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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새샘 2025. 6. 29. 23:08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왼)투과전자현미경(TEM) 사진과 (오른)외형 모식도(출처-출처자료2)

 
독감毒感(유행성 감기) flu은 '독한 감기'라는 뜻이지만 실제로 감기가 심해져 독감에 걸리는 것은 아니며, '인플루엔자 influenza'라는 RNA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발생하는 질환이다.
'독감'이라는 단어가 오해를 일으킬 수 있어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인플루엔자'라고 콕 짚어 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influenza virus가 병을 일으키는 미생물로 최초로 확인된 것은 1933년으로, 이때 발견된 바이러스를 'A형 바이러스'라 부른다.
그 이후 몇 가지 서로 다른 유전자를 가진 인플루엔자가 발견됨으로써 B형, C형, D형 따위로 이름을 붙였다.
그중 A형을 고병원성, B형을 약병원성이라 하며, C형과 D형은 인체에 의미 있는 질병을 일으키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가 병원에서 의사에게 듣는 단어는 주로 A형 독감과 B형 독감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역시 스스로 살아갈 수 없어 숙주세포에 기생하여 살아가야 한다.
그리고 숙주세포 안에서 충분히 증식한 뒤 다시 세포 밖으로 잘 빠져나와야 하기 때문에 바이러스의 뉴클레오캡시드 nucleocapsid(유전체+캡시드)를 둘러싸고 있는 지질막인 외피 envelope에는 두 가지 특별한 구조물이 붙어 있다.
이 두 가지 구조물은 헤마글루티닌 hemaglutinin(H)과 뉴라미니데이즈 neuramidase(N)이다.
이 가운데 헤마글루티닌은 바이러스가 숙주세포로 잘 들러붙게 해주는 역할을 하고, 뉴라미니데이즈는 숙주세포 안에서 증식이 끝난 뒤 숙주세포 밖으로 잘 빠져나오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 두 가지를 보통 H 항원(antigen)과 N 항원이라고 한다.
 
그런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가진 H 항원과 N 항원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심한 증상을 유발하는 A형 인플루엔자에는 현재 H 항원이 18 종류, N 항원이 11 종류가 알려져 있고, 이들 두 항원이 임의로 조합함으로써 수많은 하위 유형 subtype들이 만들어진다.
이론적으로 198(18×11) 종류의 A형 인플루엔자가 존재할 수 있다.
그래서 A형 인플루엔자의 경우 유형을 구별하기 위해 H 몇 번, N 몇 번 하는 식으로 표기한다.
A형보다 증상이 약한 B형 인플루엔자에는 빅토리아형 Victoria subtyp과 야마카타형 Yamagata subtype의 두 가지가 있다.
 
인플루엔자는 해마다 조금씩 하위 유형을 바꾸어가며 유행한다.
이것을 '유행(병) epidemic'이라 부른다[특정 지역에만 발생하는 질병은  '풍토병(지방유행병) endemic disease', 전 세계적으로 퍼져 유행하는 질병은 범유행병(대유행병, 세계적유행병) pandemic disease)].
그런데 A형 인플루엔자는 약 10년마다 한 번꼴로 하위 유전자형이 크게 바뀜으로써 엄청난 '범유행 pandemic'을 몰고 온다.
역사상 범유행은 1918년 스페인 독감 Spein flu(HIN1, 2,500만~5,000만 명 사망), 1957년 아시아 독감 Asian flu(H2N2, 100만 명 사망), 1968년 홍콩 독감 Hong Kong flu(H2N2, 70만 명 사망)이 유명하고, 가장 최근에는 2009년 신종 플루 novel flu(HIN1, 2만 명 사망) 대유행이 있었다.
 
다양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 vaccine을 만들기 위해 해마다 의학자들은 그해에 유행할 바이러스 유형을 예측해야 한다.
유행할 바이러스 유형 결정을 그해 6월까지 마무리해야 그해의 백신을 생산할 수 있다.
의학자들이 예상한 유형의 인플루엔자가 유행한다면 다행이지만, 예상과 다른 유형의 독감이 돌거나 아예 새로운 유형의 H, N 항원이 나타나면, 이른바 독감 대유행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다행히 독감 치료제가 있다.
 

타미플루(출처-http://www.hit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296)

 
예방 백신이 실패했을 때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치료제를 복용하면 된다.

1996년 개발된 '타미플루 Tamiflue'가 독감 치료제이다.

타미플루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외피에 붙어 있는 두 항원 가운데 N 항원을 표적으로 하여 파괴한다.
N 항원은 숙주세포 안에서 증식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세포 밖으로 빠져나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타미플루를 복용하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전파를 차단할 수 있는 것이다.
타미플루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자체를 공격하여 파괴하는 기능은 없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몸 안에 들어가 충분히 증식된 상태라면 효과가 크지 않다.

따라서 타미플루는 인플루엔자 증상이 발생한 지 2일 안에 복용하는 것이 좋다.

 
※출처
1. 김은중, '이토록 재밌는 의학 이야기'(반니, 2022)
2. Madigan 외 3인, 대표역자 오계헌, BROCK의 미생물학 제13판, (주)피어슨에듀케이션코리아, 2011.

3. 구글 관련 자료

 
2025. 6. 29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