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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수면

새샘 2021. 7. 7. 23:43

 

우리는 밤마다 잠을 자는 동안 '역설수면逆說睡眠'[급속한 안구 운동이 나타난다고 해서 렘 REM 수면이라고도 하며, REM은 급속안구운동 rapid eye movement를 줄인 말이다]이란 특이한 단계를 거친다.

그 단계는 한 번에 15분에서 20분 정도 지속되며, 한 시간쯤 지나면 다시 찾아온다.

그 단계를 왜 '역설적'이라고 하는 걸까?

그것은 가장 깊은 잠에 빠져 있으면서도 격렬한 신경 활동을 보이는 모순적인 상황 때문이다.

 

아기들의 수면은 역설수면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늘 흥분 상태에서 밤을 보낸다고 할 수 있다(아기들의 수면은 정상 수면 3분의 1, 얕은 수면 3분의 1, 역설 수면 3분의 1의 비율로 이루어진다).

그런 흥분 상태에 있을 때, 아기들은 흔히 어른들처럼 이상한 표정을 짓곤 한다.

아기들은 노여움, 기쁨, 슬픔, 두려움, 놀라움 따위를 담은 갖가지 표정들을 잇달아 흉내낸다.

그런 감정들을 전혀 경험해 보지 못했으면서도 말이다.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표현하게 될 감정들을 미리 연습해 두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어른의 경우에는, 나이를 먹음에 따라 역설수면의 단계가 점점 줄어들어 전체 수면 시간에 대한 비율이 10분의 1에서 20분의 1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역설수면 과정에서 어른들은 쾌락을 경험하며 남자들의 경우에는 발기가 일어날 수도 있다.

 

역설수면을 생각하면, 우리는 밤마다 어떤 메시지를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것을 알아보기 위해 한 가지 실험이 행해졌다.

한창 역설수면에 빠져 있는 성인을 깨워 꿈속에서 겪은 일을 이야기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의 이야기를 들은 다음, 다시 잠들게 두었다가 다음 역설수면의 단계에서 그를 또 흔들어 깨웠다.

실험을 통해 확인한 것은, 피실험자의 이야기는 매번 달랐지만, 거기에는 공통적인 핵심이 있었다.

마치 방해를 받은 꿈이 똑같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다른 방식으로 되풀이되는 것처럼 보였다.

 

최근의 연구자들은 꿈에 대해서 새로운 생각을 내놓았다.

그들의 견해에 따르면, 꿈은 사회생활에서 생기는 정신적 억압을 잊게 해주는 수단이라고 한다.

우리는 꿈을 꿈으로써 낮 동안에 남들이 우리에게 억지로 주입한 것, 그리고 우리의 뿌리 깊은 신념과 상충하는 것들을 잊을 수 있게 된다.

꿈은 외부의 모든 억압에서 우리를 해방시킨다.

꿈을 꾸는 한, 우리는 그 어떤 자에게도 완전히 조종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꿈은 전체주의에 대한 인간 본성의 제동 장치다.

 

※출처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임호경 옮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열린책들, 2011)

2. 구글 관련 자료

 

2021. 7. 7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