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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48 - 버드나무

새샘 2025. 6. 3. 16:29

버드나무 숲(출처-출처자료1)

 

나뭇가지가 부들부들하다고 하여 버들 또는 버드나무라고 한다.

나무가 물러 다루기 쉬우므로 옛사람들은 생활 도구를 만드는 데에 널리 사용하였다.

 

학명에 코리아를 뜻하는 koreensis가 들어가는 토착종.

물가에서 자라는 버드나무과 버드나무속의 갈잎큰키나무로서 높이는 20미터에 이른다.

 

학명은 살릭스 코렌시스 Salix koreensis, 영어는 Korean willow(한국 버드나무), 한자는 유(류)柳, 양류楊柳, 화양華楊 따위로 쓴다.

 

 

○일반 특징

 

버드나무 무리인 버드나무속 학명은 살릭스 Salix이고, 영어로는 윌로우 willow, 일본어로는 야나기やなぎ(유柳)라고 한다.

세계적으로 볼 때 버드나무 종류에는 약 300가지가 있으며, 주로 북반구에 많고 남아프리카와 칠레에도 있다.

 

버드나무 종류는 모두 암나무와 수나무의 구별이 있는 암수딴그루이며, 씨는 흰 솜털(종모種毛) 안에 있다.

일단 씨가 성숙해서 어미 나무에서 떨어져나오면 1주일 정도 생명력을 유지하지만, 그 뒤로는 싹트는 힘을 쉽사리 잃어버리고 만다.

솜털이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가 물기 있는 곳에 앉으면 곧 뿌리를 내려서 자라게 된다.

버드나무는 햇볕을 좋아하는 양지나무(양수陽樹)로서, 어릴 때 그늘진 곳에서는 힘을 못쓴다.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버드나무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그중 정자나무로 흔히 심는 왕버들(귀류鬼柳, 하류河柳)은 잎이 넓은 타원형이다.

보통 버드나무는 수꽃 안에 2개의 수술이 있는 반면 왕버들은 6개의 수술이 있다.

고리버들은 고리 상자를 만드는 재료로 널리 알려져 있다.

 

버드나무는 목재를 이용하기 위해 심는 일은 드물고 주로 풍치風致(훌륭하고 멋진 경치)를 위해 심는다.

목재가 물러서 국내에서는 부엌에서 사용하는 도마로 쓴다.

일본 도쿄에서는 솜털 같은 열매가 날아가지 않고 또 그 모양이 좋아서 암나무보다는 수나무를 가로수나 공원수로 심고 있다.

 

봄에 수나무 가지를 꺾어서 땅에 꽂으면 뿌리가 잘 내린다.

봄이 오면 버드나무 가지에 물이 오르는데, 이때 연필만 한 굵기의 가지를 꺾어 껍질을 손으로 비틀어 피리를 만들어 분다.

이때 주의해서 보면 껍질이 떨어져나간 뒤 가지에는 연필 끝처럼 튀어나온 작은 돌기가 곳곳에 있다.

이 돌기가 바로 작은 뿌리이다.

어쩌다가 가지가 끊어져서 땅에 떨어지게 되면 이것이 자라서 곧 땅속으로 들어간다.

 

버드나무 가지는 바람에 강하지만 비상시에 대비해 뿌리의 원초原初(맨 처음 뿌리)를 가지 속에 품고 있다는 것은 버드나무의 지혜로움을 보여준다.

 

 

○문헌 속의 버드나무

 

≪본초本草≫와 ≪전국책戰國策≫과 같은 예전 책에도 "버드나무 가지는 세로로 두든 옆으로 두든 거꾸로 꽂든 바르게 꽂든 모두 뿌리를 내려서 산다(양류종횡도순삽치개생 楊柳縱橫倒順揷之皆生)"고 전하고 있다.

 

≪산림경제山林經濟≫에는 가지를 바로 꽂으면 가지가 위로 서는 양楊이 되고, 거꾸로 꽂으면 가지가 아래로 드리우는 유柳가 된다고 쓰여 있다.

물론 믿을만한 내용은 아니다.

 

옛날 중국에서는 버드나무 가지가 부드럽기 때문에 이것으로 이쑤시개를 만들어 썼다고 한다.

따라서 버드나무 가지, 즉 양지楊枝는 이쑤시개를 뜻하게 되었다.

이 말은 우리나라와 일본에 그대로 전해져, 지금도 일본 사람들은 이쑤시개를 '요지'(양지楊枝의 일본 발음)라고 한다.

우리도 이쑤시개를 '양지'라고 해서 나쁠 것은 없을 것 같다.

 

한편 정조가 약 200년 전 수원 북문 밖에서 소나무와 왕버들을 심은 것은 너무나 유명한데, 소나무는 이른바 노송老松 지대라는 이름으로 아직도 남아 있다.

그런데 북문 밖에 서 있던 이 왕버들을 도시가 발전되면서 이제는 찾아볼 수 없다.

근 200년 동안 잘 살아오다가 한낱 불도저에 의해 사라져버렸다니 아쉬움이 남는다.

 

그때 이 나무가 살아남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니면 나무토막이라도 깨끗한 표본으로 만들어 200년 역사의 고증 자료로 남겼다면 좋았을 것이다.

수목연대기樹木年代記는 나무 나이테(연륜年輪)를 보고서 갖가지 사실을 밝혀내는 과학이다.

외국에서는 이러한 연구를 많이 하고 있고, 연구용 기계까지 만들고 있다.

버드나무는 지난날의 기상 변천, 해충 발생 상황 따위를 살펴볼 수 있는 값진 재료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아쉬움이 많다.

 

 

○버드나무 이름의 유래

 

버드나무는 한자로 '유柳'라고도 쓰고 '양류楊柳'라고도 쓴다.

양류는 버드나무 종류를 뜻하지만, '양楊'이라 하면 사시나무(백양白楊)나 미루나무(미주흑양美洲黑楊) 또는 양류(구미흑양歐美黑楊)에 더 맞는 표현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이시진李時珍의 ≪본초本草≫에는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양楊이란 나무의 가지가 단단하여 위로 뻗는(양揚) 까닭에 양揚의 음을 따서 양楊으로 대신하였고, 유柳는 가지가 약하고 아래로 흐르므로(수류垂流) 유流의 음을 흉내낸 유柳로 나타내었다(양지경이양기楊枝硬而揚起 고위지양故謂之楊 유지약이수류柳枝弱而垂流 위고지류故謂之柳 개일류이종야蓋一類二種也)."

 

말하자면 양류楊柳는 모두 버드나무 종류를 뜻하지만, 그중 가지가 위로 서면 양楊으로 보고 아래로 흐르면 유柳로 본다는 것이다.

그러나 왕버들(하류河柳), 고리버들(기류杞柳) 같은 것은 바로 서지만 모두 유柳라는 글자가 들어가서 위 설명이 거북해진다.

 

우리나라에 있는 수양버들(수양垂楊 또는 수류垂柳)은 원래 중국에서 건너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어로는 위핑 윌로우 weeping willow(늘어진 버들) 또는 바빌론 윌로우 Babylon willow(바빌론 버들)이지만, 바빌로니아 Babylonia 지방에서 나는 것은 아니다.

 

'양楊'자나 '유柳'자가 들어가지만 이것이 전혀 다른 나무를 뜻하는 경우가 있다.

회양목楊木(황양목黃楊木), 오리나무(적양赤揚), 위성류渭城柳 등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창세기 30장에 "야곱이 버드나무와 살구나무와 단풍나무의 푸른 가지고···"라고 했는데, 이 버드나무가 어떤 종류인지는 잘 알 수 없다.

또한 시편詩篇 137편에 "우리는 바빌론 강가에 앉아서 시온을 생각하면서 울었다. 그곳에 있는 버드나무 가지에 우리는 수금竪琴(하프 harp)을 걸었다"라는 구절이 있는데, 이때의 버드나무가 수양버들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또 협죽도夾竹桃일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협죽도 잎이 버드나무 잎과 비슷하고 이것이 팔레스타인 Palestine 지방에 많으며 요르단 강 Yordan River 상류 지방에서 푸른 숲을 만드는 까닭에 그와 같이 여겨지는 일도 있다.

그러나 윌슨 Wilson이라는 사람은 이것이 버드나무가 아니라 포플러 poplar(미루나무)의 일종인 버들잎사시나무 Populus euphratica이라 주장했다.

 

 

○능수버들과 수양버들

 

창경궁 춘당지의 능수버들(출처-출처자료1)

 

능수버들과 수양버들은 그 모습이 비슷해서 구별이 어렵다.

식물학적으로 보면 수양버들의 씨방에는 털이 없지만 능수버들에는 털이 있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이는 꽃 필 때의 암나무에만 적용될 수 있어 일반적인 구분 기준으로 보기는 어렵다.

 

되도록이면 잎으로 구별이 되었으면 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그러나 어린 가지의 색이 초록이면 능수버들이고, 붉으면 수양버들이다.

버드나무 종류는 봄이 오면 가장 잎을 먼저 내고, 가을이 되면 가장 늦게 잎을 떨어뜨린다.

따라서 잎의 생명이 잎 지는 갈잎수종 중에서는 가장 길다.

 

능수버들은 한자로 수류垂柳라 쓰고, 수양버들은 수양垂楊으로 쓴다.

유柳는 음이 유流와 통해서 가지고 처진다는 뜻을 갖고 있고, 楊은 음이 양揚과 통해서 가지가 위로 서는 양揚을 뜻하고 있다.

 

≪훈몽자회訓蒙字會≫에서는 "버들은 가지가 약해서 아래로 처지므로 이것을 유柳라고 한다(유지약이수류柳枝弱而垂流 고위지류故謂之柳"고 했다.

따라서 양楊은 가지가 위로 서는 종류를 말하며, 수양버들이라 하면 가치가 처지는 양楊이라는 뜻이다.

 

수양버들은 중국이 원산지로 알려져 있고, 원래부터 우리나라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쯔강 하류 지방에 많고,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에서는 풍치수로 많이 심고 있다.

 

중국 옛 책에 따르면, 수隋나라 양제煬帝는 그 유명한 대운하를 만들고 그 언덕에 버드나무를 심을 것을 권했다고 한다.

버드나무 한 포기를 심으면 비단 한 폭을 상으로 주었다고 한다.

얼마나 진지한 발상인가?

 

양제는 낙양洛陽에 호화스러운 궁전을 만들고 운하 제방에 버드나무(수양버들)를 심고 40개의 이궁離宮(행궁行宮: 임금이 나들이 때에 머물던 별궁)을 세워 미녀들을 모아 호탕한 생활을 즐겼다.

낙양의 궁전을 만드는 데는 한 달에 200만 명의 노동자를 동원했고, 운하 개설에는 여자를 포함해서 100만 명을 징집했는데, 그중 절반 가량이 죽음을 당했다고 한다.

 

그 뒤 이 버드나무들은 수류垂柳 또는 양류煬柳라는 이름까지 얻게 되었다.

우리가 수양버들이라고 부르는 수양隋煬은 수나라 양제에서 온 이름이다.

 

 

○한시 속의 버드나무

 

동궐도에 그려진 창경궁 홍화문 앞 능수버들(출처-출처자료1)

 

우리나라에서 '버드나무' 하면 먼저 능수버들을 생각하게 된다.

가지가 아래로 축축 늘어지는 능수버들은 그 자태가 아름답기 때문에 옛적부터 많은 사람들에게서 관심과 사랑을 받아왔으며, 따라서 인간의 문화생활 깊숙한 곳에 자리잡게 되었다.

 

능수버들을 보면 우리는 마음의 평온 같은 것을 느끼게 되고 무언가를 사색하게 되어 차분해진다.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조헌趙憲의 다음 시조는 능수버들이 지니고 있는 정감情感의 속성을 잘 나타내고 있다.

여기서 양류楊柳란 능수버들이나 수양버들을 뜻할 것이다.

 

"지당池塘(연못)에 비 뿌리고 양류楊柳에 내(안개) 끼인 제

사공은 어디 가고 민 배만 매였는고

석양에 짝 잃은 갈매기는 오락가락하더라"

 

한편 도연명陶淵明이 팽택彭澤의 영令(관직)이 된 뒤 집에 다섯 그루의 버드나무를 심고 스스로 오류선생五柳先生이라는 호를 붙인 것도 이 나무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고자 한 것이었다.

 

능수버들이나 수양버들은 가지가 가늘게 실처럼 늘어지는 까닭에 아름다운 여성에 비유된다.

물 흐르듯이 바람에 나부끼는 경치는 정말 멋이 있고 아름답다.

바람의 청請을 들어서 그 소원대로 움직여주는 버들가지는 인간의 소망을 들어주는 상징으로도 알려지고 있다.

 

양류관음楊柳觀音은 오른손에 버드나무 가지를 쥐고 왼손은 왼쪽 젖가슴에 대고 바위 위에 앉아 있는 모습으로, 중생의 병고病苦를 덜어주는 일을 하고 있다.

이 관세음보살이 버드나무 가지를 들고 있는데 이것이 '뜻대로 해주겠다'는 상징으로 되고 있다는 것이 재미있다.

 

"버드나무 가지는 천 가지 만 가지 푸르고 푸른데 복사꽃은 한없이 붉고 아름답더라"하는 고려 중기의 문신 정지상鄭知常의 다음 시는 이 나무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절정이라 할 수 있다.

 

"수양버들 실가지마다 초록이요 (양류록록록 楊柳綠綠綠)

복사꽃 점점이 분홍색이구나 (도화점점홍 桃花點點紅)"

 

사사絲絲와 점점點點이 좋은 대조를 이루며, 하나는 선線이고 또 하나는 점點이라는 표현에 멋이 있다.

이 유명한 시에 곁들여 필자는 몇 글자 낙서를 해본다.

 

"남쪽 개울의 물이 졸졸 흐르고 있는데 (남계세세류 南溪細細流)

꽃다운 풀은 길게 길게 자라고 있구나 (방초익익장 芳草益益長)

먼 곳의 친구가 총총히 떠나갔는데 (원붕홀홀거 遠朋忽忽去)

보내고 돌아오는 길이 더디고 멀더라 (귀로지지원 歸路遲遲遠)"

 

나의 주전부리 같은 이 낙서는 앞의 시를 욕되게 하고자 하는 뜻은 조금도 없다.

흐르는 물은 방초의 친구이며, 바쁘게 떠난 것과 더딘 귀로가 대對가 되어서 필자는 좋다.

 

그런데 버드나무의 가지가 드리우는 것을 슬픈 것으로 보는 사람도 많다.

서양에서는 버드나무가 비애悲哀를 상징한다.

 

나폴레옹 Napoleon은 한때 세인트 헬레나 섬 Saint Helena Island에 유배된 적이 있다.

아프리카 서해안에 있는 작은 섬으로, 1810년 무렵 섬을 다스리고 있었던 비트손 Beatson에 의해서 이 섬에 수양버들이 심어졌다고 한다.

나폴레옹은 이 나무 밑에 의자를 놓고 그곳에 앉아 슬픈 명상에 잠기곤 했다.

수양버들이 나폴레옹을 위로해주었을지도 모르고, 아니면 슬픔 몸을 슬픈 나무 아래에 두어보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을지도 모른다.

재기의 강인한 뜻을 가다듬은 곳도 이 나무 아래에서였다.

 

버드나무는 이별과도 인연이 깊다.

이별이란 대체로 반가운 것이 못 된다.

다음 시는 우리의 가슴에 무언가 아련한 정을 남긴다.

 

"봄 생각과 봄 시름이 버드나무 가지처럼 천 가닥 만 가닥인데 (춘사춘수일만지 春思春愁一萬枝)

저 먼 마을 언덕에 나의 그리워하는 정을 붙여 본다 (원촌요안기상사 遠村遙岸寄相思)"

 

한편 송별의 노래로 불려지는 <양관곡陽關曲>에도 버드나무가 등장한다.

조용히 떠나는 착잡한 마음의 아침에 버드나무의 아름다움이 깊은 인상을 주고 있다.

 

"위성의 아침비가 가볍게 먼지를 적시었는데 (위성조우읍경진 渭城朝雨浥輕震)

여인숙 뜰의 버드나무 색깔은 한층 더 푸르다 (객사청청류색신 客舍靑靑柳色新)

그대에게 권하노니 다시 한잔 마시게나 (권군갱진일배주 勸君更盡一盃酒)

서쪽으로 양관을 나서면 친구가 없으리니 (서출양관무고인 西出陽關無故人)"

 

당나라 오류선생(도연명)은 버드나무 꽃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읊고 있다.

여기서 버드나무의 꽃이란 솜털 같은 열매를 말한 것이다.

 

"모든 꽃이 길고 긴 한을 머금고 바람에 날려서 떨어지는데 (백화장한풍취락 百花長恨風吹落)

버드나무 꽃만이 바람을 사랑해서 하늘을 나는구나(유유양화독애풍 唯有楊花獨愛風)"

 

서거정徐居正의 시 '고인별아가故人別我歌(친구가 나를 보내며 노래하다)' 가운데 나오는 다음 내용도 음미할 만하다.

이는 한성 반송정 부근에 이별을 위한 버드나무가 있었음을 말해준다.

 

"성문 밖 버드나무 가지는 차마 꺾기 어렵고 (성문양류불감절 城門楊柳不堪折)

아름다운 꽃풀의 한스러움은 쉴 날이 없다 (방초유한하시휴 芳草有恨何時休)"

 

한편 13세기 무렵 최자崔滋가 지은 ≪보한집補閑集≫에 따르면, 지금의 경기도 양주楊州의 역명은 녹양역綠楊驛(고려 때는 견주見州)이었고, ≪동국여지승람≫ 양주목에는 다음 시가 기록되어 있다.

 

"꽃이 있어서 마을이 소중하고 (유화촌가중 有花村價重)

버들이 없으면 역이 외롭다 (무류역명고 無柳驛名孤)

햇볕은 높은 나무에 먼저 닿고 (교목일선조 喬木日先照)

마른 뽕잎은 스스로 바람을 부른다 (고상풍자호 枯桑風自呼)"

 

이 시를 보더라도 역이란 역에는 버들이 있어야 격에 어울리며, 역이라면 이별이 있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중국의 옛 습속이 우리나라 각처에까지 찾아든 것을 알 수 있다.

그 내력이야 어떠했든 간에 능수버들은 우리 민족의 정신문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예전 중국에서는 서로 이별할 때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 나누었다고 하며, 이별하는 곳이 대선 도선장渡船場이고 나루터이며 물가이고 보면 그곳에는 으레 수향목水鄕木(물을 좋아하는 나무)으로서 버드나무가 서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늘어진 가지는 흐르는 눈물과도 같아서 이별을 아쉬워하는 상징물로 알맞았다.

 

중국 사람들은 버드나무에 신령스러운 기운이 있음을 느끼고 벽사辟邪(요사스러운 귀신을 물리침)의 힘을 인정하기도 했다.

서기 5세기 무렵에 나온 중국의 최고 농업서라고 할 수 있는 ≪제민요술齊民要術≫에 따르면, "정월 초하룻날 아침에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 문간에 달아두면 백 가지 잡귀신이 들어오지 못한다"라고 하였다.

 

 

○버드나무의 아름다움

 

버드나무는 10~30년생쯤 되는 젊은 나무가 아름답다.

다른 나무들은 나이가 들수록 그 나름의 웅장한 미美가 만들어지지만, 버드나무는 늙으면 몸매가 흐트러지는 것이 좀 아쉽다.

 

사람도 10대에서 30대가 가장 아름다울 때이다.

버드나무는 아름다운 여자의 몸에 비유되기도 한다.

버들잎 같은 눈썹이라 해서 '유미柳眉'라 하고, 버들가지 같은 날씬한 허리라 해서 '유요柳腰'라 했다.

또한 길고 윤기 나는 여인네의 머리를 '유발柳髮'이라 해서 그 아름다움을 나타내었다.

 

반은 안개요 반은 비인데(반연반우半烟半雨), 지나친 고요를 늘어진 가지에 안고 강가에 서 있는 버드나무는 봄의 꽃처럼 자랑이 없어서 '유암화명柳暗花明'으로 자연의 풍경을 그리기도 했다.

 

어떤 이는 매화를 선녀仙女로, 벚꽃을 숙녀淑女로, 해당화를 기녀妓女로, 버드나무를 재녀才女로 비유했다.

버드나무 가지는 가늘어도 꺾이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데, 재주가 없고서야 이러한 일은 불가능하다.

 

 

새잎이 나고 있는 강가의 왕버들(출처-출처자료1)

 

우리나라에서 남원 금동의 왕버들숲(유림柳林)은 특히 유명하다.

예전에 남원성 밖 흙으로 축조된 언덕에 군사적인 목적으로 심은 것이라 한다.

경주 계림鷄林에도 왕버들이 많으며, 천안 삼거리의 능수버들은 노래에 나와서 더욱 유명하다.

 

버드나무는 낮고 습한 땅을 즐긴다.

보통 연못가에 심고 물과 잘 어울리는 까닭에 수향목水鄕木으로도 불린다.

그래서 버드나무의 아름다움은 시냇가에서 더 드러난다.

 

 

버드나무 새잎(출처-출처자료1)

 

버드나무는 초봄에 먼저 새잎을 내고, 가을에 다른 나무의 잎이 모두 떨어졌을 때도 오래 푸름을 달고 있다.

추위에 강하고 북극에 가까운 동토凍土(얼어붙은 땅) 지대를 점령하고 있는 것도 버드나무 종류들이다.

약 1억 년 전에 북반구에 나타나 오래오래 살아오면서 더운 곳 추운 곳 가리지 않고 생존의 터전을 개척해왔다.

비오는 밤 도깨비들이 버드나무 아래에서 춤도 추고 장난도 많이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출처
1. 임경빈 저, 이경준·박상진 편, 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2, 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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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6. 3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