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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그림

김남희 '엄마에게도 꽃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새샘 2026. 6. 4. 12:37

'엄마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김남희, 엄마에게도 꽃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2010, 삼합지에 수간채색水干彩色(얇은 한지에 아교와 백반을 칠하는 밑작업을 하고, 그 위에 색을 여러 번 붓질하여 그리는 기법), 34x46cm(출처-출처자료1)

 

아기 천사에게는 왜 날개가 있을까.

그리움을 가득 채운 새의 영혼이 되어 훨훨 날아가고파서일까.

아니면 천사는 하늘이 집이기에, 하늘은 걸어서 가는 곳이 아니라 날아서 가는 곳이라 그런가.

 

아기는 날개를 품고 축복과 기쁨 속에서 탄생한다.

점점 자라면서 하늘로 올라갈 수 없음을 알기에 날개는 조금씩 줄어들어 자취를 감춘다.

잊혀진 날개는 육신의 죽음으로 영혼이 날아갈 때 사용하는 것이라고 깨닫는다.

인생은 겨드랑이에 감춰진 날개라고.

 

지금 엄마는 감춰진 날개를 끄집어내기 위해서 산고 중이다.

시간이 거꾸로 흘러 아기 천사가 되는 날, 엄마는 날개를 펼쳐 후다닥 하늘로 올라가겠지.

엄마의 산고는 느닷없이 온다.

서럽도록 차가운 1월 새벽, 119 구급차에 실려가는 엄마를 앞세우고 나는 차를 몰고 따라갔다.

달은 부풀대로 부풀어 새벽 하늘을 꽉 채우고도, 나를 삼키고 엄마를 삼킬 태세였다.

일몰은 보았지만 월몰은 처음이다.

짙은 청색 하늘에 실핏줄이 터져라 투명한 노란색 달은 눈물이 펑펑 쏟아질 만큼 아름다웠다.

태어나서 그렇게 큰 달은 처음 보았다.

 

부처가 부모의 은혜에 대해 설한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에는 "자식이 양 어깨에 어머니, 아버지를 각각 짊어지고 내 뼈가 뚫어져라 수미산을 백천 번 돌더라도 부모의 깊은 은혜는 다 갚지 못한다"고 했다.

엄마를 생각한다.

그리고 엄마를 사랑한다.

 

엄마의 병간호를 하면서, 슬프지만 행복한 시간을 그림으로 남기고 싶었다.

내가 화가임을 스스로 대견스럽게 생각하기는 처음이다.

저녁이 되면 엄마는 부처처럼 소파(긴안락의자 sofa)에 앉아 있다.
나는 재빨리 엄마를 스케치(사생 sketch)했다.

그렇게 즐겁고 평화로운 한 달이 흘렀다.

이제 더 이상 엄마를 그릴 수가 없다.

엄마는 병원에 입원해서 몸도 제대로 가누기 힘들다.

 

아마 엄마에게도 꽃이었던 시절이 있었을 게다.

그 꽃잎 한 장 한 장을 자식들에게 나누어 주느라 몸은 앙상한 가지로만 남았다.

이제 내가 엄마에게 그 마지막 꽃잎을 주고 싶다.

꽃잎에는 엄마의 체취를 담아 꽃피는 춘삼월에 선보일 예정이다.

그 전시회는 우리 가족에게 변함없는 방향제 역할을 할 것이다.

 

(★엄마를 주제로 한 개인전 <그녀의 꽃시절>은 2010년 3월 17일부터 22일까지 대백프라자 갤러리에서 열렸다. 엄마는 이 해 3월초에 돌아가셨다.)

 

※출처
1. 김남희 지음, '옛 그림에 기대다', 계명대학교 출판부, 2019.
2. 구글 관련 자료
 
2026. 6. 4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