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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세를 발굴할 미래의 고고학자

새샘 2026. 5. 17. 10:25

인류세가 포함된 지질시대 구분(출처-http://sunhakpeaceprize.org/kr/news/issue.php?bgu=view&idx=731)

 

인공지능 AI과 함께 빅 데이터(거대 자료) big data의 시대가 도래한 21세기는 여러모로 미래의 고고학자에게 새로운 연구 기법을 필요로 할 것이다.

지금 세계는 이미 데이터(자료) data와 알고리듬(풀이법 또는 셈법) algorithm으로 유지된다.

그렇다면 미래의 고고학자는 남아 있는 물질문화에 반영된 빅데이터의 알고리듬을 분석해야 현대사회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단순한 유물을 주로 관리하는 것을 넘어 다양한 클라우드(자원 공유 또는 인터넷 기반 자원 공유) cloud와 저장 매체에 기록된 여러 데이터를 분석하는 기법도 필요하다.

아울러 현대사회는 거대한 콘크리트 concrete로 만들어진 끝도 없는 도시로 이어져 있다.

과연 그 거대한 도시를 일일이 발굴할 수 있을까, 또 발굴된 거대한 건축물을 어떻게 처리할까와 같은 질문이 끝없이 든다.

사실 지금도 워낙 빠르게 바뀌고 있는 세상이라 미래의 고고학자가 어떤 일을 할지 벌써부터 걱정하는 것은 쓸데없어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고고학자의 입지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고고학자로서의 안목과 식견이 더욱 많이 필요한 시대가 되기 때문에 진정한 고고학의 황금기가 도래할 수 있다.

 

이제까지 고고학자는 대부분의 시간을 현장에서 기초자료를 정리하는데 소요했다.

지금도 고고학자는 현장에서 발굴하면서 유물을 정리하고 도면화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이러한 과정을 줄인다면 고고학자는 본연의 목적인 '과거의 유물을 통해 사람의 본질을 연구하는 것'에 더 집중할 수 있다.

고고학을 요리에 비유해보자.

이전의 고고학자는 일일이 밭에서 채소를 키우고 가축을 길러 요리의 재료를 만들었다면 AI 시대의 고고학자는 그런 번잡한 과정을 대신해주는 도구가 생기는 셈이다.

그렇다면 남은 시간에 더 맛있는 요리를 만들기 위하여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는 것처럼 고고학자도 더 과감하게 인간의 과거를 탐구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950년대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이 개발되기 이전 서양에서도 고고학자는 각종 유물을 상호 비교하면서 편년編年(연대순으로 역사를 편찬함)을 하는 복잡한 상대 편년에 많은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이 널리 도입되면서 고고학자는 복잡한 형식학 대신 다양한 고고학적 방법을 개발하고 도입하기 시작했다.

1960년대 이후 고고학계에 등장한 새로운 연구 방법론인 '과정고고학過程考古學 processual archaeology'도 바로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이 등장해 고고학자가 단순 작업에서 해방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미래 고고학의 전망이 무조건 장밋빛만은 아니다.

반대로 고고학은 AI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몇 안 되는 인간만의 작업으로 남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 둘 사이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경제 논리가 될 것이다.

고고학에 AI가 도입될 수 있는지 여부는 기술적 어려움이 아니라 과연 몇백 억의 자본을 들여서 AI와 같은 기계를 도입할 정도로 채산성이 있는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현재 고고학이 지닌 경제 규모는 매우 크다.

우리나라의 경우 해마다 건설에 따른 구제발굴의 총액이 몇천억 원대에 이른다.

앞으로 남북통일이 이뤄져 북한에 엄청난 건설 사업이 필요하게 된다면 몇십 년 동안 해마다 몇조 원대의 발굴 사업이 진행될 수도 있다.

한참 경제개발 중인 러시아, 중국, 중앙아시아와 같은 유라시아의 신흥 경제대국에서도 대형으로 택지를 개발하고 고고학에 대한 수요가 있다면 몇천 억을 들여서 문화재를 발굴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이 든다면 적극적으로 AI에 기반을 둔 기술이 도입될 수도 있다.

반대로 포스트 코로나(코로나 이후) post corona의 경제 위기로 세계경제가 침체를 맞는다면 건설 경기도 크게 위축될 것이고, 똑같이 고고학에 대한 수요도 줄어들 것이다.

 

19세기 서방 제국주의가 사방에 식민지를 건설하면서 시작된, 약탈하는 고고학의 열풍은 '인디애나 존스 Indiana Jones'와 같은 기형적인 영웅을 만들어냈다.

20세기 한국을 포함한 유라시아 각국은 민족주의를 앞세워서 자국 역사의 위대함을 발견하는데 고고학을 이용했다.

그리고 21세기 디지털(수치형) digital 사회로 재편되며 고고학은 또 한번의 탈바꿈을 예고하고 있다.

과거를 통해서 미래를 예측한다는 원리는 최근 세상을 바꾸고 있는 AI에도 해당된다.

AI 기술의 핵심인 딥러닝(심층학습) deep learning은 인간이 쌓아놓은 과거의 데이터를 학습하는 것이다.

과거는 똑같이 반복되지 않지만 각각의 다양한 모습은 우리의 현재, 나아가 미래를 살아가는 주요한 근거가 된다.

그 시야를 확장한다면 인간이 살아왔던 모든 과정은 유물로 수렴되고 고고학자는 그 유물에서 과거의 데이터를 하나씩 추가한다.

비록 그 과정은 매우 느리게 이루어지지만 이미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유의미한 연구와 저서가 나오고 있다.

유발 하라리 Yuval Noah Harari의 ≪사피엔스≫나 제레드 다이아몬드 Jared Mason Diamond의 ≪총 균 쇠≫와 같은 세계적 베스트셀러(인기상품) bestseller를 보자.

그들은 고고학자들은 아니지만 고고학이 연구해온 수많은 데이터를 활용하여 인간의 앞날에 대한 담론談論(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논의함)을 제기한 것이다.

단순한 과거의 삶에 대한 천착穿鑿(어떤 원인이나 내용 따위를 따지고 파고들어 알려고 하거나 연구함)에서 인류 문명의 거대 담론에 이르기까지 고고학이 미치는 영향은 대중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어쨌거나 미래에 다양한 기술이 발달한다고 한들 조상의 과거를 알고자 하는 호기심과 인간 자체에 대한 탐구 정신이 있는 한 고고학은 계속 발전할 것이다.

아무리 현대 과학이 진화한다고 해도 흙 속에서 자기 손으로 유물 한 조각을 찾아내는 기쁨, 그리고 그 순간 고고학자가 느끼는 과거와의 소통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 한 고고학은 계속된다.

 

※출처
1. 강인욱 지음, 사라진 시간과 만나는 법(김영사, 2024)
2. 구글 관련 자료
 
2026. 5. 17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