 신기한 것이기 때문에 신기한 일을 해보자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또는 추운 날에도 싱싱한 푸르름을 지니고 있는 겨우살이이기에 사람이 한 살 더 나이를 먹더라도 겨우살이처럼 굳세게 살아가자는 뜻일지도 모르겠다.

 

예전 유럽 북쪽 지방에 존재한 드루이드교 Druidism(고대 켈트족 Celts의 종교)는 겨우살이를 숭배했다고 한다.

이 종교는 참나무를 신이 깃들어 사는 신의 집(신거神居)으로 숭배했다.

그래서 참나무 숲은 곧 그들의 예배당이었고, 참나무에 나 있는 겨우살이는 매우 신성한 것으로 생각하였다.

가을이 되어 잎이 떨어지면 참나무에 살고 있던 신은 그 나무에 붙어 있는 겨우살이로 옮겨가고, 봄이 오면 다시 참나무로 되돌아온다고 믿었다.

섣달이 되면 드루이드교 승려들은 겨우살이를 채집하는 의식을 올렸다.

참나무에 황소 두 마리를 묶고, 흰옷을 입은 승려가 나무에 올라 황금칼로 이 겨우살이를 끊어낸 뒤 기도로 축복하였다.

이때 겨우살이를 담근 물은 모든 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믿었고, 그래서 이 물에 옴니아 사난스 Omnia sanas란 이름을 붙여주었다.

'옴니아 omnia'는 모든 것이라는 뜻이고, '사난스 sanans'는 치료한다는 의미다.

 

한편 독일 홀슈타인 Holstein 지방에서는 겨우살이를 '귀신의 지팡이'라 부르면서 그 지팡이를 가지고 있으면 눈으로 유령을 볼 수 있다고까지 했다.

겨우살이가 워낙 이상한 나무라 이에 이상한 해석들이 주어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출처

1. 임경빈 저, 이경준·박상진 편, 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1, 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2019.

2. 구글 관련 자료

 

2024. 3. 11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