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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의 종말 11 - 건강 장수 칠계명 중 7계명: DNA 손상을 막아라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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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의 종말 11 - 건강 장수 칠계명 중 7계명: DNA 손상을 막아라

새샘 2021. 6. 25. 21:01

유전체 손상이 생기면 이를 수선하기 위해 자기 자리를 떠난 후성유전인자들이 수선을 마친 다음 되돌아갈 때 출발했던 자기 자리를 찾아가지 못하고 엉뚱한 곳에 자리잡게 됨으로써 후성유전적 잡음이 일어나면서 DNA 구조가 바뀌는 후성유전체 변형이 생긴다. 그 결과 원래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세포들이 늘어나면서 기능 이상과 함께 노화세포로 변하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노화의 원인이다.(출처-출처자료1)

 

약간의 역경이나 세포 스트레스는 우리 몸의 호르메시스 hormesis를 유도하여 장수 유전자[AMPK, m-TOR, sirtuin(SIRT)]를 자극하기 때문에 우리 후성유전체 epigenome에 좋다.

AMPK를 활성화하고, mTOR를 억제하고, NAD 농도를 높이고, 서투인 sirtuin을 활성화함으로써 우리가 살아가는 과정에서 정상적으로 일어나는 유전체(DNA)의 마모와 손상에 대처하도록 돕는다.

 

그러나 '정상적'이란 편의상 쓰는 말이다.

노화를 이야기할 때 '정상적'이란 아주 안 좋은 것을 말하기 때문이다.

질병 대응팀의 역할을 하는 서투인이 많은 재앙들—특히 이중나선 DNA를 끊는 재앙들—에 반응해야 할 때, 서투인과 같은 후성유전적 신호전달자들은 자기 자리를 떠나서 DNA 끊김이 일어난 유전체 쪽으로 가야 한다.

이들은 DNA 이중나선을 수선한 뒤에는 원래 자리로 돌아간다.

그러나 제자리를 못 찾아갈 때가 있다.

이런 일이 일어나면 후성유전적 잡음이 생기고 DNA 구조가 바뀌는 후성유전체 변형이 일어난다.

그 결과 원래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세포들이 늘어나면서 기능 이상과 함께 노화세포로 변하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노화의 원인이다.

 

우리는 모든 DNA 손상을 막을 수는 없다.

그리고 다 막기를 원하지도 않을 것이다.

DNA 끊김은 면역계 기능과 기억 응고 memory consolidation 즉 기억 강화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이상의 DNA 손상은 원하지 않는다.

 

그런데 세상에는 DNA 손상을 일으키는 요인들이 아주 많다.

먼저 담배를 생각해보자.

흡연자가 매일 몸에 집어넣는 수천 종류의 치명적인 화합물질 흡입만큼 후성유전체에 해를 끼치는 합법적인 물품은 그리 많지 않다.

흡연자가 더 빨리 늙는 듯한 이유가 하나 있다.

정말로 더 빨리 늙기 때문이다.

흡연은 DNA 수선 요원들을 계속 과로시키는 결과를 빚어냄으로써 DNA를 손상시키고 그 때문에 나타나는 후성유전적 불안정이 노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아마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내가 처음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다시금 강조할 필요가 있다.

흡연은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자기만의 행동이 아니라는 것이다.

담배 연기에 든 방향족 아민류는 DNA를 손상시키는데, 직접 흡연보다 간접 흡연으로 들이마시는 양이 약 50~60배 더 많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라면 끊으려고 애쓸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피우지 않는다고? 아주 좋다.

그러나 연기가 없어도 불은 난다.

선진국의 많은 지역—그리고 개발도상국의 더 많은 지역—에서는 사실상 DNA를 손상시키는 화학물질로 목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특히 사람과 자동차가 우글거리는 도시 지역에서는 숨을 쉬는 것만으로 DNA에 손상이 일어날 수 있다.

또 많은 플라스틱 병과 일회용 포장 용기를 비롯한 플라스틱에 들어 있는 PCB(폴리염화비페닐 polychlorinated biphenyl) 같은 화학물질도 조심하는 편이 현명할 것이다.

플라스틱을 전자레인지에 넣으면 PCB가 더 많이 빠져나오기 때문지 넣지 않도록 해야 한다.

폭죽에서부터 가정용 프린터의 노란 잉크에 이르기까지 온갖 용도를 쓰이는 아닐린옐로 anyiline yellow 같은 아조 염료 azo dye 역시 우리 DNA를 손상시킬 수 있다.

그리고 유기할로겐화합물 organohalide—용매, 세정제, 살충제, 유압유로 쓰이는 할로겐 원작가 든 화합물도 유전체에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물론 제 정신이 박힌 사람이라면 용매, 세정제, 살충제, 유압유를 일부러 삼키지 않겠지만 우리가 먹고 마시는 것들 중에서도 DNA에 손상을 일으키는 것이 많다.

몇몇 맥주, 대다수의 절인 고기, 특히 요리한 베이컨 등 아질산나트륨 처리를 한 식품에 N-니트로소화합물 N-nitroso compound이 들어 있다는 것은 반세기 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그 뒤로 수십 년이 흐르는 동안 우리는 이 니트로소화합물이 강력한 발암물질임을 알게 되었고, 동시에 DNA를 손상시켜 과로에 시달리는 서투인을 더 열심히 일하라고 내모는 역할을 함으로써 노화를 촉진시키는 물질이기도 하다.

 

방사선도 있다.

자외선, 엑스선, 감마선, 집 안의 라돈[흡연에 이어 두 번째 폐암 원인] 같은 자연적이거나 인위적인 방사선은 DNA 손상을 일으킴으로써 가뜩이나 힘겨워하는 후성유전체 수선팀을 불러 낼 수 있다.

업무 때문에 비행기를 자주 타는 나는 보안 구역을 통과할 때마다 고민한다.

현재 공항에서 쓰이는 스캐너를 조사한 연구들 대부분은 그 장치가 DNA에 그다지 손상을 입히지 않을 것임으로 시사한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 후성유전체와 노화 과정에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까지 살펴본 사례는 거의 없다.

생쥐를 그런 장치에 반복해서 노출시킨 뒤 2년 지나서 어떤 모습일지 살펴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이스 생쥐 ICE(Inducible Changes to the Epigenome) mice 즉 유도 가능한 후성유전체 변화 생쥐를 이용한 실험 결과 염색체만 손상시키면 얼마든지 아이스 생쥐의 노화를 가속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안 요원들은 여행객에게 방사선 노출량이 "비행하는 것과 같은 수준"이라고 알려 주긴 하지만, 비행기 탑승과 스캐너를 통한 이중 노출은 가능한 피하는 것이 좋으므로 사전 보안 검색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몸수색 방식으로 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좋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DNA 끊김과 그에 따른 후성유전적 결과를 완전히 피하기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 생각은 맞다.

DNA를 복제하는 자연스러우면서 필요한 활동조차 DNA 끊김을 일으킨다.

매일 우리 몸 전체에서 수조 번 그런 일이 벌어진다.

바다 밑에 설치한 납 상자 안에 들어가 살지 않는 한 우리는 라돈 입자나 우주 복사선을 피할 수 없다.

그리고 설령 무인도로 이사한다 한들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하는 생선에는 수은, PCB, PBDE(polybrominated diphenyl ether 폴리브롬화페닐에테르), 다이옥신 dioxin, 염소계 살충제가 들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현대에는 가장 '자연적인' 생활습관을 지닌다고 해도 이런 유형의 DNA 손상을 피할 수가 없다.

 

당신이 몇 살이든 간에, 아니 설령 10대라고 한들 이미 그런 손상은 일어나고 있다.

DNA 손상은 몸의 시계를 가속시키며 삶의 모든 단계에 영향을 미친다.

배아와 아기마저 노화를 겪는다.

그렇다면 60대, 70대, 80대는 어떨까?

이미 노쇠해 있고 열량을 제한하거나 달리기를 하거나 한겨울에 눈사람을 만들러 나가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미 너무 늦은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후성유전적 변화와 노화가 얼마나 일어났는지에 상관없이, 앞으로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살고자 한다면 추가로 도움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면 진시황이 찾고자 했던 불로초가 정말 있다는 말???

 

※출처

1. 데이비드 A. 싱클레어, 매슈 D. 러플랜트 지음, '노화의 종말', 부키, 2020.

2. 구글 관련 자료

 

2021. 6. 25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