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한국인의 DNA를 찾아서 본문
○한민족은 북방계? 남방계?
어떤 사람의 유전정보를 담아내고 있는 생물학적 요소를 DNA(deoxyribonucleic acid 데옥시리보핵산)라고 한다.
이중나선 double helix 구조로 이루어진 DNA를 정밀하게 해독하면 유전 질환과 같은 위험 요소도 찾아낼 수 있다.
이처럼 DNA는 누군가의 기원을 밝히는데 매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놀랍게도 한반도의 기원을 찾아내는데도 DNA가 사용된다.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고고학을 연구하기 시작한 이래로 절대 변하지 않고 가장 먼저 손꼽히는 화두는 민족 기원이다.
필자 역시 초등학교 때 역사에 관심을 가졌을 때부터 고고학을 전공해 연구자가 되기까지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민족은 단일 민족 또는 순수한 혈통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전혀 과학적이지 않다.
그렇다면 한 나라의 기원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어떤 자료를 조합해서 추론해야 할까?
지금까지 필자가 모아온 아래에 있는 신문 스크랩을 한번 살펴보자.

위 기사는 1960년대에 발행된 것으로, 한민족의 문화 기원과 관련된 논쟁 가운데 남북방계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고고학계에서는 지금까지 한민족의 기원에 대해 북방 기원설을 주장했으나 인류학과 민속학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오히려 한민족이 남쪽에서 북쪽으로 진출했으며 신화학도 남방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한다.
서울대학교의 김원룡 교수는 위 기사에서 북방 기원론을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들은 몇십 년이 지나도록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위는 1980년대 조선일보에서 발행된 고인돌에 관한 기사다.
보통 고인돌은 북방에서 남쪽으로 이주해 벼농사를 지은 사람들이 만들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고인돌 또한 남쪽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한다.
이렇듯 각각의 역사적 쟁점에 대해 남방과 북방에 대한 논쟁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이런 재미있는 기사가 나온 적도 있다.
위 사진은 2019년 경북 고령 지산동 대가야 고분군에서 출토된 흙으로 만든 방울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방울 표면에 거북이의 등껍질 같은 무늬가 새겨져 있다.
일부 고고학자들은 이것을 보고 가야의 건국 설화가 증명되었다고 주장했다.
작자 미상의 고대가요 <구지가龜旨歌>의 가사가 설명되었다는 것이다.
가락국에 아직 임금이 없던 시절, 족장들은 왕을 맞이하기 위해 백성들을 모아놓고 신의 계시에 따라 흙을 파헤치며 이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그 내용은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놓아라. 만약에 내놓지 않으면 구어 먹으리"로, 300여 명이 이 노래를 반복해서 부르자 하늘에서 여섯 개의 황금알이 내려왔고, 각각의 알에서 태어난 여섯 명의 귀공자가 6가야를 다스리게 되었다.
그리고 그중 가장 큰 알에서 나온 사람이 바로 김수로왕이다.
이 설화는 한반도의 대표적인 난생설화卵生說話다.
<구지가>와 알에서 태어난 왕의 이야기는 남방 기원설의 큰 줄기다.
한반도의 기원을 북방 기원설에서 찾는 사람들의 연구는 천손민족天孫民族, 즉 하늘에 기원을 둔 설화가 기반이었다.
웅녀와 혼인해 단군을 낳은 환인의 아들 환웅, 하늘에서 오룡거五龍車라는 전차를 타고 내려온 부여의 해모수 따위가 대표적인 예다.
북쪽에서 온다는 말은 대체로 하늘에서 내려온다는 말과도 치환된다.
반면 남방 기원설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알에서 태어난 인물이 나라를 세운다는 난생신화를 강조한다.
가야의 김수로왕, 신라의 박혁거세와 같은 건국 신화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가야의 신화나 기원에 대한 유물은 그동안 거의 발견된 적이 없기 때문에 이 진흙방울은 많은 사람의 상상력을 불러일으켰다.
물론 이것 하나만으로 가야의 건국 설화가 증명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방울에는 모두 여섯 가지의 그림이 표현되었는데, 그중 한 면이 거북이 등딱지처럼 생긴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설화와 연결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다.
마치 반구대의 바위 그림에 호랑이나 곰의 형성이 나왔다고 해서 곧바로 '단군신화'로 연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구지가>는 현재의 김해 일대에 존재했던 금관가야의 설화다.
하지만 고령 지산동은 대가야 지역이다.
건국 설화와는 크게 관계가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방울 위에 추상적인 선으로 그려진 형태만으로 당시 상황을 단정 짓기도 어렵다.
따라서 가야의 기원에 관한 정확한 해석은 앞으로 비슷한 유물들이 더 출토될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바다를 끼고 있었던 가야인들이 해상을 통해 남방지역과 교류했고, 그것이 국가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북쪽에도 뚜렷한 경계선이 없으므로 북방의 문화적 특성도 어느 정도는 유입되었을 것이다.
그러니 북방계와 남방계 중에 무엇이 맞느냐고 따진다는 것은 질문부터가 틀렸다.
신화학, 언어학, 역사학, 고고학, 그 밖의 분야마다 어떤 자료를 중심으로 연구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언어도 마찬가지다.
한국어에는 북방에서 영향을 받은 말도 있지만, 남방에서 유래한 표현이나 단어도 많다.
두 가지는 서로 엄청나게 다르고 또 섞여 있다.
그렇다면 과연 어느 민족이든 순수한 혈통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 있을까?
○순수 혈통은 존재할 수 있는가?
기본적으로 인간이라는 생물은 순수함을 만들 수 없다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
즉, 단일 민족이라는 것은 믿고 싶은 환상일 뿐, 생물학적으로 성립할 수 없다.
대표적인 백인 우월주의자 가운데 크레이그 코브 Paul Craig Cobb(1951~ )라는 사람이 있다.
그는 다른 인종을 향한 혐오나 증오심을 당연하게 표현하며, 백인들 이외의 인종은 필요 없으므로 백인들의 도시를 따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할 만큼 극단적인 인종차별주의자다.
그런데 어떤 프로그램에서 이 사람의 유전자를 검사하자 놀랍게도 흑인 계통 유전자가 14퍼센트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많은 사람 앞에서 웃음거리가 된 뒤에도 그는 결과가 조작되었다고 주장했지만, 이 에피소드만 보아도 이 세상에 순수한 혈통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쯤에서 결혼과 출산의 원리에 대해 생각해보자.
결혼은 완전히 다른 두 사람이 만나 가정을 꾸리는 것으로, 둘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는 부모의 유전자를 모두 가지게 된다.
유전자에는 우성과 열성이 모두 존재한다.
사람은 그중에서 환경에 더 잘 적응할 만한 요소를 선택해 생물학적으로 점덤 더 진화한다.
이것은 비단 인간뿐만 아니라 양성생식兩性生殖 bisexual reproduction(암수 배우자의 수정으로 새로운 자손을 생산)하는 생물들에게 공통으로 나타나는 특징이다.
순수성을 찾는다는 것은 생물학적인 원리에 반하는 일이다.
같은 혈통이 계속해서 유지되려면 동종교배同種交配 inbreeding라는 전제가 깔려 있어야 하는데, 이는 치명적인 유전병에 걸릴 확률을 높이고 진화를 막아 도태되거나 멸종에 이르게 한다.
생물학적으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나와 다른 유전자를 만나야 생존 가능성이 커지고 때문이다.
이것이 자손 번식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한 적응 과정이다.
그렇다면 "나는 과연 단일 민족인가? 나의 순수한 핏줄은 무엇인가?"라고 묻기 전에 과연 인간이라는 생물이 순수한 혈통을 유지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를 먼저 질문해야 한다.
단일 민족에 대한 환상은 한국인뿐 아니라 20세기 초반 서양에서부터 이어온 수많은 인간의 허상이었다.
이를 주장한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아돌프 히틀러 Adolf Hitler(1889~1945)였다.
그는 아리안족 Aryan이라는 자신의 뿌리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순수한 아리안족을 찾는데 평생을 바쳤다.
아이러니하게도 히틀러 역시 순수한 독일인 German이 아니라 오스트리아인 Austrian이었고, 계보를 따라 올라가면 조상 가운데 유대인 Jew이 있었음에도 그의 순혈에 대한 집착은 무서울 정도였다.
그저 자신의 침략 전쟁을 합리화하기 위해 순수한 혈통을 강조하며 인종 청소를 단행했다.
히틀러는 순혈주의에 집착하다 못해 오컬트 occult(과학적으로 해명할 수 없는 신비적·초자연적 현상) 문화에까지 심취했다.
그는 고대에 대한 관심으로 나치 Nazi의 상징에 만자문卍字紋이라고 불리는 인도 계통 종교에서 비롯된 스와스티카 Swastica 문양을 사용했다.
이 문양은 원래 약 3,500년 전 유라시아 초원에서 전차를 만들던 유목민들이 썼던 기호다.
이를 따온 데는 히틀러의 부하였던 하인리히 힘러 Heinrich Luitpold Himmler(1900~1945)라는 사람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했다.
그는 히틀러보다 더 신비주의와 오컬트를 신봉했던 사람으로서, 순수한 아리안족이 누군인지 학문적으로 증명해 보이겠다는 열망으로 아시아의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다.
아리안족의 기원이라고 알려진 티베트고원 Tibetan Plateau 과 파미르고원 Pamir Plateau을 찾아간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운석으로 만든 불상을 발견해 가지고 나왔다고 주장했다.
히틀러에게는 이와 같은 보물을 발견했으므로 나치가 제1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영화 <인디아나 존스>는 실제 이러한 스토리를 배경으로 제작되었다.
순혈에 대한 망상은 일본인에게도 똑같이 존재했다.
일본인들은 자신들의 조상인 야마토인(대화인大和人)만이 위대한 민족이라고 주장하며 원래 그 땅에 살고 있었던 북쪽의 아이누족 アイヌ Ainu과 남쪽의 류큐족 Ryukyuan(류구인琉球人/오키나와인 Okinawan)을 무자비하게 탄압했고, 나아가 한반도를 침략해 조선인들도 같은 방식으로 지배하고 학살했다.
그들은 이것이 순수한 단일 민족을 찾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행위이며 다른 민족은 이를 방해하고 더럽히는 피를 갖고 있다고 주장하며 식민 지배를 정당화했다.
그렇다면 지금은 순혈주의와 제노포비아 Xenophobia(외국인 또는 이민족 집단을 혐오, 배척이나 증오하는 것) 현상이 사라졌을까?
그렇지 않다.
인종차별은 교묘하게 변형된 형태로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다.
유럽에는 신新나치주의 neo-Nazism가 등장했고, 미국에서도 코로나10 팬데믹 이후에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 범죄인 에이시안 헤이트 Asian Hate가 하나의 유행처럼 퍼져나갔다.
스스로 순수하다고 믿는 환상은 그 자체만으로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거기서 더 나아가 타인을 차별하기 위한 구실로 삼고 다른 사람을 배격하면서 폭력과 학살, 탄압을 자행하기 때문에 위험한 사상으로 금기시되는 것이다.
앞으로도 순혈주의에 집착한다면 이와 같은 비인간적인 범죄가 언제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순혈을 지키기 위한 피나는 노력
나치와 같은 제국주의 이전에도 자신들의 피가 평범한 사람과 구별된 위대한 가문의 상징이라고 여긴 사람이 많았다.
이들은 자신의 순수한 혈통을 지키기 위해 근친혼을 비롯해 여러 가지 방법으로 노력을 기울였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유럽의 왕가들이다.
앞서 인간의 혼인 문화는 필연적으로 다른 종족이나 인종과 피가 섞이면서 대를 잇는 행위라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왕족이나 귀족 가운데는 순혈을 지키기 위해 다른 가문과 결혼하지 않고 근친혼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결과 왕족들은 유전병으로 고생하는 일이 비일비재했고,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기도 했다.

위 사진은 스페인의 번영을 이끌었던 합스부르크가 House of Habsburg의 마지막 왕인 카를로스 2세 Carlos II(재위 1665~1700)의 초상화다.
초상화를 그릴 때는 보통 인물을 어느 정도 미화하기 마련이지만, 그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카를로스 2세의 모습은 무언가 많이 불편해 보인다.
턱이 많이 튀어나와 있고 눈은 초점이 없이 흐릿하며 전체적으로 얼굴의 균형이 맞지 않는다.
이러한 주걱턱은 일명 '합스부르크의 턱'이라고 해서 가문에서 나타난 공통적인 특징이었다.
이 때문에 부정교합 문제가 생겨 계속 침을 흘리고 음식물을 제대로 씹을 수 없어 소화기관도 망가졌다.
또한 불임과 지능 저하로도 고통받았다.
심지어 근육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해 잘 걷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이런 문제의 원인으로 가장 먼저 손꼽히는 것이 바로 근친혼이었다.
물론 근친혼을 한다고 해서 후대가 모두 장애를 갖고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
빈도가 적으면 장애가 없는 건강한 아이가 태어난다.
다만 근친혼을 반복하면 유전적 결함이 생길 확률이 높아지면서 가문이 전체적으로 도태될 수밖에 없다.
합수브르크 왕가보다 훨씬 오래전에 이집트 Egypt를 다스렸던 투탕카멘 Tutankhamun(재위 서기전 1333~서기전 1323)도 근친혼으로 인한 유전병으로 일찍 사망했고, 러시아 Russia의 마지막 왕인 니콜라스 2세 Nicholas II(재위 1894~1917)의 아들도 혈우병을 갖고 태어나 오랫동안 고생했다.
이렇게 수많은 가문이 근친혼에 집착한 이유는 선민의식選民意識 즉 자신과 자신의 가문은 선택받은 특별한 존재라는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그 수를 늘리기 위함이었다.
단일 민족이 우월하다고 믿는 것 역시 이와 같은 선민의식을 지키기 위한 환상이다.
왕족이나 귀족들이 주장하는 핵심은 "나는 너희들과 다르고, 금수저로 태어났으므로 이 특권을 지켜야 해"라는 것이다.
권력을 타인과 공유하지 않고 폐쇄된 형태로 유지하고 싶었던 그들의 모습은 지금의 우리와도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어떻게든 가족의 부를 세습하고 특권을 다른 사람에게 나누지 않으려 갖은 애를 쓰며 발버둥 친다.
꼭 근친혼이 아니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내가 가진 것을 지키려는 노력은 요즘 사회에서도 유효하게 작용한다.
다만 근친혼이란 인간에게 기본적으로 내재한 욕망을 결혼이라는 제도와 결부해 자손을 퍼뜨린 특수한 상황이었을 뿐이었다.
이러한 특권 계층에 대한 열망은 고고학 연구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앞서 올린 '신라의 상징, 금관' 글(https://micropsjj.tistory.com/17041386)에서 설명하면서 등장한 편두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어릴 때부터 마치 옥수수처럼 머리를 길쭉하게 만들어 왕족 이외에 다른 사람은 금관을 쓰지 못하도록 특권의식을 부여한 것이다.
단일 민족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음에도 어떻게 해서든지 이를 증명하려고 한 이유 역시 인간의 계급적 욕망을 투영한 문화적 산물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그 문화적 산물은 안타깝게도 인간의 생물학적 본질과는 잘 맞지 않았다.
※출처
1. 강인욱 지음, 우리의 기원-단일하든 다채롭든(21세기 북스, 2022)
2. 구글 관련 자료
2025. 9. 16 새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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