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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그림

추사 김정희 "세한도"

새샘 2022. 9. 16. 13:49

김정희, 세한도, 국보 제180호, 종이에 수묵, 족자 23.3x108.3cm, 그림 23x69.2cm, 국립중앙박물관

 

완당阮堂 김정희金正喜(1786-1856)가 그린 그림의 대표작은 누구나 알다시피 <세한도歲寒圖>이다.

이 그림은 완당이 1844년 제주도에서 귀양살이를 하고 있을 때 그린 것으로 그림의 끝부분에는 자신이 직접 쓴 글이 있다.

이 글에서는 사제간의 의리를 잊지 않고 북경에서 귀한 책을 구해다 준 제자 이상적의 인품을 소나무와 잣나무에 비유하며 답례로 그려 준 것임을 밝히고 있다.

 

그런데 보통 아마추어가 보면 왜 <세한도>가 좋은지 알 수 없다고 말하곤 한다.

일견 퍽 싱거운 그림이다.

소나무가 있고, 엉성하게 보이는 집이 한 채 있고, 나무가 두 폭 있는 그림이다.

 

그런데 문인文人(문필 즉 글과 글씨에 종사하는 사람) 그림에 있어서의 사의寫意 즉 뜻을 그린다고 하는 그림의 정신에서 볼 때 이 그림은 보통이 아니다.

왜 보통이 아닌가 하면 완당의 그림은 사실은 그림만이 아니다.

완당의 그림은 완당의 그림에, 글씨에, 그 글, 이 셋이 합해서 삼위일체가 되어서 좋은 것이다.

따라서 <세한도> 또한 그 그림만 보고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이 <세한도>에는 완당의 글씨가 있고, 귀향살이 와서 처량하던 중에 자기를 알아주고, 자기가 구하던 책을 몇 천리 바깥에서 구해와서 보여주는 그런 사람들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그린 글과 그림이 삼위일체가 되어서 좋은 것이다.

그래서 <세한도>라고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사의를 그린다고 하는 사의도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 바로 이 <세한도>이며, 그림과 더불어 글씨와 글을 한데 응축시켜 삼위일체로써 표현했던 것이다.

 

'한겨울 추운 날씨 그림'인 <세한도>를 보면, 한 채의 집을 중심으로 좌우에 소나무와 잣나무가 대칭을 이루고 있으며, 주위를 텅 빈 여백으로 처리하여 극도의 절제와 간략함을 보여주고 있다.

오른쪽 위에는 '세한도歲寒圖'(추운 시절의 그림)'라는 제목과 함께 ‘우선시상藕船是賞 완당阮堂’(우선이 이것을 보게나 완당)이라 예서체로 적고 도장을 찍어 놓았다.

거칠고 메마른 붓질을 통하여 한 채의 집과 고목이 풍기는 스산한 분위기가 추운 겨울의 분위기를 맑고 청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마른 붓질과 묵의 농담, 간결한 구성 등은 지조 높은 작가의 내면세계를 보여 주고 있다.

인위적인 기술과 허식적인 기교주의에 반발하여 극도의 절제와 생략을 통해 문인화의 특징을 엿볼 수 있는 조선 후기 대표적인 문인화로 평가된다.

 

※출처

1. 이용희, '우리 옛 그림의 아름다움 - 동주 이용희 전집 10'(연암서가, 2018)

2.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김정희 필 세한도 http://www.heritage.go.kr/heri/cul/culSelectDetail.do;jsessionid=kY2SJ4hzqWLX7M6cBLIw0J8YmkXkDpD1b1rKit2FX31mHpwpbejn43FROk6tqIcl.cpawas_servlet_engine1?pageNo=1_1_2_0&VdkVgwKey=11,01800000,11

3. 오주석,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1'(솔, 1999)

4. 구글 관련 자료

 

2022. 9. 16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