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18 - 감나무 본문
동아시아 원산으로 추정되는 감나무과 감나무속의 갈잎 큰키나무 감나무는 , 한반도에서 중부 이남 지방에서 심어 기르는 과일나무다.
학명은 디오스피로스 카키 Diospyros kaki, 영어는 persimmon, 중국어 한자는 시柿.
열매로 달리는 감은 그냥 먹을 수 있고, 홍시나 곶감 등 여러 형태로 가공하여 먹기도 한다.
검은 줄무늬가 들어간 먹감나무는 전통가구를 만드는 목재로 널리 쓰인다.
○감나무의 추억
필자는 감나무가 많은 마을에서 자랐다.
그것도 큰 감나무들이 많았다.
서리감(서리를 맞은 감을 따서 깎아만든 감), 고종시古鐘柹감(긴 종 모양의 감), 납작감(반시盤柿), 산감(돌감: 야생감으로 작고 감씨가 많음), 빼로지감, 도우감(대봉감: 원뿔 모양으로 끝이 뾰족하고 긴 크기가 큰 감) 등 그 품종도 다양했다.
이 중 도우감나무가 제일 많았고, 결실량은 적지만 고종시감의 품질이 가장 뛰어났다.
필자는 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친구들과 감나무 아래에서 놀기를 좋아했다.
"가자가자 감나무, 오자오자 옻나무"하고 외치면서 감나무 아래서 뛰어놀았다.
감나무와 필자의 어린 시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필자는 서당에서 한문책을 공부했고, 때론 당시唐詩도 배웠다.
여름에 감나무 아래 멍석을 펴면 그곳이 글방이 되었다.
우리 집 앞 서리감나무 아래가 으레 노천 교실이 되었던 것이다.
글방 선생님은 우리 집 사랑방에서 살았다.
늦여름이면 감 열매가 상당한 크기가 된다.
감은 밤중에 잘 떨어지는데, 떨어진 감은 전부 먹음직한 것들이었다.
아침이 되면 바구니를 들고 떨어진 감을 주우러 나갔다.
누구보다도 먼저 일어나야 많이 주을 수 있다.
어둠기 가시자마자 나가야 한다.
다른 사람이 지나간 뒤 감나무 밑을 뒤져봐야 헛일이다.
그래서 필자는 어릴 때부터 새벽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붙었다.
이와 같이 필자에게 최고의 덕목을 가르쳐분 감나무를 나는 고맙게 생각한다.
감을 너무 많이 먹으면 변비가 된다.
감을 떫은 맛이 나고 설사를 막아준다.
까치들은 감나무에 집 짓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가지와 줄기의 배열은 까치가 집을 짓기에 안성맞춤이지만, 사람들이 감을 따기 위해서 감나무에 자주 올라가기 때문에 불안할 수밖에 없다.
감나무처럼 사람들이 많이 올라다니는 나무도 없을 것이다.
그래도 감나무 주인이 인정 많은 사람이면 까치가 집을 지을 결단을 내리기도 한다.
○감나무의 특성
감나무는 일본·중국 등 아시아에 있고 유럽이나 미국 등지에는 없어 동양적인 나무라 할 수 있다.
감나무 종류는 약 190종에 이른다고 한다.
키가 높이 자라는 것, 낮게 자라는 것, 겨울에 잎이 지는 것, 늘푸른 것 등 여러 가지다.
감나무 종류는 대부분 열대나 아열대에 많고, 온대 지방에는 비교적 적다.
우리나라와 같은 온대 지방에는 감나무와 고욤나무 두 가지가 있다.
감나무는 남쪽 지방에서 잘 자란다.
따뜻한 해류 관계로 동해안에서는 양양과 강릉까지 감나무가 자란다.
감나무에는 단감나무가 있다.
열매가 단단하면서도 단맛이 나는 품종이다.
여름이 끝날 무렵부터 떫은 맛을 가진 탄닌 tannin 세포가 굳어지면서 주근깨처럼 갈색 반점으로 변한다.
이와 같은 갈색 반점이 많이 생기면 그 감은 단맛이 나게 된다.
이 갈색 반점의 발생은 감 안에 생기는 씨의 수와 관계있다.
씨가 3개 이상 생기면 그 감은 완전히 단감이 되고, 씨가 하나만 생겼다면 씨 있는 부근만 단맛이 난다.
서양에서는 감나무가 '어두움'을 나타낸다.
목재 색깔이 검은 데에서 온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문헌 속 감나무
감나무는 열매인 감을 먹기 위해서 심지만, 가을에 드는 단풍도 아름답다.
감나무는 예전부터 많은 사람들로부터 칭찬을 받아왔는데, 당나라 때 ≪유양잡조酉陽雜俎≫에 감나무는 다음과 같은 일곱 가지 훌륭한 점이 있다고 했다.
첫째로 오래 살고, 둘째로 좋은 그늘을 만들고, 셋째로 새가 집을 짓지 않으며, 넷째는 벌레가 없고, 다섯째는 단풍이 아름답고, 여섯째는 열매가 먹음직하고, 일곱째는 잎이 큼직하여 글씨를 쓸 수 있다(일수一壽 이다음二多陰 삼무조소三無鳥巢 사무충잠四無蟲蠶 오상엽가완五霜葉可玩 육가실가담六佳實可啖 칠가이임서七可以臨書), 이것을 감나무의 칠절七絶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칭찬은 약간 과장된 느낌이 없지 않다.
즉 새가 집을 짓기도 하고 벌레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일곱'이란 수는 행복한 수인 까닭에 이왕이면 일곱 가지 좋은 점을 무리하게 만들 만하고, 또 이것을 믿어보고자 힘쓸 만하다.
알고도 속는다는 것이 때론 좋은 맛을 준다.
감나무는 문인들이 즐긴 나무로 보인다.
'시엽제시柿葉題詩'란 말이 있다.
땅에 떨어진 단풍 든 감나무 잎에 시를 쓴다는 것으로, 그 풍류가 이루 말할 수 없다.
당나라 때 한유韓愈는 감나무를 시로 읊었는데, 특히 감나무 단풍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길 "활활 타는 불의 신(화신火神)이 불양산을 펴서 들고 있는 것 같고, 구름도 붉게 타고 나무도 타는데 굵은 감 열매가 나무를 덮었다(적혁염관장화산 연운소수대실변赤赫炎官張火傘 然雲燒樹大實騈)"고 했다.
○감나무 재배
감나무 키울 때 가장 큰 문제는 열매가 익기 전에 떨어진다는 것이다.
열매가 일찍 떨어지는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비가 많이 온다든가, 땅속에 물기가 많다든가, 꽃가루받이가 잘 안 되어 씨가 적게 생긴다든가, 또는 나무가 늙었는데 열매가 너무 많이 달릴 때에 이와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감나무는 접椄을 붙여야 한다.
씨를 뿌려서 묘목을 만들면 못쓸 감이 달린다.
감 씨나 고욤나무 씨를 뿌려서 접붙이는 대목臺木(접본椄本: 접을 붙일 때 그 바탕이 되는 나무)으로 삼는다.
봄에 접을 붙이는데, 접붙인 나무는 뿌리의 발달이 좋지 못한 편이고 옮겨 심을 때 잘 죽기 때문에 조심할 필요가 있다.
심을 구덩이를 깊고 넓게 파고서, 밑쪽에 잘 썩은 퇴비를 20킬로그램가량 넣고 좋은 흙과 혼합한다.
이런 작업은 미리 해두는데, 비가 와서 이것이 잠자게 되면 다시 흙을 넣고 그 위에 묘목을 심는다.
뿌리 사이에 가는 흙이 들어가게 하고 접붙인 자리가 땅 위로 약간 올라오도록 얕게 심어준다.
그 뒤 지주목을 세워 바람이 불어도 줄기가 흔들리지 않게 한다.
뿌리에 잔털이 많은 것이 좋고, 건조해지는 일이 없도록 주의한다.
○감의 효능
감은 여러가지 병을 치료하는데 속방俗方(전래된 민속적 처방)으로 쓰이고 있다.
술을 마시고 난 뒤에 홍시紅柿를 먹으면 술이 빨리 깬다고 한다.
그래서 진짜 술꾼은 술자리에선 감을 싫어한다.
감꼭지는 딸꾹질을 멈추게 하는 약으로 쓰인다.
언젠가 신문에서 몇 해 동안 계속 딸꾹질을 하는 환자가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이렇게 되면 딸꾹질도 큰 병이다.
딸꾹질은 가로막(횡경막)의 경련으로 생긴다고 하는데, 깜짝 놀라게 하거나 종이를 손으로 비벼 만든 심지로 콧속을 간질여 재채기를 하면 딸꾹질이 멎을 수 있다.
이러한 정도로는 치료가 되지 않은 때는 감꼭지를 달여서 마신다.
물 100밀리리터에 감꼭지 5그램과 감초 1그램을 넣어서 달여 마시면 대개는 멈춘다고 한다.
곶감에 붙어 있는 감꼭지도 좋다.
치질의 출혈에도 감이 쓰인다.
떫은 감을 갈아서 즙액을 내고, 여기에 소량의 명반을 넣어 약물을 만든 다음, 이것을 탈지면에 적셔 피가 나는 환부에 바른다.
또 감나무 잎이 고혈압에 좋다고 해서 물에 달여서 마시기도 한다.
감나무 잎에는 비타민 C가 많다.
효과야 어떻든 감나무 잎차를 마실 만도 하다.
잘 익은 감을 금의옥액金衣玉液이라고 한다.
황금빛 나는 껍질 안에 신선이 마시는 달콤한 물液이 들어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은 "색깔은 금빛 나는 옷보다 더 아름답고, 맛은 맑은 옥색에 단맛을 더한 것 같다(색승금의미色勝金衣美 감분옥액청甘分玉淸液)"라는 옛 시에서 유래되었다.
곶감은 생감의 껍질을 벗겨 햇볕에 말린 것으로, 겉에 서리처럼 흰 가루가 생긴 것을 백시白柿라 하고 그 가루를 시상柿霜이라고 부른다.
곶감은 성질이 냉하며, 생감은 더욱더 냉한 것으로 취급된다.
가을에 단단한 생감을 따서 저장해두면 색깔이 붉어지고 단맛이 나며 물렁물렁해지는데, 이를 홍시紅柿라 한다.
감은 무릇 냉한 것이므로 역시 냉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게와 함께 먹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 있다.
※출처
1. 임경빈 저, 이경준·박상진 편, 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1, 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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