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23 - 대나무 본문
곧게 자라는 늘푸른식물이어서 옛사람들은 변치 않는 지조의 상징으로 여겼다.
땅속줄기(지하경地下莖)로 번식하며 몇십 년 만에 꽃이 피고 나면 죽어버린다.
이름에는 나무가 들어있지만 식물학적으론 나무가 아니라 풀이다.
벼과 대나무아과 대나무속에 속하는 온대성의 늘푸른풀인 대나무(죽竹)의 학명은 밤부사 Bambusa이고, 영어는 (아시아) 뱀부 (Asian) bamboo, 중국어 한자 표기는 죽자竹子이다.
○나무 같은 풀
대나무가 나무인가? 그렇지 않으면 풀인가?
이에 대한 대답은 쉽지 않다.
나무라는 것은 겨울철 얼어 죽지 않는 줄기를 갖고 있고, 그것이 땅 위에서 해마다 굵어져가는 것(굵기성장)이 특성이다.
반면 풀이란 것은 땅 위에 있는 줄기가 1년 동안은 자라지만(길이성장), 다음 해 또 그다음 해 계속해서 자라지는 않는다.
이처럼 생각한다면 대나무는 땅 위로 줄기가 나오는 그해 동안은 높이나 굵기가 다 크기 때문에 풀이라고 해야 옳다.
그렇다고 해서 대나무를 풀로 취급하기에는 무언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이 있다.
줄기가 풀치고는 너무 굵고 높으며 단단하다.
또 몇 해를 두고 잎이 죽지 않고 줄기도 살아 있으니 나무라고 본다.
그래서 특별한 나무로 취급한다.
대나무는 목재木材라 하지 않고 죽재竹材라고 부른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대나무가 풀이라고 쓰여 있다.
풀은 여름철 푸른 잎을 가지고 있다가 겨울이 되면 죽게 된다.
그런데 대나무는 이상한 풀이라서 겨울에도 잎이 푸르다.
풀치고는 무언가 맞지 않는다.
거꾸로 된 풀이다.
풀은 한자로 '초草' 또는 '초艸'로 쓴다.
뒤의 글자가 풀의 모양을 더 잘 나타내고 있다.
이때 '풀 초艸'자를 거꾸로 쓰면 '대 죽竹'자가 된다.
즉 대나무라는 것은 거꾸로 된 풀이라는 뜻이다.
예전 사람들은 글자를 만들 때 이상한 점에 착안해서 서슴지 않고 글자를 디자인했던 것 같다.
대나무는 글자만 보면 풀처럼 생각된다.
그러나 대나무가 나무냐 풀이냐를 두고 옥신각신할 필요는 전혀 없다.
나무면 어떻고 또 풀이면 어떤가?
이것을 판가름하기 위해서 노심초사하는 것은 할 일이 없거나 또는 토론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만이 즐길 일이다.
옛날 우리 선조들은 대나무를 '비목비초非木非草(나무도 풀도 아닌 것)'라 했다.
나무는 겉씨식물(나자裸子식물: 밑씨가 씨방 안에 있지 않고 드러나 있는 식물)과 속씨식물(피자被子식물: 밑씨가 씨방 안에 싸여 있는 식물)로 나눌 수 있다.
겉씨식물은 잎이 대체로 바늘처럼 생겼다고 해서 바늘잎나무(침엽수針葉樹), 속씨식물은 잎이 넓다고 해서 넓은잎나무(활엽수闊葉樹)라 부른다.
넓은잎나무는 씨가 2개의 떡잎을 가지고 있어 쌍떡잎식물(쌍자엽雙子葉식물)이라고 부른다.
반대로 바늘잎나무는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떡잎이 많으며, 그래서 뭇떡잎식물(다자엽多子葉식물)이라고 부른다.
대나무는 떡잎이 하나밖에 없다.
잔디, 벼, 보리, 밀처럼 대궁(여린 줄기)이 대나무처럼 비어 있고 마디가 있는 벼과식물(화본과禾本科식물)은 모두 떡잎을 하나만 가지고 있는 외떡잎식물(단자엽單子葉식물)이다.
대나무는 원래 열대성 식물이다.
이것을 사람들이 북쪽으로 옮겨다 심은 것이다.
대나무 잎에 눈이 쌓여 있는 경치를 흔히 볼 수 있다.
열대와 한대가 이와 같이 접근해서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것은 드물다.
○대나무 이름
대나무를 영어로 뱀부 bamboo라 하는데, 이 말은 말레이어로 대나무가 불 속에서 탈 때 나는 소리를 나타낸 것이라 한다.
대나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열대와 아열대 지방에서 자라는 남방죽南方竹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나라 등 온대 지방에 사는 북방죽北方竹이다.
북방죽은 죽순竹筍이 봄에 나오지만 남방죽은 늦여름과 가을에 돋아난다.
남쪽 지방에서는 그때부터 장마철로 접어드는 까닭에 '비 온 뒤의 죽순' 즉 '우후죽순雨後竹筍'이란 말에 맞아떨어진다.
우리나라의 대나무는 땅속줄기(지하경地下莖 )나 땅위줄기(지상경地上莖)가 비슷한 생김새로 되어 있지만, 남방죽의 땅속줄기는 양쪽이 가늘고 중간이 굵어서 고구마처럼 생겼다.
북방죽은 대줄기가 이곳저곳 고루 떨어져서 나오고, 따라서 사람이 대밭 속에 들어갈 수 있다.
반면 남방죽은 벼포기처럼 줄기가 다발로 모여서 나기 때문에, 사람이 대밭 속에 들어간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이처럼 남방죽은 줄기가 다발로 모여서 나는 다발줄기(총경성叢莖性)이고, 북방죽은 대줄기가 하나하나 떨어져서 나는 외줄기(단경성單莖性)이다.
또한 북방죽은 땅위줄기의 꺾꽂이가 어렵지만, 남방죽은 습도 높은 곳에 대줄기 토막을 두면 마디에 있는 눈에서 뿌리와 줄기가 나와 훌륭한 대나무 묘목(죽묘竹苗)이 된다.
이와 같이 남방죽과 북방죽은 서로 많은 차이가 있다.
대나무는 중국 서부에서는 판다 panda의 먹이가 되고 있는데, 대나무와 대숲을 주식住食(거주지와 먹거리)의 근거로 하고 있는 동물은 이 밖에도 많다.
○대나무 종류
대나무는 종류가 아주 많다.
첫째로 맹종죽孟宗竹이란 것이 있는데, 죽순이 굵고 먹을 수 있어 흔히 죽순竹筍대(또는 식용죽食用竹)이라고 부른다.
중국이 원산지이며, 우리나라에는 약 120년 전(1898년) 일본에서 건너왔는데, 부산 대신동에 처음으로 이식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그래서 한때 일본대라고도 했다.
중국에서는 양쯔강 남쪽에 많다고 해서 강남죽江南竹이라고 한다.
맹종죽은 대껍질(죽피竹皮: 대줄기를 감싸고 있는 껍질로서 뒤에 곧 떨어짐)이 녹색이며 흑갈색의 반점이 있다.
대나무 중 가장 굵어질 수 있는 것으로, 일본에서는 대의 지름이 약 20센티미터에 이르는 것도 있다.
그러나 키는 왕대보다 작다.
대나무에는 마디가 있다.
마디는 대나무 종류에 따라 특색이 있다.
맹종죽은 한 마디에 테(륜輪)가 하나뿐이다.
말하자면 한 개의 가락지를 끼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왕대(왕죽王竹)는 한 마디에 2개의 테가 나 있는데, 위쪽 테가 아래쪽 테보다 밖으로 더 튀어나와 있다.
그래서 맹종죽은 외테(일륜상一輪狀), 왕대는 쌍테(쌍가락지, 이륜상二輪狀)이라고 표현한다.
왕대는 참대라고도 하며, 중국 원산으로 남쪽 지역에서 많이 심는다.
왕대의 죽순은 맹종죽보다 더 늦게 생기므로 늦죽으로도 불린다.
또한 솜대(담죽淡竹 또는 분죽粉竹)라는 것이 있다.
이것도 중국 원산으로 대껍질에 반점이 없다.
번식력이 강하고 추위에 잘 견딘다.
대줄기의 마디 사이가 짧아서 10~35센티미터 정도이다.
왕대보다 살이 가늘며 광주리, 바구니, 우산대, 부챗살 등에 쓰인다.
한편 이대(설대, 시죽矢竹, 산죽山竹)는 추위에 강하고 대줄기가 가늘어서 붓대, 담뱃대, 화살 등의 재료로 쓰이며, 오구대라고도 한다.
이대는 대껍질이 오래도록 줄기를 감싸고 있다.
울릉도에 이대가 많고, 또 그 옆의 죽도竹島에도 이대가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죽도라는 이름을 얻었을 것이다.
한라산에는 제주조릿대가 있다.
오죽烏竹은 흑죽黑竹(검정대) 또는 자죽紫竹이라고도 부른다.
이것도 중국 원산지이며, 관상용으로 가치가 있다.
대줄기가 첫해에는 푸른색을 띠고 있으나, 해를 거듭할수록 검은색이 더해지며 음지일수록 더 검어진다.
죽순이 많이 돋아나고 키도 높게 큰다.
검은색이 고르지 못하고 얼룩이 질 때 이것을 얼룩대(반죽班竹)라고 부른다.
얼룩대와 검정대는 솜대와 같은 종류에 속한다.
조릿대는 키가 1~2미터로 작지만 내한성이 좋아 평안남도와 함경남도까지 분포하여 한죽寒竹으로도 불린다.
쌀을 이는 조리를 만드는 재료로 쓰여 붙은 이름이다.
다른 대나무 종류에 비해 꽃이 곧잘(5~10년마다) 피어 그 열매를 산골에서는 식량으로 이용하였다.
약한 광선 조건 아래에서도 자라는 능력이 있는데, 땅속줄기가 빽빽이 땅을 덮고 대줄기가 빽빽하게 들어섬으로써 다른 나무들의 침입을 배척하게 된다.
전남 승주군 선암사 부근의 산에는 조릿대가 무성하게 자라 밀집식생密集植生을 형성하고 있다.
조릿대류를 우리는 산대(산죽山竹)으로 칭하기도 한다.
대나무 마디에서는 가지가 난다.
줄기 맨 아래쪽에 있는 마디의 가지를 암대나무 또는 수대나무로 부르기도 한다.
즉 가지가 나 있는 최하단 마디에서 두 개의 가지가 나 있으면 암대나무이고, 가지 한 개만 돋아나 있으면 수대나무라고 한다.
보통 하나·셋 등 홀수 가지는 양으로 보고, 둘·넷 등 짝수 가지는 음으로 보는데, 이 경우도 홀수는 수대나무, 짝수는 암대나무인 것이다.
수대나무라도 맨 아랫마디에만 곁가지가 하나이고 그 다음부터는 두 개씩 나면 암대나무와 다를 바 없다.
암대나무와 수대나무가 원래 다른 것이 아니고 한 뿌리에서 암수나무가 생겨난 것이다.
암대나무가 자람이 더 왕성하다고 하는데, 이는 과학적으로 더 조사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옛책에 암대나무는 죽순을 내고 수대나무에는 죽순이 생기지 못하는 것으로 기록한 대목이 있는데, 이 역시 정확한 내용이라고 볼 수 없다.
○죽순
죽순 요리는 맛이 좋다.
죽순竹荀에는 검은색을 더 띤 검정 죽순이 있고, 흰색을 더 띤 흰 죽순이 있다.
흰 것이 더 많은 양분을 지니고 있어 값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죽순은 죽맹竹萌, 죽아竹芽, 죽태竹胎, 죽자竹子라고도 부르는데 모두 대나무의 어린싹이란 뜻이다.
≪본초강목≫은 '순筍' 대신에 '순笋'으로 쓰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기록하고 있다.
죽순이 땅 위에 나타나기 전에 캐낸 것을 동순冬筍 또는 포순苞筍이라 한다.
죽순은 땅속줄기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땅속줄기 마디에는 눈(아芽)이 한 개씩 있으며, 이 눈은 아래 위로 어기어기 난다.
즉 한 마디에 달려 있는 눈이 위에 있으면 그다음 마디에 달려 있는 눈은 아래쪽에 있다는 말이다.
마디에 달려 있는 눈은 자라서 죽순이 되는 일도 있고, 또는 새로운 땅속줄기를 만들기도 한다.
올해 나는 죽순은 대체로 3~5년생의 땅속줄기에서 나오게 된다.
땅속줄기가 이보다 더 늙으면 죽순이 생겨날 기회는 확연히 줄어든다.
굵은 죽순은 비교적 젊고 굵은 땅속줄기에서 생겨난다.
땅속줄기가 가늘면 작은 죽순이 나온다.
한번 자라난 땅속줄기는 그 뒤에 더 굵어지지 않으므로, 굵은 죽순을 만들려면 새로 생겨나는 땅속줄기가 굵게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올해 땅속줄기를 굵게 해주어도 굵은 죽순을 얻는 효과는 2~3년 뒤에 나타나게 된다.
땅속줄기에 달려 있는 마디 눈은 1미터의 길이에 약 20개인데, 이 가운데 죽순이 되는 것은 약 10~20%이다.
대나무를 5년 이상 남겨두면 죽순 생산량이 줄어드는 까닭에 오래된 대나무는 잘라주어야 한다.
6~7년생쯤 된 나무가 서 있으면 그 땅속줄기는 매우 노쇠해 있기 때문에 죽순이 나오기 어려워진다.
대나무는 성장이 매우 빨라, 땅 위에 올라온 뒤 약 30~50일이면 길이성장과 굵기성장이 끝나게 된다.
필자는 예전에 맹종죽의 성장을 측정해본 일이 있었는데, 24시간 동안 가장 많이 자란 기록이 54센티미터였다.
1시간에 2센티미터 넘게 자란 셈이 된다.
그때의 측정에 따르면 밤보다도 낮에 더 빠른 성장을 보였다.
일본 기록을 보면 24시간 동안 100센티미터나 자란 것도 있다.
한 시간에 평균 4센티미터 길어진 것이다.
이처럼 왕성한 성장은 땅속줄기 속에 저장되어 있는 양분을 소모함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며, 또한 마디마다 생장점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대나무를 한자로 '낭간琅玕'이라고도 쓴다.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낭간이란 '중국에서 나는 경옥硬玉'이라고 되어 있다.
예전 책에는 용궁에 가면 화려한 건물이 있고 용의 뼈와 낭간으로 건축이 되어 있다는 기술이 있다.
또한 다음과 같은 시 구절도 있다.
"봉황새는 배가 고파도 시시한 것은 먹지 않고 (봉기불탁속 鳳飢不啄粟)
다만 대나무 열매(낭간)만 먹는다 (소식유낭간 所食唯琅玕)"
봉황새는 곤륜산에 살면서 황하의 물을 마시고 고고하게 혼자 사는 귀한 새라고 한다.
이 새가 대나무 열매를 먹고 산다는 것은 대나무가 그만큼 귀한 존재라는 인식을 바탕에 두고 있다.
그런데 대나무는 꽃이 피면 죽고 마는데, 따라서 이를 개화병開花病이리고 부른다.
벼, 보리, 밀, 잔디 같은 대나무 친척들도 꽃을 가지고 열매를 맺게 되면 그 줄기(대궁)는 죽고 만다.
우리나라에서도 남쪽 지방에 있는 대나무 밭에 꽃이 피어서 대숲(죽림竹林)이 죽어간 일이 많다.
○대나무 용도
대나무는 일찍부터 인류 생활에 기여한 바가 컸다.
청간請簡(청請편지: 권세 있는 사람에게 부탁하는 편지)이나 간찰簡札(간지簡紙에 쓴 편지), 또는 죽간竹簡이란 대나무 줄기를 얇게 깎아 이어서 엮은 지금의 공책 비슷한 것으로, 옛날에는 이곳에 무엇인가를 기록하였다고 한다.
어린 대나무의 섬유로 만든 종이를 죽지竹紙라 하는데, 이것은 훨씬 뒤에 발명된 것이다.
≪시경≫에도 대나무로 만든 그릇, 대나무로 만든 낚싯대, 대나무 피리 등이 곳곳에 등장하고 있어 예전부터 대나무를 폭넓게 이용하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관성管城'이란 글씨 쓰는 붓(필筆)을 말하는데, 대나무가 없었더라면 붓을 만드는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붓 필筆'자는 '대 죽竹'자와 '붓 율聿'자를 합해서 된 글자이고, 목련의 꽃봉오리가 붓과 닮아 목련을 '목필木筆'이라고 하였다.
또 쇠뜨기의 어린 순(일본 사람들은 이것을 '쓰쿠시'라고 하여 나물로 먹음)을 필두채筆頭菜 또는 토필土筆이라고도 한다.
지금의 옥천을 예전에는 관성군管城郡이라고 했는데, 관성으로 한 연유에 대해서는 잘 알 수 없지만 그곳에 그때는 대나무가 있었던 것이 아닐까?
이처럼 대나무는 종이나 붓과 같은 필기도구의 재료가 되어 인류의 문명과 문화의 발전에 큰 공헌을 해왔다.
그뿐만이 아니라 피리 등 악기의 재료가 되어 인간의 심정을 울리기도 했다.
순임금은 대나무로 식기食器를 만들었고, 우임금은 제기祭器를 만들었으며, 또 순임금은 수산壽山에서 대나무 그릇을 만들었다고 하니, 대나무는 먼 옛날부터 인간생활이 이기利器로서 큰 역할을 해왔다고 할 수 있다.
죽비竹篦(목비木篦)는 불교에서 수행승을 지도할 때 사용되는 할죽割竹(쪼갠 대)으로 불사를 행할 때 쓰이고 있다.
○대나무 전설
≪삼국유사≫에 나오는 만파식적萬波息笛의 전설은 신라시대부터 대나무가 큰 관심의 대상이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대나무가 천지의 오묘한 운행을 다스렸다는 점은 기억해둘 만하다.
"신라 31대 신문대왕 때 동해 바다에 작은 산이 물에 떠서 왔다 갔다 하고, 그 산 위에 대나무가 있었는데 낮에는 둘이 되었다가 밤에는 합쳐서 하나가 되는 신기한 현상을 보였다. 이때 한 마리의 용이 나타나서 왕에게 아뢰기를, '두 물건이 합치면 소리를 만들게 되는 법이니, 왕께서 이 대나무로 피리를 만들어 불면 그 소리로 천하가 잘 다스려질 것입니다'라고 했다. 그래서 왕이 그 대나무로 피리를 만들어 부니, 적군이 도망가고 질병이 치유되고 가뭄에는 비가 내리고 장마는 개이고 바람은 멎고 파도는 잔잔해지는 위력이 나타나 이 피리를 '만파식적'이라고 이름 지었다. 그 뒤 이 신적神笛에 이름을 붙여 '만만파파식적萬萬波波息笛'이라 했더니, 하늘의 별들이 좋아하면서 이것을 알아주었다."
또 다른 이야기로 김유신이 충남 서천에서 경주로 돌아올 때 길가 나무 밑에서 쉬고 있는 나그네를 보았는데, 이 사람이 품속에서 대통(죽간竹簡)을 꺼내어 흔들어 아름다운 여자를 나오게 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뒤에 다시 대통으로 돌아가게 했다.
김유신은 남산으로 이 나그네를 데리고 와서 소나무 밑에서 잔치를 벌여 대접했는데, 그때 대통의 여자도 나와 함께 놀았다고 한다. 이 나그네는 신인神人으로 짐작된다.
중국에서는 옛날 죄인을 사형에 처할 때 자라고 있는 죽순 위에 올려놓아 죽순이 몸을 뚫고 올라가게 했다고 하는데, 이것은 대나무가 곧게 커 올라가는 힘이 매우 강하다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실제 그러한 일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대나무 숲 관리
대나무 밭을 금전金田이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대나무 자재 즉 죽재竹材가 큰돈이 되기 때문이다.
대나무는 너무 빽빽하게 자라게 하지 말고 오래된 대나무를 알맞은 때 솎아주어야 한다.
또한 해마다 흙을 추가해 뿌리를 보호하고, 퇴비와 거름을 넣어 땅을 기름지게 해주며, 함부로 대나무 밭을 발로 밟지 말아야 한다.
잔디 뿌리도 그러하지만 대나무 뿌리(사실은 땅속줄기)는 새 뿌리가 나올 때 반드시 옛 뿌리의 위쪽으로 뻗는다.
따라서 해가 갈수록 새 뿌리가 위로 올라와 드디어 땅 밖으로 나오게 되면 뿌리가 물기와 양분을 빨아들일 수가 없게 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해마다 대나무 밭에 흙을 추가해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한 평에 한 짐의 흙을 넣되, 3~4센티미터는 덮이도록 해준다.
대나무는 줄기가 땅 위에도 있고 땅속에도 있다.
땅 위에 있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줄기를 땅위줄기라 하고, 이것이 땅속에 있을 때 땅속줄기라 한다.
땅위줄기는 속이 비어 있지만, 땅속줄기는 속이 차 있다.
땅속줄기에도 마디가 있는데, 이 마디에서 뿌리가 난다.
또 마디에서 눈이 생기고, 눈이 땅 위로 돋아난 것이 죽순이며, 죽순이 자라서 대나무 줄기가 된다.
정원에 키우는 잔디도 가을이 되면 흙을 넣어주는 것이 좋다.
대나무와 마찬가지로 땅속줄기가 위로 올라오고 겨울에 추위의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벼, 보리, 밀 같은 것은 한 해에 일생이 끝나는 까닭에 흙을 넣어주어야하는 걱정은 없다.
○대나무 찬가
대나무는 늘푸르며 줄기가 곧아 흔히 굳은 절개에 비유된다.
대쪽 같은 성격이라든가 대나무 같은 정조라는 말들이 그렇다.
대나무와 대숲의 모습은 맑고 품위가 있는 까닭에 옛적부터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대나무는 서상식물瑞祥植物(복되고 길한 일이 일어날 조짐을 가진 식물)로 취급되어 시와 문장, 그림,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다양하게 숭상되었다.
서상식물로는 소나무·대나무·매실나무·오동나무·회화나무·버드나무·목련·무궁화·월계수·동백나무·산수유·치자나무·은행나무·모과나무·느릅나무·진달래·해당화·살구나무·등나무·인동덩굴·장미 등 아주 많다.
이는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등에서 공통되는 사항이다.
대나무가 소재로 나오는 시 역시 ≪시경≫에서 찾아볼 수 있다.
소아小雅 홍안지십鴻雁之什 사간斯干(산골 개울물)에 나오는 다음 시는 대나무와 소나무를 사이 좋은 형제간의 우애에 비유한 것으로 유명하다.
"산골 개울에는 물이 흐르고 (질질사간 秩秩斯干)
남산 그윽한 곳에는 (유유남산 幽幽南山)
대숲이 우거지고 (여죽포의 如竹苞矣)
소나무 또한 무성하다 (여송무의 如松茂矣)
형과 아우들이여 (형급제의 兄及弟矣)
서로 화목하구나 (식상호의 式相好矣)
미워하고 시기하는 말 없구나 (무상유의無相猶矣)"
산 아래쪽에는 대나무가 나서 산을 보호하고 그 위에는 소나무가 나서 잘 자란다는 것은 대나무와 소나무가 서로 도와주고 있는 상황 또는 우애를 말하는 것이다.
'죽포송무竹苞茂'란 말은 아래쪽은 대나무처럼 견고하고 위쪽은 소나무처럼 무성하다는 뜻인데, 이는 새로 지은 집에 대한 낙성 축사에 흔히 쓰여지며, 출처는 역시 ≪시경≫으로 짐작된다.
이 밖에도 대나무를 소재로 한 한시와 문장, 그리고 시조는 너무 많아서 어느 것을 음미해야 할지 알 수 없을 정도다.
그중 김삿갓 김립金笠이 대나무 시 일부를 감상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재치 넘치는 명시다.
"이대로 저대로 되어가는 대竹로 (차죽피죽화거죽 此竹彼竹化去竹)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竹로 (풍타지죽낭타죽 風打之竹浪打竹)
죽이면 죽 밥이면 밥 그런대竹로 살고 (죽죽반반생차죽 粥粥飯飯生此竹)
옳고 그르고는 저대竹로 붙여두고 (사사바바부피죽 是是非非付彼竹)
···
그렇고 그런 세상 그런대竹로 지나세 (연연연세과연죽 然然然世過然竹)"
백거이의 <양죽기養竹記> 또한 대나무에 대한 찬사로 유명하다.
"···
대나무는 본디 단단하여 (죽고본 竹固本)
이 단단함으로 덕을 세우고 (고이수덕 固以樹德)
···
대나무의 성품은 곧고 곧아 (죽성직 竹性直)
이 곧음으로 몸을 세우며 (직이입신 直以立身)
···
대나무의 속은 비어 있어 (죽심공 竹心空)
이 빈 것으로 길을 얻고 (공이채도 空以體道)
···
대나무 마디는 곧고 곧아 (죽절정 竹節貞)
이 곧음으로 뜻을 세운다 (정이입지 貞以立志)
···
대저 이러하기에 (부여시고 夫如是故)
군자들은 (대나무를) 많이 심어 (군자인자수지 君者人多樹之)
정원을 채운다 (위정실언 爲庭實焉)"
한편 <고시십구수古詩十九首>에 산을 둘러싸고 있는 대나무를 여자로 보고 산을 남편으로 보아, 대나무와 산이 떨어지지 않음을 사랑이 극진한 부부로 비유하여 읊은 시가 있다.
"부드럽고 날씬한 한 그루의 대나무 (염염고생죽 冉冉孤生竹)
큰 산 기슭에 뿌리를 내린 것처럼 (결혼태산아 結婚泰山阿)
···
부부라면 서로 함께하는 것이 옳은 것을 (부부회유의 夫婦會有宜)
천 리 멀리 이곳에 와 부부가 되었건만 (천리원결혼 千里遠結婚)
그대와 나는 지금 산과 물을 사이에 두고 멀리 떨어져 있구나 (유유격산피 悠悠隔山陂)"
조선시대 시조 시인 윤선도는 <오우가五友歌>에서 대나무를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곧기는 뉘 시켰으며 속은 어이 비었느냐
저러고도 사계절에 푸르니 그(대나무)를 좋아하노라"
대나무는 소나무, 해와 달, 산과 물 등과 함께 십장생十長生(오래도록 살고 죽지 않는다는 열 가지)의 하나로 되어 있어, 이는 지난날 우리에게 비친 대나무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대나무는 그 종류가 무엇이든 우리 주변 생활공간에 많이 들어와서 함께 살아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소동파는 <녹균헌綠筠軒>이라는 시에서 다음과 같이 대나무의 가치를 잘 나타내고 있다.
"고기는 먹지 않아도 되지만 (가사식무육 可使食無肉)
대나무 없이 살아갈 수는 없다 (불가거무죽 不可居無竹)
고기를 먹지 않으면 몸이 야위게 되고 (무육영인수 無肉令人瘦)
대나무가 없으면 사람은 속되어 교양을 잃어버린다 (무죽영인속 無竹令人俗)
수척한 사람은 살찌게는 할 수 있으나 (인수상가비 人瘦尙可肥)
일단 사람이 속俗되어지면 다시 고칠 수가 없다 (속사불가의 俗士不可醫)"
○대나무 별명
대나무는 그 별명도 여러 가지가 있다.
대나무에 다음과 같이 '군자君子'라는 별명을 지어준 시도 있다(≪시경≫ 위풍衛風 기욱淇奧).
"저 기수 가의 물굽이를 바라보니 (첨피기욱 瞻彼淇奧)
푸른 대나무가 우거져 있네 (녹죽의의 綠竹猗猗)
훌륭하신 군자시여 (유비군자 有斐君子)
깎고 다듬은 듯하시네 (여절여차 如切如磋)"
왕자유王子猷는 집에 반드시 대나무를 심고 하루라도 차군此君(이 친구, 대나무를 친근하게 부른 말) 없이는 살 수 없다고 읊음으로써 사군자四君子의 하나인 대나무에 '차군此君'이라는 이름을 주기도 하였다.
중국 위·진 시대에 노자와 장자의 허무 사상을 숭상하여 유교의 형식주의를 무시하고 대나무 밭에 모여 청담淸談(명리를 떠난, 맑고 고상한 이야기)을 나누던 7명의 선비—혜강嵆康, 완적阮籍, 산도山濤, 왕융王戎, 유영劉伶, 향수向秀, 완함阮咸—들은 대나무 밭에서 청유淸遊(아담하고 깨끗하며 속되지 아니하게 놂)함으로써 '죽림칠현竹林七賢'이란 칭호를 얻었다.
이는 대나무가 세속과 멀다는 것을 뜻한다.
시인 이태백은 중궁 산둥성의 명승지 죽계竹溪에서 산속에 숨어 5명의 선비와 술을 마시고 벗삼으니, 이들을 죽계의 '육일六逸'이라고 불렀다.
또한 소나무, 대나무, 매화나무를 '삼우三友'라고 하여 기쁜 뜻을 나타내는데 쓰며,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를 매란국죽梅蘭菊竹이라 해서 '사군자四君子'라 부른다.
대나무의 별명은 또 있다.
'포절군抱節君'이란 말은 대나무의 모습에서 온 것이다.
이태백의 다음 시에서는 대나무를 '옛 친구(고인故人)'라고 표현했다.
"문을 여니 바람에 대나무가 흔들리길 (개문풍동죽 開門風動竹)
혹시나 옛 친구가 찾아왔는가 했네 (의시고인래 疑是故人來)"
대나무 막대기를 연못에 던졌더니 그것이 용으로 변했다고 해서 '화룡和龍'이라고도 부른다.
또한 대나무를 투모초妬母草라고도 하는데, 이는 어머니의 키를 시샘하여 빨리 자라서 어머니처럼 되겠다고 하는 풀(초草)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대나무 순이 땅 위에 나타나면 열흘하고 6일 만에 어머니 대나무 키와 같아진다는 말이 있다.
이 밖에도 대나무의 별명은 많다.
어린 시절에는 잎이 달린 대나무 막대기를 말이라고 하여 두 다리 사이에 끼우고 논다고 해서 죽마지우竹馬之友라는 말을 만들었다.
이때 나무가 반드시 대나무는 아니었지만, 막대기를 타고 시골 담모퉁이 길을 친구들과 놀고 다니던 그때의 일이 생각난다.
대나무가 추운 겨울에도 죽지 않는다는 것은 신라시대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신문왕 12년 봄에는 대나무가 죽고 애장왕 2년 10월에도 대나무가 죽었다고 ≪삼국사기≫에 기록되어 있다.
이와 같은 기록은 추위 때문이었다기보다는 꽃이 피어서, 즉 개화병으로 죽은 것으로 생각된다.
대나무가 충성스러운 대상으로 취급되었다는 것은 이 나무가 가진 힘의 위대함을 알려준다.
○대나무 분포
예전엔 지금보다 대나무 밭이 더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기록를 보면, 경남 양산에는 고려 말과 조선 초에 넓은 대숲(죽림竹林)이 있었고 이 사실이 명나라에까지 전해져 장청張淸이란 사람은 양산의 대숲을 노래로 읊었다고 한다.
거제도, 밀양, 청송, 예천, 김천 등지에도 많은 대숲이 있었던 것으로 되어 있다.
낙동강 연안에는 대나무가 우거져서 호랑이가 그 안에서 숨을 곳을 찾았다고 한다.
예전 동양화에 자주 호랑이가 대나무가 함께 그려진 것으로 보아 호랑이가 많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신라, 백제 등의 국기國記(나라 역사를 적은 책)를 보면 종종 호랑이가 왕궁에 들어왔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 순조 12년 정월에도 호랑이가 경희궁에 들어왔다고 적혀 있다.
강릉, 함흥, 종성, 명천, 울릉도 등 북쪽에서도 대나무가 많이 생산되었다고 한다.
명천의 고려조릿대가 유명한데, 추위에 견디는 힘이 매우 강하다.
울릉도는 섬대로 이름이 나 있다.
○대나무의 특성
미루나무(포플러 popular), 개나리 같은 나무들은 줄기를 끊어서 흙 속에 묻어줄 때 뿌리가 잘 내린다.
뿌리가 잘 내리고 안 내리는 것은 나무 종류에 따라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나는 대나무의 줄기를 잘라서 꺾꽂이를 하면 뿌리가 거의 내리지 않는다.
그러나 땅속줄기는 그 안에 영양분을 많이 간직하고 있고 뿌리와 눈을 달고 있어 쉽게 꺾꽂이 번식이 된다.
음력 5월 13일은 죽취일竹醉日(또는 죽미일竹迷日)로, 이날 대나무를 심으면 잘 살아난다고 한다.
그리고 2월에서 5월까지 달마다 용날(진일辰日)에 대를 심는 것이 좋다고 해서 용생일龍生日이란 말도 생겨났다.
2월 2일, 3월 3일, 4월 4일 등을 본명일本命日이라 하는데, 이날도 대나무를 심기에 좋다고 한다.
그러나 어떤 특정한 날이 과학적으로 대나무 심기에 이롭다고 주장하기는 어렵다.
○대나무 열매
대한제국 융희隆熙 2년(1908)에 나온 ≪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에 대나무에 대한 내용이 있다.
태종 때 강원도 강릉 대령산大嶺山의 대나무가 열매를 맺어 그 모양이 보리와 같고 찰기(점성粘性)가 있으며 그 맛은 수수와 같아서, 동네 사람들이 이것을 따서 술도 빚고 식량으로 했다는 것이다.
필자가 예전 지리산에 올랐을 때, 그곳에 사는 어떤 집에서는 조릿대의 열매를 몇 가마니인가 따서 저장하고 있었다.
밥으로 지어 먹고, 떡이나 국수로도 만든다고 했다.
대나무 열매(씨, 종자種子)를 죽실竹實, 죽미竹米, 야맥野麥, 죽실만竹實滿, 연실練實 등으로 부르는데, 종류에 따라 모양이 달라 밀알과 닮은 것, 보리알과 닮은 것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대나무이 개화 결실은 예전부터 사람들의 관심사였는데,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등에서 여러 책에 이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중국 책 ≪문헌통고文獻通考≫에는, 서기 292년 진晉나라 혜제왕惠帝王 때 대나무 꽃이 피었는데 꽃 색깔은 보라색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정화政和 4년(1014)에는 중국 남쪽 지방에 '죽생미수천석竹生米數千石'이라 하여, 정확한 수는 알 수 없지만 하여튼 많은 대나무가 열매를 맺었던 모양이다.
또 ≪향우외집香宇外集≫이란 책에서는 대나무 열매가 몸을 가볍게 하고 기운을 돋군다고 했다.
한편 예전 사람들은 대나무가 열매를 갖게 되는 것을 흉년의 징조로 알았다는 기록이 있다.
이것도 과학적으로 믿기 어렵다.
반면에 열매인 죽실만竹實滿을 가지고 상서로운 것으로 믿은 기록도 찾아볼 수 있다.
이것도 물론 근거 없는 이야기다.
대나무 열매는 싹이 터서 대나무로 자랄 수 있다.
진나라의 대개지戴凱之가 쓴 ≪죽보竹譜≫에는, 대나무는 60년마다 꽃이 피며, 이때 씨가 땅에 떨어져 6년이 지나면 새로운 대밭이 된다고 했다.
한편 죽순이 자라다가 죽어서 검게 된 것을 선인장仙人杖이라 부르는데, 어린아이들이 젖을 토할 때나 경기를 할 때 쓰면 효험이 있다 한다.
대나무 줄기에 기생하는 균이 발달하면서 황토 흙처럼 보이고 굵게 된 것을 천죽황天竹黃이라 해서 역시 약으로 쓴다.
대줄기를 불에 구우면 기름이 나오는데, 이를 죽력竹瀝이라 하며 담痰을 없애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세계의 대나무
대나무과科는 세계적으로 70속 1,200종, 그 외 변종이 있다고 한다.
그중 풀 종류 대나무류 herbaceous bamboo는 25속 100종으로 주로 남아메리카에 분포하고 있다.
대나무류는 열대에서 온대 지역에 이르기까지 자라는데, 세계적으로 아시아·태평양,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등 총 3대 지역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아시아에는 45속 약 800종과 변종이 있고, 분포 면적은 1,800만 헥타르에 이른다.
중국은 대나무의 주산지로 33속 약 400종과 변종이 분포하고 있으며, 33속 가운데는 남방죽도 있고 북방죽도 있다.
남방죽이나 북방죽이란 이름보다는 오히려 열대성 대나무류와 온대성 대나무류로 구별하는 것이 더 타당한 명칭일지도 모른다.
전 세계 대나무루의 본포 면적은 약 2,100만 헥타르로 추정된다.
앞서 말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이라 함은 한국, 일본, 중국, 동남아, 호주, 뉴질랜드, 태평양 제도를 말한다.
그중 한국, 일본, 황하와 양쯔강 유역은 온대성 대나무의 분포 지역이다.
남북 아메리카에는 17속 약 270종에 이르는 종과 변종이 있는데, 주로 소죽종小竹種인 풀 종류인 대나무로서 경제성이 낮다.
북미 대륙에는 대나무류가 거의 없다.
아프기카 대륙의 경우 세네갈과 모잠비크에 분포하고, 마다카스카르에는 11속 40종이 있다.
유럽에는 1827년에야 비로소 오죽烏竹이 들어갔다.
영국에는 중국과 일본 등지에서 14속 75종의 대나무가 도입되어 자라고 있다 한다.
대나무에 대한 연구는 다른 식물에 비해서 매우 어려운 편이다.
형태 연구에는 꽃이 중요한데, 대나무 꽃은 자주 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보아 가장 경제성이 높은 대나무는 맹종죽(죽순대)이다.
맹종죽 죽간竹竿(대나무 장대)의 생산성은 재배의 집약도와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중국에서의 대나무 생산성이 단연코 높다.
죽순은 고급 식료품으로서 영양가가 매우 높고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대나무를 인류가 사용한 역사를 추적해본 결과, 약 5천 년 전 신석기시대부터라고 한다.
일찍이 종이가 없을 때 인간은 대나무 조각에 문자를 기록했는데, 이것이 바로 죽간竹簡이다.
중국, 인도 등지에서는 대나무를 제지 원료로 많이 쓰고 있다.
생중량 4톤의 대나무를 1톤의 비표백 펄프 pulp(기계 펄프에 해당)를 얻을 수 있다.
※출처
1. 임경빈 저, 이경준·박상진 편, 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1, 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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