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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학의 탄생과 발전 과정 3: 세균이 질병의 원인이었다고?

새샘 2026. 6. 10. 22:21

로베르트 코흐(출처-https://ko.wikipedia.org/wiki/%EC%BD%94%ED%9D%90%EC%9D%98_%EA%B0%80%EC%84%A4)

 

독일 Germany 의사 로베르트 코흐 Robert Koch(1843~1910)가 일하던 한적한 시골 마을에 탄저병炭疽病 anthrax이 돌았다.

탄저병은 흙속에 사는 탄저균(바실러스 안트라시스 Bacillus anthracis)이 초식동물을 공격해 발생하는 질병으로 감염된 가축들이 하루이틀 사이에 죽음을 맞는 치명적인 질환이었다.

감염된 피부와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고름 색깔이 검은색이었기 때문에 '석탄처럼 검은 종기'라는 뜻으로 탄저라 불리게 되었다.

 

코흐는 탄저병으로 죽은 동물의 혈액을 실험용 쥐에 주사해보았다.

그랬더니 실험용 쥐도 탄저병에 걸려 죽었다.

여러 번 같은 실험을 반복했지만 모두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

탄저병 동물의 혈액 속에 탄저병을 일으키는 어떤 존재가 있다는 것을 뜻했다.

코흐는 탄저병 동물의 혈액을 현미경으로 관찰해 막대 모양의 세균을 발견했다.

막대 모양의 세균을 '막대균(간균杆菌, 바실루스 bacillus)'라고 하며, 이런 모양의 세균은 건강한 동물에게선 발견되지 않았다.

이 세균이 탄저병의 원인일까?

 

 

율리우스 페트리가 개발한 세균 배양기 페트리 접시(출처-출처자료1)

 

하지만 이 막대균이 탄저병을 일으키는 존재라고 확신할 수는 없었다.

감염된 동물의 다른 혈액 성분이 탄저병의 원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코흐는 혈액에서 세균만 분리해 실험을 다시 하기로 했다.
그는 율리우스 페트리 Julius Richard Petri라는 조수와 함께 세균을 실험실에서 따로 키울 수 있는 '페트리 접시 Petri dish'를 개발했다.

세균의 먹이가 되는 젤리 jelly를 페트리 접시 바닥에 발라 굳힌 다음 그 위에 세균을 옮겨 접시 안에서 세균을 키우는 방법이었다.

이처럼 인공적인 실험실 환경에서 미생물을 가두어 기르는 것을 '배양培養 culture'이라고 한다.

 

 

미생물과 질병의 원인-결과 관계를 증명하는 네 가지 조건인 코흐의 4원칙(출처-출처자료1)

 

탄저병 동물의 혈액에서 막대균을 분리해 배양하는데 성공한 코흐는 실험동물에 막대균만 주사해 보았다.

예상대로 실험동물은 탄저병에 걸렸고, 코흐는 탄저병에 걸린 새 실험동물에서도 막대균을 찾을 수 있었다.

이 막대균이 탄저병이 원이었던 것이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미생물과 질병의 원인-결과 관계가 실험실에서 직접 증명된 순간이었다.

자신의 방법에 확신을 갖게 된 코흐는 1876년 특정 미생물을 질병의 원인이라고 주장하기 위해 필요한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조건을 발표했다.

이것을 코흐의 가설 Koch's postulates이라고 부른다.

 

-코흐의 가설

 1. 미생물은 환자 또는 병든 동물에게서 항상 발견되어야 하고, 건강한 사람 및 동물에게서는 발견되지 않아야 한다.

 2. 그 미생물은 따로 분리해 순수 배양되어야 한다.

 3. 순수 배양된 미생물은 건강한 실험동물에 접종되었을 때 같은 질병을 일으켜야만 한다.

 4. 같은 질병이 일어난 실험동물에서도 접종된 미생물이 재배양되어야 한다.

 

무명의 시골 의사였던 코흐의 빈틈 없는 연구 결과에 의학계는 강한 충격을 받았다.

스타 의학자가 된 코흐는 1880년 베를린 Berlin에 있는 제국보건국  Imperial Health Office의 자문위원 advisor으로 추대되었다.

이곳에서 그는 탄저병에 이어 '결핵結核 tuberculosis'이라는 질병에 도전했다.

결핵은 결핵균 Mycobacterium tuberculosis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으로 주로 폐에 감염을 일으켜 폐결핵이라고도 한다.

폐결핵에 걸린 환자들은 피부가 창백해지고 살이 빠지면서 몸이 계속 쇠약해져 결국 사망했다.

치명적이었던 천연두가 우두 백신에 의해 서서히 제압되면서, 결핵이 사람들의 목숨을 가장 많이 빼았는 질병 1위로 떠오른 상황이었다.

 

 

브레머가 실레지아 지역에 건설한 결핵요양원의 모습. 신선한 공기가 있는 산속에서 결핵 환자를 치료했던 브레머의 방법은 인기가 좋아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갔다.(출처-출처자료1)

 

당시 사람들은 결핵이 미생물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결핵에 잘 걸리는 혈통을 가진 사람들이 따로 있으며, 이들이 나쁜 공기를 들이마셨을 때 호흡기 손상을 입어 결핵이 생기는 것이라고 잘못 이해한 것이다.

그렇다면 좋은 공기를 마셔 결핵을 치료하면 어떨까?

1850년대 활약한 독일 의사 헤르만 브레머 Hermann Brehmer는 스스로 결핵 진단을 받고 산속에서 은거하며 지내던 중 자신이 결핵으로부터 완전히 치유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1854년에 그가 산에서 내려와 쓴 첫 논문의 제목은 <결핵은 치료할 수 있는 질병이다>였다.

그리고 세계 최초로 산속 깊숙한 곳에 결핵 환자 치료를 위한 야외 요양원을 지었다.

소규모였던 그의 병원은 인기가 점점 많아져 300 병상이 넘는 대형 병원이 되었다.

덕분에 결핵 환자들은 자연스럽게 산속에서 결핵과 운명을 건 사투를 벌여야 했다.

 

하지만 유전과 나쁜 공기가 결핵의 원인이라는 주장에 코흐는 전혀 동의하지 않았다.

그리고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 끝에 그는 마침내 결핵의 원인균을 발견했으며, 코흐의 가설을 통해 결핵균에 의해 걸리는 질병임을 확실하게 증명해냈다.

코흐가 베를린의 한 강연장에서 결핵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던 1882년 3월 24일은 미생물학이라는 학문이 시작된 날이었다.

미생물 연구에 대한 위대한 업적을 인정받은 코흐는 1905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게 되었다.

또한 3월 24일은 '세계 결핵의 날'로 기념되고 있다.

 

※출처

1. 김은중, '이토록 재밌는 면역 이야기'(반니, 2023)

2. 구글 관련 자료

 

2026. 6. 10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