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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샘(淸泉)
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50 - 벽오동 본문
푸른 줄기 껍질을 갖고 있으며 큰 잎이 오동나무를 닮았다고 벽오동이다.
왕을 상징하는 봉황새는 벽오동에만 집을 마련한다고 알려져 선비들의 공간인 서원이나 향교에 흔히 심고 가꾸었다.
아욱과 벽오동속의 갈잎큰키나무이며로서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일본, 중국, 대만의 동아시아 지역에 분포한다.
학명은 피르미아나 심플렉스 Firmiana simplex, 영어는 Chinese parasol tree(중국벽오동나무), 한자는 벽오동碧梧桐이나 오동梧桐으로 쓴다.
○벽오동의 추억
필자가 살던 고향 마을 어귀에는 아담한 정자가 있고, 뜰에는 대나무와 벽오동 몇 그루, 붓꽃(창포)이 자라며, 이웃 산에는 굵은 솔숲이 이어져 있었다.
정자에서부터 층층으로 된 좁은 돌길을 따라 내려가면 방당方塘 (네모진 연못)이 있고, 연잎이 못의 수면 일부를 덮고 있었다.
못 둑에는 몇 그루의 버드나무가 서 있고, 맑은 물이 한쪽 귀퉁이에서 못으로 흘러들어가고 있었다.
말하자면 일감개一鑑開의 연못('하나의 거울처럼 열린 연못'이란 뜻으로 중국 남송 주희의 시 '관서유감觀書有感'의 시구)이었다.
정자에서는 사람들이 모여 한문학을 강론하거나 한시를 짓고 또 읊곤 했다.
필자는 어릴 때 이 정자에서 시간을 보내는 아버지 때문에 그곳에 자주 들락거렸고, 그때마다 파랗게 이끼 낀 돌계단과 대숲, 벽오동의 푸른 줄기가 필자의 눈에 신기하게 비춰졌다.
당시 비교적 흔하지 않았던 벽오동을 필자는 어릴 때부터 익히 보아왔던 것이다.
○벽오동의 특징
벽오동은 줄기가 곧고 자람이 빠른 편이다.
한 해에 한 마디씩 커 올라가는데, 가지가 성기고 굵으며 줄기는 푸르고 얇아 반지르르하다.
잎이 크고 맥이 손바닥 모양(장상掌狀)으로 갈라진다.
특이한 점은 암꽃이 5개의 심피心皮(자라서 열매껍질이 됨)로 되어 있고, 가을에 열매가 성숙할 무렵 갈라져 잎처럼 되는데 그 모양이 배(주舟)와 닮았다는 것이다.
이 배 모양의 심피 가장자리에 콩알 같은 갈색의 열매가 붙어 있고, 열매 겉껍질에는 그물 모양의 주름이 발달해 있다.
씨의 바깥 껍질은 얇고 그 안에 담황색 씨젖이 있으며, 이를 오동자梧桐子라고 부르며 구워 먹으면 맛이 고소하다.
오동자 안에는 지방 기름(지방유脂肪油)이 37퍼센트 정도 함유되어 있는데, 불건성유不乾性油(불포화지방산의 함유량이 적기 때문에 공기 중에 놓아두어도 산화되거나 굳어지거나 엷은 막을 형성하지 않는 식물 기름)로 단백질 함유량이 약 23퍼센트에 이르고 카페인 caffeine도 들어 있다.
오동자는 한약재로 쓰이며, 폐·신장·심장의 3경經에 들어가서 기氣와 위胃를 순하게 하고 소화를 도우며 위통을 치유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벽오동의 꽃은 오동화梧桐花라 해서 화상을 치료하는데 쓰인다.
건조시킨 벽오동 꽃을 가루로 갈아 화상 입은 자리에 바르면 된다.
○나무 이름의 유래
흔히 심는 오동나무 잎과 비슷하며 잎이 크고 줄기 빛깔이 푸르기 때문에 벽오동碧梧桐이라 불렀다.
오동梧桐이라 하면 벽오동을 말하는 것이고 '오梧'자만 하더라도 '벽오동나무 오'로 읽기 때문에, 이는 흔히 말하는 오동나무가 아닌 벽오동나무를 표현하는 것이다.
벽오동을 한자로 '청오靑梧, 청피수靑皮樹, 청동목靑桐木, 동마수桐麻樹, 이동耳桐, 백오동白梧桐' 따위로 나타낸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동마수'라는 이름은 나무껍질을 섬유로 이용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동桐'자는 '오동나무 동'으로 읽는데, 이 글자는 '나무 목木'자와 '한가지 동同/筒' 두 글자가 모여서 된 것으로, 오동나무의 줄기 속이 비어서 통처럼 되어 있다는 것을 뜻한다.
줄기가 통으로 된 나무란 뜻이다.
≪훈몽자회訓蒙字會≫에서는 '오梧'를 '머귀 오', '동桐'을 '머귀 동'으로 읽는다고 했는데, 머귀나무라 하면 가지에 가시가 있고 잎이 깃꼴(우상羽狀: 새의 깃 모양)로 되어 남쪽 해안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로 오동나무나 벽오동과는 뚜렷하게 구별된다.
지난날에는 머귀나무라 하면 오동나무를 뜻한 적이 있었다.
사전에도 머귀나무는 오동나무의 다른 이름으로 되어 있다.
벽오동은 식물학적으로 오동나무와는 다른 것이지만, '오동'이라는 표현이 서로 같아서 종종 혼돈을 일으킨다.
울릉도가 원산지라고 알려진 참오동나무는 잎 뒤에 흰 털이 빽빽하게 나는 것으로, 한자로 백동白桐, 포동泡桐, 화동花桐이다.
그냥 오동나무라고 하는 것은 잎 뒤에 갈색의 털이 빽빽하게 나는 것으로, 한자는 '오동梧桐'이고 벽오동의 한자 이름과 통한다.
벽오동은 '碧梧桐' 또는 '벽동碧桐'처럼 '벽碧'자를 붙이기 때문에 요즘에는 혼돈이 없지만 예전 기록을 볼 때에는 주의해야 한다.
○≪본초강목≫의 벽오동
오동을 어떻게 해석하느냐 하는 문제가 있다.
오동이 동桐과는 다르다는 내용이 ≪본초강목本草綱目≫에 설명되어 있다.
즉 오동梧桐은 우리가 알고 있는 벽오동을 말하는데, 동桐(오동나무)과 닮았으나 껍질은 푸르고 거칠지 않으며 나무에 마디가 없고 줄기가 곧개 올라간다고 했다.
"나이테(목리木理)는 가늘고 목질은 치밀하다. 잎은 동桐과 닮았으나 크기가 약간 작다. 꽃의 수술은 가늘다. 열매 길이는 10센티미터쯤 되고 여섯 조각으로 되어 있으며, 열매가 익으면 갈라져서 키(기箕: 곡식을 까불러 띠끌 골라내는 도구) 비슷한 모양이 된다. 씨는 이 조각의 가장자리에 2~6개쯤 달리는데, 크기는 작은 콩알만 하며 껍질에 주름이 있고 먹을 수 있다."
벽오동은 늦봄에 잎이 나서 초가을에 떨어지는 것을 볼 때 자람이 빠르며, 새가 씨를 입에 물고 전파시킨다.
산지의 돌 사이에 난 벽오동 목재로 악기를 만들면 특히 그 음향이 뛰어나게 아름답다고 한다.
옛적에 봉황새가 벽오동에 거처한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이 열매를 먹고 살았던 걸까?
둔갑서遁甲書(음양 술수를 바탕으로 하는 병법서)에 보면, 벽오동은 해와 달의 정윤正潤(윤달이 들고 안 들고 하는 것)을 안다고 한다.
벽오동은 잎이 12개씩 달리는데, 아래에서부터 헤아려서 한 장을 한 달로 하고 맨 위쪽의 잎은 12월에 해당한다.
윤달이 들어 있는 해에는 잎이 13개 달리게 된다.
13개 가운데 작은 잎이 윤달에 해당하므로 이를 잘 보면 어느 달이 윤달인지 알 수 있다고 하였다.
가을로 접어드는 입추가 되면 벽오동 잎 한 장이 뚝 떨어지는데, 떨어지는 그 시각이 바로 가을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벽오동 잎 한 장 떨어져서 온 세상이 가을이 되었음을 안다"라고 했다.
한방에서는 환약을 만들 때 그 크기를 벽오동 씨 크기로 한다는 기준이 민간에 전해지고 있다.
오동나무를 말하는 동桐에 대한 ≪본초강목本草綱目≫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동桐은 아침 햇빛을 받는 곳에 심는 것이 좋다. 씨를 심어 자란 것은 한 해에 1~1.2미터쯤 자라고, 뿌리 모나무(묘목)를 심어 자란 것은 1.5~2미터쯤 된다. 잎은 부드럽고 털이 있으며 자람이 무척 빠르다. 잎이 나기 전에 꽃이 피며, 꽃 안쪽은 약간 붉은색을 띤다. 열매는 굵은 대추만 하고 그 안에 2개의 방이 있으며, 방 안에는 살이 있고 살 위에 얇은 조각으로 된 씨가 있다. 가늘고 가벼우며 날개를 달고 있다. 열매가 익으면 갈라져 씨는 바람을 타고 멀리까지 날아간다. 거문고 따위의 악기를 만들면 좋고, 가구재나 옷장 따위로 만들면 벌레가 먹지 않아 좋다. 어린 딸이 있는 집에서는 이 나무를 심을 만하다. 나무가 잘 자라기 때문에 아이가 커서 시집갈 때쯤 되면 옷장을 만들 수 있는 크기가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본초강목≫에는 '벽오동'과 '오동나무'에 대한 과학적인 설명과 재미있는 내용이 있다.
○문헌 속의 벽오동
벽오동은 깨끗하고 귀족적이며 우아한 선비의 나무로 알려져 서당이나 서재 부근에 심었다.
봉황새가 벽오동에만 집을 마련한다는 전설 때문에 이 나무는 더욱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봉황새는 길상吉祥(운수 좋을 조짐)의 상징이고 봉황이 나타나면 천하가 태평하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벽오동은 봉황을 머물게 할 수 있는 선결 조건으로 생각되었던 것이다.
"벽오동 심은 뜻은 봉황을 보려터니 내 심은 탓인지 기다려도 아니 오고 밤중에 일편명월만 빈 가지에 걸렸다"는 옛 시조가 이것을 말해준다.
이 시조에서는 세상의 어지러운 일과 인연을 끊은 텅 비어있는 상태의 고귀한 심정을 엿볼 수 있다.
벽오동과 봉황새의 관련성은 또 다른 역사적 사실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경남 함안은 옛 가야의 도읍지였다고 하며,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에 다음 내용이 들어있다.
"고목이 푸르디 푸르게 길가를 덮었는데 (고수창창압로방 古樹蒼蒼壓路傍)
지금까지 남은 풍속에는 오얏나무라 부르네 (지금유속이위명 至今遺俗李爲名)
길 가는 사람이여 예사롭게 보지 마소 (행인차막심상간 行人且莫尋常看)
자라난 후손들이 낙성에 가득하이 (생장손지만락성 生長孫枝滿洛城)"
오래된 큰 나무들이 울울창창하게 길가에 우거져 있다는 표현은 숲속 천년의 도읍을 말해준다.
지금은 그 좋은 숲들이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으나, 한때 황홀한 문화가 장엄한 숲속에서 자라나고 있었던 모양이다.
합안 읍지에 조선 중기의 문신 정구鄭逑(1573~1620)가 오동숲(오동림梧桐林)과 대숲(죽림竹林), 그리고 버들숲(유림柳林)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 이유인즉 함안 뒷산은 풍수지리상 비봉형飛鳳形이어서 봉황새가 오래 머물지 않고 쉬 떠나는 형상이라, 도읍의 계속되는 융성을 꾀하자면 봉황새를 그곳에 머물도록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구는 그곳을 다스리는 기틀로서 흙을 모아 봉황새의 알(난卵)을 만들고, 고을의 동북방에 벽오동 천 그루를 심어 대동수大桐 藪(큰벽오동숲)라 이름 짓고, 대산리大山里에 대숲을 만들었다.
봉황은 벽오동숲에 집을 짓고 대나무 열매를 먹이로 하는 까닭에 이렇게 해놓으면 봉황이 그곳을 떠날 필요를 느끼지 않게 된다.
그래서 비봉飛鳳을 끝까지 그곳에 머물게 하도록 했다는 풍수신앙의 걸작품이 만들어진 것이다.
"오동나무 가지가 이미 시들어떨어졌으니, 대나무 열매는 누구를 위해서 달려 있는가(오지이조락梧枝已凋落 죽실위유존竹實爲誰存)"라는 시의 한 토막은 봉황의 먹이가 대나무 열매임을 말해준다.
그 이유가 어떻든 간에 벽오동숲과 대숲이 만드어진 것은 고마운 일이고, 풍수지리에 관련해서 조림이 된 것은 우리 선조들이 잘한 일이고 우리의 자랑이라고 할 수 있다.
오동나무가 악기 재료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벽오동 역시 거문과와 비파를 만드는 재료로서 귀중하게 여겨졌다.
'사동絲桐'이라 하면 벽오동나무로 만든 거문고를 뜻한다.
중국 후한 말의 인물 왕찬王粲의 칠애시七哀詩에서는 "한밤중 잠을 이루지 못하여 일어나서 옷을 단정히 입고 거문고를 탄다. 사동은 사람의 정을 일깨워서 나로 하여금 슬픔에 잠기게 한다(섭의기무금攝衣起撫琴 사동감인정絲桐感人情 위아발비음爲我發悲音)"
이처럼 벽오동의 목재는 악기재로서 그만이었다.
○가을의 벽오동
벽오동은 예로부터 쓸쓸한 가을 풍경이나 사람의 마음을 울적하게 하는 밤비 소리와 어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적막하게 성숙해가는 냉각의 생리를 품는 것으로 비춰졌나 보다.
"벽오동 한 잎 떨어짐으로써 이 세상에 가을이 온 것을 알았노라 (오동일엽락梧桐一葉落 천하진지추天下盡知秋)"라는 너무나 유명한 대목이 생각난다.
벽오동이나 오동나무는 가을의 정경과 왜 그리도 밀접했을까?
이백李白의 시에도 벽오동을 가을과 연관시킨 대목이 있다.
"사람 집 연기는 귤나무 사이에 차갑고 (인연한귤유 人煙寒橘柚)
늙은 벽오동은 가을빛을 머금고 있더라 (추색노오동 秋色老梧桐)"
한편 당나라 시에는 "이슬 떨어져 오동잎 소리내어 울고, 가을바람에 계수나무 꽃 피었다. 그곳에 신선 같은 사람이 있어, 밝은 달밤에 퉁소를 즐긴다(노적오엽명露滴梧葉鳴 추풍계화발秋風桂花發 중유학선인中有學仙人 취소농명원吹簫弄明月)"라고 하는 것이 있어 벽오동이 어떤 상황과 조화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창밖에 비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은, 벽오동나무 잎 두들기는 빗소리 때문이라(격창지유우隔窓知有雨 성재벽오동聲在碧梧桐)" 하는 것도 빗소리의 차분한 분위기와 벽오동을 연결해주고 있다.
또한 "뜰에 서 있는 벽오동은 가을에 놀라네, 오늘 아침 갑절이나 서글퍼진다 (추경정상오秋驚庭上梧 금조배추창今朝倍惆悵)"라는 내용을 볼 때, 옛적의 시와 문장을 다루는 선비에게 벽오동은 결코 화려한 존재가 되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벽오동의 신록이 학문하는 사람의 방문 앞을 시원하게 해준다는 글도 있다.
고려 말 문신 이색李穡은 "대숲을 지난 찬바람이 방안으로 들어오고, 창밖 벽오동 푸른 잎은 햇볕을 가리웠더라(한성입선풍고죽寒聲入搧風敲竹 취영당창일전오翠影當窓日轉梧"라고 하여 나무와 숲이 인간의 고결한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알려주고 있다.
조선 중기의 문신 기준奇遵이 지은 '실상사實相寺'란 제목의 시 한 토막에 "찬 못에 햇빛이 쪼이니 고기들이 희롱을 하고, 벽오동에 가을이 깊으니 새들도 머물지 않더라(한담일조어상희寒潭日照魚相戱 벽수추심조불서碧樹秋深鳥不棲)"라는 구절이 있어 벽오동의 조락凋落(시들어떨어짐)과 성숙, 심화深化( 정도나 경지가 점점 깊어짐)의 생리에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람들이 벽오동을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무덤가에 심어진 벽오동
중국에서는 예전에 묘지 주변에 벽오동을 심었던 모양이다.
왜 묘지에 심었는지 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벽오동이 깨끗한 나무이고 오래 살고 상서로운 봉황새가 깃들며 계절의 변화를 잘 알려주는 나무인 것을 보면 이 나무를 심을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었을 것이다.
묘지 안의 영혼이 좋아할 수 있는 속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큰 잎으로 더운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을 부채질하고, 겨울에는 잎을 떨어뜨려서 따뜻한 햇볕을 땅 위로 내려보내기에 더욱 그러하다.
벽오동을 묘지에 심었다는 내용을 <공작동남비孔雀東南飛>라는 중국의 긴 고전시에서 읽을 수 있다.
이 시는 또한 '초중경焦仲卿의 처妻'라고도 한다.
3세기 초 후한 말 무렵 중국 안후이성(안휘성安徽省)에서 살고 있던 하급공무원 초중경의 처였던 유난지劉蘭芝가 시어머니에게서 쫓겨났는데, 그녀는 친정에서 지내며 개가하지 않기로 맹세했다.
그런데 그녀의 오빠가 개가할 것을 강요하다시피 하자, 그녀는 남편의 사랑을 생각다 못해 결국 결혼식 전날 밤 물에 몸을 던져 생애를 마치고 만다.
이 소식을 들은 남편도 슬픔을 이겨낼 수 없어서 뜰 안에 있는 나무에 목을 매어 죽게 된다.
그 당시 사람들이 이 사연을 듣고 지은 시가 바로 <공작동남비>이다.
350줄이 넘는 길이가 긴 이 시는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구박하는 가정생활의 비애를 지적하고 있다.
그 시가 너무나도 유명하기에 원문 한자는 생략하고 서두 몇 줄만 소개한다.
"열세 살에 비단을 잘 짜고
열넷에 옷을 마련했고
열다섯에 비파를 탔으며
열여섯에 시경詩經과 서경書經을 암송하고
열입곱에 당신의 처가 되었다.
마음속에는 항상 고통이 있었다.
당신은 관리가 되어
하는 일에만 충실했다.
천첩賤妾은 빈 방만 지키고
서로 만날 기회가 거의 없었다.
새벽 닭소리에 베틀에 앉고
한밤중까지 쉴 사이가 없었다.
사흘에 다섯 필의 비단을 짰는데도
시어머니는 늦다고 야단이다."
벽오동은 저 먼 남쪽 베트남까지 자라고 있고 중국 본토에도 많다고 한다.
씨를 뿌리면 번식이 잘 된다.
벽오동이 자랄 수 있는 곳은 오동나무도 잘 자랄 수 있다고 본다.
이는 "오동나무나 벽오동은 양지쪽을 좋아하고 땅이 깊은 평지가 알맞으며 습기가 적은 땅은 좋지 않다(동양목야桐陽木也 의평원宜平原 향양지지向陽之地 동지성불내저습桐之性不耐低濕 유희고평지지惟喜高平之地, 악음한惡陰寒 희명난喜明暖)"라고 하는 기록을 보면 알 수 있다.
또한 "벽오동은 뜰 동쪽에 심는 것이 좋고, 나뭇가지에 걸리는 초승달을 즐기는 것이 좋다(벽오동碧梧桐 의종동정宜種東庭 선애초월先愛初月)"라고 했으니, 우리나라의 따뜻한 남쪽 지방에서는 한 그루의 벽오동을 심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출처
1. 임경빈 저, 이경준·박상진 편, 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2, 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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