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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의 종말 12 - 먹기 좋은 건강 장수 알약 1: 라파마이신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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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의 종말 12 - 먹기 좋은 건강 장수 알약 1: 라파마이신

새샘 2021. 7. 3. 21:29

이스터섬에서 발견한 장수약 라파마이신(출처-https://www.yna.co.kr/view/AKR20200916036700009)

 

칠레에서 서쪽으로 3700킬로미터 떨어진 외딴 화산섬 라파누이 Rapa Nui는 흔히 이스터섬 Easter Island이라 불리며, 섬 가장자리를 따라 놓여 있는 거의 900개에 달하는 거대한 석상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섬은 거대한 석상보다 더 널리 알려져야 할 —아마 언제가는 그렇게 되겠지만— 이야기가 하나 더 있다.

그 섬이 어떻게 세상에서 가장 효과적인 수명 연장 분자의 원천이 되었나 하는 이야기다.

 

1960년대 중반에 한 무리의 과학자들이 그 섬으로 갔다.

모아이 석상의 기원을 찾으려는 과학자들이 아니라 토착 미생물을 찾으려는 생물학자들이었다.

 

그 섬의 유명한 석상 중 하나가 박힌 흙에서 그들은 새로운 방선균 actinomycetes[진균(곰팡이)의 균사처럼 가늘고 긴 실(필라멘트) 모양 단세포를 가진 세균]을 발견했다.

이 단세포 미생물의 학명은 항생제 스트렙토마이신 streptomycin을 만들어내는 방선균인 스트렙토마이세스 그리세우스 Streptomyces griseus와 같은 속인 스트렙토마이세스 하이그로스코피쿠스 Streptomyces hygroscopicus였다.

제약학자 수렌 세갈 Suren Sehgal은 이 방선균이 항균물질을 분비한다는 것을 발견하고서, 그 항균물질을 발견한 섬 라파누이를 기념하려고 라파마이신 rapamycin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리고 무좀균 같은 곰팡이 질환의 치료제로 쓸 수 있을지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 화합물은 그 목적에 유망해 보였지만 세갈이 일하던 몬트리올의 연구소가 그만 1983년 문을 닫으면서 세갈에게 이 화합물을 폐기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세갈은 차마 버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연구실에서 이 세균이 담긴 병을 몇 개 슬쩍해 집의 냉장고 냉동실에 보관했다.

그러다가 1980년대 말에 그는 회사 경영진을 설득해 뉴저지에 새 연구실을 마련해 연구를 재개하였다.

 

머지않아 연구자들은 이 화합물 라파마이신이 면역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아냄으로써 항균제로 쓸 수 있을 가능성은 사라졌다.

면역계를 억제하지 않으면서 무좀균을 치료하는 약이 이미 많이 나와 있었기 때문이다.

대신에 연구진은 새로 발견한 그 특성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1960년대에 이미 연구자들은 장기 이식이 실패하는 가장 흔한 이유 중 하나가 환자의 몸이 이식받은 장기를 거부하기 때문임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라파마이신이 장기가 받아들여질 수 있을 만큼 면역 반응을 억제할 수 있지 않을까?

정말로 그랬다.

 

혹시나 당신이 라파누이(이스터섬)로 여행을 간다면 이 방선균이 발견된 지점에서 작은 안내판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포르투갈어로 이렇게 적혀 있다.

"1965년 1월 이곳에서 채취한 토양 표본에서 장기 이식 환자들에게 새 시대를 열어 준 물질인 라파마이신을 얻었다."

 

나는 머지않아 더 큰 기념판이 설치되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스트렙토마이세스 하이그로스코피쿠스의 발견으로 수많은 연구가 촉발되었다.

그중 상당수는 지금도 진행되고 있으며 무수한 사람들의 활력을 오래 연장시킬 가능성을 보여 주는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최근 들어서 라파마이신이 단지 면역억제제의 효과만 있는 단순한 항균 화합물이 아니라는 사실이 점점 명확해지고 있다.

라파마이신은 수명 연장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가장 일관되게 나온 화합물 중 하나다.

 

전 세계 연구실에서 다양한 본보기 생물(모델생물)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실험에서 일관된 결과가 나왔다.

그리고 우리가 효모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역시 마찬가지였다.

라파마이신의 효과를 이해하려는 초기 연구 중에는 효모를 대상으로 한 것이 많았다.

정상 효모 세포 2000마리를 배양하면 6주 뒤 살아 았는 것은 몇 마리에 불과한 반면, 라파마이신을 먹인 효모들은 6주 뒤까지 절반이 여전히 건강하게 활동한 것이었다.

또 라파마이신은 NAD[nicotinamide adenine dinucleotide 니코틴 아마이드 디 클레오티드는 핵산 구성분자이며 전자전달체의 한 종류] 생산을 자극함으로서 부모세포가 만드는 자손세포의 수를 늘려주는 효과도 나타났다.

 

초파리에게 라파마이신을 먹이면 수명이 약 5퍼센트 늘어난다.

그리고 몇 달 이내로 정상 수명이 다할 생쥐에게 소량의 라파마이신을 투여하자 암수에 따라 수명이 9~14퍼센트 늘었다.

사람으로 치면 건강하게 약 10년을 더 사는 셈이다.

 

우리는 부모 나이가 더 많을수록 자식이 질병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후성유전의 힘이다.

그러나 라파마이신을 투여한 생쥐는 이 추세에 저항한다.

독일신경퇴행질환센터 German Center for Neurodegenerative Diseases) 연구진이 더 늙은 아비에게서 태어난 생쥐의 mTOR를 억제하자 늙은 부모의 부정적 영향이 사라졌다.

 

세계에서 가장 저명한 과학 평가 기관들은 TOR(target of rapamycin 라파마이신의 표적)[성장과 대사를 조절하는 단백질 복합체]와 그것을 억제하는 분자들이 세상을 바꿀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는 견해를 어떻게 생각할까?

효모의 TOR를 발견한 세 과학자 조지프 하이트먼 Joseph Heitman, 마이클 홀 Michael Hall, 라오 모바 Rao Movva를 많은 이들이 노벨 생리의학상 후보자로 꼽고 있다.

MIT에 있는 내 동료 데이비드 사바티니 David Sabatini는 mTOR(mammalian TOR)[포유류의 TOR]를 발견한 사람으로, 동료 심사를 거치는 최고의 학술지에 가장 많이 인용되는 논문을 쓴 '클래리베이트 인용 우수자 Clarivate Citation Laureate' 명단에 올라 있다.

이 명단에 올랐다가 나중에 노벨상을 받은 사람은 2002년 이래로 40명이 넘는다.

 

라파마이신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더 오래 사는 동물은 더 짧은 삶을 사는 동물보다 이 물질에 안 좋은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이 물질을 고용량으로 장기간 복용하면 콩팥에 독성을 일으킨다는 것이 드러났다.

또 시간이 흐르면서 면역계를 멈추게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TOR 억제가 막다른 벽에 부닥쳤다는 의미는 아니다.

소량으로 또는 간헐적으로 복용하는 것이 안전할 수 있다.

그랬을 때 생쥐의 수명을 늘렸으며 사람에게서는 독감 백신 접종을 한 노인들의 면역 반응을 대폭 향상시켰다.

 

대학과 생명공학기업에서 '라파마이신 유사물질 rapalog'을 찾기 위해 TOR 억제 쪽을 연구하는 이들이 수백 명은 된다.

라파마이신과 비슷한 방식으로 TOR에 작용하지만 더 특수성을 띠고 독성은 덜한 화합물들을 찾는 것이다.

 

이런 계통의 연구와 개발에 참여한 이들의 수준을 보면 TOR 억제제가 인간의 건강과 활력을 증진시키는 경로가 아니라고 말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설령 라파마이신 유사물질이 성공하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효과적이면서 비교적 안전하다고 이미 입증된 활력을 연장시키는 또 다른 약물들이 존재한다.

 

※출처

1. 데이비드 A. 싱클레어, 매슈 D. 러플랜트 지음, '노화의 종말', 부키, 2020.

2. 구글 관련 자료

 

2021. 7. 3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