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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학의 탄생과 발전 과정 2: 소의 분비물을 인간에게 주사한다고?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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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학의 탄생과 발전 과정 2: 소의 분비물을 인간에게 주사한다고?

새샘 2026. 6. 5. 23:07

천연두 피부 발진과 닮은 소의 우두 발진 모습(출처-출처자료1)

 

어린 시절 천연두접종(인두人痘접종) variolation을 받고서 천연두에 걸려 거의 죽다 살아난 기억을 갖고 있었던 영국 UK 의사 에드워드 제너 Edward Jenner(1749~1823)는 천연두접종보다 더 안전한 천연두 예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제너의 관심을 끌만한 소문이 돌았다.

당시 제너의 병원 근처에서 암소의 젖 주변에 천연두와 비슷한 피부병이 유행했는데 사람들은 그것을 소의 천연두 즉 우두牛痘 cowpox라고 부르고 있었다.

 

 

우두법을 발견한 에드워드 제너(출처-https://www.heritage-print.com/edward-jenner-creator-unknown-42167724.html?srsltid=AfmBOoqqYgplJy6xEYz3KadesygGSE6vI-5ntZDF6yXEEMLTiNsJ94gg)

 

그런데 소젖을 짜는 여자의 손에 우두가 옮으면 그녀들은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소문이 생긴 것이다.

제너는 생각했다.

'그렇다면 고의로 우두에 걸려 천연두를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

우두의 증상은 매우 가벼웠기 때문에 우두를 접종하는 것이 효과가 있다면 위험한 천연두접종을 대체할 수 있는 좋은 천연두 예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었다.

 

1796년 5월 14일, 제너는 제임스 핍스 James Phipps라는 여덟 살 소년의 팔에 몇 군데 상처를 내고 우두에 걸린 여성 사라 넬메스 Sarah Nelmes의 피부 딱지 가루를 집어넣고 붕대로 감았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다소 위험한 생체 실험이었다.

하지만 다행히 우두들 접종받은 소년은 큰 불편함없이 회복되었고, 나중에 그의 몸에 천연두 환자의 고름이 여러 차례 주입되었을 때도 문제가 없었다.

소년이 천연두에 대해 면역을 얻은 것이다.

이를 통해 제너는 우두접종 vaccination이 천연두를 예방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중요한 사실은 우두에 걸린 사람의 분비물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었다.

우두를 앓는 소가 없어도 천연두를 예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성공적인 첫 번째 사례를 통해 우두접종으로 안전하게 천연두를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제너는 자신의 11개월 된 아들을 비롯해 더욱 많은 아이들에게 우두를 접종했다.

하지만 제너의 보고를 받은 영국 과학자 집단인 왕립학회 the Royal Society는 우두법의 효능을 확신하지 못했다.

좀 더 많은 사례가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제너는 더 많은 연구 결과를 모아서 1798년 책으로 발표해 많은 의사들에게 알렸고, 그의 우두접종은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당시 천연두 접종 병원의 모습을 묘사한 제임스 길레이 James Gillray의 1802년 풍자화. 의사가 무표정하게 우두 접종을 하고 있고, 접종 받은 사람들의 몸에서 소카 튀어나오고 있다.(출처-출처자료1)

 

하지만 동시에 우두접종에 대한 새로운 논란도 시작되었다.

천연두접종과 우두접종 중 어느 것이 더 우수한지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것은 꽤나 복잡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로운 우두접종과 기존의 천연두접종은 상당 기간 함께 사용되었다.

의사와 과학자들 가운데도 많은 이들이 우두접종을 신뢰하지 않았으며, 특히 천연두접종과 다르게 동물의 분비물을 인체에 주입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만만치 않았다.

누구보다 어린이들이 맞아야 하는 주사 아닌가!

그들이 무엇을 보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우두를 맞은 아이들의 머리에서 소 뿔이 자라났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우두접종의 효과와 안전성이 두각을 드러내자 혼란은 눈 녹듯 사라졌다.

1820년대에 이르면서 사람들은 더 이상 우두접종을 반대할 수 없게 되었다.

 

제너가 우두접종을 발견한 것은 사실 운이 따른 것이었다.

면역에 대한 이론적인 지식이 전무한 상황에서 우연히 얻어낸 발견이기 때문이다.

그는 동물이 가진 유사 질병에 약하게 걸리면 인간에게 치명적인 질병도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인간에게 약한 증상을 유발하면서도 강한 천연두 예방효과를 줄 수 있었던 우두바이러스 cowpox virus(CPV)가 세상에 존재했던 것도 제너에게도, 인류에게도 행운이었다.

하지만 행운이 더해졌다고 해서 제너의 업적이 평가절하되는 것은 아니다.

제너 이전에도 몇몇 사람들에 의해 비슷한 시도가 있었음이 알려졌지만, 제너 때문에 우두접종은 학문으로 완성되었고, 많은 동료 의사들을 설득할 수 있었다.

훗날 예방접종의 원리를 알아낸 프랑스 France 과학자 루이 파스퇴르 Louis Pasteur(1822~1895)가 라틴어 소 vacca의 뜻을 담아 백신접종 vaccination이라는 이름을 제안한 것도 바로 제너에 대한 존경을 표현하기 위함이었다.

백신의 독일어 Vakzine이 일본을 건너 우리나라로 오면서 '왁찐'이라 불리기도 했으며, 북한에서는 여전히 왁찐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후 전 세계로 전파된 우두접종은 천연두로부터 인류의 생명을 지키는데 위대한 공헌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우두에 걸린 소나 우두접종을 마친 사람이 완치되고 나면 더 이상 그들의 피부에서 우두 분비물을 얻을 수 없었을텐데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에 어떻게 우두접종이 전 세계로 보급될 수 있었을까?

1803년 스페인 Spain 국왕인 카를로스 4세 Carlos IV(재위 1788~1808)는 우두접종의 효과에 크게 만족하면서 식민지의 국민들에게도 우두접종을 실시하라고 주치의에게 지시했다.

주치의 프란시스코 발미스 Francisco Javier de Balmis는 고민에 빠졌다.

우두 환자를 배에 태워 보낸다 하더라도 당시 식민지였던 멕시코 Mexico에 도착하기 전에 환자가 완치되어 우두 딱지나 진물이 남아 있을 리 없었다.

 

오랜 시간 고민한 발미스는 묘안을 생각해내고 천연두에 걸린 적 없는 고아 22명을 모집했다.

그리고 출항하기 직전에 그 중 두 명에게 우두를 접종하고 자신도 배에 올랐다.

대서양을 가로지르는 배 위에서 발미스가 한 일은 고아들에게 차례대로 우두를 옮겨주는 것이었다.

이렇게 고아들의 몸을 백신 저장소로 사용한 덕분에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그는 신선한(?) 우두를 보유할 수 있었다.

다음 식민지인 필리핀 philippines으로 출항할 때는 25명의 멕시코 고아가 백신 저장소로 이용되었다.

이렇게 우두접종이 전 세계로 전파되는 과정에서 웃지 못할 다양한 백신 저장 기술이 동원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많은 의학자와 보건 종사자의 노력으로 1980년 5월 8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천연두 박멸을 공식 선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두접종 이후 100년이 지나도록 새로운 백신은 등장하지 못했다.

의학자들이 제너의 원리를 적용해 만들 수 있는 백신 후보를 찾아 나섰지만 그다지 소득이 없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질병과 비슷하지만 공격력이 약한 동물의 질병이 반드시 있어야만 백신을 만들 수 있는 것일까?

의학자들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깨우치기 위해선 그 전에 반드시 먼저 알아야 할 비밀이 있었다.

그것은 질병을 유발하는 것이 바로 미생물이라는 사실이었다.

미생물과 질병이 원인-결과 관계에 있다는 사실은 가축 질환을 연구하던 한 독일 의사에 의해 밝혀졌다.

 

※출처

1. 김은중, '이토록 재밌는 면역 이야기'(반니, 2023)

2. 구글 관련 자료

 

2026. 6. 5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