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면역학의 탄생과 발전 과정 4: 백신의 원리를 깨우치다 본문

1980년대 초, 평범한 화학 교수였던 프랑스 France의 루이 파스퇴르 Louis Pasteur(1822~1895)가 양조업자의 부탁으로 맛이 시큼하게 변해버린 포도주(와인 wine) 연구를 시작하면서 면역학의 위대학 역사가 시작되었다.
파스퇴르는 정상적인 포도주의 신맛이 나는 포도주 속에서 서로 다른 모양의 미생물微生物 microorganisms(microbes)이 서식하는 것을 발견했고, 미생물에 의해 술맛이 변질된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미생물이 우리와 무관한 그림자 같은 존재가 아니라, 인간과 인간이 먹는 음식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존재임을 깨닫기 시작한 중요한 순간이었다.
당시 과학자들은 생물들이 부모가 없어도 자연에서 스스로 생긴다는 것으로 믿었다.
이것을 자연발생설自然發生說 spontaneous generation이라고 한다.
하지만 파스퇴르는 공기는 자유롭게 출입이 가능하지만 미생물은 통과할 수 없는 백조 목 플라스크 swan-necked flask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 미생물이 스스로 발생할 수 없으며 반드시 부모 미생물의 번식과 전파를 통해 생겨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파스퇴르의 생각이 의학계에 서서히 받아들여지면서 미생물의 전파를 막으면 질병을 피할 수 있으며, 몸 안의 병원성 미생물을 제거함으로써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류가 깨닫게 되었다.
곧이어 파스퇴르는 의학사를 뒤바꾼 위대한 진실을 마주했다.
1879년 파스퇴르는 닭이 걸리는 닭콜레라(가금콜레라) fowl cholera 또는 조류콜레라 avian cholera를 연구 중이었다.
그는 콜레라에 걸린 닭의 세균을 배양해 그중 하나를 건강한 닭에 주사했다.
배양한 세균이 코흐의 가설 Koch's postulates에 부합하는지 실험하는 과정이었다.
주사를 맞은 실험용 닭이 콜레라에 걸리자 질병의 원인균을 찾았다고 생각한 파스퇴르는 조수에게 나머지 다른 균들도 닭들에게 주사하라고 지시하고 잠시 휴가를 떠났다.
하지만 휴가를 다녀온 파스퇴르는 다른 균들이 주사되지 않고 그대로 방치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착오가 있어 다른 세균들이 닭들에게 주사되지 않았던 것이다.
파스퇴르는 거의 1주일 동안 방치되었던 균들을 폐기하지 않고 원래 계획대로 닭들에게 주사했다.
하지만 주사를 맞은 닭들에게 아무 문제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자 파스퇴르는 균이 장기간 방치되는 바람에 독력毒力 virulence을 잃고 변질되었다고 생각했다.

파스퇴르는 실험을 다시 시작했다.
닭콜레라균을 새로 배양해 실험용 닭들에게 주사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일이 일어났다.
대부분의 닭들이 닭 콜레라에 걸려 죽어갔지만 일부 닭들은 멀쩡했다.
왜 어떤 닭은 죽고, 어떤 닭은 멀쩡한 것일까?
파스퇴르는 이내 멀쩡한 닭들의 공통점을 찾아낼 수 있었다.
그 닭들은 예전에 실수로 변질된 균(독력이 약해진 균)을 주입했던 닭들이었다.
파스퇴르는 자신이 엄청난 사실을 알아냈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의 머리 속에 천연두접종 variolation과 우두접종 vaccination이 떠올랐다.
파스퇴르는 자신의 닭콜레라균이 상온에 방치되는 과정에서 독력이 약해졌으며, 독력이 약해진 세균을 맞은 닭들이 콜레라에 다시 걸리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약해진 균 자체가 바로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물질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놀라운 원리를 깨닫게 된 파스퇴르는 예방물질의 이름을 백신 vaccine, 예방물질을 투여하는 것을 예방접종 vaccination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파스퇴르는 세균의 독소를 어느 정도 약하게 만들어야 효과적인 백신이 되는지 확인이 필요했다.
그래서 그는 코흐 Koch가 발견한 탄저균炭疽菌 Bacillus anthraics을 이용해 다양한 백신 시험을 실시했다.
탄저병 anthrax은 동물의 질병이기 때문에 실패의 부담이 적었기 때문이다.
공기에 오랫동안 방치하는 방법, 화학약품으로 처리하는 방법, 고온으로 가열하는 방법을 포함하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탄저균을 약하게 하는 최적의 방법을 찾아낸 파스퇴르는 1881년 5월 탄저병 백신이 완성되었음을 발표했다.
하지만 그의 백신을 여전히 못미더워하는 의학자들이 많았기 때문에 파스퇴르는 백신의 효과를 공개적으로 검증하기로 결정했다.

파스퇴르 연구팀은 미리 24마리의 양을 골라 15일 간격으로 탄저병 백신을 접종해두었다.
백신 공개 검증의 날, 백신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수많은 취재진과 의학자, 정치가들이 농장으로 몰려들었다.
파스퇴르 연구진은 백신을 맞았던 양 24마리와 맞지 않았던 양 24마리에게 동시에 탄저균을 주입했다.
결과는 끔찍하리만큼 분명했다.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양들만 탄저병으로 처참하게 죽어갔던 것이다.
연구 결과에 놀란 대중 언론(매스컴 mass communication)은 파스퇴르의 연구를 칭송하기 시작했고 그는 단번에 인류를 질병에서 구원할 영웅 과학자가 되었다.

탄저균 백신 공개 검증이 있었던 그 해, 파스퇴르는 광견병 백신 rabies vaccine이라는 또 하나의 위대한 도전에 나섰다.
광견병狂犬病 rabies은 광견병 바이러스 ravies virus에 감염된 동물에게 걸려 걸리는데, 초기 증상은 감기와 비슷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바이러스가 뇌를 감염시키면서 서서히 불안함, 흥분, 마비, 물에 대한 공포증 따위가 나타난다.
그리고 증상이 발생한 지 일주일 정도 지나면 혼수 상태에 빠지고 곧이어 호흡 마비가 나타나 거의 100퍼센트 확률로 사망했다.
당시엔 '바이러스'라는 단어가 등장하기도 전이었기에, 파스퇴르는 광견병을 일으키는 병원체를 현미경으로 관찰할 수 없었고, 세균처럼 배양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파스퇴르에겐 백신 개발에 필요한 참신한 생각(아이디어 idea)이 있었다.
광견병에 걸린 동물들의 독특한 증상이 그들의 중추신경계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었기 때문에, 파스퇴르는 원인 미생물이 동물의 뇌와 척수에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탄저균 백신 개발에 성공한 지 3년도 지나지 않아 파스퇴르 연구팀은 광견병 백신을 만드는 방법을 찾아냈다.
그것은 광견병으로 죽은 토끼의 척수를 공기 중에 2주 동안 말린 뒤 분말로 만드는 것이었다.
이렇게 만든 광견병 백신으로 많은 개들이 효과를 보았다.
하지만 광견병에 걸린 동물에게 물리면 사람도 광견병에 걸릴 수 있기에 파스퇴르는 궁금했다.
"이 백신을 사람에게 접종해도 될까?"
그동안은 동물이 대상이었기 때문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크지 않았지만 광견병 백신을 인간에게 접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인체 실험이 필요했다.
하지만 파스퇴르는 의사가 아니라 화학자였기 때문에 스스로 백신을 주사할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백신의 효과에 확신을 갖지 못하는 동료 의사들에게 접종을 부탁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때 우연한 기회가 찾아왔다.
1885년의 어느 날, 조제프 메스테르 Jeseph Meister라는 소년이 광견병에 걸린 개에게 여러 군데를 물려 어머니와 함께 파스퇴르를 찾아왔다.
연구소에서 함께 백신 실험을 했던 일부 동료들은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추가 연구를 더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파스퇴르는 긴 고민 끝에 자신이 만든 광견병 백신을 소년에게 주사하기로 결정했다.
만약 백신이 실패하면 그동안 그가 쌓아온 명성이 한순간에 사라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조심스럽게 용량을 늘려가며 13회에 걸쳐 광견병 백신을 맞은 소년은 무사히 회복되었다.
그 이후 소년은 파스퇴르연구소에서 근무하면서 평생을 파스퇴르와 함께했다고 한다.
행복한 결말(해피 엔딩 Happy Ending!)이었다.
※출처
1. 김은중, '이토록 재밌는 면역 이야기'(반니, 2023)
2. 구글 관련 자료
2026. 6. 15 새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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