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노화의 종말 13 - 먹기 좋은 건강 장수 알약 2: 메트포르민 본문
갈레가 galega 또는 프랑스라일락 French lilac(학명, 갈레가 오피시날리스 Galega officinalis)이란 이름의 콩과의 여러해살이풀은 몇백 년 전부터 유럽에서 약초로 쓰였다.
구아니딘 guanidine[HN=C(NH2)2]이란 유기화합물이 많이 들어 있어서다.
이 화합물은 사람 소변에도 많이 들어 있으며, 단백질 대사가 잘 이루어지는지를 판단하는 지표 물질이다.
1920년대 의사들은 구아니딘을 당뇨병 diabetes mellitus(DM) 환자의 혈당을 낮추는 약으로 처방하기 시작했다.
췌장(이자) pancreas에서 구아니딘이 포함된 펩티드 호르몬인 인슐린 insulin이 충분히 생산되지 않아 혈액 내 당 농도가 높아짐으로써 생기는 제1형 당뇨병(인슐린 의존성 당뇨병)은 대개 인슐린 주사로 치료한다.
그러나 당뇨와의 싸움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제2형 당뇨병(인슐린 비의존성 당뇨병), 이른바 나이관련질병 age-associated disease인 성인형 당뇨병은 췌장에서 인슐린이 충분히 생산되지만 몸이 인슐린에 반응하지 않을 때 생기며, 전 세계 성인의 약 9퍼센트가 이 병을 앓고 있다.
이 병의 치료는 몸이 인슐린에 반응하게 만드는 즉 인슐린 민감성을 회복시켜 줄 약물을 투여해야 한다.
그래야 세포가 혈액 속 당을 흡수해 양분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약물은 적어도 2가지 이유에서 중요하다.
과로하는 췌장에게 휴식 시간을 주며, 혈액을 떠도는 많은 양의 당이 단백질에 달라붙어서 끈적거리는 덩어리가 되지 않도록 막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고혈당이 후성유전 시계를 가속시켜 노화를 촉진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주로 앉아서 생활하는 이들이 점점 늘고, 전 세계 슈퍼마켓에서 설탕과 탄수화물로 뒤범벅된 식품이 늘어남에 따라 해마다 380만 명이 고혈당 때문에 때 이른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
이런 죽음은 빠르고 자비롭게 일어나지 않는다.
실명, 콩팥기능상실(신부전), 뇌졸중, 낫지 않는 발 상처, 다리 절단을 수반하는 끔찍한 양상으로 일어난다.
1950년대 중반에 제약학자 장 아롱 Jan Aron과 의사 장 스테른 Jean Sterne은 인슐린이 듣지 않는 제2형 당뇨병에 프랑스라일락에서 추출한 물질이 효과가 있는지 다시 조사하기로 결심했다.
아마도 이는 두 사람이 모두 프랑스인이라 이 풀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1957년 장 스테른은 프랑스라일락에서 추출한 유기화합물인 디메틸 바이구아나이드 dimethyl biguanide를 복용하면 제2형 당뇨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지금은 주로 '메트포르민 metformin'이라 불리는 이 약물은 그 뒤로 세계에서 가장 널리 처방하는 효과적인 약 중 하나가 되었다.
이 약물은 WHO가 세계에서 가장 흔한 의학 증상들에 대해 가장 효과적이고 안전하고 비용 효율적인 치료제라고 꼽는 '필수 의약품 모델 목록 Model List of Essential Medicines'에도 포함되어 있다.
복제약을 처방받으면 세계 대다수 지역에서 한 달 치료비가 채 5달러가 안 든다.
젖산산증 lactic acidosis[젖산 때문에 혈액과 신체조직에서 산이 축적되거나 염기가 감소됨으로써 일어나는 질병]이란 극도로 희귀한 부작용을 제외하면 속이 좀 거북한 것이 가장 흔한 부작용이다.
이런 부작용을 피하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은 위장을 통과한 다음에 녹는 형태로 제조된 알약을 먹거나 우유 또는 음식과 함께 먹는 식으로 이 부작용을 줄이고 있다.
설령 이런 방법들이 효과가 없다 할지라도 약간 거북한 느낌은 오히려 유익한 혜택을 제공하기도 한다.
속이 좀 거북해지면 과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뇨병 치료제가 건강 장수와 무슨 관계가 있다고 여기서 말하고 있는 걸까?
몇 년 전 연구자들이 한 가지 신기한 현상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면 아마 이 자리에 끼지 못했을 것이다.
그 신기한 현상이란 바로 당뇨병에 미치는 약효와 무관하게 메트포르민을 복용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더 건강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미국국립보건원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NIH)의 라파엘 데 카보 Rafael de Cabo 연구진은 생쥐에게 메트포르민을 아주 낮은 용량으로 투여하자 수명이 거의 6퍼센트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비록 그 효과가 주로 체중 감소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긴 하지만 어느 쪽이든 간에 사람으로 치면 5년을 더 건강하게 사는 것과 같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건강한 삶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생쥐는 LDL(low density lipoprotein 저밀도 지질단백질)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지고 신체 능력이 향상되었다.
그 뒤로 시간이 흐를수록 증거가 점점 쌓여 갔다.
설치류에게 메트포르민을 투여한 결과 연구 26건 중 25건에서 암 발생이 억제되었다는 결과를 얻었다.
라파마이신 rapamycin과 마찬가지로 메트포르민은 열량 제한의 효과가 있다.
그러나 라파마이신처럼 TOR(target of rapamycin 라파마이신 표적물질)를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미토콘드리아의 대사 반응을 제한함으로써 다량영양소 macronutrient[세포가 대량으로 필요로 하는 영양소로서 세포의 주요 성분인 탄수화물, 단백질, 지질 등을 말하며, 반대로 적은 양만 있어도 되는 비타민이나 무기염류와 같은 세포 성분은 미량영양소 micronutrient]가 분해되는 속도가 느려짐으로써 AMPK[AMP-activated protein kinase 아데노신일인산-활성 단백질 인산화효소: AMP에 의해 활성을 띠게 되어 단백질에 인산기를 붙이는 효소로서 인산화된 단백질은 훨씬 다양한 기능을 갖게 됨]란 효소가 활성화되는 것이다.
이 효소는 낮은 에너지 수준에서 반응해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을 복원한다고 알려져 있다.
또 우리 연구실에서 주로 연구하는 단백질 가운데 하나인 장수단백질 SIRT1도 활성화된다.
이렇게 메트포르민은 암세포 대사를 억제하고, 미토콘드리아 활성을 증진시키고, 잘못 접힌 단백질[사람광우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을 없애는 등의 효과가 있는 것이다.
68~81세 메트포르민 복용자 4만 1000명 이상을 조사한 연구진은 메트포르민이 치매, 심혈관질환, 암, 노쇠, 우울증 등의 질환에 걸릴 확률을 낮춘다는, 그것도 적잖게 낮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미 노쇠한 상태에서 9년 동안 메트포르민을 복용한 집단을 조사해 보니 치매는 4퍼센트, 우울증은 16퍼센트, 심혈관질환은 19퍼센트, 노쇠는 24퍼센트, 암은 4퍼센트가 낮아졌다.
다른 연구들에서는 메트포르민의 암 억제 효과가 이보다 더 크다고 나왔다.
모든 암이 억제되는 것은 아니지만—전립샘암, 방광암, 신장암, 식도암은 완강하게 버티는 듯하다— 폐암, 잘록곧장자암(직장암), 췌장암, 유방암을 비롯한 여러 암은 때로 40퍼센트까지 억제되는 효과가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가 25건이 넘는다.
이런 결과들은 단순한 숫자놀음이 아니다.
맛없는 커피 한 잔보다 더 값싼 안전한 알약 하나로 사람들이 삶이 현저히 개선되는 것이다.
메트포르민이 할 수 있는 일이 암 발병 억제뿐이라고 해도 널리 처방될 가치가 있을 것이다.
미국인이 생애 동안 암 진단을 받을 가능성은 40퍼센트를 넘는다.
그러나 메트포르민은 암을 직접 예방하는 차원을 넘어서는 혜택이 있다.
대다수 사람들이 고려하지 않는 것인데, 바로 늘어난 수명에 부수적으로 나타나는 효과다.
그것은 90세 이후에는 암으로 죽을 확률이 상당히 낮아진다는 사실이다.
물론 사람들은 다른 질환으로 사망하겠지만 암에 따른 엄청난 고통과 비용은 대폭 줄어들 것이다.
메트포르민의 탁월한 점은 많은 증상들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AMPK를 활성화시킴으로서 NAD가 더 많이 생산되고 노화 전체에 맞서는 장수단백질인 서투인을 비롯한 방어 체계들을 작동시킨다.
이런 증상들이 나타나게 하는 상위 생존 회로를 동원하여 후성유전 정보의 손상을 늦추고 대사 활동을 억제함으로써 모든 기관을 더 젊고 건강하게 유지시킨다.
대다수 사람들은, 메트포르민 같은 알약이 노화에 어떤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의 효과를 발휘하려면 여러 해가 걸릴 것이라고 짐작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건강한 자원자들을 대상으로 한 어느 소규모 연구는 용량이 850밀리그램인 메트포르민 알약 한 알을 먹은 뒤 불과 일주일 이내에, 더 나아가 놀랍게도 10시간 만에 혈구 DNA 메틸화[DNA에 메틸기(—CH3)가 붙으면 후성유전적 교란이 일어나 암, 죽상경화(대동맥에 죽종이 생겨 좁아지는 증상), 각인장애가 일어남] 나이가 역전되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메트포르민이 장기적으로 노화 시계를 지연시킬 수 있는지 확실히 알려면 더 많은 이들을 대상으로 더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아직 대다수 국가에서는 메트포르민을 항노화 약으로 처방할 수 없지만 당뇨병을 앓는 전 세계 몇억 명은 메트포르민 처방을 쉽게 받는다.
태국 같은 몇몇 나라에서는 심지어 메트포르민을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다.
한 알에 몇 센트 수준이다.
어떤 나라에서는 당뇨병 전기에는 의사에게 메트포르민 처방을 받기가 어려울 수 있다.
건강을 잘 유지해 왔다면, 그리고 피에 든 혈색소(헤모글로빈 hemoglobin)[포유동물 적혈구에 든 철을 포함하는 색소단백질]의 93.5퍼센트 이상이 포도당과 영구히 결합되지 않는다면—당화헤모글로빈 glycated hemoglobin(HbA1c) 형태가 아닌 대부분이 당이 붙어 있지 않은 정상 헤모글로빈인 HbA1이라는 뜻이다—당신은 운이 좋은 것이다.
의사들 대다수는 방금 말한 내용을 모를 뿐 아니라 설령 안다고 해도 노화를 아직 질병이라고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알베르트아인슈타인의과대학 Albert Einstein College of Medicine의 니르 바질라이 Nir Barzilai도 메트포르민을 복용한다.
그리고 그 약물이 사람 노화에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하는 일을 맡고 있다.
이스라엘계 미국인 의사이자 유전학자인 그는 의대 동료들과 함게 FOXO3를 제어하는 인슐린유사 성장호르몬 수용체, 콜레스테롤 유전자인 CETP(cholesteryl ester transfer protein 콜레스테롤 에스테르 전달단백질), 서투인 단백질 SIRT6에서 몇몇 장수유전자 변이체를 발견했다.
이 변이체들은 모두 아슈케나지 유대인 Ashkenazi Jews 혈통의 일부 운 좋은 이들이 100세 너머까지 건강하게 살도록 돕는 듯하다.
그렇다.
비록 유전자는 후성유전체보다 뒷전에 놓여 있지만 디지털 수준에서 어떤 이들에게는 유전적으로 장수하도록 미리 정해 놓는 듯하다.
즉 그 사람들은 후성유전체를 안정시킴으로써 시간이 흘러도 아날로그 정보가 상실되지 않도록 막는 유전자 변이체 덕분에 어떻게 살든 거의 상관없이 더 오래 사는 듯하다.
그러나 바질라이는 그들을 승리자라기보다는 다른 대다수 사람들도 오래 건강하게 살 잠재력을 지녔음을 나타내는 '표지'라고 보며, 설령 우리가 결코 120세 너머까지 삶을 연장하지 못한다고 해도 120세가 가능하다는 것은 알려주는 것이라 지적한다.
그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그러니 우리 대다수에게는 늘릴 기간이 40년은 더 있는 겁니다."
바질라이는 메트포르민을 가장 흔한 노화 관련 질환들을 지연시키는 용도로 쓸 첫 약물로 승인받기 위한 임상 시험을 책임지고 있다.
그런 질환들의 가장 근본 원인인 노화 자체를 규명함으로써 말이다.
바질라이 연구진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메트포르민 노화 표적화 Targeting Aging with Metformin(TAME)' 연구에서 가시적인 혜택이 있음을 보여줄 수 있다면 미국식품의약국 US Food and Drug Administration(USFDA)은 노화가 치료 가능한 증상이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세상이 바뀔 것이다.
노화가 "본래 그런 거야"인 시대의 종말이 시작될 것이다.
바질라이는 그런 날이 오고 있다고 믿는다.
그는 "120세까지 장수하시기를! Ad me'ah ve-essrim shana!"이란 히브리인들이 전통적으로 하는 축복의 말이 머지않아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120살이 장수의 소망이 아닌 그저 평균적인 삶의 소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출처
1. 데이비드 A. 싱클레어, 매슈 D. 러플랜트 지음, '노화의 종말', 부키,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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