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칸딘스키 '무제(최초의 추상수채화)' 본문
'맛있는 작품 감상 비결'

"저, 악수 한 번 해도 될까요."
이번 학기가 끝나던 날, 내 수업을 들은 한 학생이 수줍게 카드와 손을 내밀었다.
난 웃으며 "그럼 좋지"라면서 손을 맞잡았다.
감동의 순간이었다.
내가 대학에서 강의하는 과목 가운데 '미술의 이해'라는 교양강좌가 있다.
미술 전공자가 아닌 타 전공자를 위한 이 수업은 그들이 미술에 쉽게 접근 하게끔 유도할 수 있는 황금의 기회다.
어떤 미끼를 던질 것인가, 고민한다.
타 전공자들은 미술이 낯설어서 예술을 자기와는 무관한 세상으로 치부해 버린다.
주제가 비슷한 국내 작품과 외국의 작품을 한 점씩을 설치해 비교 감상을 시켰다.
첫 수업시간에 작품을 제시하고, 학생들에게 작품감상 소감과 감상문을 발표하도록 한다.
그러면 학생들의 한숨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난 그들에게 천천히 자기 생각을 써보라고 한다.
그림을 보면서 어떠한 상황인가를 상상하고, 진실이든 거짓이든 자기 마음에 일어나는 감정을 기술해보라고.
처음에는 많이 두려워하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발표자 수가 늘어나고 감상에 깊이가 더해졌다.
역시 교육은 반복 앞에 무릎을 꿇는다.
학기가 끝날 즈음, 작품을 보는 그들의 눈동자가 반짝인다.
나는 학생들에게 작품을 감상할 때, 정직하게만 보려고 하지 말라고 한다.
작품을 거꾸로도 보다가, 좌우로 돌아가면서도 보라고 요구한다.
거꾸로 보면, 뜻밖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도 있다.
추상화의 창시자 러시아 Russia의 바실리 칸딘스키 Wassily Wassilyevich Kandinsky(1866~1944)도 우연히 거꾸로 놓여 있던 자기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추상화를 낳았다.
창작은 기존의 방식에 순응하는 태도보다 엉뚱한 발상과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색다른 감상도 이와 다르지 않다.
어물거리며 내민 그 학생의 카드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김남희 교수님 안녕하세요. 미술을 대학에 와서 접했을 때는 '교양과목이니까 그냥 듣자'라는 식이었어요. 미술에 흥미도 없고 배운 것도 없어서 시큰둥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교수님 수업을 듣고 나서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많은 그림과 감상법들로 수업시간 내내 즐거웠습니다. 이제 더 이상 미술은 두렵거나 어려운 것이 아닌 또 하나의 즐거운 세계가 되었습니다. 정말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출처
1. 김남희 지음, '옛 그림에 기대다', 계명대학교 출판부, 2019.
2. 구글 관련 자료
2026. 6. 10 새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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