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AIDS 바이러스 본문

1981년 미국에서 특이한 폐렴 환자들이 보고되었다.
면역력이 극도로 약화된 영유아나 중증 환자들에게 주로 발병하는 쥐폐포자충 폐렴 Pneumocystis carinii pneumonia이 젊은 환자들에게 발병한 것이다.
환자들의 공통점은 면역세포인 T 림프구 T lymphocyte가 현저하게 감소되었다는 점과 동성연애를 하는 남성이라는 점이었다.
이 새로운 폐렴의 등장으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US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CDC)가 각별히 긴장하던 차에 또 다른 질병의 특이한 발생이 보고되었다.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들에게 주로 발생하는 카포시육종 Kaposi sarcoma이라는 암이 몇십 명의 젊은 남성 환자들에게 발병한 것이다.
그들 역시 T 림프구가 감소되어 있었고, 동성연애를 하는 남성들이었다.
이것은 앞서 언급한 쥐포자충 폐렴과 밀접하게 관련된 원인에 의해 발생했음을 뜻했다.
이 질병은 '동성애자와 관련된 면역결핍증'으로 불리며 언론에 처음 등장했다.
CDC의 광범위한 조사 결과는 매우 충격적이었다.
동성연애자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족, 자주 수혈받는 혈우병 환자들, 주사기로 자주 마약을 투여하는 마약중독자들에게서도 같은 질병이 여럿 발견되었다.
환자들 양상을 보면 성 접촉이나 혈액 관련 경로를 통해 전염되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었다.
이 질병은 1982년부터 에이즈 AIDS 또는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 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으로 불렸다.
연구 결과 에이즈의 원인은 세균 감염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다면 원인 병원체가 바이러스일까?
프랑스 파리의 파스퇴르연구소 Institut Pasteur의 바이러스 학자 뤼크 몽타니에 Luc Montagnier(1932~2022)와 프랑수아즈 바레시누시 Françoise Barré-Sinoussi(1947~ )가 에이즈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것은 그즈음이었다.
그들은 에이즈 환자들의 T 림프구가 감소한 것에 착안해 림프구들이 모여 있는 림프절에서 원인 바이러스를 찾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RNA 바이러스 중 자신의 유전체인 RNA를 DNA로 변신시킬 수 있는 종류가 있다.
일반적으로 DNA에서 RNA로 유전물질이 전달되는데 이 과정을 '전사轉寫 transcription'라 하며, 반대로 RNA에서 DNA로 유전물질이 전달되는 과정을 '역전사逆轉寫 reverse transcription'라 부른다.
그런데 역전사 능력이 있는 바이러스가 RNA에서 DNA로 유전물질을 전달하려면 꼭 필요한 효소가 있다.
그 효소를 '역전사 효소 reverse transcriptase'라고 하며, 이 역전사 효소를 갖고 있는 바이러스를 특별히 '레트로바이러스 retrovirus'라고 부른다.
즉 사람 세포에서 역전사 효소가 발견되었다면 근처에 레트로바이러스가 있다는 사실이다.
몽타니에 연구팀은 에이즈 환자의 림프절에서 역전사 효소를 찾아냈다.
그것은 에이즈의 원인 병원체가 레트로바이러스임을 뜻했다.
연구팀은 곧이어 원인 레트로바이러스인 에이즈 바이러스를 찾아냈고, 여러 나라의 연구진들과 바이러스 시료를 주고받으며 상의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미국 바이러스 학자인 로버트 갈로 Robert Gallo(1937~ )가 1984년 4월 자신이 에이즈의 원인 병원체를 먼저 발견했다고 언론에 대대적으로 발표해버린 것이다.
이쯤 되자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의 몽타니에도 가만있지 않았다.
몽타니에는 미국 정부를 상대로 재판을 시작했다.
막대한 비용이 소모되는 국가의 명예를 건 재판이 지루하게 이어지는 동안 에이즈 환자들의 건강은 계속 악화되어갔다.
결국 1987년 프랑스의 자크 사라크 Jacques René Chirac(1932~2019) 총리와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Ronald Wilson Reagan(1911~2004)이 나서서 특허권과 특허료를 절반씩 나누는 선에서 합의를 보았다.
이때부터 에이즈 바이러스 AIDS virus는 '사람면역결핍바이러스 Human immunodeficiency virus(HIV)'라 불리게 되었다.
2008년 노벨위원회는 미국의 로버트 갈로를 제외하고 몽타니에와 바레시누시의 에이즈 바이러스에 대한 공로만을 인정함으로써 프랑스의 손을 들어주었다.
※출처
1. 김은중, '이토록 재밌는 의학 이야기'(반니, 2022)
2. Madigan 외 3인, 대표역자 오계헌, BROCK의 미생물학 제13판, (주)피어슨에듀케이션코리아, 2011.
3. 구글 관련 자료
2025. 8. 14 새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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