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클래식 음악의 괴짜들 1: 음악계의 슈퍼맨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본문
○바흐가 만든 모든 곡은 완벽하고 모든 음이 살아 있다
작곡가들이 평생에 걸쳐 작곡한 음악은 아무리 위대한 작곡가의 음악이라 해도 어느 정도 들쭉날쭉하게 마련이다.
걸작이 있는가 하면 '그 곡은 그냥 실험해 본 거야'라든가 '시간에 쫓기며 작곡했거든' 같은 변명이 필요한 곡도 있다.
하지만 독일의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Johann Sebastian Bach(1685~1750)의 음악을 들을 때면 모든 곡이 완벽하고 모든 음이 살아 있다고 여겨진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게 들린다.
그런데 바흐는 늘 실험을 했고 늘 시간에 쫓겼다!
주로 머릿속에서 작곡을 한 뒤 나중에 악보를 썼다.
연필은 거의 쓰지 않고 바로 잉크로 썼다.
드물지만 실수를 했을 땐 틀린 음표를 칼로 긁어 내야 했을 것이다.
어쩌면 가장 처음에 쓴 작품 두어 편은 천지를 뒤흔들 만큼 그렇게 훌륭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바흐는 그런 평범하고 인간적인 약점을 금새 극복했다.
어떤 작품은 완성한 뒤에 수정을 해서 더 완벽하게 다듬었다.
하지만 수정을 했거나 안 했거나 바흐의 작품은 언제나 깊이 있고 더없이 자연스럽다.
바흐의 음악 중에는 깊은 슬픔이 담긴 것도 있다.
걸작 <마태수난곡馬太受難曲 Matthäuspassion>은 신약 성경의 마태복음을 바탕으로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매달린 이야기를 해 준다.
연주 시간이 무려 세 시간 가까이 되는 이 곡은 슬픔의 미세한 결을 하나하나 탐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반면 경쾌한 리듬과 밝은 선율로 가득찬 즐거운 음악도 있다.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Brandenburg Concerto>이 그 예다.
이 곡은 갖가지 독주 악기가 나오는 여섯 편의 관현악 작품 모음이다.
독주 악기로 트럼펫과 리코더가 함께 나오기도 한다!
가장 시끄러운 악기와 가장 조용한 악기가 어울린 이 이상한 조합은 바흐의 손에서 멋진 음악으로 태어났다.
또 바흐의 음악은 따뜻하고 평화롭기도 하다.
<오르간을 위한 코랄 프렐류드 Chorale Preludes for Organ>는 음악사에서 손꼽힐 만큼 고요하고 밝은 구절들을 포함하고 있다.
그런데 바흐의 음악은 비극적이거나 기쁨에 넘치거나 바흐 자신의 슬픔과 행복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는 않는다.
대신 아이들이 슬픔과 행복을 겪으며 살아가는 모습을 내려다보는 현명한 아버지의 눈길처럼 느껴진다.
신앙심이 깊은 바흐에게 음악과 종교는 거의 하나였다.
음악을 만드는 일은 신을 찬양하는 방법이었다.
바흐가 작곡한 모든 작품은 그의 표현에 따르면 '신의 영광과 영혼의 거듭남'에 바쳐진 것이었다.
이런 말을 들으면 우리와 아주 동떨어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바흐의 음악은 전혀 거창하지 않다.
그것은 생기와 웃음과 온정과 아름다움으로 물결친다.
무엇보다 바흐의 음악을 들으면 살아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바흐의 음악 중 무엇을 들을까
바흐의 음악이라면 무엇을 선택해도 잘못될 염려가 없다.
이미 말했듯이 바흐의 작품 중에는 형편없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같은 즐거운 작품으로 시작하는 것도 괜찮다.
특히 3번이 좋다.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추면 어떨까?
그런 다음 하프시코드 harpsichord(피아노의 큰형님뻘인 악기로서 16~18세기에 걸쳐 가장 번성한 건반악기)를 위한 <골트베르크 변주곡 Goldberg Variations>을 들어 보자.
요즘에는 피아노로 많이 연주된다.
하나의 아름다운 선율을 약간 변형해 서른 개의 변주곡으로 만든 이 작품은 불면증에 시달리는 어떤 백작에게 선물하려고 작곡한 것으로 보인다.
밤중에 잠을 못 이룰 때면 백작은 골트베르크라는 이름의 아주 젊은 하프시코드 연주자를 불러서 이 변주곡을 잠깐씩 연주시켰다.
골트베르크는 아주 피곤했을 것이다.
<골트베르크 변주곡>은 곡마다 분위기와 색채가 아주 다채롭다.
잠 못 이루던 그 백작처럼 한 번에 한두 개만 들어도 좋다.
그런 뒤에는 계속해서 바흐의 음악이라면 아무거나 고르면 된다!
아무거나 선택해도 좋을 만큼 눈부신 걸작이 엄청나게 많다.
그래도 굳이 한 작품을 골라야 한다면 <마태수난곡>을 고르겠다.
이 작품은 아주 기니까 처음에는 조금씩 들어 보기를 권한다.
여러 번 나눠 들으며 차츰 익숙해진 뒤 전체를 들을 수 있겠다 싶으면 연주회에 가 보자.
그 감동은 대단할 것이다.
이 작품은 들으면 들을수록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준다.
※출처
1. 스티븐 이설리스 글·애덤 스토어 그림/고정아 옮김, '클래식 음악의 괴짜들', 비룡소, 2010.
2. 구글 관련 자료
2022. 8. 5 새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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