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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변상벽 '모계영자도'

새샘 2025. 8. 18. 19:35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

 

변상벽, 모계영자도, 18세기, 비단에 엷은 채색(담채淡彩), 100.9x50.0cm, 국립중앙박물관(출처-출처자료1)

 

날개는 있지만 날아다닐 수는 없다.

귀신과 인간의 경계를 소리로 넘나든다.

고대부터 인간과 더불어 길흉화복을 나누었다.

십이지十二支 가운데 열 번째 동물로, 한민족의 신앙 속에 살아  있다.

전통혼례 의식에서 '자식'을 상징한다.

제사상祭祀床(제상)에도 진설陳設(제사나 잔치 때, 음식을 법식에 따라 상 위에 차려 놓음)되는 신성한 음식이다.

바로 땅에 사는 조류, 닭(계鷄)이다.

 

닭은 인간에게 아낌없이 주는 가축이다.

알을 품어 새끼를 기르는 모성애가 인간 못지않다.

온기 가득한 어미의 품안은 뽀송뽀송한 솜이불 같다.

새끼에게 품을 내준 어미는 쪼그라든 수세미가 된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모성애는 가슴 저리게 한다.

 

닭의 모성애를 따스하게 포착한 작품으로 화재和齋 변상벽卞相璧(1730?~1775?)의 <모계영자도母鷄領子圖 >가 있다.

어미닭과 병아리가 어울려 정다운 한때를 보내는 훈훈한 광경이다.

어미와 병아리의 눈동자가 맑고 선하다.

꼭 필자 어머니의 눈동자를 닮았다.

 

필자의 어머니는 피부가 곱고 깨끗했다.

특히 눈동자가 맑았다.

모험심이 강해서 여행을 좋아했다.

살짝 웃는 모습이 소녀 같았다.

흥이 있어 사람도 잘 모았다.

어딜 가도 인기가 있었다.

어머니와 필자는 성격이 정반대였다.

사회성이 부족한 필자에게 어머니는 인생의 스승이었다.

어머니는 자식 걱정에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

그래도 애간장 녹이는 자식이 있어 행복해했다.

 

석가모니가 부모의 은혜에 대하여 설한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에는 "자식이 왼쪽 어깨에 어머니를 받들고 오른쪽 어깨에 아버지를 받들고 살가죽이 닳아 뼈에 이르고 뼈가 뚫어져 골수에 이르기까지 수미산을 백천 번 돌더라도 부모의 깊은 은혜는 다 갚지 못한다"라고 했다.

그만큼 부모의 은혜는 깊고 무량하다.

 

변상벽은 조선시대 중기 화원화가로 활동했다.

초상화를 아주 잘 그려서 '국수國手'라는 호칭을 받았다.

여러 차례 어진御眞(신어神御: 임금의 화상畫像) 제작에도 참여하였다.

고양이를 사실적으로 묘사하여 '변卞고양이'라고 불렸다.

'어미닭이 병아리들을 이끄는 모습'을 포착하여 그린 <모계영자도>는 행복의 메시지 message(전언傳言)를 담고 있다.

그는 영모翎毛(새나 짐승을 그린 그림), 동물, 인물을 비롯하여 다방면으로 두각을 보였다.

 

<모계영자도>는 새로로 긴 화면에 괴석怪石(괴상하게 생긴 돌)을 중심으로 아래쪽에는 어미닭과 병아리들이 놀고 있다.

한가운데 우뚝 솟은 괴석이 화면의 무게중심을 잡는다.

주위에는 찔레꽃이 피어 계절을 암시한다.

하늘에는 나비 한 쌍과 벌이 어울려 공간의 조화를 이룬다.

사실적이면서도 대담한 기법이 그림에 생동감을 더한다.

 

화면 아래에는 병아리들이 먹이를 받아먹으려고 어미닭 주변에 몰려들었다.

몸통이 두툼하고 깃털이 가지런한 어미닭은 어여쁘고 정갈하다.

부리에 벌 한 마리를 물고 병아리들을 불러 모았다.

어미는 여러 병아리에게 먹이를 나눠주기 위해 지혜를 발휘하는 중이다.

그러나 먹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병아리 두 마리가 서로 지렁이를 부리에 물고 실랑이를 벌인다.

맨 앞에 놓인 백자 그릇에는 물이 담겨 있다.

병아리가 물 한 모금 머금고 하늘을 쳐다본다.

또 다른 한 마리는 물을 먹고 있다.

솜털 같은 깃털이 반짝인다.

어미닭 깃에 숨은 병아리가 있는가 하면, 이를 지켜보는 병아리도 있다.

병아리들의 동선動線이 어미닭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병아리들이 하나같이 어미와 같은 선한 눈동자를 가졌다.

어미를 바라보는 눈빛이 해맑다.

 

작품에는 수탉이 없다.

어미의 모성애에 초점(포인트 point)을 맞춘 것 같다.

앙증맞은 병아리들의 몸가짐(포즈 pose)이 변화무쌍하다.

화가는 화면 중앙에 괴석을 배치하여 눈길을 사로잡았다.

수탉의 부재를 알리는 듯 남성성을 강조한 바위는 거칠고 우직하다.

진한 먹으로 강하게 표현하여 화면에 변화를 주었다.

 

우직한 바위 아래 찔레꽃이 다소곳이 피어 봄을 알린다.

분홍빛 찔레꽃이 젊음을 발산하는 여인 같다.

괴석 주위에는 잡풀이 피어, 양지바른 곳임을 알려준다.

하늘에는 한 쌍이 나비가 날아다니고, 벌들이 찔레꽃 주위를 맴돈다.

어쩌다 벌 한 마리가 어미닭에게 붙잡혀 병아리들의 먹이가 되었다.

병아리 소리와 윙윙대는 꿀벌 소리가 한낮의 정적을 깬다.

찔레꽃 향이 그윽한, 각자의 삶에 충실한 정직한 그림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어머니와 자식이 나누는 눈빛이 아닐까.

필자는 평생 지혜로웠던 어머니의 눈동자를 잊지 못한다.

병아리가 어미닭의 지극 정성으로 자라듯이 필자도 모성애로 무럭무럭 자랐다.

누구나 '어미'의 사랑스러운 '병아리'다. 

 

※출처

1. 김남희 지음, '옛 그림에 기대다', 2019. 계명대학교 출판부

2. 구글 관련 자료

 

2025. 8. 18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