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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번째 원숭이 효과

새샘 2020. 4. 19. 20:17

<일본원숭이 무리. 사진 출처-https://unsplash.com/photos/S43Xq2IefyU>

<100번째 원숭이 효과 The Hundredth Monkey Effect>일본원숭이[학명  Macaca fuscata]의 행동을 주의 깊게 관찰한 결과 탄생한 이론이다.

 

얼굴이 붉고 몸이 긴 은빛 털로 덮인 일본원숭이들은 1952년부터 1965년 사이에 일본 고지마 섬과 규슈 섬에서 안개가 내려앉은 호수에 몸을 담근 모습이 주로 카메라에 잡혔다.

 

과학자들의 관찰은 모래사장에 원숭이들이 먹을 고구마를 던져주면서부터 시작됐다.

고구마를 좋아하는 원숭이들은 고구마에 묻은 모래 때문에 선뜻 손을 대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과학자들이 '이모 Imo'라는 이름의 암컷 원숭이가 기발한 해결책을 찾아냈다.

우연히 고구마를 물에 씻어 모래를 털어 내고 먹어보더니, 그다음부턴 무조건 고구마를 물에 씻어 먹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이모' 혼자 이런 습관을 보였지만, 시간이 가자 다른 원숭이들이 따라 하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어린 원숭이들이, 그다음은 암컷 원숭이들이 '이모'의 행동을 흉내냈다.

가장 소극적이었던 늙은 수컷 원숭이들은 새로운 행동에 거부감을 보이며 못마땅하게 여겼다.

 

시간이 흐르자 같은 군집에 속한 더 많은 원숭이들이 고구마를 씻어 먹기 시작했다.

 

이들을 관찰하던 일본 과학자들은 백 번째 원숭이가 고구마를 씻어 먹으면서 임계치를 넘어서자,

섬에 서식하는 모든 원숭이가 고구마를 씻어 먹는 행동을 당연히 여기게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정확히 100마리라는 숫자를 넘어서는 순간 마치 전염이라도 된 듯 인접한 섬들에 서식하는 모든 원숭이 군집에서 똑같은 행동이 관찰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원숭이들이 섬을 헤엄쳐 건너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미국 학자 라이얼 왓슨 Lyall Watston(1939~2008)은 이와 같은 관찰을 바탕으로 다음 가설을 수립했다.

일정 수 이상의 개체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태도를 바꾸게 되면, 이 아이디어는 물리적인 전파 없이도 마치 공기 속에서 파동이 퍼져 나가듯 모든 구성원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생명조류 Lifetide(1979) 중 '백 번째 원숭이 효과 Hundredth monkey effect'].

 

1984년, 켄 키즈 Ken Keyes Jr.는 《백 번째 원숭이》라는 저서에서 일본원숭이들의 행동과 인간 사회 사이의 유사성을 지적했다.

그는 개개인의 정신 에너지들이 더해져 일정 단계에 도달하는 순간 일종의 폭발이 일어나 전반적인 의식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처음에는 제한된 수의 입문자와 호기심이 많은 구성원, 가령 유연한 사고를 지녀 새로운 행동에 호기심을 느끼는 젊은 층에서만 변화가 나타나지만, 일종의 시소 효과에 의해 독창성이 결국 규범으로 자리 잡게 된다는 것이다.

이후 세대들은 조상들이 했던 서툰 행동들을 기억조차 못하게 된다.

 

※이 글은 사진(출처-https://unsplash.com/photos/S43Xq2IefyU)을 제외한 내용은 모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죽음2'(열린책들, 2019)에 실린 글을 옮긴 것이다.

 

2020. 4. 19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