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클래식 음악의 괴짜들 4: 계산적인 낭만주의자 로베르트 슈만 본문
○슈만의 음악은 비밀을 속삭이듯 생생하게 다가온다
슈만의 음악은 로베르트 슈만 Robert Schmann(1810~1856)으로 사는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해 준다.
그러면서도 우리 모두의 마음을 울린다.
슈만의 감정들은 지극히 강렬하고 생생해서, 누구나 슈만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슈만이 인생에서 겪은 모든 일이 음악을 통해 쏟아져 나온다.
슈만처럼 알면 알수록 친밀감이 깊어지는 음악가는 없다.
그는 자신의 깊은 비밀을 속삭여 주고, 은밀한 꿈을 알려준다.
그러니까 슈만은 자기 음악을 듣는 청중을 절친한 친구로 여기는 것이다.
이는 슈만이 주로 가까운 사람들을 마음에 두고 작곡했기 때문이다.
특히 그의 아내 클라라 슈만 Clara Schumann(1819~1896)을 위해서 쓴 곡이 가장 많다.
음악 중간에 갑자기 슈만의 초기 작품이나 슈만과 클라라가 함께 사랑한 다른 작곡가의 작품 한 대목이 나오는 경우도 꽤 된다.
그것은 클라라에게 전하는 개인적인 이야기이고, 클라라는 그것을 완벽하게 이해했을 것이다.
슈만의 음악은 바흐나 모차르트처럼 어떤 질서를 만들려고 한다거나 베토벤처럼 어떤 봉우리를 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슈만이 작곡을 한 이유는 그러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내면에 출렁이는 느낌들이 너무 강렬해서 밖으로 내보내지 않으면 슈만은 아마 폭발하고 말았을 것이다!
슈만은 종종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작곡했다.
슈만이 다음에 어떤 곡을 작곡할지는 아무도 몰랐다.
작곡 활동 초기에는 피아노곡을 엄청나게 많이 썼다.
클라라와 결혼한 해에는 갑자기 노래에 흥미를 느껴서 한 해 동안 무려 140곡이 넘는 노래를 썼다.
2년 뒤에는 실내악에 관심을 갖더니 6개월이 약간 넘는 기간 동안 다섯 편의 멋진 실내악 곡을 완성했다.
이런 식으로 밀려드는 열정에 따라 작곡 하다 보니, 작곡하는 동안에는 격렬하게 들떠서 지내고, 작곡이 끝나면 기운 없고 우울한 상태로 빠져드는 일이 반복되었다.
슈만 음악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슈만은 우리를 다른 누구도 알려줄 수 없는 곳으로 데려간다.
때로 슈만의 음악은 무척이나 평화롭고 온화해서 천국에 있는 듯한 느낌을 안겨 준다.
또 어떤 때는 너무나 사납고 무시무시해서 지옥과도 같은 느낌을 준다.
그가 어떤 꿈을 꾸고 있느냐에 따라 그렇게 크나큰 차이가 생긴다.
한번은 클라라가 슈만에게 그를 보면 아이가 생각난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슈만은 어린이를 주제로 한, 어린이를 위한 음악을 만들기 시작해서 평생 동안 그 일을 이어나갔다.
어린 피아노 연주자들은 슈만의 ≪어린이를 위한 앨범≫을 자주 연주한다.
두 권의 악보로 이루어진 이 피아노 작품집은 연주하기 쉬운 곡에서 시작해서 갈수록 조금씩 어려워지지만, 재능 있는 어린이라면 끝까지 다 연주할 수 있는 수준을 유지한다.
그리고 곡 하나하나가 모두 아름답다.
어른들은 <어린이의 정경>을 자주 연주한다.
이 작품은 연주하기 몹시 어렵지만, 어린이 하면 떠오르는 사랑스런 모습들, 꿈, 이상한 이야기, 완벽한 행복을 눈앞에 그려준다.
<사육제>나 <크라이슬레리아나> 같은 훨씬 길고 복잡하며 유명한 피아노 작품들도 있다.
이 작품들은 사랑의 시, 정경 묘사, 이상한 농담, 기쁨 섞인 슬픔으로 가득 차 있다.
그 전에도 후에도 이와 같은 작품은 없었다.
노래는 슈만에게 잘 어울렸다.
시와 음악이 결합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의 노래들은 사랑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다.
한 곡 한 곡이 모두 다채로운 감정과 풍경의 세계를 떠올리게 한다.
네 편의 교향곡도 훌륭하다.
첫 작품인 <봄>은 환희의 팡파르로 시작한다.
첫 교향곡을 시작하는 멋진 방법이 아닐 수 없다.
추천 목록은 계속 이어진다.
슈만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사랑스럽고 신기하고 독특하다.
슈만의 첼로 협주곡은 가장 사랑스런 작품 중 하나다.
슈만은 나이가 들고 이상해져 갈수록 음악도 이상해졌다.
지금도 어떤 사람들은 슈만의 후기 작품은 아무런 매력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후기에 이르러 슈만이 낯선 오솔길을 걸어가고 있을 뿐 나름대로 매력이 있다.
그를 따라가고 안 가고는 우리 마음에 달린 일이지만, 따라가 보면 더없이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그저 익숙했던 것과 다를 뿐이다.
음악을 들을 때 약간의 노력을 더 기울이면 그 보답은 언제나 풍성하다.
당신이 슈만의 음악을 알고 사랑하게 되기를 바란다.
슈만의 음악을 통해서 슈만의 영혼을 알게 될 것이다.
그것도 아주 눈부신 영혼을!
○무엇을 들을까
슈만의 친구가 되기 위한 출발점으로 가장 좋은 것은 아마도 생기발랄한 <피아노 오중주>일 것이다.
이 곡은 피아노와 두 대의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가 연주한다.
아니면 클라라를 위해 쓴, 낭만적 열정이 가득한 피아노 협주곡도 좋다.
그런 뒤 교향곡을 들어본다.
첫 번째 교향곡 <봄>이나 세 번째 교향곡 <라인>으로 시작하면 좋을 것이다.
둘 다 아주 활기차다!
슈만의 음악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려면 노래를 들어보자.
연가곡(관련이 있는 여러 곡을 모아 엮은 큰 가곡) <시인의 사랑>이나 <가곡집>을 들으면서 아름다운 시로 이루어진 가사를 같이 읽어 보자.
노래는 독일어로 부르지만, 대부분의 음반에는 가사가 번역된 속지가 딸려 있다.
슈만의 어려운 작품을 탐험해 보고 싶다면, 최초의 피아노 삼중주곡(작품 번호 63번)을 들어 보자.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가 연주하는 곡이다.
아니면 멜로드라마 같은 작품 번호 122번도 있다.
이 곡은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 무서운 시를 읽는다.
그런 다음에도 그렇게 슬퍼지지 않았다면 마지막 작품인 <피아노를 위한 E 플랫 장조 변주곡>을 들어 보자.
죽은 뒤에 발표된 이 온화한 곡은 '천사의 선율'을 바탕으로 쓴 것인데, 오늘날은 흔히 <유령 변주곡>으로 불린다.
이 <유령 변주곡>은 슈만이 이 세상에 전하는 숭고한 작별 인사다.
하지만 이것들은 슈만의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일 뿐이다.
그 외에도 우리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작품들이 아주아주 많다.
※출처
1. 스티븐 이설리스 글·애덤 스토어 그림/고정아 옮김, '클래식 음악의 괴짜들', 비룡소, 2010.
2. 구글 관련 자료
2022. 11. 30 새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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