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61 - 삼나무 본문

일본을 대표하는 바늘잎나무로서 줄기가 곧게 아름드리로 무리를 이루어 자란다.
재질이 좋아 배 만들기에서 집짓기까지 쓰임새가 넓다.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 때 남부 지방에 들여와 심기 시작했다.
측백나무과 삼나무속의 늘푸른 바늘잎 큰키나무로서 최대 줄기 지름 4미터, 나무 높이는 70미터까지 자란다.
원산지는 일본이며, 한반도 남부 지방과 제주도에서 심어 키운다.
학명은 크립토메리아 자포니카 Cryptomeria japonica, 영어는 Japanese cedar(일본삼나무) 또는 Japanese red-cedar(일본삼나무) 또는 Sugi(杉), 그리고 한자는 삼杉(삼나무 삼)으로 쓴다.
○나무 이름
삼나무는 중국에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일본의 나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남쪽, 특히 제주도와 호남 지방의 바닷가 낮은 곳에 많이 있으며, 자람도 그만하면 될 정도이고 이용가치가 비교적 높은 나무라 심기를 권장하고 있다.
삼나무 가지는 떨어지는 일이 있지만 잎은 떨어지는 일이 없다고 한다.
그것은 삼나무 잎은 곧 가지의 일부분으로 보이고, 가지와 잎 사이에 어떤 조직상의 경계가 보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대개 나무의 잎은 가지와 잎이 붙어 있는 부분이 잘 구별이 된다.
솔잎만 하더라도 그러하다.
어떤 사람은 삼나무 잎의 아랫부분이 붙어 있는 나뭇가지 안에 숨어 있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삼나무의 학명 '크립토메리아 자포니카(또는 야포니카) Cryptomeria japonica'에서 '크립토 Crypto-'는 숨어 있다는 뜻이고, '메리아 - meria'는 잎의 관절 부분을 뜻하므로, '크립토메리아 Cryptomeria'는 '잎의 관절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잎의 형태를 잘 파악한 명칭으로 보인다.
'자포니카(또는 야포니카) japonica'는 이 나무가 일본에 나고 또 일본을 상징하는 나무라는 뜻이다.
삼나무는 일본에서는 경제적으로 가장 뛰어난, 말하자면 첫 번째 자리를 차지하는 나무다.
그 다음이 편백扁柏으로, 그들은 '히노키(회檜)'라고 부른다.
삼나무의 일본어 이름은 '스기杉'로서, '스기'란 줄기가 곧게 자라는 나무를 뜻한다.
직목直木이라고도 쓰고 '스기'라고 읽는데, 줄기가 곧다는 뜻이다.
스기, 즉 삼나무는 늘푸른나무로서 키가 40미터 정도이고 큰 나무는 줄기 지름이 2~4미터에 이른다.
나무껍질은 적갈색 또는 회갈색이고, 껍질이 섬유상으로 벗겨져서 길게 떨어진다.
잎은 끝이 뾰족하고 침같이 생겼다.
가을, 겨울이 되면 삼나무 잎이 적갈색으로 변하는데, 그 이유는 그때 잎 속 엽록소의 양이 줄어들고 붉은 색소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쓰임새와 술

삼나무 목재는 건축재, 가구재, 조각재, 생활용 기재를 비롯하여 그 쓰임새가 다양하다.
술통을 만드는 데에는 목재 색깔이 담홍색 또는 적갈색을 띤 것이 사용되며, 목재 성분이 녹아 나와 술맛에 향기를 더해준다.
잎은 향료가 되고, 목재는 악기재, 선박재, 신발(게다)재, 상자재 따위로 쓰이며, 나무껍질은 지붕을 덮는 좋은 재료가 된다.
삼나무는 일본산 술과 인연이 있어 술집에 술이 있을 때에는 처마에 삼나무 가지를 달아서 술이 있음을 표시했다고 한다.
필자는 오스트리아 Austria 비엔나 Vienna(독일어 빈 Wien)에서 이러한 광경을 본 적이 있다.
즉 술집 출입문 바깥쪽 처마에 솔가지를 달아서 술이 있다는 걸 나타낸 것이었다.
나라는 다르지만 생각하는 것은 어찌 이렇게 닮았을까?
중국에서도 술집에는 술이 있음을 알리는 깃발인 주기酒旗를 달아 공고하는 습속이 있었다고 한다.
중국 당唐나라 시인 두목杜牧의 시 <강남의 봄(강남춘江南春)>을 한번 보자.
"천리 먼 길 꾀꼬리 울어 풀의 푸름이 꽃의 붉음과 어울리고 (천리앵제녹영홍 千里鶯啼綠映紅)
갯마을과 산동네 모두 술집 깃발 나부끼네 (수촌산곽주기풍 水村山郭酒旗風)
남조 시대 사백팔십 개 절의 (남조사백팔십사 南朝四百八十寺)
많은 누대들이 안개비 속에 젖어 있다 (다소누대연우중 多少樓臺煙雨中)"
이 얼마나 황홀한 풍경인가?
술은 인생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인가?
온 마을에 술집 깃발이 나부낀다니 그렇게도 생각된다.
일본에서는 새 술이 나왔을 때에는 삼나무 잎가지를 둥글게 만들어 처마 끝에 달았다고 한다.
○부산 수원림과 삼나무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이후 부산에 거주하는 일본인의 수가 급증했는데, 그들은 식수를 얻기 위해서 저수댐을 만들고 그 주변에 이른바 부산부釜山府 상수도 수원림水源林을 만들었다.
기록에 따르면, 부산 주변에 고원견高遠見 저수지와 성지곡聖知谷 저수지를 만들고 각각 그 면적이 260헥타르 및 310헥타르에 이르는 수원림을 조성했다고 한다.
그때 심은 나무는 주로 곰솔(해송)이었고, 그밖에 상수리나무, 편백, 삼나무 따위였다.
아래 고원견 수원림 사업구 기록을 보면 당시 상황을 알 수 있다.
"심은 뒤의 나무 자람은 일반적으로 좋았고, 삼나무와 편백은 예상 밖으로 성과가 좋았다. 종래 삼나무와 편백의 시험적인 심기는 조선 각지에서 이루어졌지만, 모조리 실패로 끝나 이 두 나무의 심기는 거의 절망적인 것으로 인식되어왔다. 이러한 성적을 감안해서 1914년에 이르러서는 삼나무 1만 1천 그루, 편백 약 10만 그루를 섞어 심어 이미 숲을 이루고 있는 좋은 나무들의 보호를 받도록 했다. 말하자면 나무아래심기(수하식재樹下植栽: 큰 나무 아래에 묘목을 심는 것)에 해당한다. 이때 조림 성과가 좋아서 1921년 이후 삼나무 약 2만 7천 그루, 편백 약 3만 그루를 추가로 심었는데, 이것 역시 성과가 좋았다고 한다. 이것은 조선의 유일한 삼나무 및 편백림으로서 조선 임업계의 하나의 이채異彩(특별히 두드러지게 눈에 뜨임)라고 표현할 수 있다. 당시 근처에 모밭(묘포苗圃: 묘목을 기르는 밭)을 설치해 두 나무의 양묘養苗(모를 심어 크게 자라도록 기름)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모밭 선정이 조림의 성과를 도왔을 것으로 믿어진다."
성지곡 수원림 사업구에서는 1920~1927년에 삼나무 약 12만 그루와 편백 약 6만 그루를 심었는데, 그 성과가 좋아서 삼나무와 편백 조림에 성공한 것으로 기록에 나타나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 삼나무 심기의 역사는 일제강점기 때 부산 상수도 수원림의 조성과 더불어 시작된 것으로 믿어진다.
또한 거제도에도 삼나무를 심은 바 있다.
○한시 속의 삼나무
삼나무가 들어 있는 한시로는 당나라 시인 가도賈島의 시가 당시집에 나온다.
그의 시 <완월翫月>(달을 즐기다)을 소개한다.
매우 섬세한 묘사라고 할 수 있다.
"찬 달이 동북쪽에서 튀어나오고 (한월파동북 寒月破東北)
나 가생은 서남쪽에 서 있다 (가생입서남 賈生立西南)
무엇에 기대어 서남쪽에 서 있는가 (서남입의하 西南立倚何)
푸르고 푸른 삼나무에 기대어 서 있노라 (입의청처삼 立倚靑靑衫)
달 가까이에 몇 개의 별이 있으나 (근월유수성 近月有數星)
별 이름은 기억하지 못한다 (성명미상암 星名未詳諳)
좋은 것은 삼나무가 달에 기대어 있다는 것이고 (단애삼의월 但愛杉倚月)
내가 삼나무에 기대어 있으니 셋이 아닌가 (아의삼위삼 我倚杉爲三)
달아 삼나무 위로 올라가지 마라 (월내불상삼 月乃不上杉)
삼나무 위로 올라가면 우리는 셋이 될 수 없다 (상삼난상삼 上杉難相參)"
중국에서 한자로 '삼杉'이라 할 때 이것은 광엽삼廣葉杉을 뜻하고 사목沙木으로 불리었다.
그래서 지금 '삼杉'이라 하면 우리는 일본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로 이해하지만, 삼나무의 원래 뜻은 광엽삼이다.
그러니 위 한시에서의 '杉'은 광엽삼일 가능성이 크다.
광엽삼은 학명이 '커닝가미아 란체올라타 Cunninghamia lanceolata'로서 키가 높게 자라는 늘푸른나무이다.
잎이 얼핏 보면 비자나무와 비슷하며, 잎 끝이 날카롭고 가지에 두 줄로 배열되어 있다.
○삼나무와 일본 임업

일본은 임업 측면에서 하늘의 축복을 받은 나라라고 할 수 있다.
삼나무, 편백, 나한백(또는 소나무) 따위의 좋은 나무를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세 가지 나무가 가진 장점으로는 줄기가 곧게 서고, 목재의 재질이 좋아 용도가 다양하며, 꺾꽂이로 모나무를 잘 키울 수 있다는 점 따위를 들 수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숲 조성 내력을 보면, 대개 씨를 심어 모나무를 키운 뒤 심는 방법으로 이루어지며, 일본의 이 나무들은 무성번식 모나무로 숲 조성이 잘될 수 있다.
무성번식의 장점은 좋은 어미나무는 그 가지로 증식이 되므로 유전형질이 그대로 내림되고, 그러한 나무에서 키운 모나무로 숲을 만들면 모양이 비슷하고 통일된 크기의 목재가 생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불량한 형질의 나무는 도태되어 제거될 수 있다.
이러한 일을 거듭함으로써 숲의 생산성과 경제성은 최고 수준으로 올라가게 된다.
삽목조림揷木造林(꺾꽂이한 모나무를 심어 숲을 만드는 일) 국가는 세계적으로 볼 때 거의 없는데, 무성번식 모나무로 숲이 만들어져 나무 개량이 일찍부터 가장 잘 이루어지고 있는 나라가 바로 일본이다.
또한 일본은 기후가 따뜻하고 강우량이 많으며 습도가 높은 해양성 기후이기 때문에, 이들 나무의 자람에 가장 알맞은 조건을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삼나무, 편백, 나한백은 유전형질이 동일한 꺾꽂이 모나무(삼목揷木)로 일찍부터 숲 조성(조림造林)이 되어 왔고, 생산성이 좋은 오늘의 일본 임업은 자랑거리가 되고 있다.
더 쉽게, 더 값싸게, 또 더 빠르게 나무 개량이 진행될 수 있는 나무가 삼나무와 편백 따위다.
일본의 산지는 우리나라처럼 험준하지만, 그들을 옛부터 토양 유실을 철저하게 방지하는 방법을 강구하면서 산과 숲을 지켜왔기 때문에 높은 생산력이 유지되었고, 부식질腐植質(흙 속에서 식물이 썩으면서 만들어지는 유기물의 혼합물)의 함량도 높아 토양 수분의 저장과 토양 공기의 유통 및 이로운 토양미생물의 생장에도 좋은 상태를 지속시킬 수 있었다.
우리나라와 비교하여 태풍과 폭우가 더 잦다는 단점도 있지만, 기술적인 숲 관리로 이를 극복하고 있다.
세계에서 유래를 찾을 수 없는 이러한 조건들 때문에 일본의 임업이 발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출처
1. 임경빈 저, 이경준·박상진 편, 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2(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2019).
2. 구글 관련 자료
2025. 10. 18 새샘
'동식물 이야기와 사진'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63 - 생강나무 (1) | 2025.11.19 |
|---|---|
| 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62 - 상수리나무 (1) | 2025.11.04 |
| 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60 - 살구나무 (0) | 2025.10.07 |
| 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59 - 산수유 (2) | 2025.09.24 |
| 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58 - 산사나무 (1) | 2025.09.1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