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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51 - 복사나무

새샘 2025. 6. 26. 15:47

복사나무 열매 복숭아(출처-출처자료1)

 

화사한 분홍 복사꽃을 노래한 수많은 시가가 있으며, 열매인 복숭아는 대표적인 전통 과일이다.

그러나 귀신이 싫어하는 나무로 알려져, 제사를 모셔야 하는 집안에서는 심지 않는다.

 

장미과 벚나무속의 갈잎 넓은잎 작은키나무이며, 한반도를 비롯하여 중국과 일본에서 과실나무로 널리 재배한다.

 

학명은 프루누스 페르시카 Prunus persica, 영어는 peach (tree)또는 common peach, 한자는 도桃 또는 선과수仙果樹로 쓴다.

 

 

○고향의 복사나무

 

나의 살던 고향은 말 그대로 꽃피는 대궐이었다.

그때 필자 또래는 자연이 추대해준 왕의 아들딸이었다.

우리는 여섯 살, 일곱 살짜리 서너 명이 작당해서 뒷산에 올라 파도처럼 밀려오는 봄기운을 내려다보는 맹랑하고 놀라운 아이들이었다.

검정 고무신이면 그만이었고, 발걸음은 날 것같이 가벼웠다.

 

진달래꽃 가지를 꺾어 만든 다발은 불방망이처럼 보였다.

이때가 되면 지난해 봄 때처럼 우리는 소리치면서 산마루를 주름잡았다.

꽃을 한 아름 안고 있다는 건 자랑이었고 영광이었다.

산마루에서 내려다보이는 우리의 산골 마을엔 살구꽃, 복사꽃이 한창 피고 있었다.

온통 불바다 같은 꽃밭에 둘러싸여 있는 동네였다.

봄이 되면 만발한 복숭아꽃을 여기저기에서 볼 수 있었다는 건 무척 행복한 일이었다.

 

어느 모로 보아도 우리 동네의 봄은 복사꽃과 더불어 시 한 수를 생각나게 하는데 넉넉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내가 초가집에 산 지 이미 오래 되었는데 (모옥주래구 茅屋住來久)

 산이 깊어서 찾아오는 사람 없어 문은 늘 닫혀 있는 것과 다름없네 (산심인폐문 山深人閉門)

 풀은 우거져 우물을 덮었고 (초생수정구 草生垂井口)

 떨어진 복사꽃잎은 봄바람에 날려 울타리 아래 쌓였네 (화락옹리근 花落擁籬根)

 암탉은 병아리를 몰아 뜰안으로 들어오고 (입원장추조 入院將雛鳥)

 원숭이는 새끼를 안고 담쟁이덩굴을 타고 있네 (반라포자원 攀蘿抱子猿)

 어느 때인가 도인이 와서 말하기를 (증봉이인설 曾逢異人說)

 이러한 풍경은 흡사 도원경을 닮았다고 했다 (풍경사도원 風景似桃源)"

 

꽃대궐 같은 동네라면 무릉도원武陵桃院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꽃을 보고 도원경을 떠나 또 어느 때 다시 오시겠소(간화출동기시회 看花出洞幾時回).

평안히 잘 가시오 손님이여.

제발 소문만은 내지 말아 더 이상 이곳을 찾는 이 없게 해주오.

꽃잎아 자랑 마라.

어자漁子(고기 잡는 사람) 알까 두렵다.

 

필자는 이 시를 보며 내가 살던 고향을 그리워하곤 한다.

더욱더 아름다운 추억으로 고향을 생각하고 싶다.

 

 

○고향의 복사나무

 

복사나무에는 타락한 여색을 상징하는 언령신앙言靈信仰(사람의 말에는 영혼이 깃들어 있어 불가사의한 힘이 있다는 믿음) 같은 것이 있어 집안에 심어서는 안 된다는 믿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나무와 소나무는 사람을 청아淸雅하게(속된 티가 없이 맑고 아름답게) 만들지만, 복사나무는 사람을 천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달밤에 복숭아를 먹어라"라는 말에는 징그러운 복숭아 벌레를 보지 않고 먹어서 복숭아처럼 아름다워지겠다는 처녀의 소원이 담겨 있다.

아름다운 것을 먹으면 아름답게 된다는 이류보류以類補類(비슷한 것들은 서로 몸을 좋게 해준다)의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눈이 큰 잠자리를 구워 먹으면 시력이 좋아진다는 것과 비슷한 이야기다.

우리 조상들은 시력이 나빠졌을 때 실제로 잠자리를 잡아먹기도 했다.

 

복숭아의 모양과 성질이 여자 신체의 비밀스런 부분과 흡사하다고 본 옛사람들은 복숭아를 음양사상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이런 생각은 이후 사람들에게 그대로 이어졌다.

이런 것 저런 것을 모두 생각해볼 때 복숭아는 다소 고상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뿌리내린 것 같다.

 

'복사나무 도桃'라는 한자는 '나무 목木'자와 '조짐 조兆'자로 구성되는데, 조짐(징조)이라 하는 것 가운데 여자가 임신을 하면 먼저 신 과일(산과酸果) 중 하나인 복숭아를 즐겨 먹게 되고, 이렇게 하여 복숭아는 임신을 상징하는 것이 되었다.

따라서 '복사나무 도桃'자는 임신과 생명의 탄생인 출생을 상징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귀신이란 것은 죽음을 다스리는 자로서, 죽음과 출생은 서로 상반되는 것으로 귀신은 출생을 극히 무서워했고 따라서 복사나무를 무서워하게 되었다.

복사나무 가지로 빗자루를 만들어 집안과 뜰을 쓸면 잡귀신이 모조리 쫓겨나는 것으로 믿고 있는 습속이 이를 잘 말해준다.

 

이와 달리 '복사나무 도桃'자의 '조兆'자가 조짐, 즉 '어떤 기미'라는 뜻으로 쓰여진 것이 아닌 '하나가 둘로 갈라진 것'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기도 하는데, 복숭아 열매의 속씨가 익으면 둘로 벌어지는 상황을 조兆로 나타낸 것이라는 이야기다.

씨가 갈라지면 그 속에 들어 있는 속씨(인仁)가 나타나게 되는데, 이러한 모양을 여자의 음부에 결부시켜 복숭아를 여성, 애정, 또는 임신 따위로 표현하였다.

 

호두를 뜻하는 호도胡桃에도 '도桃'자가 들어가는데, 호도 역시 그 구조가 둘로 갈라지게 되어 있다.

앵두나무의 한자인 앵도櫻桃의 '도桃' 앞에는 '앵櫻'이라는 형용사가 붙어 있는데 '영嬰'은 어린애를 말하며, 따라서 앵도라는 것은 작은 복숭아(소도小桃) 또는 어린 복숭아를 뜻한다.

 

한편 '조兆'는 많은 수를 뜻하고 복사나무는 열매를 많이 단다고 해서 '도桃'가 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이처럼 '도桃'자의 유래에 대해서는 '상징', '갈라짐', '많은 수'라는 세 가지가 있다.

어느 하나를 택할 것이 아니라 모두를 포용하여 복사나무를 풀이해주는 것은 어떨까?

 

 

○사악한 것을 물리치는 복사나무

 

창덕궁 돈화문 안의 개복숭아(출처-출처자료1)

 

우리나라에서도 그렇지만 옛날 중국에서는 서기전부터 복사나무를 신령스러운 나무라고 믿고, 복사나무에는 요사스러운 기운을 쫓아내고 잡스러운 귀신을 억누를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믿었다.

하늘의 해를 화살로 쏘아 떨어뜨릴 수 있을 만큼 큰 힘을 가진 예羿가 가정불화로 난폭무도했는데, 복사나무 가지로 만든 막대기로 매를 맞아 끝내 죽음을 당했다는 이야기가 ≪회남자淮南子≫라는 책에 실려 있다.

이러한 일이 있고 나서부터 귀신이 복사나무를 무서워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벽사辟邪(사악한 것을 물리침) 신앙은 한漢나라 왕궁 연중행사의 하나가 되어, 정월 묘시卯時(오전 5시~7시) 복사나무 가지로 막대기를 만들어 잡귀신을 쫓아내는 의식이 행해졌다.

 

복사나무가 잡귀신을 쫓아낸다는 이러한 생각이 좀더 확대되어 좋은 귀신을 모시는 데에도 복사나무를 멀리해야 한다는 믿음을 만들게 되었다.

사람이 죽으면 귀신이 되는데, 사실 털어서 먼지 하나 안 나는 사람 없다고, 좋은 귀신이라 하더라도 털어보면 좋지 않은 점도 있고 해서 좋다는 귀신도 뒤가 염려되어 복사나무를 무서워했던 것이다.

따라서 제사상에는 복숭아를 올려놓지 않는다.

조상의 영혼이 복숭아 때문에 찾아올 수 없다면 자손이 제사상을 차린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집안에 복사나무가 서 있기만 해도 좋은 신이나 나쁜 신이나 가까이 하기를 꺼려한다는 것이다.

복사나무는 이러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생각되기도 했다.

 

복사나무의 귀신을 쫓아내는 힘에 대해서는 중국 명나라 때의 식물학 사전 ≪본초강목本草綱目≫에도 기록되어 있다.

이 책에 따르면 당시의 복숭아는 지금의 것처럼 맛 좋은 것이 아니라, 매우 시고 먹고 난 뒤에도 속이 편치 않아 귀신이 복숭아를 무서워했다고 한다.

 

이와 같은 기록은 식물학 사전으로서는 문제가 없지 않지만, 책에 설명된 다음과 같은 '도桃'자의 유래에 대해서는 수긍이 간다.

 

"복사나무로 말하면 열매를 많이 맺고 심으면 싹이 잘 트고 또 잘 자란다. 그래서 복사나무 '도桃'자는 '나무 목木'변에 '많을 조兆'를 곁들여 만든 것이다."

 

또한 이 책에는 '도인桃仁'은 여름철 성숙한 복숭아에서 씨를 얻은 것으로 약으로 쓰며, 어혈瘀血을 삭히는데 효과가 있고, 생리통과 변비를 고치는데 좋다고 한다.

어혈이라 하는 것은 타박상 따위로 피가 뭉쳐서 잘 돌아가지 못하는 나쁜 피를 말한다.

접을 붙여서 개량한 복사나무에서 도인을 얻을 것이 아니라 실생묘實牲苗(씨가 싹이 터서 난 모나무)로 키운 재래종 도인이 더 효과적이라 한다.

 

우리나라 동화에 '해님 달님'이 있듯이 일본의 오래된 동화 가운데 '모모타로(도태랑桃太郞)가 있다.

모모타로는 복숭아 열매 속에서 태어난 기운 세고 용감한 아이가 커서 못된 귀신을 소탕한다는 줄거리다.

이 동화에서는 복숭아가 남자아이를 분만했다고 하였는데, 그렇다면 북숭아는 여성을 뜻하는 것으로 그 아이는 복숭아의 변신이라고 볼 수 있다.

음양으로 따진다면 복숭아는 양陽이 아니라 음陰의 성질을 지니고 있다.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시집 ≪시경詩經≫에서 '요도夭桃'라 한 것은 젊은 여자를 상징한 것 같다.

 

"술에 곯아 오장이 피로해서 (신상오로이병주 身上五勞仍病酒)

 창 아래 요도가 있지만 그 꽃을 등지고 잠든다 (요도창하배화면 夭桃窓下背花眠)"

 

예전 일본 조정의 행사로 '헌장獻杖'이 있었는데, 이 의식은 중국 한나라 또는 당나라 시대의 의식을 본받은 것으로, 정월 묘일卯日에 복사나무 막대기를 바치는 의식이었고, 그 목적은 역시 나쁜 귀신을 몰아내는데 있었다.

 

복사나무가 이러한 힘을 갖게 된 이유의 하나로서 ≪본초강목≫의 내용을 들 수 있다.

복사나무는 다산多産을 상징하는데, 귀신은 많은 사람들의 힘을 무서워해 이 나무를 기피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아무리 강해도 여러 놈에게는 쫓긴다는 중과부적衆寡不敵의 원칙이 귀신 사회에도 통용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복숭아와 시

 

활짝 핀 복사꽃(출처-출처자료1)

 

≪시경≫에 나오는 복사나무 노래는 너무나도 유명하다.

이 아름다운 시의 주인공은 복사꽃으로 표현된 아름답고 싱싱한 젊은 여자아이다.

시집갈 날을 앞둔 처녀를 생각나게 하는 노래다.

 

"복사나무의 우거짐이여 (도지요요 桃之夭夭)

 그 꽃의 아름다움이여 (작작기화 灼灼其華)

 복사나무의 우거짐이여 (도지요요 桃之夭夭)

 열매의 토실토실함이여 (유분기실有蕡其實)

 복사나무의 우거짐이여 (도지요요 桃之夭夭)

 그 잎의 싱싱함이여 (기엽진진 其葉蓁蓁)"

 

복숭아나 복사나무는 흔히 행복과 부귀를 상징하는데 쓰이고있다.

어릴 때 아버지에게서 배운 다음 두 줄의 시가 잊혀지지 않는다.

이 시는 정몽주가 1377년 의성 북루에 올라 지은 작품인 <정사삼월우중등의성북루丁巳三月雨中登義城北樓> 속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필자는 아직까지 이 시를 그 어떤 책에서도 읽어보지 못했다.

 

"초록풀은 마을과 마을 사이에 이어 있고 (초색청연역로 草色靑連驛路)

 복사꽃은 따스하게 지붕을 덮고있다 (도화난복인가 逃花蘭覆人家)"

 

이 시는 풀과 복사꽃, 이어짐(연連)과 덮음(복覆), 그리고 길(역로驛路)과 인가人家가 서로 대조를 이루어 완벽한 구성을 보여준다.

무르익어 오는 봄기운이 눈에 선하게 보인다.

"산에 오르니 봄은 들에 있고, 들로 내려오니 봄은 산에 있더라(둥산춘재야登山春在野 하야춘재산下山春在山)"하는 광경과 통하고 있지 않은가?

봄은 위에도 있고 아래에도 있고, 앞에도 뒤에도 있다.

 

복사나무는 화사한 봄날에 눈부시게 빛을 내는 꽃의 염태艷態(아리따운 모양이나 태도)도 좋지만, 오히려 화사함은 봄비에 젖은 것이 더 어울린다.

정중정靜中靜(고요 속의 고요)의 아름다움이 연출된다.

아름다운 한시 한 편을 소개해본다.

 

"봄에 오는 수심을 어디에서도 피할 수 없는 처지인데 (하지피춘수 何地避春愁)

 나의 인생 나그네 길을 회상해 본다 (종년억만구유 終年憶萬舊遊)

 고향은 천지 밖 저 먼 곳에 있고 (일가천리외 一家千里外)

 새벽에는 뭇새들의 지저귀는 노랫소리를 듣고 (백설오경두 百舌五更頭)

 지금 나그네 길에서 마구 봄비를 맞는다 (객로편봉우 客路偏逢雨)

 누각에 올라 바라보아도 보이지 않는 고향은 멀고 (향산불입루 鄕山不入樓)

 고향집 뜰의 복사나무와 오얏나무의 꽃피는 때가 생각난다 (고원도이화 故園桃李花)

 이수만 동쪽(고향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수향동류 伊水向東流)"

 

시에서 노래한 것처럼 비에 젖은 여로旅路에서 고향의 복사꽃, 오얏꽃을 추억에 담아본다는 것은 무얼 의미할까?

오만 간장이 타는 것 같다.

필자도 이러한 생각에 종종 젖어보고 싶다.

고향을 생각할 때 고향의 꽃을 되새겨본 적이 있는가?

 

"봄날 놀이에 함께하는 친구가 있음을 기쁘게 여기나 (춘유환유객 春遊歡有客)

 봄 저녁에는 나의 야인野人됨을 다시 되살려 본다 (석침부무의 夕寢賦無衣)

 푸른 강물에는 얼음덩이가 흐르는 새봄인데도 (강수대빙록 江水帶氷綠)

 복사꽃은 봄비에 젖어 날고 있구나 (도화수우비 桃花隨雨飛)
 결玦(옥으로 만든 패)을 호수에 버린 야인野人의 마음을 깊게 생각해 보면서 (구가유심의 九歌有心意)

 나도 이에 옥패를 버리고 나의 길로 돌아가고 있는 게 아닌가 (연패내언귀 捐佩乃言歸)"

 

이처럼 복사꽃은 비와 함께하면 더욱 좋다.

"복사꽃이 가랑비 속에서 울고 있다(도화읍세우중桃華泣細雨中)"라는 정경은 우리네 선조들이 보아온 요염한 여자의 아름다움의 극치였다고 할 수 있다.

 

"버들잎은 빗속에서 더욱 푸르고 (류색우중신 柳色雨中新) 

 복사꽃은 빗속에서 허물어져 가누나 (도화우중락 桃花雨中落)

 다같은 봄비 속에서 (일반춘우중 一般春雨中)

 성하고 기울어짐이 애석해서 견디기 어렵구나 (영췌자감석 榮悴自堪惜)"

라는 시도 이 세상의 돌고 도는 무상無常(덧없음)을 표현하고 있다.

 

 

○필자가 해외에서 만난 복사나무

 

만첩홍도 꽃(출처-출처자료1)

 

필자가 복사나무 벌판을 본 것은 미국 조지아주 State of Georgia에서 있다.

미국은 주마다 그 주를 상징하는 새, 꽃, 나무 그리고 별명을 갖고 있다.

소나무를 주의 나무로 하고 있는 곳은 앨라배마주 State of Alamaba, 아칸소주 State of Arkansas, 노스캐롤라이나주 State of North Carolina를 들 수 있다.

또 뉴멕시코주 State of New Mexico는 피논소나무 pinyon pine, 메인주 State of Maine와 미시간주 State of Michigan는 스트로브잣나무 white pine 등, 단연코 소나무류가 대거 주의 나무로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참나무 oak tree 종류를 주의 나무로 택한 곳은 한 곳도 없고, 다만 조지아주를 별칭으로 복사나무 주 The Peach State라고 부르고 있다.

 

1958년 초봄, 조지아주를 자동차로 지나갈 때 복사나무 꽃밭이 끝없이 이어지는 것을 보았다.

그렇게나 많고 넓을 수가 없었다.

세계에서 그곳보다 복사나무가 많은 곳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곳은 온통 복사나무의 꽃구름을 덮어쓰고 있는 것과 다름 없었고, 따라서 조지아주는 복숭아를 대표하는 주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조지아주에는 복사나무 시 Peachtree City가 있으며, 새샘은 미국 여행 때 이곳을 들린 적이 있다.

복숭아를 볼 생각이 있다면 봄에 자동차로 조지아주를 여행해볼 만하다.

 

한편 눈을 중국 대륙으로 돌려보면, 쓰촨성(사천성四川省) 청두(성도成都)에 있는 두보초당杜甫草堂 시절의 시작詩作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 두보는 사면을 받은 이태백李太白의 신상을 걱정하고 있을 때였다.

전쟁과 기아에 시달린 두보는 일단 이 초당에서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내가 심은 도리나무 주인 없는 것은 아니고 (수종도리비무주 手種桃李非無主)

 생울타리 비록 낮아도 이는 나의 집이다 (야노장저환사가 野老牆低還似家)

 어디서 짖궂은 봄바람 (흡사춘풍상사득 恰似春風相欺得)

 밤새 불어불어 복사꽃 가지 꺾어버렸네 (야래취절수지화 夜來吹折數枝花)"

 

담장이 낮았기 때문에 봄바람이 쉽사리 들어갈 수 있었다는 건가?

그래서 그 집은 주인이 있었는데 그렇게 무례하게 쳐들어가 복사꽃 가지를 꺾어놓을 수 있었다는 말인가?

두보는 이곳에서 호젓한 전원생활을 즐겼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타향이었다.

 

그러나 복사나무는 지난날 우리나라에서 큰 관심거리가 되지 못했던 것 같다.

현재 맛볼 수 있는 맛있는 열매를 가진 복숭아 품종이 개발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고, 전에는 먹음직한 것이 못 되었다는 데에도 이유가 있지만, 그보다도 조상을 높여 소중히 섬기는 숭조사상崇祖思想이 뿌리 깊었던 우리나라에서 신령을 물리친다는 복숭아를 회피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한편 ≪산림경제山林經濟≫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어 복숭아가 과일로서도 좋고, 병을 다스리는 데에도 효과가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복사나무는 마땅히 빽빽하게 심어서 가꾸는 것이 좋으며(식도의밀食桃宜密), 열매에는 독이 없고 순하며 심장과 뱃속의 응어리를 풀어준다(무독지상기파통無毒止上氣破痛). 열매 안에 들어 있는 속씨(인)을 먹으면(기인其仁) 피부에 몰리는 피, 즉 어혈을 풀고(역파혈亦破血) 가슴과 배의 통증을 다스린다(지심복통止心腹痛)."

 

※출처
1. 임경빈 저, 이경준·박상진 편, 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2, 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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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6. 26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