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63 - 생강나무 본문

생강나무는 숲속 나무 가운데서 가장 일찍, 잎이 나오기 전 노란 꽃이 먼저 피는 작은 나무로 '봄의 전령사'라고 불린다.
산에서 피는 생강나무 꽃은 마을에 피는 산수유 꽃과 비슷하지만, 생강나무꽃은 가지에 바짝 붙어 아주 작은 공처럼 몽글몽글 모여서 피는 반면 산수유 노란 꽃은 꽃자루가 길어 작은 꽃들이 조금 여유로운 공간을 두고 핀다.
어린 가지나 잎에서 생강 냄새가 나서 '생강나무'란 이름이 붙었다.
강원도 일부 지방에서는 '동박나무' 또는 '노란동박'이라고도 부른다.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은 동백나무 꽃이 아닌 생강나무 꽃이고, 우리 민요 정선아리랑에 나오는 싸릿골 올동박 역시 생강나무를 가리킨다.
녹나무과 생강나무속에 속하는 갈잎 넓은잎 떨기나무로 3~5미터 높이로 산에서 자라는 암수딴그루다.
한반도 전역의 야산에서 자생하며, 중국 중부 이북, 일본 혼슈 중부 이남, 네팔, 부탄, 인도에도 분포한다.
학명은 린데라 오브투실로바 Lindera Obtusiloba, 영어는 blunt-lobe spicebush(뭉툭한 잎 돌출부 매운떨기나무) 또는 Japanese spicebush(일본 매운떨기나무), 한자는 황매黃梅라고 쓴다.
○생강 냄새가 나는 잎

잎을 따서 손으로 비비면 생강 같은 향기가 코를 톡 쏜다.
그래서 생강나무라는 이름을 얻었다.
≪장자莊子≫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송나라에 형荊씨라는 사람의 산에 잣나무·뽕나무와 같은 좋은 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는데, 비교적 작은 나무는 원숭이 집을 만드는데 잘라서 썼고, 중간 정도의 나무는 집을 짓느라고 잘랐으며, 큰 나무는 부잣집 관재棺材(관을 만드는 나무)로 쓰기 위해 잘랐다고 한다.
쓸모 있는 나무들은 살 수 있는 나이를 못다 채우고 일찍이 슬픈 운명으로 끝나고 만 것이다.
이처럼 유능하고 쓸모 있는 것은 경우에 따라 수난을 당하기도 한다.
그러나 반대되는 이야기도 있다.
어떤 집 주인인 손님에게 오리고기를 대접하기로 했는데, 주인이 하인에게 오리 한 마리를 잡으라고 명을 내리자, 하인은 주인에게 노래 잘하는 오리를 잡을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노래 못하는 오리를 잡을 것인지 물어보았다고 한다.
주인이 대답하기를 노래 못하는 쓸모없는 것을 잡으라고 했다.
쓸모없다는 것도 매우 위험하다는 이야기다.
≪제자백가諸子百家≫에 보면, 중국의 자기라는 사람이 상나라 어떤 곳을 지나가다가 매우 큰 나무를 보았는데, 그 크기가 큰 마차 천 대라도 그 나무의 그늘 아래에 둘 수 있을 만하였다.
이 나무를 살펴보니 가지와 줄기는 굽고 울퉁불퉁해서 거의 쓸모가 없었고, 잎사귀를 띠서 맛을 보았더니 쓰고 냄새가 고약하였다.
자기가 말하기를, "이 나무는 소용이 없었기에 사람들의 지극한 보호를 받아 오래오래 살고 영화를 누릴 수 있었구나"하였다.
쓸모와 능력이 없다는 것이 경우에 따라 이로운 것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봄 소식을 전하는 노란 꽃

생강나무는 새봄을 알리는 신호로서 꽃을 피운다.
잎이 피기 전 아직 산골짜기에 눈과 얼음이 남아 있는데도 가지 마디마디에 노랑 구슬 같은 꽃을 단다.
그동안 얼어붙었던 땅속의 열기가 올라와서 생강나무 가지에서 지나갈 길을 찾다가 꽃으로 변한 것이다.
생강나무의 노란 꽃은 정열 그것이다.
생강나무와 함께 새봄의 촉감을 알리는 나무에 미선나무, 산수유, 그리고 개나리가 있다.
이들 모두 노란 꽃을 가지고 있다.
이 세상의 봄이 노란색으로 시작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미선나무도 연노란 꽃으로 겨울을 쫓아낸다.
노란색은 왜 그런지 평화의 상징 같다.
평화로 봄을 시작해본다는 것이다.
생강나무는 작은 나무로서 우리나라 산야 어디서든 찾아볼 수 있다.
한자로는 황매黃梅라 부른다.
열매로 기름을 짜서 머릿기름을 만드는데, 이것을 동백기름이라 한다.
예전에는 상류 계급의 부인들이 이 기름을 머리에 발랐다.
또한 등잔불을 밝히는 연료이기도 한다.
어린 잎으로는 작설雀舌차(차나무의 어린 새싹을 따서 만든 차)를 만드는데 맛도 좋고 위장에도 좋다고 한다.
생강나무의 가지로 이쑤시개를 만들면 향기가 좋아서 일품이다.
미국 사람들은 독립전쟁 때 이 나무의 열매를 갈아서 음식의 향료로 사용하였고, 남북전쟁 때에는 이 나무의 잎으로 차를 만들어 마셨다고 한다.
생강나무는 씨와 뿌리 움돋이(풀이나 나무를 베어 낸 데서 새로운 싹이 돋아 나옴)로 번식이 잘 되지만, 이식은 어려운 편이다.
중성 땅을 좋아하는 암수딴그루의 나무로 양지바른 곳에 심는다.
암나무 한두 포기를 뜰에 심어볼 만하다.
필자는 생강나무를 생각할 때에는 산을 생각한다.
생강나무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의 나무라기보다는 산골의 나무 같다.
○산행과 산림욕
산이 좋다.
산이 좋아서 산으로 간다.
산에는 생강나무가 있어서 좋다.
깨끗한 물이 있어서 좋다.
신선한 공기가 있어서 좋다.
예전부터 "어진 사람은 산을 즐기고(인자요산仁者樂山),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즐긴다(인자요수仁者樂水)"고 했다.
이 말은 백 번이고 옳다.
산에 올라서 광활한 세상을 내려다볼 때 인간은 호연浩然(넓고 큼)의 기상에 젖게 된다.
인간은 넓은 공간에 있을 때 기분뿐만 아니라 생리 상태도 달라진다고 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환경조건이 같아도 넓은 공간에 있게 되면 손발에 흐르는 혈액의 양이 더 많아진다고 한다.
"산에 오르니 온 세상이 개미처럼 보인다(만국도성여의질 萬國都城如蟻蛭)"는 표현은 곧 넓고 넓은 조망에서 얻는 호연의 기氣에서 온 것이다.
세속을 약간은 업신여긴 느낌도 든다.
한두 평 남짓한 방 안에서 하는 일 없이 앉아 불선不善(좋지 못함)을 생각하는 것에 비하면 훨씬 더 건강한 상태다.
산에 오르면 시원함을 느낀다.
산은 100미터 오를 때마다 기온이 평균 0.6도씩 내려간다.
1,000미터의 산에 오르면 평균 6도나 내려가는 것이다.
여름에 냉방장치가 잘된 방에 들어가서 시원하다고 느낄 때 그곳의 기온은 바깥 온도보다 약 4도 낮다.
이보다도 더 낮으면 냉방병에 걸리 수 있다고 한다.
나무가 태양열을 막아버리고 흐르는 물이 눈에 보이지 않는 안개가 되어서 주변 공기를 냉각시킨다.
찬 공기 속에 있게 되면 몸 안에 있는 있는 에너지를 태워서 체온을 유지한다.
인간은 정온동물定溫動物(항온동물恒溫動物: 바깥 온도에 관계없이 체온을 항상 일정하고 따뜻하게 유지하는 동물)인 까닭이다.
그래서 산에 가면 소화가 잘 되고 식욕이 늘게 된다.
더운 데 있다가 시원한 산으로 가면 싸늘한 공기의 자극으로 피부가 긴장되고 새로운 활력을 얻게 된다.
세포가 생기를 얻고 젊고 건강한 상태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수풀 속에는 수증기가 많다.
물안개가 있으면 주변 공기는 음이온을 만들게 된다.
이와 같은 공기 이온은 1억분의 1센티미터에서 1만분의 1센티미터 정도의 지름을 가지는 알맹이로서 음전하(-)를 띠고 있다.
이러한 음이온은 사람의 정신을 안정시키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우리는 이를 산림욕山林浴(삼림욕森林浴)이라 한다.
산의 공기는 깨끗하다.
그 공기 속을 지나는 햇볕은 더러움이 없는 까닭에 더욱더 찬란하다.
도시의 공기와는 질이 다르다.
진짜 햇볕은 산속에 있다.
산에 오르면 공기 중 산소의 양이 줄어든다.
이것은 기압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즉 공기의 압력이 낮아지면 자연 산소의 압력도 줄어들게 된다.
해발 1,000미터에 오르면 10퍼센트, 2,000미터에 오르면 25퍼센트의 산소가 줄어든다.
산소가 줄어들면 핏속에 있는 적혈구가 불어나서 이것을 보충하게 된다.
며칠 동안 산에 있으면 그곳의 낮은 농도의 산소를 호흡하게 되고 그 결과 핏속의 적혈구 수가 늘어남으로써 몸이 더 강해지는 것이다.
산에 들어가면 일종의 향기를 느끼게 된다.
나뭇잎에서 갖가지 물질이 공기 중으로 새어나온다.
숲속 공기는 알파피넨 α-pinene 또는 베타피넨 β-pinene과 같은 테르펜 terpene을 많이 가지고 있으며. 이런 물질을 피톤치드 phytoncide라고 한다.
산림욕 효과를 발휘하는 주성분이다.
알파피넨은 소나무 좀벌레를 불러들이고, 베타피넨은 그것을 쫓아버리는 역할을 한다.
마음을 안정시키고 편안하게 만드는 향기에는 많은 피톤치드가 들어 있다.
시원한 산속 공기 중에는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놀랄 만한 것들이 있다.
향기 있는 생강나무가 가득한 산을 생각해본다.
※출처
1. 임경빈 저, 이경준·박상진 편, 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2(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2019).
2. 구글 관련 자료
2025. 11. 19 새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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