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한스 셀리에와 스트레스 본문

정신분석학 psychoanalysis에 이어 정신의학의 두 번째 '정신신체의학(심신心身의학) psychosomatic medicine'에 대해 알아보자.
심신이원론心身二元論을 통해 '몸과 마음은 별개'라고 주장했던 데카르트 René Descartes(1596~1650)의 주장을 반박하는 정신신체의학자들은 마음과 감정의 문제가 신체에 깊은 영향을 준다고 생각했다.
이 분야에 가장 뚜렷한 결과를 보여준 학자는 캐나다 Canada 내분비학 의사 한스 셀리에 János Hugo Bruno Hans Selye(1907~1982)였다.
고대 그리스 Greece 의학자들은 인체의 조화와 균형을 매우 중요시했다.
중요시한 정도가 아니라 그것으로 아예 모든 질병을 설명했다.
오늘날 의학의 아버지로 평가받는 히포크라테스 Hippocrates(서기전 466~377)는 인체를 이루는 4가지의 액체(혈액血液 blood, 점액粘液 phlegm, 황담즙黃膽汁 yellow bile, 흑담즙黑膽汁 black bile)의 조화가 깨지면 질병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조화가 깨지면 우리 몸에서 스트레스 stress가 발생하고, 그에 대한 대처반응을 통해 조화를 회복하고 건강을 되찾으려 한다는 것이다.
히포크레테스의 4가지 액체의 조화 이론을 '4체액설四體液說 Humor theory'이라 하며, 근대의학이 발달하면서 4체액설은 서서히 영향력을 잃어갔다.
하지만 현대의학자들은 좀 더 개선된 조화 이론을 들고 나왔다.
미국 생리학자 월터 캐넌 Walter Bradford Cannon(1871~1945)은 1914년 우리 몸에는 인체 내부환경을 정상적인 상황으로 유지하려는 기능이 내장되어 있으며, 이를 '항상성恒常性 homeostasis'(항상 같은 상태를 유지하려는 성질)'이라는 개념으로 제시했다.
그리고 항상성을 깨뜨리려는 외부적인 방해요인이 있음을 언급함으로써 이후의 '스트레스 stress' 이론을 예고했다.
1936년 한스 셀리에는 난소 추출물이 신체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연구 중이었다.
그는 난소 추출물을 쥐에게 주사하고서 쥐의 변화를 살펴보기로 했다.
몇 개월 동안 난소 추출물 주사를 맞은 쥐는 몸에 상당한 변화가 일어났다.
면역 조직이 위축되고, 위궤양 및 위염이 생긴 데다 콩팥 위의 작은 호르몬 분비기관인 부신副腎(콩팥위샘) adrenal gland이 퉁퉁 부었다.
세리에는 새로운 여성 호르몬을 발견했다고 생각하고 좀 더 확실한 검증을 해보기로 했다.
쥐를 두 무리로 나누어 각 무리에 난소 추출물과 생리식염수를 주사했다.
몇 개월 동안 실험한 뒤 부검을 통해 두 무리 쥐의 몸의 변화를 확인했다.
그런데 예상과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왔다.
생리식염수를 주사한 무리에서도 난소 추출물을 주사한 무리와 똑같은 소견이 관찰된 것이다.
셀리에는 처음에는 좌절했지만 곰곰이 연구 결과를 되새겼다.
두 무리는 틀림없이 다른 내용물을 주사했는데도 결과가 똑같았다.
두 무리의 공통점은 바로 주사를 맞았다는 그 자체!
셀리에는 주사를 맞는 과정에서 양쪽 쥐들이 감수해야 했던 괴로운 경험 때문에 쥐의 신체반응(위염, 위궤양, 부신질환)이 똑같이 일어난 것이라 생각했다.
셀리에의 연구 방향은 다른 곳으로 향했다.
셀리에는 쥐들에게 주사가 아닌 다른 종류의 괴로운 경험을 하게 했을 때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지 보기로 했다.
쥐들은 높은 곳(지붕 위), 뜨거운 곳(난로 위), 무서운 곳(수술대 위)에서 갖가지 고생을 겪어야 했다.
그리고 다양한 곳에서 고생했던 실험용 쥐들에게도 주사를 맞았던 쥐들과 같은 신체반응이 나타났다.
셀리에의 생각이 맞았던 것이다.
쥐의 신체에 일어났던 반응들은 괴롭고 힘든 상황 때문에 생긴 것이다.
1936년 셀리에는 다양한 해로운 자극에 노출된 생명체에서 발생하는 비슷한 유형의 증상을 묶어 '전신순응증후군 general adaptation syndrome(GAS)'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단어는 이후 아주 유명한 한 단어인 '스트레스 stress'로 요약되었다.
쥐들이 실험과정에서 겪었던 스트레스적 상황이 그들의 신체 변화를 일으킨 것이다.
그른데 쥐들의 부신이 커진 이유는 무엇일까?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에 대응하기 위해 '코티솔 cortisol'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이것을 분비하는 곳이 바로 부신이다.

셀리에는 전신순응증후군 즉 스트레스 반응이 3단계로 일어난다고 보았다.
첫 단계는 '경보단계 alarm phase'로 스트레스를 받고 2일 안에 일어나는 반응이다.
면역기관이 수축되고 소화기 기능이 손상되면서 몸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경보를 보내는 단계다.
스트레스 상황이 2일 이상 넘어가면 두 번째 단계가 시작된다.
부신이 커지고, 신체 성장이 멈추고, 생식샘이 작아지는데, 이 단계를 '저항단계 resistance phase'라고 한다.
스트레스에 몸이 저항하며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단계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계속되어 한 달이 넘어가면 몸에 직접적인 손상이 나타나는 '소진단계 exhaustion phase'가 된다.
소진단계가 되면 실제로 몸에 병이 생기는 것이다.
여기저기 점막이 헐어 궤양이 나타나고, 심혈관계, 소화기계 병이 생기고 정서적으로 우울증이 나타난다.
특히 마지막 단계인 소진단계는 요즘 자주 접하는 '번아웃 증후군(번아웃 신드롬) burnout syndrome'(업무 도중 극심한 육체적·정신적 피로를 느끼고 직무에서 오는 열정과 성취감을 잃어버리는 증상 즉 '정신적 탈진'으로서 '소진燒盡'으로 번역)과 관계가 깊다.
셀리에의 스트레스 반응은 많은 의학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출처
1. 김은중, '이토록 재밌는 의학 이야기'(반니, 2022)
2. 구글 관련 자료
2025. 11. 25 새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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