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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46 - 백송

새샘 2025. 5. 19. 09:34

백송(출처-출처자료1)

 

어릴 때는 껍질이 푸른 얼룩이다가 나이를 먹으면서 하얗게 된다.

흰색을 좋아하는 우리 민족 정서와 잘 어울린다.

중국 북부가 고향이며, 조선시대에 사신들이 가져와 심었다.

 

소나무과 소나무속의 늘푸른 바늘잎 큰키나무이며, 나무 껍질이 거의 흰빛인 회백색으로 얼룩져 있어 또는 줄기 껍질이 벗겨져서 회백색을 나타내기 때문에  백송이란 이름이 붙었다.

 

학명은 피누스 분게아나 Pinus bungeana, 영어는 lace-bark pine(레이스껍질 소나무) 또는 white-barked pine(흰껍질 소나무), 한자는 백송白松이나 백송목白松木이다.

 

백송! 이름부터가 신기하고 이상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필자는 그동안 많은 종류의 나무들을 보아왔지만, 처음 보고 그 자태에 놀란 것은 몇 종류에 지나지 않는다.

독일에서 본 가지를 드리운 너도밤나무 거목 오모리카가문비나무의 아름다운 모습은 처음 대할 때에도 놀라운 그 자체였다.

국내에서는 단연 백송이다.

흰 줄기가 그렇게도 흴 수가 있을까?

아무튼 백송은 꿈 같은, 아니 꿈으로 된 나무이다.

신화가 낳은 나무라 할 수 있다.

 

 

(왼)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내 백송(천연기념물 제8호), (오른)서울 종로구 통의동의 백송(1991년 고사)(출처-출처자료1)

 

필자가 이 나무를 본 것은 안국동 로터리 부근에 있는 조계사의 백송, 그리고 역시 그 부근에 있는 창덕여자고등학교(현 헌법재판소)의 백송이다.

그 뒤부터 이 나무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우리나라 국가 문화재로서 천연기념물 기록을 보면,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 있는 약 600년 묵은 백송(1991년 말라 죽음)을 비롯하여 백송만 8건에 달했었다.

은행나무가 12건, 향나무가 7건이니까, 백송이 두 번째다.

 

백송의 경우 희귀한 나무인 까닭에 50년만 넘으면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가능성이 있다.

백송은 중국 원산으로 주로 북중부에 자라고 있으며, 이 나무가 우리나라에 어떠한 경로로 들어온 것인지 구체적인 상황은 알 수 없다.

 

 

○희귀한 나무

 

나이 600년이 된 나무가 있는 것으로 보아 오랜 옛적에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을 알 수 있는데, 이 나무의 수가 크게 늘지 못한 것은 번식력이 미약하기 때문인 것 같다.

백송이 번식이 잘 안 되고 희귀종이 된 원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이 나무는 어릴 때의 자람이 매우 느리다.

싹이 터서 10년이 되어도 거의 땅에 붙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과 주목에서 벗어나 대우를 받지 못하고 억압받으며 대부분 죽고 만다.

사람이나 동식물이나 모두 어릴 때 무럭무럭 자라야 좋은 것 같다.

대기만성大器晩成이라 하여 믄 인물은 뒤에 가서 나타난다 했으니, 백송은 틀림없이 대기만성형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나무가 신기하여 묘목을 얻으면 너도나도 분양을 받아 각처에 심었기 때문에 백송이 모여서 자라는 곳이 드물었다고 본다.

즉 홀로 외로이 자라는 독립수獨立樹가 되는 바람에 혼인을 할 나무가 근처에 없다는 것이다.

암꽃이 피어도 수꽃의 꽃가루를 보내줄 다른 백송이 없어 결국 그 암꽃이 씨(종자種子)로 발달하지 못하고 쭉정이가 되고 만다.

소나무 종류는 타혼他婚 즉 딴꽃가루받이(타가수분他家受粉)의 특성이 있다.

소나무들은 한 나무에 암꽃과 수꽃이 같이 피는 암수한몸이지만 한 나무 안에서는 서로 혼인을 하지 않으려는 성질이 강하다.

결국 백송은 이와 같은 이유로 생명력 있는 씨를 거의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셋째, 이 나무가 원래부터 생활력이 강하지 못하고 약한 편이기 때문이다.

나무는 사람이 가까이 오는 것을 꺼려하는데, 백송이 서 있으면 모두들 모여 혀를 차면서 감탄하고 만져보고 해서 나무가 점점 더 기운을 잃어갔다는 것이다.

 

 

○소나무의 종류

 

소나무속 Pinus에는 많은 종류가 있다.

한 다발에 나는 솔잎(침엽針葉) 수에 따라 일엽송一葉松, 이엽송二葉松, 삼엽송三葉松, 그리고 오엽송五葉松으로 나뉜다.

우리나라 소나무와 곰솔은 한 다발에 솔잎이 2개씩 나는 이엽송이고, 잣나무, 섬잣나무, 눈잣나무는 오엽송이다.

우리는 이 오엽송을 잣나무류라고 묶어서 말한다.

 

우리나라에는 일엽송이 없지만, 미국 애리조나주나 유타주 산에서는 일엽송을 찾아볼 수 있다.

비교적 키가 크고 솔잎이 하나이다.

원래 2개의 솔잎으로 갈라질 운명이었지만 갈라지지 못한 것이다.

이 나무 이름은 모노필라소나무(학명 Pinus monophylla)이고, 영어로 one-leaf pine(일엽소나무)으로 불린다.

 

백송은 한 곳에 솔잎이 3개씩 나기 때문에 삼엽송에 속한다.

우리나라에는 원래 삼엽송이 전혀 없었고, 외국에서 들어온 것으로 리기다소나무(학명 Pinus rigida)와 대왕 소나무, 그리고 테다소나무(학명 Pinus taeda)가 있다.

여기에 백송을 추가하여 이 네 가지가 삼엽송에 해당한다.

리기다소나무는 우리나라에 비교적 넓게 조림이 되어 있다.

대왕소나무는 잎이 약 45센티미터에 달할 정도로 매우 긴 것이 특징이다.

소나무 중에서 이보다 더 긴 솔잎을 가진 것은 없다.

테다소나무는 우리나라 남쪽 지방에서 많이 자라고 있고, 자람이 비교적 빠르다.

 

소나무 종류는 크게 이엽송과 오엽송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그러면 삼엽송은 어느 쪽에 들어가는 것일까?

이엽송 Hard pine은 솔잎 속에 힘줄에 해당하는 관다발이 2개 있는데, 오엽송은 관다발이 1개다.

관다발이 하나냐 둘이냐 하는 것은 소나무 종류를 구분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백송은 잎 속에 관다발이 하나밖에 없어서 오엽송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같은 삼엽송인 리기다소나무와 테다소나무는 관다발이 2개여서 이엽송으로 분류된다.

 

솔잎의 개수만으로는 가까운 친척으로 취급하기 어렵다.

솔잎 3개인 백송이 같은 오엽송에 속하는 잣나무와 꽃가루받이가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은 높아도 솔잎 2개인 이엽송인 소나무나 곰솔과는 꽃가루받이가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고 볼 수밖에 없다.

 

 

○나무의 특징

 

경기 고양 송포의 백송(천연기념물 제60호)(출처-출처자료1)

 

백송은 다른 소나무와 달리 커 가면서 가지가 잘 갈라진다.

어릴 때부터 곁가지가 많이 나기 때문에 나무 모양도 둥글게 되는 경향이 있다.

 

백송은 백골송白骨松이나 당송唐松으로도 불린다.

영어로는 레이스-바크 파인 lace-bark pine(레이스껍질 소나무)이다.

줄기가 흰 까닭에 백송이란 이름을 그대로 white pine이라고 하면 잘못이다.

영어로 white pine은 오엽송 종류를 뜻하기 때문에 백송과는 뜻이 다르다.

 

백송은 정원수나 공원수로 인기가 좋다.

어릴 때는 음성을 띠고 있어서 많은 햇볕을 필요로 하지 않는데, 이런 나무를 우리는 응달나무 즉 음수陰樹라 한다.

응달나무는 대체로 어릴 때 자람이 늦은 것이 특징이다.

백송은 1년생 모나무(묘목)으로서는 높이가 3센티미터를 벗어나지 못하지만, 약 10~15년이 지나면 갑자기 성장이 왕성해지게 된다.

그래서 백송을 집 뜰에 심을 경우 오래 참고 기다릴 필요가 있다.

10년이 지나면 어릴 때의 음성은 없어지고 햇볕이 많이 필요한 양성으로 변한다.

 

백송은 중국 베이징 교외에도 많이 있다고 하니 추위에 견디는 힘도 상당히 강한 것으로 보인다.

이 나무의 분포로 보아 백송에는 따뜻한 지방에 더 알맞은 것도 있고, 또 추운 지방에서 잘 자랄 수 있는 종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세계 여러 나라의 전문가나 학자들은 중국의 백송에 관심이 많다.

 

 

○필자의 집에 있는 백송

 

필자가 서울 서교동에 살 때 뜰에 수수꽃다리, 개나리, 섬잣나무, 이스라지, 백목련, 음나무, 황금쥐똥나무, 꽃복숭아나무, 향나무, 작약, 사철나무, 진달래, 장미 따위를 심어서 정성스럽게 키웠었다.

한 모퉁에 한 그루의 백송을 심었는데, 이 나무가 늦게 자라는 것을 알고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성장이 느린 백송은 이처럼 잘 보호되면서 잊어버릴 수 있는 곳에 심어두는 것이 좋다.

그 뒤 대방동으로 이사하면서 필자는 이 백송을 그대로 두고 오자고 했지만, 가족과 의견이 달라 며칠 동안 옥신각신했다.

 

이사하는 날, 이 백송은 무참하게 뽑혀졌다.

백송은 옮겨심기가 어려운 나무다.

처음 심었던 곳에 그대로 두는 것이 좋다는 말이다.

앙상한 뿌리가 땅위에 나타나서 필자 눈 앞에 놓였다.

대방동으로 가져와 응달진 곳에 심고 물을 주며 특별히 애착을 가지고 돌보았지만, 그 나무는 끝내 죽고 말았다.

옮겨심기를 주장했던 우리 집 식구들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욕심과 고집이라는 것은 위험한 것이다.

그 뒤 누군가가 백송 한 포기를 가져다주었지만, 다시 생각해보아도 그때 백송을 두고 오는 것이 타당한 일이었다.

 

※출처
1. 임경빈 저, 이경준·박상진 편, 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2, 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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