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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40 - 물참나무

새샘 2025. 4. 2. 23:37

물참나무 잎(출처-출처자료1)

 

주로 남부 지방에 분포하는 나무과 참나무속의 갈잎 넓은잎 큰키나무인 물참나무는 참나무 종류 중 가장 크게 자란다.

신갈나무(Quercus mongolica, Mongolian oak)의 변종으로 보고 있으며, 잎 가장자리 톱니가 신갈나무보다 더 날카롭다.

 

제주도에서 '물가리(나무)'라고 부른다.

학명은 쿠에르쿠스 몽골리카 변종 크리스풀라 Quercus mongolica var. crispula, 영어는 Mulcham oak(물참 참나무), wavy Mongolian oak(물결톱니 신갈나무), watery oak(물 참나무) 따위로 표기하며, 중국어 한자는 수유水楢 또는 작목柞木이다.

 

'참나무'를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거짓이 없는 나무'인데, 나무는 본디 참말만 하므로 이 참나무란 '진실로 나무다운 나무'를 뜻하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 많은 나무들 가운데서도 진실로 뛰어나다는 말인가?

 

참나무 종류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며, 주로 잎과 열매의 생김새로 구별한다.

잎이 넓은 것, 좁고 긴 것, 잎의 톱니가 날카로운 것, 무디게 둥근 것, 잎 뒤에 털이 있는 것, 열매가 1년 만에 익는 것, 두 해 만에 익는 것, 열매를 담고 있는 종지(곡두穀斗, cup)의 비늘조각(인편鱗片) scale이 긴 것, 짧은 것 등으로 그 종류를 구별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대표 수종

 

우리나라의 대표 나무를 들라고 하면 먼저 참나무 oak를 꼽을 수 있는데, 이는 오랜 세월, 예를 들어 몇백 년 동안 숲을 그대로 놓아둘 경우 우리나라 산의 대부분이 참나무 종류로 덮이게 되기 때문인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온대 지방에 해당하는 면적이 넓어, 일단 참나무를 대표 수종으로 들 수 있다.

 

일본의 온대림은 너도밤나무가 우리나라의 참나무처럼 그곳의 대표 수종이다.

유럽 온대 지방의 대표 수종으로는 너도밤나무와 참나무 두 종류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참나무가 기세가 있는 이유는 열매가 굵고 그 안에 수분과 양분을 많이 간직하고 있으며, 처음부터 곧은 뿌리를 내리는데 있다.

그뿐만 아니라 커서는 나무껍질이 두꺼워져서 산불에 강하고 추위에도 강하다.

두꺼운 옷을 입고 있다는 말이다.

 

봄철에 가물어도 참나무 종류의 열매는 그 안에 들어 있는 수분만으로도 당분간은 뿌리를 내리고 클 수 있다.

뿌리가 곧고 깊게 아래로 뻗어나간다는 것은 땅속의 물을 잘 이용하며 살아가는데 알맞은 특징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참나무 묘목의 뿌리는 굵고 그 안에 수분과 양분을 늘 많이 저장하고 있어 좋지 못한 환경에서도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있다.

 

산불이 나서 모든 나무의 줄기가 검게 타도 참나무류 줄기에서는 늦게나마 새싹이 나온다.

땅을 기름지게 하는 나무로는 참나무가 으뜸이라고 해도 좋다.

참나무 종류의 잎이 땅에 떨어지면 이내 썩어 땅을 걸게 하는데 큰 힘이 된다.

즉 스스로 살아나가는 터전을 더욱 비옥하게 만든다.

따라서 참나무류는 한번 땅에 들어서면 그곳에서 오래오래 행세를 하게 된다.

 

참나무 줄기의 목재는 단단하고 결이 고와서 오래 쓸 수 있다.

또한 많은 도토리를 맺어 다람쥐나 곰, 토끼 등 각종 산짐승의 식량을 제공한다는 것도 참나무류의 자랑거리다.

산짐승뿐만 아니라 사람도 그 혜택을 크게 보고 있다.

 

 

○외국의 참나무

 

중국 이야기지만 ≪진서晉書≫에 혜제惠帝(재위 290~306)의 행차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따라오는 바람에 남쪽 땅에 이르렀을 때 양식이 떨어져 모두들 굶주림에 허덕였는데, 도토리를 주워 먹고 허기를 면했다(전인남중轉人南中 양절糧絶 기심饑甚 습상실식지拾橡實食之)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옛날부터 참나무류는 사람들의 관심거리였다.

유럽 온대림 지역의 고대 켈트인 Cetls들은 소위 켈트 달력 Celtic calendar을 만들었는데, 달의 이름을 식물 이름으로 대신하고 있어 흥미롭다.

음력 1월은 자작나무, 2월 마가목, 3월 물푸레나무, 4월 오리나무, 5월 버드나무, 6월 산사나무, 7월 참나무, 8월 호랑가시나무, 9월(윤달) 개암나무, 9월 포도나무, 10월 담쟁이덩굴, 11월 부들, 12월은 딱총나무로 되어 있다.

이 중 참나무는 가장 더운 7월의 상징으로 되어 있는데, 7월이 가장 생리가 왕성하고 생산적이며 에너지가 어느 달보다도 절정에 이르는 시기로, 굳세고 힘차며 생산적인 참나무가 7월에 가장 어울리기 때문이다.

굵은 줄기, 굳센 가지, 빽빽하게 땅을 덮는 잎을 보면 7월 아닌 다른 달에게 그 이름을 넘길 수 없었을 것이다.

훌륭했던 켈트 문명에서 한여름을 참나무로 내다본 지혜에 감탄할 만하다.

 

 

○참나무류 잡종

 

물참나무 잎과 도토리 스케치(출처-출처자료1)

 

물참나무는 신갈나무와 흡사하여 신갈나무의 변종으로 보는 것이 오히려 타당하다고도 한다.

잎자루가 짧아서 거의 없다시피 하고, 잎밑이 귀뿌리처럼 처지는 모양이 신갈나무 잎과 닮았다.

다만 신갈나무에 비해서 잎의 톱니가 더 날카로운 편이고 톱니가 더 깊게 파여 있다.

 

참나무류 중에서 물참나무는 가장 크게 자라는 나무 중 하나로, 기록에 따르면 높이 30미터, 줄기 지름 1.7미터 되는 것이 있어 물참나무가 어느 정도로 큰 것인지 짐작이 간다.

우리나라에서는 남쪽 지방에 더 많이 자란다.

 

떡갈나무 열매 종지의 비늘조각은 털처럼 깊게 자라지만, 물참나무나 신갈나무는 바로 위에 있는 도토리 스케치처럼 이른바 용의 뼈 모양(용골상龍骨狀)이라 해서 압착되어 있다.

 

참나무류는 그 수가 많고 그들 사이에 혼인이 잘 이루어져 흔히 잡종이 생겨난다.

그래서 다른 나무들에 비해 참나무 종류는 분명하게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나라에 많은 신갈나무를 우리는 하나의 뚜렷한 종種으로 내세우지만, 어떤 사람은 신갈나무는 물참나무와 떡갈나무 사이에 만들어진 튀기 즉 잡종이라고 주장한다.

신갈나무는 몽고와 중국 북부 지방, 우수리 Ussuri 지방까지 퍼져 있고 그곳에는 물참나무가 없다.

이것을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북쪽에 많은 신갈나무가 어떻게 해서 물참나무와 떡갈나무의 튀기가 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졸갈참나무, 떡신갈나무, 떡졸참나무, 신떡갈나무, 갈졸참나무 등의 이름은 모두 두 종류의 이름을 모아서 붙인 것이고 그사이이 튀기일 것이라는 가능성을 암시해준다.

이러한 것을 학문적으로 추정잡종推定雜種 putative hybrid이라고 한다.

이 말은 확실한 학술상의 근거를 가지고 밝힌 것은 아니지만, 모든 외관상의 특징을 종합해보면 어떤 두 종류 사이에서 나타났을 가능성이 매우 높을 때 이러한 관찰 경험을 토대로 해서 추정한 잡종을 말한다.

 

참나무류 사이에는 혼인이 너무 잡다하게 이루어져 좀 치사스러운 면이 있지만, 진화나 적응이라는 면에서 볼 때는 쓸만한 재주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도 참나무류가 세력을 가지게 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물참나무

 

물참나무 숲(출처-출처자료1)

 

물참나무는 다른 참나무류와 모여서 우거진 숲을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물참나무들만 모여서 숲을 만들기도 한다.

나무 이름으로 '물'자가 앞에 붙는 것이 꽤 많다.

물개암나무, 물박달, 물오리나무, 물자작나무, 물갬나무, 물황철 따위가 그것으로, 물참나무의 경우 목재에 비교적 많은 물기가 있다고 해서 이런 이름을 얻었다.

 

 

물참나무 단풍(출처-출처자료1)

 

물참나무는 왕성한 자람을 보이는 봄에 줄기 속에 큰 물관(도관導管)을 만든다.

물관이란 뿌리에서 빨아올린 물을 위로 운반하는 길이다.

봄철에 굵직한 물관이 만들어지고, 그 뒤부터는 작은 물관을 만든다.

작은 것은 여름철에 만들어지는 것이다.

여름에 계속 자라면서 물관 부분이 거의 없어지고 대신 딱딱한 목섬유를 만들어 결국 그 나무는 더 무거운 목재가 된다.

다시 말해서 땅힘이 좋고 물기가 있는 곳에서 잘 자라는 물참나무의 목재는 무겁고, 반대로 메마른 땅에서 어렵게 자라는 물참나무의 목재는 대부분 봄철의 굵은 물관이 차지하고 있어 가볍게 된다.

이왕이면 무거운 것이 좋은 것이다.

 

봄철에 만들어지는 굵은 물관이 모여 있는 부분을 공권孔圈(빈 구역)이라 하며, 참나무류는 물관이 굵기 때문에 얼마든지 육안으로 관찰할 수 있다.

물관 안은 때로 전충제塡充劑 tylose라는 물질로 채워진다.

이는 마치 수도관 내부 벽면에 붙어 있는 덩어리와 같은 것으로, 우리에게는 쓸모 있는 것이다.

 

서양에서는 위스키 whisky 같은 양주를 숙성시킬 때 물참나무와 같은 목재로 술통을 만들고 그 안에 술을 넣어 오랫동안 보관한다.

이처럼 나무통 안에서 술을 익히면 물관 안의 전충제가 술 속에 녹아들어 술맛을 돋워주고 술의 품질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참나무류 분류

 

참나무류는 크게 흰색 계통과 검은색 계통의 두 종류로 분류할 수 있다.

흰색 계통 white oak의 참나무류는 줄기껍질의 색깔이 흰빛을 더 띠고, 열매가 1년 안에 성숙하며, 잎 가장자리 톱니는 둔한 편이다.

그러나 검은색 계통 black oak의 참나무류는 줄기껍질이 더 검은색을 띠고, 열매가 2년 만에 익으며, 잎의 톱니는 바늘 끝처럼 날카롭게 발달하는 경향이 있다.

 

떡갈나무, 신갈나무, 졸참나무, 갈참나무 같은 것은 흰색 계통이고,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같은 것은 검은색 계통이다.

이들의 공통 특성 중 하나는 열매껍질 안쪽을 보면 털이 없고 맨질맨질하다는 것이다.

밤은 껍질 속에 털이 나서 푸석푸석하여 참나무류 도토리와는 다른다.

그런데 붉은색 계통의 참나무가 있는데, 이 계통은 도토리 껍질 안쪽에 털이 푹신하게 나 있어 밤 껍질 속과 닮았다.

 

 

손기정 기념관 옆에 자라는 손기정 월계관수란 이름이 붙은 대왕참나무(출처-출처자료1)

 

한편 손기정 선수가 베를린 올림픽 Berlin Olympic에서 우승하고 히틀러 Hilter에게 부상으로 받아온 핀 오크 pin oak는 대왕참나무로, 우리나라에서 이전부터 자라던 참나무와는 달리 붉은색 단풍이 든다.

이 나무는 그의 모교 양정고등학교 교정(현 손기정 기념관)에 심었고, 지금도 '월계관 나무'로 불리며 80년 넘는 거목으로 기상을 떨치고 있으며, 서울시 기념물 제5호로 지정되었다.

 

 

○숲의 왕자 참나무

 

참나무는 유럽에서는 '숲의 왕자'라 불리었다.

고대 그리스 ancient Greece에서는 종교의식 또는 그와 비슷한 모임에서 참나무 잎을 즐겨 사용했다고 한다.

즉 고대 그리스 종교의 중심이었던 도도나 Dodona 사람들은 제우스 Zeus와 운명의 세 여신을 제사지낼 때 떡갈나무 잎으로 머리에 쓰는 관을 만들었다고 한다.

 

한편 고대 로마 사람들은 참나무에서 웅장한 호연浩然(넓고 큼)의 기氣를 느껴 제우스의 제단에 바쳤다고 한다.

그 이유는 제우스가 출생할 때 떡갈나무 잎을 덮고 있었다는 전설에 따른 것이라는데, 위대한 신은 역시 위대한 나무의 잎과 인연이 있는 것 같다.

또한 그 옛날 영국에서도 참나무 잎을 종교적인 뜻으로 숭상했다고 한다.

 

 

○나무의 특성

 

물참나무의 목재는 비교적 부드러워 가공하기 쉽고, 또 나무가 굵어 가구재나 내부 장식재로 훌륭하다.

물관과 방사放射조직(관다발 속 사방을 수평으로 지나는 가늘고 긴 조직)이 발달해서 목재면에 아름다운 무늬를 나타낸다.

다만 목재가 수분을 많이 포함하고 있어 인공적으로 건조시키기가 매우 어렵고, 잘못하면 넓은 방사조직에 따라 갈라지는 일이 흔해 주의해야 한다.

스키용구, 건축용 바닥재(플로링 flooring), 계단용재, 창틀, 창문용재, 벽판 등 쓸모가 많으며, 표고버섯 재배에도 이 나무가 이용된다.

 

물참나무, 떡갈나무, 신갈나무 등의 잎은 행복의 상징, 즉 상서로운 조짐(서조瑞兆)으로 꼽힌다.

그 이유는 새봄 새잎이 날 때까지 늙은 잎이 붙어 있기 때문이다.

늙은 잎은 이제 천수를 다하고 땅에 떨어져 흙으로 되돌아가겠지만, 대를 이어나갈 어린잎을 보고 난 뒤에 떠나겠다는 것이다.

늙은 잎은 지난 여름부터 겨울을 지나는 동안이 한평생이었겠지만, 어린 잎을 잉태하기 위해서 햇볕을 받아들이고 공기를 호흡한 것이 아닌가?

그 결과로서 이제 앞날의 새싹을 품 안에 안게 된 것이 아닌가?

어린 잎이 생으로 도약하는 지금, 늙은 잎은 아무런 한 없이 별처럼 떨어져간다.

 

이어주고 또 이어받는 건전한 세대의 교체가 부러워서, 사람들이 이 나무를 행복의 상징으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제주도 송덕수

 

제주도 송덕수로 불리는 한라산의 물참나무(출처-제주도민일보 https://www.jejudom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942)

 

제주도 한라산 꼭대기를 오르는 길은 몇 갈래가 있지만, 그중 어리목(어승생御乘生)부터 올라 탐라계곡 쪽으로 내려오는 길이 있다.

해발고도 약 1,000미터 되는 곳에 대피소가 있고 이곳에 키가 큰 덧나무가 자라고 있다.

딱총나무의 일종인 덧나무는 제주도의 특산이기도 하다.

1,300미터 지점에 이르면 '사제비동산'이라는 곳이 나오는데, 여기에 큰 물참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다.

이 나무 아래에 다음 설명문이 적혀 있는 팻말이 있다.

 

"이 나무를 송덕수頌德樹라 하고 나무 나이는 500년을 넘는다. 지난날 흉년이 들 때마다 이 나무는 많은 도토리를 맺어서 사람들의 기아를 면하게 했다. 특히 정조 18년, 즉 서기 1794년에는 갑인흉년이 들어 이름이 났는데, 이때 이 물참나무는 많은 결실을 해서 큰 공을 세웠다."

 

설명문을 더 읽어내려가면 지금도 해마다 한 번씩 이 나무에 제사를 드린다고 한다.

지난날의 은혜에 오늘날 사람들이 전하는 감사의 표현이 아닐까 생가한다.

 

백록담을 향한 사람의 걸음을 잠시 멈추게 하는 이곳 물참나무는 아래쪽부터 굵은 줄기로 갈라져서 그간 겪어온 온갖 풍상을 견뎌온 굳건한 자세를 보여준다.

제주도에는 큰 물참나무가 이곳저곳에 많이 자라고 있다.

 

※출처
1. 임경빈 저, 이경준·박상진 편, 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2, 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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