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20 - 가죽나무 본문

동식물 사진과 이야기

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20 - 가죽나무

새샘 2024. 10. 2. 16:11

가죽나무 잎과 열매(출처-출처자료1)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잘 자라 쉽게 볼 수 있는 소태나무과의 갈잎 큰키나무인 가죽나무는 채식하는 스님들이 나물로 먹는 참죽나무의 새순과 달리 먹을 수 없다 하여 '가짜 중나무'라 하던 것이 가죽나무가 되었는데, 가중나무라 부르기도 한다.

학명은 아일란투스 알티시마 Ailanthus altissima, 영어는 tree of heaven(하늘나무), 중국어 한자는 저樗 또는 저수樗樹

 

 

민속박물관 서문 옆 가죽나무 고목(출처-출처자료1)


도시에서도 시골 길가에서도 볼 수 있으며, 예전에는 서울 시내에 가로수로 심은 적도 있었다.

우산을 펴든 것 같은 모양이라든지, 열대를 연상시키는 정열을 내뿜고 있는 잎이라든지, 겨울에 보여주는 예술적인 생김새의 가지 배치로 보아, 가죽나무는 가로수종으로서도 훌륭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

 

 

가죽나무 잎(출처-박상진 교수의 나무 이야기 http://treestory.forest.or.kr/v1/bbs/bbs.php?cmd=view&board_name=b22&bid=5&count=y)

 

가죽나무 잎 아래쪽 양쪽 끝에 있는 선점들(출처-https://longki.tistory.com/18174667)

 

가죽나무 잎에서는 고약한 냄새가 나는데 이 냄새의 발생지가 바로 맨 아래 톱니 양끝에 볼록 튀어나온 사마귀처럼 생긴 선점腺點이다.

이 선점이 있고 없고는 가죽나무를 구별하는데 경정적인 특징이 된다.

 

 

○다양한 명칭

 

우리나라에서 표기하는 가죽나무의 한자 이름은 가승목假僧木(가짜 중나무)이다.

가죽나무와 닮은 참죽나무를 진승목眞僧木(진짜 중나무)이라 부르는 것과 좋은 대조를 이룬다.

 

가죽나무는 중국어 한자로 저수樗樹라고도 쓰는데, 樗라는 글자는 '나쁜 나무 저' 또는 '개똥나무 저'라고 읽는다.

흔히 '개'라는 글자는 좋지 않은 것을 뜻하곤 하여, 사람을 보고 황소 같다든지 곰 같다든지 하면 그대로 듣고 있지만 개 같다고 하면 듣기 싫어한다.

개옻나무, 개비자나무, 개살구나무, 개오동나무, 개두릅나무, 개머루, 개다래나무 등은 '개'가 붙지 않은 나무보다 뭔가 뒤떨어진 느낌을 준다.

그런데 가죽나무가 '개똥나무 저'라는 글자로 표현될 만큼 나쁜 나무란 말인가?

 

가죽나무는 원래 우리나라에는 없던 나무로 옛날에 중국에서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말하자면 수입 수종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와 귀화한 것이다.

가죽나무의 조국인 중국의 예전 기록을 보면 역시 가죽나무가 좋은 나무로로는 나와 있지 않다.

이 나무가 참죽나무와 닮았기 때문에 항상 참죽나무와 비교하여 그보다는 좋지 못한 것으로 취급되었다.,

그러나 가죽나무가 '개'나 '개똥'으로 불릴 정도의 나무로는 생각되지 않는다.

 

가죽나무를 '산춘山椿'이라고도 한다.

산에 나는 참죽나무란 뜻이다.

참죽나무는 더 낮은 땅에 나며 호목수虎目樹(호랑이눈 나무)라고도 부른다.

가을이 되어 잎이 떨어지면 잎이 붙어 있던 자국(흔적)이 호랑이 눈과 같다고 해서 이런 이름을 얻었다.

그래서 이 자국을 '호안虎眼'이라고도 부른다.

 

가죽나무를 저樗로 쓰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 책도 있다.

중국에서 쓰이는 도박 도구 중에 저포자樗蒲子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골패나 마작 비슷한 것으로 위는 검고 아래는 희다.

가죽나무 잎이 떨어지면 가지에 남는 흔적이 꼭 저포자의 아랫면과 닮아 가죽나무의 한자 이름을 여기서 빌려 저樗로 했다는 것이다.

≪시경≫을 보면 '산에 가죽나무가 있다(산유고山有)'는 내용이 나오는데, 여기서의 '고栲'도 '저樗'와 같은 나무를 뜻한다.

 

가죽나무를 뜻할 때에는 '樗'자를 '가죽나무 화'로 읽는다.

그러나 좋지 못한 나무 또는 별로 쓸모가 없는 나무를 뜻할 때에는 '개똥나무 저'로 읽는다.

가죽나무를 나쁜 나무라는 것과 관련시키지 않으려는 의도이다.

이같이 '樗'자를 '화'로 읽는 것은 좋은 뜻으로 생각된다.

 

가죽나무처럼 좋다 나쁘다를 두고 입에 오르내린 나무도 없을 것이다.
항상 참죽나무와 비교되면서 피해를 보았으니, 생김새가 참죽나무를 닮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생김새에 있어서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사람 사는 일에 있어서도 대단치 않을 바에야 더 훌륭한 사람을 닮을 필요도 없고, 또 그러한 사람과 비교할 수 없는 곳에서 사는 것이 마음 편할 것이라 생각된다.

 

가죽나무를 독일에서 괴테르바움 Göterbaum(천국天國나무)이라고 하고, 영국에서는 하늘나무 tree of heaven(천목天木)라고 한다.

이와 같이 서양에서 가죽나무에 훌륭한 이름을 붙인 유래는 다음과 같다.

 

가죽나무의 이름을 처음 학술적으로 붙인 사람은 프랑스 식물학자 데퐁텐 Desfontaines (1750~1833)이다.

그는 이 나무가 높게 자라는 것에 큰 인상을 받아 이를 표현한 말을 찾아보았다.

인도네시아 Indonesia 몰루카 Molucca의 원주민 말 중에 '아일란토 Ailanto'가 있는데, 이는 하늘까지 올라가는 큰 나무라는 뜻이다.

그래서 그는 이 말을 가지고 나무 학명을 '아일란투스 Ailanthus'로 지었다.

지금도 서양 사람들에게는 가죽나무가 아일란투스로 통한다.

서양 사람들은 가죽나무를 모두 '높은 나무'라는 뜻으로 지칭한 것을 알 수 있다.

 

 

○특성

 

암그루에 핀 암꽃(출처-http://www.indica.or.kr/xe/plant/7092835)

 

수그루에 핀 수꽃(출처-http://www.indica.or.kr/xe/plant/7092835)

 

가죽나무는 암나무와 수나무가 따로 있는 암수딴그루다.

수나무가 어느 때나 세력이 더 강하지만, 꽃 냄새가 좋지 않고 또 꽃가루가 콧속이나 목구멍 속에 들어가면 알레르기를 일으킨다.

그러니 암나무를 심는 것이 좋을 성싶다.

가을이 되면 암나무는 수나무보다 잎이 더 빨리 떨어진다.

 

 

가죽나무 열매(출처-출처자료1)


옛 책에 "가죽나무는 꽃이 피면 열매가 없고 꽃이 없으면 열매를 맺는다"고 한 것은 수꽃이 눈에 더 잘 띄어 나온 말이라고 생각된다.

가죽나무는 열매를 얼마든지 얻을 수 있고 묘목을 기르기도 쉽다.

열매가 봄까지 가지에 달려있다.

뿌리를 끊어서 땅에 묻어도 묘목이 되며 자람이 매우 빠르다.

 

가죽나무의 잎과 뿌리를 삶아서 그 물로 씻으면 옴과 피부병 등이 낫는다고 하고, 뿌리껍질은 이질과 여자들의 하혈에 좋다고 한다.

목재도 쓸모가 있다.

학교, 공원, 공장 등에 녹음수綠陰樹(푸른 잎이 우거진 나무)로 심을 만하다.

 

가죽나무는 가로수로도 적당하다.

외국에서도 가죽나무 심기가 늘고 있는데, 이 나무는 오염된 공기에 강하고 병충해가 거의 없으며 좋은 녹음을 만들어준다.

생활력이 왕성하고 가지치기를 할 수도 있다.

잎은 얼핏 보기에 옻나무 잎과 많이 닮았다.

 

 

○문헌 속 가죽나무

 

경북대 교정의 가죽나무(출처-출처자료1)


≪마태목음≫ 7장 17절 이하를 보면 "좋은 나무는 아름다운 열매를 맺고 못된 나무는 나쁜 열매를 맺는다. 좋은 열매를 맺지 못하는 나무는 모두 잘려 불속으로 던져진다"라고 되어 있다.

여기서 좋은 나무나 아름다운 열매는 모두 비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생각되지만, 못 쓸 나무는 불속에 들어가서 고생스러운 운명에 빠지게 된다는 뜻으로 보인다.

 

≪마태목음≫의 내용에 관련시킬 수는 없지만, 당나라 때 백낙천의 다음 시도 음미할 만하다.

 

"흑단이나 은행나무처럼 좋은 나무는 일찍이 잘려 목재나 조각재로 이용되는 고초를 받게 된다 

 그러한 나무는 어찌 자연의 생리를 그대로 보전하겠는가

 그런데 쓸모없는 늙은 가죽나무가 있음을 알고 있는가

  이 나무는 가지 하나 상처받지 않고 주어진 수명을 다하여 오래오래 살 수 있다. 

 

  향단문행고조전 香檀文杏苦雕鐫 

  생리하능득자전 生理何能得自全

  지유무재노저부 知有無材老樗否

  일지불손진천년 一枝不損盡天年"

 

때로는 잘난 채로, 또 때로는 못난 채로, 이 세상은 예나 지금이나 살기 힘든 것 같다.

 

※출처
1. 임경빈 저, 이경준·박상진 편, 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1, 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2019.
2. 구글 관련 자료

 
2024. 10. 2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