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면역학의 탄생과 발전 과정 6: 말의 피를 치료제로 사용하다-베링과 항혈청 본문

글과 그림

면역학의 탄생과 발전 과정 6: 말의 피를 치료제로 사용하다-베링과 항혈청

새샘 2026. 6. 23. 21:32

디프테리아 환자의 입안에 생기는 끈적끈적한 하얀 막이 어린이의 숨구멍을 막을 수 있다(출처-출처자료1)

 

디프테리아균(코리네박테리움 디프테리아 Corynebacterium diphtheriae)은 끈적끈적한 막을 만들어 목구멍에 껌처럼 눌어붙는 고약한 세균이다.

그 막을 조금만 제거하려고 해도 피가 났고 목구멍의 상처는 더 부풀었다.

때문에 디프테리아 diphtheria에 걸린 수많은 어린아이들이 숨길(기도氣道) respiratory tract가 막혀 호흡 곤란으로 사망했다.

목구멍을 자주 씻어내거나 효과가 불분명한 약물을 증기로 만들어 흡입하는 것이 당시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었던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러던 중 디프테리아를 연구하던 의학자들은 이 같은 현상이 세균 자체가 아닌 세균이 분비하는 '독소毒素 toxin' 때문에 생기는 것을 알게 되었고 독소를 무력화시키는 치료제를 찾아나섰다.

 

 

질병에 면역을 얻은 생명체의 혈액에 든 항혈청(항체) 치료 효과를 발견한 베링. 코흐의 제자였지만 스승이 투베르쿨린 사태로 주춤한 사이 먼저 노벨상을 받았다. (출처-출처자료1)

 

독일 Germany 의학자 에밀 폰 베링 Emil von Behring(1854~1917)은 코흐 Koch가 있던 베를린전염병연구소에서 디프테리아를 연구하고 있었다.

베링은 디프테리아균을 접종받았음에도 살아남은 동물들을 추려냈다.

살아남은 동물들은 더 많은 양의 독소를 맞아도 끄떡없었다.

디프테리아 독소를 대해 면역을 얻은 것이다.

여기까지는 파스퇴르 Louis Pasteur의 실험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지점에서 파스퇴르는 면역이 생기는 원리를 깨닫고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백신 vaccine 연구를 시작했다.

그러나 베링은 예방이 아니라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물질을 찾고 싶었다.

이미 디프테리아에 걸린 어린이들을 구하기 위해서는 백신이 아닌 치료제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디프테리아에 면역이 생긴 실험동물의 혈액 속에 디프테리아 치료제가 들어있을 것으로 확신한 베링은 동물들의 혈액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혈액의 응고 여부에 따라 응고되지 않은 혈액의 위층 액체 부분을 혈장, 응고된 혈액의 위층 액체 부분을 혈청이라 한다.(출처-출처자료1)


유리관에 담긴 혈액은 시간이 지나면 두 개의 층으로 분리된다.

윗부분의 액체가 혈청血淸 serum, 아랫부분의 고체가 피떡(피덩이, 혈병血餠 blood clot)이다(위 그림에서 아래쪽 그림) .

한편 응고제가 든 유리관에서 담긴 혈액은 혈액세포들이 응고되어 뭉친 상태로 가라앉고 그 위에 액체 성분이 뜨게 되는데, 이렇게 항응고제 유리관의 윗부분에 뜬 액체가 혈장(플라스마) plasma이다(위 그림에서 위쪽 그림).

화장품 이름에 '세럼 serum'이라는 단어가 들어있다면 혈청에서 추출한 물질이 포함된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그렇다면 디프테리아 치료제가 혈청 속에 들어있을까 아니면 피떡 속에 들어 있을까?

베링은 두 마리의 실험동물에게 디프테리아균을 주입한 뒤 한 마리에겐 디프테리아에 면역을 가진 동물의 '혈청 serum'을, 다른 한 마리에겐 '피떡 blood clot'을 주사했다.

베링이 찾던 치료제는 디프테리아균에 대한 면역을 가진 동물의 혈청 속에 들어 있었던 것이다.

 

 

(왼)디프테리아 항독소를 얻기 위해 말의 혈액을 뽑고 있는 의료진들과 (오른)시판된 디프테리아 항독소의 모습(출처-출처자료1)

 

이렇게 발견된 디프테리아 독소를 무력화시키는 물질이 항혈청抗血淸 antiserum 또는 항독소抗毒素 antitoxin다.

베링의 항독소는 특정 감염성 질환을 표적으로 하는 인류 최초의 치료제였으며, 항독소의 정체는 바로 항체抗體 antibody다.

앞서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물질을 항원抗元 antigen이라 하고, 그에 대항하는 물질을 항체라고 했는데 이렇게 항체의 존재가 1890년 베링에 의해 발견된 것이다.

베링의 놀라운 업적을 높이 평가한 노벨위원회는 1901년 제1회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베링을 선정했다.

 

베링은 노벨상 상금으로 회사를 세워 1904년부터 디프테리아 항독소를 생산했다.

베링은 양 sheep을 이용했지만, 시간이 지나 덩치가 큰 동물일수록 더 많은 양의 항독소를 생산한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점차 의학자들은 말 horse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몇 개월에 걸쳐 디프테리아균을 말에게 접종하고서 일정 시간이 지난 뒤 말의 혈액을 5리터 이상 뽑아내 항독소를 만들었다.

대량 생산된 디프테리아 항독소는 정말 많은 어린이들의 생명을 구했다.

 

※출처

1. 김은중, '이토록 재밌는 면역 이야기'(반니, 2023)

2. 구글 관련 자료

 

2026. 6. 23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