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22 - 단풍나무 본문
우리나라의 전국 어디에서나 자라는 단풍나무는 큰 나무 밑이나 햇빛이 가려지는 곳이라야 가을철 단풍이 아름답다.
우리 고유의 단풍나무 외에도 외국에서 수입한 중국단풍, 네군도단풍, 설탕단풍과 같은 단풍나무 종류도 많이 볼 수 있다.
단풍나무과의 갈잎 큰키나무인 단풍나무의 학명은 아체르 팔마툼 Acer palmatum이고, 영어는 Japanese maple(일본단풍) 또는 palmate maple(손바닥모양단풍), 중국어 한자 표기는 단풍丹楓·축槭·풍楓 등으로 쓴다.
○단풍나무 종류
단풍나무과에는 두 가지 속이 있으나 그중 단풍나무속이 중요하다.
단풍나무속은 약 200종이 알려져 있고, 주로 북반구의 온대 지방에 분포한다.
대개가 갈잎 수종이고, 잎은 손바닥 모양(palmate)으로 이루는 것이 많으며, 열매는 2개가 쌍으로 붙고 날개가 발달해 있어 단풍나무과의 특징을 잘 드러낸다.
단풍나무의 종류를 말할 때 흔히 열매의 종류를 든다.
단풍나무 열매는 2개가 마주 붙어서 달리는데, 날개가 있기 때문에 이런 모양의 열매를 날개열매(시과翅果)라고 부른다.
이때 2개의 날개가 만드는 각도가 보통 종을 식별하는 근거가 된다.
좁은 각도라든지 넓은 각도라든지, 또는 2개의 날개가 일부분 서로 포개진다든지 하고 구별한다.
예컨대, 신나무의 경우는 날개가 서로 포개진 모양을 취한다.
필자가 노르웨이 Norway, 핀란드 Finland 지방에서 본 단풍나무 중 노르웨이단풍이라는 것은 잎이 커서 얼핏 양버즘나무(플라타너스 Platanus)나 음나무 잎을 생각하게 했다.
숲나무(녹음수綠陰樹: 숲을 이루는 나무)나 공원수로 많이 볼 수 있는 이 노르웨이단풍의 경우 열매의 두 날개가 거의 평행이다.
우리나라에는 여러 종류의 단풍나무가 자라고 있는데, 그중 조경 가치가 높은 것으로는 단풍나무, 당唐단풍나무, 복자기, 복장나무, 고로쇠나무, 신나무, 산겨릅나무, 시닥나무 등이며, 외국산 수종에는 중국단풍, 네군도단풍, 은단풍, 설탕단풍 등이 있다.
단풍나무속 나무들은 대개 아름다운 조경수종으로, 원예가들은 많은 품종과 변종의 단풍나무를 만들어내고 있다.
공원이나 집 주변에 흔히 심는 단풍나무는 어린 가지는 적갈색이고 잎은 깊게 5~7개(때로 9개)로 갈라진다.
단풍나무와 닮은 당단풍나무는 손바닥 모양의 갈라진 잎맥(장상맥掌狀脈)이 단풍나무보다 많은 9~11개로 갈라진다.
당단풍나무는 높은 산에서 자라는 북방 수종으로, 가을 단풍이 아름다워 설악산의 가을을 물들이는 수종이다.
한편 3개의 작은 잎을 가진 것으로 복장나무와 복자기가 있다.
추운 곳에 자라는 복장나무는 잎 가장자리에 가는 톱니가 있는 반면, 복자기는 잎에 가장자리에 가는 톱니 없이 큰 톱니만 군데군데 나 있다.
특히 복자기의 단풍이 유명한데, 산과 바위와 계곡의 물과 어울려 한 폭의 빼어난 그림을 연출하곤 한다.
잎이 세 갈래로 얕게 갈라지는 신나무는 그렇게 크게 자라지 않지만 보기 좋은 단풍을 만들어내며, 벌이 꿀을 빨아오는 나무 즉 밀원수목蜜源樹木으로서도 한몫을 한다.
고로쇠나무는 나뭇즙(수액樹液)을 채집하는 자원식물로, 줄기에서 받은 물을 흔히 약수藥水 또는 골리수骨利水라 부르고 있다.
높은 곳에 나는 산겨릅나무는 잎이 3~5갈래로 얕으면서 넓다랗게 갈라지며, 어린 가지는 녹색이고 줄이 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네군도단풍은 미국 원산으로 외국에서는 조경 가치를 높이 평가받은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그다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어린 가지는 녹색이고 3~5개의 작은잎으로 되어 있으며 가지가 성큼성큼 뻗어 크게 자라기 때문에 울창한 숲과 그늘을 만든다.
은단풍 또한 미국 원산인데, 잎은 포도잎처럼 생긴 손바닥 모양으로 깊게 갈라지는 장상맥이다.
가지가 길게 쭉쭉 자라서 시원스러운 맛은 있으나 뿌리가 얕게 들어가서 바람에 잘 넘어가는 단점이 있다.
자람이 빨라서 "키 큰 사람치고 싱겁지 않은 사람 없다"는 인상을 주는 나무이다.
북미주 북쪽 지대에 분포하는 설탕단풍은 단풍 든 잎새가 캐나다 Canada 국기에 들어가 있을 정도로 캐나다를 상징하는 나무다.
줄기에서 나무즙이 채집되는데, 이 나무즙은 메이플시럽 maple syrup으로 잘 알려져 있다.
미국이나 캐나다를 여행하다보면 아침식사에 팬케이크 pancake가 종종 나오는데, 버터 butter와 메이플시럽을 발라 먹는다.
캐나다에서는 많은 양의 메이플시럽이 생산되고 있다.
가을에 비행기로 캐나다 상공을 날게 되면 설탕단풍의 붉은 단풍으로 전 국토가 불타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황홀경 때문에 국기에 그 잎새의 모양이 들어가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단풍나무의 특징
단풍나무는 모양이 단정하고, 잎은 완전한 것을 모색하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단풍나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서술한 내용을 음미할 만하다.
"완전한 것을 보고 싶다면 단풍나무를 보라.
그것은 마치 진실이라는 것을 하나의 나무라는 틀로 다듬어놓은 것같이 보인다.
큰 것에서부터 작은 것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균형을 잊지 않고 있다.
생물의 몸이 세포 하나하나가 모여 이루어지듯이, 단풍나무의 건축 양식은 감탄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것은 건강이라는 힘의 상징이며, 알맞은 조화를 뜻하는 미美로 가득차 있다."
단풍나무는 땅속에 어느 정도 물기가 있어야 건강하게 큰다.
쉽게 건조해지는 곳은 알맞지 않다.
햇볕이 바로 쪼이는 곳이라든가 서쪽 해개 쪼이는 곳도 피하는 것이 좋다.
큰 나무 밑이나 나무와 나무 사이에 심는 것이 좋다.
여름에 뜨거운 햇볕을 받으면 가을에 단풍이 아름답게 들지 않는다.
어떤 나무든지 가을이 되면 노랗게 또는 붉게 단풍이 든다.
이와 같이 나뭇잎 색깔이 변하는 것을 단풍이 든다고 한다.
은행나무의 단풍은 매우 아름답다.
설악산, 내장산, 한라산 등이 단풍으로 이름나 있다.
단풍나무도 물론이지만 옻나무, 붉나무, 화살나무, 벚나무, 감나무 등의 단풍은 높게 평가된다.
이 밖에도 참나무 종류, 포플러 poplar 종류, 백합나무, 마로니에 marronnier(가시칠엽수), 플라타너스 Platanus(양버즘나무), 낙우송, 진달래 종류, 담쟁이덩굴, 산포도 모두 단풍이 아름답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대체로 후줄근해지는데, 나뭇잎은 늙어가면서 점점 아름다워진다.
아무래도 나무 쪽이 더 좋은 것 같다.
우리도 늙어가면서 화려한 색의 옷을 입고 멋을 내보자.
여기서 화려한 색이란 곧 성숙한 색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이것을 나무들에게서 배웠다.
고마운 나무들이 아닌가?
○단풍나무 이름
단풍나무는 한자로 '丹楓'으로 쓸 수 있으나, 흔히 '단풍나무 축槭'자를 쓴다.
'색목色木'이라고도 하는데, 색목이라 하면 중국 쪽에서는 주로 신나무를 뜻한다.
신나무 잎은 염료가 되고, 중국인들이 감색紺色(짙은 청색에 적색 빛깔이 풍기는 색)으로 옷감을 물들였기 때문에 얻은 이름이다.
신나무의 목재는 재질이 단단하고 치밀해서 물지게 같은 막대기의 재료로 흔히 사용되었다.
복자기나무는 '우근자牛筋子'라 칭하기도 하는데, 재질이 질겨 소의 힘줄 같다는 뜻에서 얻어진 한자 이름이 아닌가 한다.
지난날 만주 지방에서는 복자기나무로 마차 바퀴의 나무굴대(축목軸木)를 만들어 썼다.
그들의 경험에 따르면 바퀴 재료로는 박달나무가 제일이고, 시무나무가 그다음이며, 복자기나무가 세 번째라 했는데, 이는 복자기나무 목재의 성질을 말해주고 있다.
한편 '풍수楓樹'라 하면 특히 신나무를 뜻하는데, 이때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물명고物名考≫에 '풍楓'자에 대한 설명이 다르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그 책에서는 '풍'은 높게 자라고, 보기에 사시나무를 닮았으며, 잎은 둥글고 세 갈래로 갈라졌으며, 꽃색은 희고 열매는 계란만 하며, 나이테(나뭇결. 목리木理)는 푸른색을 띤다고 했다.
이것은 단풍나무가 아닌 외국 수종의 하나로서, 영어명으로 스위트검 sweet gum이라 하며 미국과 중국에 분포한다.
따라서 '풍나무'라 하면 현재 우리가 말하고 있는 단풍을 뜻하지 않고 스위트검을 지칭하는 것으로, 이 나무는 어린 가지에 코르크질의 날개가 발달해 있어 식별이 잘 된다.
스위트검의 가을 단풍도 일색이다.
일본 사람들은 단풍나무류에 대한 명칭으로 두 가지를 쓰고 있다.
하나는 '모미지'이고, 다른 하나는 '가에데'인데, 한자로는 각각 홍엽紅葉과 와수蛙手(개구리 손)라고 쓴다.
모미지류는 잎의 갈라진 조각(열편裂片) 모양에 따라 붙인 이름이다.
예를 들어 단풍나무 같이 잎이 깊게 5~7개로 갈라지는 단풍나무 종류를 모미지라 부른다.
그러나 이는 식물학적으로 붙인 정확한 용어가 아니기 때문에 예외가 있다.
'가에데'라 하면 잎 모양이 개구리 손을 닮아 잎 조각이 얕게 갈라지는 단풍나무 종류를 말한다.
고로쇠나무 잎이 대표적인 가에데라 할 수 있는데, 가에데라는 말을 이타야(판옥板屋)라는 명사에 붙여 '이타야가에데'를 고로쇠나무를 가리키는 이름으로 사용한다.
≪물명고物名考≫에 또한 '하마수수蝦蟆手樹'라는 나무 이름이 등장한다.
하마라 하면 두꺼비를 말하니, 하마수수는 두꺼비손나무라는 뜻이다.
두꺼비나 개구리 손발과 생김새가 비슷한 하마수수 잎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되어 있다.
"잎 모양이 흡사 두꺼비의 손바닥과 닮았고, 가을이 되면 선홍색의 단풍을 이루어 감상할 만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것을 단풍나무라 하는데, 그중 중국에서 들어왔으며 사시사철 붉은 잎을 다는 것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 가운데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단풍나무 잎은 두꺼비 손바닥과 다르기에, ≪물명고物名考≫의 설명을 조심스럽게 해석하면서 이해해야 한다.
다음과 같은 '다조수茶條樹'라고 하는 단풍나무류 나무에 대한 설명은 우리가 납득할 만하다.
"이 나무도 하마수 부류이다. 그러나 잎이 좀 긴 편이다. 조선말로 신나무라 부른다."
신나무 잎은 얕게 갈라져서 두꺼비 또는 개구리 손을 많이 닮았다.
그래서 하마수류類(두꺼비손나무류)로 한 것은 타당하다.
이러한 내용으로 보아 일본 명칭 가에데(개구리 손)는 하마수(두꺼비 손)에서 유래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실 두꺼비보다는 개구리 쪽이 더 흔하고, 두꺼비처럼 징그럽지도 않다.
일본의 나무 이름은 이렇게 우리나라나 중국에서 건너간 것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단풍나무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
단풍나무의 아름다움을 담은 한시로는 장계張繼의 <풍교야박楓橋夜泊(풍교에 밤배를 대고)>과 두목杜牧의 <산행山行>을 들 수 있다.
모두 당나라 때 이름난 시로서 오늘날까지 사람들에 의해 회자되고 있다.
"달 지고 까마귀 우는데 하늘 가득 서리 내리고 (월락오제상만천月落烏啼霜滿天)
강가의 단풍과 고깃배 등불 바라보다 시름 속에 잠을 청한다 (강풍어화대수면江楓漁火對愁眠)
고소성 밖 한산사에서 (고소성외한산사姑蘇城外寒山寺)
한밤중에 울리는 종소리 나그네의 배에까지 들려온다 (야반종성도객선夜半鐘聲到客船)"
위의 시에서 장계가 어떤 심정으로 시를 읊었는지를 잘 알 수는 없지만, 황홀한 단풍나무 숲을 떠오르게 하는 매력이 있다.
"비탈진 돌길로 저 멀리 차가운 산을 오르자니 (원상한산석경사遠上寒山石徑斜)
흰 구름 이는 곳엔 인가가 있네 (백운심처유인가白雲深處有人家)
수레를 멈추고 해질녘 단풍 숲을 즐기자니 (정차좌애풍림만停車坐愛楓林晩)
서리 맞은 나뭇잎이 봄꽃보다 더 붉네 (상엽홍어이월화霜葉紅於二月花)"
이 <산행> 시의 마지막 구 '상엽홍어이월화霜葉紅於二月花'라는 대목은 서리 맞은 단풍잎이 봄꽃의 아름다움을 능가한다는 뜻이다.
두보는 타는 듯한 붉은 단풍의 경치를 바라보고 할 말을 잊은 듯, 봄꽃보다 더 아름답다며 감탄하고 있다.
봄꽃의 아름다움도 서리 맞은, 시들기 직전의 잎에 견줄 바가 아니라는 것이다.
산에 올라가서 보는 가을 단풍은 봄꽃보다도 우리의 숨통을 더 막히게 하는 것이 사실이다.
○단풍나무 감상
설악산 백담사 입구 쪽에 있는 은선도隱仙島에서 가장 볼만한 단풍 숲을 감상할 수 있었다.
양쪽으로 시내가 흐르고, 온갖 나무들이 모여 단풍으로 덮인 섬을 만들었다.
단풍이란 생애의 종말을 장식하고자 하는 나무들의 몸부림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지만, 그들의 절규가 오히려 삶의 여유처럼 보이는 것은 인간의 오만한 감상일까?
은선도의 단풍은 능히 그 안에 선인을 숨겨둘 만한 몸차림으로서 부족함이 없다.
해도 어슷어슷 산 저쪽을 향하고 있는데, 필자는 백담사 길이 먼 것을 잊고 은선도에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시냇가 나뭇가지는 물속으로 처지고 (안수도지개입수岸樹倒枝皆入水)
들꽃 기울어져 바람을 반긴다 (야화경악진영풍野花傾萼盡迎風)
서리에 타는 붉은 잎은 찬 기운에 섰고 (상연란엽한휘외霜燃欄葉寒暉外)
석양 나그네는 돌아가는 까마귀를 보낸다 (객송잔아석조중客送殘鴉夕照中)
낡은 절간에 노승은 없고 (고사심래무고불古寺尋來無古佛)
지팡이 짚고 외로이 끊어진 다리 동쪽에 섰다 (의공독립단교동倚槓獨立斷橋東)"
가을 단풍은 화사하고 영광스러운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추창惆愴(실망하여 슬픔)한 조락凋落(초목의 잎 따위가 시들어 떨어짐)을 앞둔 서글픈 순간에 망설이고 있는 것이다.
봄꽃의 아름다움도 오래가지 않지만, 가을 단풍의 아름다움도 오래가지는 못한다.
찬란한 식나은 원래 오래 계속되지 못한다.
무지개와 마찬가지다.
떨어진 꽃도 꽃이고 보니 쓸어 무엇하리오 하며 낙화落花를 그리는 심정이 있듯이, 떨어진 단풍잎도 그대로 두어 보여주고 싶다는 가난한 선비의 토로吐露(마음에 있는 것을 죄다 드러내어서 말함)가 있어서 좋다.
당나라 시인 유장경劉長卿의 한시 <수이목견기酬李穆見寄(이목에게 부치는 노래)>의 일부분을 음미해 본다.
"사립문을 쓸어 먼 곳 손님을 맞이하고자 하는데 (욕불자문영원객欲拂紫門迎遠客)
가난한 집 마당에 푸른 이끼 끼고 단풍잎만 가득하구나 (청태황엽만빈가靑苔黃葉滿貧家)"
이것으로 손님맞이에는 족하지 않은가?
지나온 긴 인생을 고요히 살피고 앞으로도 욕심 없이 지내겠다는 깨끗한 마음을 갖고 어슬렁거리는 한 인간의 모습이 눈앞에 떠오른다.
내장산 단풍이 좋단 말은 수없이 듣고 있었고 그 풍치를 보고자 몇 번인가 시도했지만, 그때마다 때를 놓치곤 했다.
단풍의 계절은 짧고 금방 왔다가 곧장 떠나가버리기 때문이다.
○외국산 단풍
네군도단풍은 예전에는 우리나라에서 많이 볼 수 있었으나 이제는 이 단풍나무를 심어 키우는 것이 좀 뜸한 상태이다.
한때 미국흰불나방의 피해가 심할 때 특히 네군도단풍이 공격의 표적이었고, 이 때문에 모두들 골치를 앓았다.
학교 운동장 주변에 있는 네군도단풍은 교장 선생님이 가장 짜증스럽게 여기는 나무가 되었고, 때문에 그 수가 줄어들게 되었다.
흰불나방의 해가 거의 없다시피 된 지금에 와서는 조경수로서 네군도단풍의 가치가 다시 평가되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대기오염에 대한 저항력이 있고, 좋은 숲을 만들어주며, 수세樹勢(나무가 자라나는 기세나 상태)가 건강하다.
여러 해 전 만주 지린(길림吉林)에서 가로수로 심은 멋진 네군도단풍을 본 적이 있다.
추위에 견디는 힘이 무척 강한 것으로 생각되었다.
서울 여의도 길에도 네군도단풍이 줄지어 서 있고 한여름에는 이들이 보도를 덮어 초록의 터널을 만들어서 그곳을 지나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시원하게 해주고 있다.
독일 프라이부르크 Freiburg 시와 가까운 프랑스 국경지대에서 잎에 흰 무늬가 있는 네군도단풍 품종을 본 적이 있는데, 이 나무는 좋은 조경수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가로수로서 훌륭한 중국단풍을 본 것은 무주에서 덕유산 리조트로 들어가는 길 양쪽에서였다.
우리나라 고유의 산천 경관을 찾아 들어가는 길가에 중국 수종이라니, 이는 민족정신을 흐려지게 한다는 평도 있었지만, 필자의 의견으로는 성공한 가로수라고 본다.
나무의 모양의 좋았고 건강했으며, 봄·여름·가을 잎의 채색이 좋았다.
이밖에도 중국단풍을 심은 곳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외국종이라고 딱히 싫어할 이유가 없다.
그들을 우리 경치에 귀화시키면 되는 것이다.
생태계에 이질성이 도입되어 걱정스럽다는 염려가 있으나, 꼭 우리 것만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는 폐쇄적인 생각은 떨쳐버리는 것이 좋다.
물론 경우에 따라 다른 이유가 있을 수는 있다.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공원 가로수에서 단풍나무 종류를 만나게 된다.
어디에서나 많이 볼 수 있는 종으로 노르웨이단풍(학명 아체르 플라타노이데스 Acer platanoides)이 있다.
잎 모양이 플라타너스(양버즘나무)를 닮아서 학명 안에 그 이름이 들어 있다.
북쪽에서는 스칸디나비아 반도 Scandinavian Peninsula, 남쪽으로는 그리스 Greece 및 이탈리아 Italia에서 심고 있다.
나무 높이가 25미터에 달해 더욱 플라타너스를 생각나게 한다.
그러나 줄기 색깔이 검정이고 나무껍질이 벗져지지 앟는 특성으로 플라타너스와 쉽게 식별할 수 있다.
가을에 붉데 단풍이 든다.
유럽에 많은 것으로 필드단풍나무(학명 아체르 캄페스트레 Acer campestre)가 있다.
나무 높이가 15~20미터에 이르고, 흔히 줄기가 꼬이는 모양을 보이며, 잎은 3~5갈래로 비교적 얕게 갈라진다.
열매는 수평으로 벌어진다.
필자는 독일 Germany 프랑크푸르트 Frankfurt에서 이 나무를 볼 수 있었다.
○복자기와 눈병
복자기는 우리나라 중부와 북부에 많이 분포하고 만주에서도 볼 수 있다.
잎은 3개의 작은 잎으로 되어 있고, 각각의 작은 잎에는 1~3개의 큰 톱니가 발달해 있으며, 잎 뒤의 맥 위에 가는 털이 나 있다.
큰 나무로 자라고, 열매는 가을에 익는데 털을 덮어쓰고 있다.
복자기라는 이름과 비슷한 나무로 복장나무가 있는데, 잎 모양은 비슷하지만 잎에 가는 톱니가 많이 나 있어 쉽게 구별된다.
복장나무도 우리나라 전역에 걸쳐서 나고 있다.
복자기의 한자 이름은 우근자牛筋子이고, 뉴杻 또는 뉴근자杻筋子로도 쓴다.
어느 사전에 보면 "뉴는 억檍으로서 일명 우근牛筋이라고도 하며, 이 나무로 활을 만들 수 있다"라고 되어 있다.
억檍은 '참죽나무 억'으로 읽는다.
또한 1683년 편찬된 ≪성경통지盛京通志≫라는 책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뉴杻는 ≪이아爾雅≫라는 책에서 억檍('참죽나무 억' 또는 '감탕나무 억')으로 부르고 있는데, 나무껍질이 꼬이고 목재는 가장 단단하며, 일반적으로 '뉴근자杻筋子'로 부른다. 큰 나무는 수레바퀴의 축으로 쓸 수 있는데, 차축으로는 느릅나무 다름으로 좋다(가장 좋은 것은 박달나무의 목재이다)."
그러나 복자기의 한자 이름은 '우근자牛筋子'로 쓰는 것이 옳다.
소 힘줄처럼 강인하다는 뜻이 담겨져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 복자기를 일본 사람들은 오니메구스리(귀목약鬼目藥)라고 한다.
일본에는 메구스리노키(목약목目藥木, 안악나무)라고 불리는 일본복자기가 있는데, 이 나무의 껍질에 물을 붓고 달여 그 물로 눈을 씻으면 눈병이 낫는다 해서 얻어진 이름이다.
또한 복자기를 조초노키(접접목蝶蝶木)라고도 부르는데, 이 이름은 잎이 3장으로 되어 있는 복자기가 나비 무리가 나는 모양과 닮아서이다.
일본에 나는 메구스리노키의 잎 뒤에는 잎 뒤에는 털이 많이 나 있으나, 우리나라 복자기는 잎 뒤의 맥 위에 가는 털이 있을 뿐이다.
털이 많으면 대개 '귀신 귀鬼'자를 붙이는데, 오히려 털이 거의 없다시피 한 우리나라 복자기를 '도깨비안악나무(귀면약목鬼眠藥木)'라 칭한 것은 격에 맞지 않는 것 같다.
※출처
1. 임경빈 저, 이경준·박상진 편, 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1, 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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