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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크레펠린과 정신질환 분류

새샘 2025. 10. 27. 16:45

에밀 크레펠린(출처-https://chmc-dubai.com/articles/kraepelin/)

 

1800년대 정신과 의사들은 자신만의 기준으로 제각각 정신질환 mental illness(정신질병 psychiatric illness)을 진단했다.

열 명의 의사를 찾아가면 열 명 모두 다른 진단을 했다.

더구나 정신질환은 의사만의 것도 아니었다.

종교계에서는 정신질환을 악마의 저주나 주술에 걸렸다고 판단했고, 철학자나 사회학자는 사회적 불평등이나 환경적인 문제가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너무 많은 전문가가 다양한 진단과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것은 결국 아무도 모른다는 것과 같다.

이런 혼란을 정리한 사람이 독일 정신과 의사 에밀 크레펠린 Emil Kraepelin(1856~1926)이었다.

 

크레펠린은 일단 환자별로 진료 기록지를 만들어 질병의 증상, 진행 과정, 퇴원할 때의 상태를 기록해나갔다.

어찌 보면 당연히 했어야 하는 의료기록이었지만 당시만 해도 정신질환자의 증상을 중요시하는 연구자는 많지 않았다.

정신과 의사들이 갖고 있는 각자의 다양한 이론에 환자를 끼워 맞추듯 진료했다.

 

크레펠린은 기존의 중구난방으로 제기되는 원인에 대한 주장들을 무시하고 오직 겉으로 나타나는 환자 증상과 변화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환자의 첫 모습과 변화 과정, 치료 결과에 대한 기록들을 수시로 수정해가며 크레펠린은 자신의 진료 기록을 꼼꼼히 만들어나갔다.

그렇게 만든 환자의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비슷한 정신질환을 가진 환자들의 묶음이 만들어졌다.

또한 같은 묶음과 다른 묶음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파악되면서 질병의 변화 과정을 치료 결과들을 미리 예측할 수도 있게 되었다.

크레펠린은 정신질환을 13가지 범주로 나누어 정리했다.

그중 가장 탁월한 것은 정신질환을 기분 변화의 유무에 따라 크게 두 부류로 나눈 것이다.

 

기분 변화를 동반하는 정신질환은 크게 두 가지로 우울증과 양극성 장애(조울증, 기분이 좋았다 나빴다 극적으로 변하는 질환)가 있다.

기분 변화를 동반하지 않는 정신질환으로 대표적인 것은 '조현병調絃病'이다.

조현병은 젊었을 때 발병한 뒤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황폐해지면서 말기에는 멍해지는데, 그 모습이 이른 나이에 발병한 치매 환자 같아서 크레펠린은 '조발(성)치매 dementia praecox'라고 이름 붙였다.

이 병은 그의 제자인 스위스 정신의학자 파울 블로일러 Paul Eugeb Bleuler에 의해 '정신분열병 schizophrenia'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우리나라는 정신분열병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다 2011년 조현병으로 바뀌었다.

정신분열이라는 단어가 부정적인 뜻을 포함하고 있고, 마치 '지킬 박사와 하이드 Dr. Jekyll And Mr. Hyde'처럼 다양한 인격을 갖고 있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이 병은 약물로 치료하고 잘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현악기을 줄을 조율하다'라는 뜻의 '조현調絃'이라는 잘 어울리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크레펠린에 의한 정신질환 진단 분류가 완성되자 다른 정신과 의사들의 진단도 정리되어 갔다.

드디어 정신과 의사들이 같은 진단명을 두고 토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에 따라 과학적인 연구과 치료법을 개발하기 시작했으니, 크레펠린에 의해 근대를 극복하고 현대 정신의학이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정신의학은 1900년대로 넘어오면서 세 방향으로 나누어 발전한다.

첫 번째 방향이 '정신분석학精神分析學 psychoanalysis'이다.

 

※출처
1. 김은중, '이토록 재밌는 의학 이야기'(반니, 202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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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10. 27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