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64 - 소나무 1 본문

소나무는 우리와 가장 친숙하고 가장 흔한 바늘잎나무이다.
집 짓고 가구 만들고 흉년에는 껍질을 벗겨 먹었던 생활문화 속의 나무였다.
소나무는 우리의 고유어 '솔'의 'ㄹ'이 탈락해서 생긴 이름이다.
필자는 소나무가 많이 있는 산촌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까닭에 소나무는 필자에게 고향의 맛을 풍겨준다.
겨울밤 따스한 방바닥에 누워 잠들기 전 소나무 가지 사이를 지나가는 겨울바람의 쏴아 하는 소리는 분명히 필자에게는 교훈과 같은 것이었다.
봄이 되면 친구들과 소나무 가지를 꺾어서 속껍질과 단물을 빨아먹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소나무과 소나무속에 속하는 늘푸른 바늘잎 큰키나무로 키는 20~35미터, 줄기 지름은 1.8미터에 달한다.
한반도 전역의 산야에서 자라고 있어 단일 수종으로 한국 최대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줄기껍질은 윗부분은 적갈색이나 흑갈색이고 아래로 갈수록 검어지며, 나이를 먹을수록 짙은 색을 띠면서 거북이 등껍데기 모양으로 갈라지는데, 이 모양이 마치 철갑鐵甲을 두른 듯 보인다고 하여 애국가에서도 언급하고 있다.
학명은 피누스 덴시플로라 Pinus densiflora, 영어로 Korean red pine(한국붉은소나무 또는 한국적송), 한자는 송松, 적송赤松, 육송陸松, 여송女松 따위로 쓰고 있다.
○나무 이름의 유래

소나무는 솔나무, 솔남구, 참솔, 소낭구, 솔, 소오리나무 따위의 별칭이 있으며, '솔'의 'ㄹ'이 탈락해서 생긴 이름이다.
'솔'은 영어의 브러시 brush에 해당하는 것으로, 구둣솔·칫솔·옷솔·머릿솔과 같이 우리 주변에 갖가지 솔들이 있으며 그 용도가 다양하다.
지난날 우리 민족은 목화를 재료로 해서 만든 무명 흰옷을 주로 입고 살아왔다.
그 뒤 광목·옥양목·인조견·스테이플파이버 staple fiber(단섬유: 길이가 짧은 섬유로 대부분의 천연섬유)가 등장했고, 레이온 rayon(인조 견사나 인조견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나 나일론 nylon(폴리아마이드 계열의 합성섬유)처럼 귀에 익은 명칭 또한 많다.
무명을 짜기 전 무명실에 솔로 풀칠을 하고, 이것을 등겨불(벼의 껍질을 태운 불)로 건조시킨 뒤, 슬슬 도투마리(베를 짜기 위해 날실을 감아 놓은 틀)에 감아나간다.
도투마리는 '공工'자 모양으로 된 것으로 소나무로 만들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이때 사용하는 솔이 소나무 잔털뿌리로 만들어졌는데, 이 길쌈솔이야말로 보기에는 하찮으나 작업 과정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도구 중 하나였다.
1989년 양력 정월에 강원도 강릉 회산동에 간 적이 있다.
마을에는 크고 오래된 소나무 몇 그루가 모여 서낭당나무를 이루고 있었고, 그 나무들의 일부 뿌리가 서로 연결되어 연리蓮理(연리지蓮理枝)를 만들고 있는 것이 신기했다.
마을 사람들은 이 서낭당나무를 숭배하고 있었다.
그때 동제洞祭(마을제사)용 제수祭需(제사에 쓰는 음식물)를 마련하던 집 벽에 무명 길쌈솔이 걸려 있었다.
물론 이미 그것은 지난날의 유물이 된 상태였다.
이러한 솔은 우리 민족의 산촌 구석구석까지 파고들어가 생활의 귀중한 도구로서 집집마다 사용하고 있었다.
이 솔을 바탕으로 해서 '솔나무'라는 이름이 붙여졌을 것이고, 그것이 변해서 '소나무'가 되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소나무의 한자 표기는 '송松'인데, 이 글자는 중국 신화시대에 문자(한자漢字)를 발명했다는 창힐蒼頡이 만들었다고 전한다.
소나무는 나무 가운데 가장 뛰어난 나무이므로 '나무 목木' 옆에 '벼슬 공公'이 붙어 이 나무가 모든 나무의 윗자리라는 소나무의 높은 품계를 나타내었다는 풀이도 있다.
'소나무 송松'자를 분해해 보면 '십팔공十八公'이 된다.
'十八公'은 소나무의 별명으로 간혹 한시에도 나오는데, 왜 '나무 木' 변에 '公'을 붙여 소나무로 하였을까?
옛 중국에서 작위의 등급은 공후백公侯伯 순으로 나가는데, 소나무는 그중 첫 번의 공公에 해당하는 것으로 가장 훌륭한 나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말 이름 소나무는 '송松'자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즉 '송松'자는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던 문자이며 그 발음이 중국이나 우리나라나 '송'이어서 이것이 송나무로 되고, 이후 더 나아가서 소나무가 되었다는 것이다.
소나무를 영어로는 '파인 pine'이라 하는데 이것을 동사로 하면 "연연戀戀의 정에 어쩔 수없다"는 것이 된다.
누군가를 기다리면서 애태우는 사랑의 속셈이 그 안에 숨겨져 있다.
일본말로는 소나무를 '마쯔'('기다리다'라는 뜻)라고 하며, 이러한 뜻에서 소나무는 연가戀歌와 관련되어 있다.
누구를 기다린다는 사랑의 뜻으로 말이다.
○소나무와 닥나무 문화

우리 민족의 문화는 소나무(적송)와 닥나무의 문화였다고 할 수 있다.
집을 세우는 자재로 대개 소나무가 사용되었고, 난방과 취사에 쓰이는 원료는 거의 소나무 장작이나 솔잎(소나무 갈비)였다.
또한 사람이 죽게 되면 소나무 널감(관재棺材: 널을 만들 재료)에 몸을 담아 먼 길로 떠나갔다.
닥나무는 한지韓紙의 원료로서 모든 문필이 한지로 쓰여졌고, 역사의 기록이 한지로 이루어졌으며, 서적은 곧 한지였다.
문종이(창호지窓戶紙: 주로 문을 바르는 데 쓰는 얇은 종이)는 한국미의 상징으로 우리 민족은 창호지 안에서 살아왔다.
이처럼 소나무와 닥나무는 물질과 정신 두 가지 면을 담당해온 중요한 존재로 생각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의 기개는 소나무를 상징으로 하여 단련된 측면이 많다.
송죽松竹(소나무와 대나무) 같은 절개를 가지라든지, "남산 위에 저 소나무"하면서 인간의 굳센 지조를 이 나무에서 배웠다.
"동령冬嶺의 수고송秀孤松(눈 덮힌 겨울산에 혼○자 우뚝 서 있는 소나무)"이란 말은 이 나무의 의젓한 뜻과 뛰어난 미를 찬양한 것이고, 동양화에서는 송죽매松竹梅가 나무로서 주인공이 되어 있다.
일본에서도 소나무를 '백목지왕百木之王'이라 하여 그 출중한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다.
또한 소나무는 정원목으로 흔히 심고 있어, 한 가정에 한 그루의 소나무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필자가 보통학교(현 초등학교)에 다닐 때 아버지에게서 ≪대학大學≫에 관한 이야기를 듣곤 했는데, 그중 소나무에 관한 것으로 "송뢰松籟(송풍松風: 솔숲 사이를 스쳐 부는 바람) 고허침高虛枕"이란 시구가 기억에 남는다.
이것은 "솔밭 사이를 지나가는 바람 소리를 들으면서, 높은 베개(목침木枕으로 추정)를 베고 아무런 생각 없이 허虛한 상태에 있다"는 뜻으로 생각된다.
물욕 없이 은둔하는 선비의 높은 뜻을 나타내는 것으로, 초조 불안한 상황에서 지내는 현대인과는 대조가 된다.
솔잎 사이를 스치는 바람 소리로 고매한 인격이 함양될 것임은 정녕 틀림이 없다.
○적송망국론赤松亡國論
소나무에 관한 것으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이야기가 있다.
일본의 임학자 혼다 세이로쿠(본다정육本多靜六)가 1922년 ≪동양학예잡지東洋學藝雜誌≫에 '일본의 지력 쇠퇴와 적송'이란 글을 발표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된 적송망국론이 그것이다.
"소나무는 땅 힘이 약한 곳에서 잘 자라고, 또 땅이 건조한 곳에서 잘 견딘다. 산의 땅은 원래 비옥하고 생산적인 것으로 숲의 땅이 이처럼 비옥한 상태에 있으며, 자연의 힘으로 말할 때 그곳에 소나무가 있을 수 없고 다른 나무가 경쟁에 이겨 그곳을 점령한다. 사람들이 이처럼 자연의 숲을 파괴하게 되면 땅 힘이 낮아지고, 따라서 이러한 곳에 소나무가 들어오게 된다. 다시 말해 소나무는 그곳의 지력이 척박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나무다. 오늘날 국세가 부진한 국가는 산지가 황폐해 있고 그곳에는 소나무밖에 자라지 못하며, 따라서 소나무의 번성은 곧 국세가 약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소나무가 있는 자연을 더 파괴한다면 곧 사막으로 변해갈 것이다."
이와 같은 논조로 '적송망국론'을 설명했는데, 이는 나무 종류끼리의 자연 경쟁의 내용을 환경 변화와 연결지어 설명한 것으로, 망국론까지 극언한 것은 자연의 파괴를 경고한 말로 받아들이면 된다.
땅 힘이 없어져서 사막으로 변해간다면 이는 전적으로 비생산적이며, 국력 같은 것이 있을 수 없다.
소나무는 인간의 경제생활에 관련시켜 볼 때 매우 중요한 나무다.
일본의 임산자원을 구성하는 3대 수종이라 하면 삼나무, 편백, 소나무를 들 수 있고, 대부분의 유럽 국가의 주요 수종으로 유럽소나무를 손꼽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이들 나라가 망할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숲 땅이 소나무가 자라는 데 가장 알맞은 상태에 있으면 된다는 것은 아니다.
아니 그보다 더 생산적인 상태에 있기를 원한다.
그러나 이처럼 높은 생산성을 가진 숲의 땅일지라도 그곳에 소나무를 심어서 나쁘지 않다는 결론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우리나라의 소나무에 대해 광범위하게 연구한 분으로 우에키 호미키(식목수간植木秀幹) 교수가 있다.
필자의 스승이기도 했던 우에키 교수는 해방 전 우리나라에 머물면서 소나무에 대한 연구를 했으며, 그에 대한 논문의 머리말에 다음 내용이 있다.
"한국(원문에는 조선朝鮮)의 임업 경영자는 장래 어떤 나무를 조림해야 조림해야 할 것인가? 이것은 긴요하고도 어려운 문제이다. 일본과 같게 한다면 삼나무와 편백을 심어야 할 것이지만, 이것은 원래 한국 나무가 아니며 국부적으로 심을 만한 곳이 있을지 모르지만 일반적 조림의 가치는 매우 낮다. 그러면 압록강 지대의 나무인 잣나무나 잎갈나무(이깔나무, 낙엽송)를 조림할 것인가? 이러한 나무들은 북한 지방에 더 알맞으며 한국의 전반적 조림 수종으로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래서 한국 임야의 넓은 면적에 조림될 나무는 당분간 소나무 종류밖에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현재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소나무는 영구히 한국 임업에서 주요한 조림수종일 것이다. 소나무를 대신하는 것으로 잣나무 또는 외국의 소나무류를 들 수 있겠지만, 소나무가 조림상 더 중요한 위치라는 것은 재론한 필요가 없다."
우에키 교수는 우리나라 소나무의 성질이 좋지 못하다는 것을 시인하고 그것을 개량할 수 있는 기술적 방안을 연구했다.
○구불구불 소나무

우리나라 소나무의 결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점은 줄기가 굽고 벌레의 해가 많다는 것이다.
다 같은 소나무이면서도 일본에 있는 것은 줄기가 곧은 편인데 우리나라의 것은 왜 그럴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일본에서는 좋은 나무는 잘 보호하고 나쁜 나무는 없애버렸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이와 반대로 좋은 나무, 즉 줄기가 곧은 나무는 집을 만드는데 쓰기 쉽고 해서 잘라서 이용하고, 남아 있는 굽은 나무에서 씨가 떨어져 다음 대를 만들고 이것이 오랫동안 계속되는 바람에 이와 같은 차이를 가져온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대관령이나 안면도, 경북 청송의 주왕산에 가면 줄기가 곧은 소나무가 있다.
강원도 소나무는 줄기가 곧은 것이 많기 때문에 강송剛松('금강산의 소나무'라는 뜻)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
그 모양이 아름다워 강송으로 모나무(묘목)을 만들고 조림하자는 계획도 있었지만, 이를 다른 지방에 조림했을 때 그것이 강원도에 있을 때와 같은 결과를 보여주느냐에 대해서는 명쾌한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사람이 모여 살고 있거나 과거 연료재 채취가 많았던 지방에서 자라는 소나무는 도태가 심했던 까닭에 나무의 모양이 더 좋지 않다.
○소나무의 약효
소나무는 신기한 약효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 필자는 가끔 하굣길에서 우편배달부 한 분을 만나 함께 산길을 걷곤 했다.
이 아저씨는 50대가 넘는 분으로 수염을 길렀는데, 길을 가면서 솔잎을 따서 대추와 함께 씹곤 하셨다.
솔잎과 대추가 요기가 되고 몸의 건강이 유지된다고 했다.
그때 우리는 흔히 산신령은 이슬과 솔잎을 먹고 산다는 말을 하곤 했다.
복통(위 무력증)에는 식후에 어린 솔잎을 4~5개 씹으면 좋다는 기록이 있다.
솔잎을 구워 가루로 만들어서 뜨거운 물에 타 먹어도 위장을 튼튼하게 해주며, 푸른 솔잎을 하루 20개 정도씩 계속 먹으면 회충과 십이지장충 예방이나 구제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신경통에는 송진을 참기름에 타서 바르면 좋고, 솔잎을 물에 삶아서 통증이 있는 곳을 찜질하면 신경통이 치료된다는 얘기도 있다.
또한 소나무의 어린잎을 달여서 마시면 소갈消渴(갈증으로 물을 많이 마시고 음식을 많이 먹으나 몸은 여위고 오줌의 양이 많아지는 병)이 치유된다는 말도 있다.
소갈은 한방에서 당뇨병으로도 해석되고 있다.
소나무를 베고 나서 몇년이 지나면 뿌리에 균이 침범하여 혹을 만드는데, 이것을 복령茯苓이라 하여 한약재로 사용되고 있다.
이처럼 소나무가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효과가 크다고 하지만, 이제는 좋은 약이 많아 질병 치료를 위해 산에 가서 솔잎을 따먹는 그러한 때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가을 추석 때 송편에 묻은 솔잎 향기는 잊을 수 없다.
어릴 때 필자의 어머니는 산에 가서 소나무의 수꽃을 따다 흰색 홑이불 위에 펴고 따끈따끈한 봄볕에 말리곤 하셨다.
이렇게 하면 노란색의 송홧가루가 남는다.
어머니는 이 노란 송홧가루를 모아 꿀이나 조청에 타서 다식茶食(우리나라 고유 과자의 하나. 녹말·송화·신감채·검은깨 따위의 가루를 꿀이나 조청에 반죽하여 다식판에 박아 만들며, 흰색·노란색·검은색 따위의 여러 색깔로 구색을 맞춘다)을 만드셨다.
어머니의 송홧가루 다식을 먹어보고 싶다.
그때 어머니는 송화다식을 먹으면 건강해진다고 하셨다.
요즘 사람들은 송피松皮(소나무의 속껍질) 떡을 맛본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봄에 나무에 물이 올랐을 때 먹을 수 없는 바깥쪽 껍질을 벗겨내고 그 안에 있는 흰색의 속껍질을 벗겨서 말린 뒤, 이것을 방아에 찧어 가루를 만들어 만든 떡이 송피 떡이다.
털털한 맛을 주는 갈색 떡으로, 지난날 배고픈 시절 우리가 먹었던 음식이다.
초근목피草根木皮로 보릿고개를 넘겼다는 기록이 있는데, 여기에서 목피는 소나무 안껍질을 뜻한다.
○정이품송과 수원 노송지대

소나무에 얽힌 이야기가 많다.
속리산 가는 길에 정이품正二品 소나무가 있다.
가지가 약간 아래로 드리우고 균형 잡힌 모습으로 단정하게 보인다.
이 나무는 나이가 600년이 넘었고 보호도 잘 되고 있다.
1464년 세조가 속리산 법주사로 행차를 할 때, 이 나무의 가지가 아래로 드리워 임금님을 모신 연輦(임금이 거둥할 때 타고 다니던 가마)이 지나가기 어려웠다.
이때 시종이 이 나무를 질책하며 길을 틔우라고 명령했더니, 나뭇가지가 위로 치켜올라가 연이 무사히 지나갈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나무의 충절에 답하기 위해 정이품의 직급(현재의 장관급)을 주었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이야기다.
다음과 같은 정조의 이야기도 있다.
지금 수원시 북문 밖에는 소위 노송老松지대라 하여 약 200년에 가까운 큰 소나무들이 길가에 있다.
소나무 가로수로는 세계에서 그 유래를 볼 수 없는 우리나라의 자랑거리다.
이 소나무들은 정조가 심은 것이고, 그 보호와 관리에도 주의를 기울였다고 한다.
당시 북문 밖에는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었는데, 땔감으로 이곳 가로수를 잘라가는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정조가 나뭇가지를 베어서는 안 된다고 써 두면서 대신 동전을 매달아 놓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곳 사람들은 임금의 뜻을 받들어 그 나무들을 자르지 않고 보호하는데 협력했다는 것이다.
어느 해에는 이 소나무에 송충이가 많이 생겨 큰 해를 입은 일이 있었다.
이때 정조가 지나다가 이것을 보고 원통하여 송충이를 손수 잡아서 입에 넣고 씹었다고 한다.
그랬더니 어디선가 까치와 까마귀가 몇천 몇만 마리나 모여들어 이 송충이들을 순식간에 잡아먹었다고 한다.
이런 일은 과학적으로는 믿기 어려울지 모르지만, 그곳 노송이 오늘날까지 잘 보호되어 온 데에는 까치의 협력까지 있었다는 이야기가 재미있다.
○복령

오래된 소나무 뿌리에 균체菌體(버섯)가 들어가 기생하면 혹처럼 크게 자라는데, 이것을 복령茯苓(학명은 울피포리아 엑스텐사 Wolfiporia extensa) 또는 복토茯兎라고 한다.
학문적으로는 만성 뿌리썩음병이다.
복령은 소나무 그루터기 주변을 쇠꼬챙이로 찔러서 찾아내며, 약으로 쓰기 위해 재배도 한다.
예전 사람들은 소나무 뿌리가 정기를 가지고 오랜 세월 동안 뿌리 속에만 숨어 있을 수 없어 밖으로 튀어나간 것이 복령이 된다고 생각했다.
소나무 뿌리의 정기가 뿌리에서 떠나지 않고 끝까지 뿌리에 붙어서 그 지조를 지킨다고 해서 복신茯神이라고도 했다.
중국 명나라 학자 이시진李時珍은 소나무 뿌리의 신령한 기운이 숨어서 엉켜 복령이 되었다고 했으며, ≪선경仙經≫에는 복령의 크기가 주먹만 하면 온갖 귀신을 물리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기록을 생각할 때 복령을 하나의 정기로 보았던 것을 알 수 있다.
밑에 복령이 있으면 위에는 토사兎絲가 있다고 했다.
토사는 땅속에 퍼져있는 균사菌絲(팡이실: 균류의 몸을 이루는 섬세한 실 모양의 세포)를 뜻하는데, 균뿌리(균근菌根: 균 류와 식물 뿌리의 공생체)가 있으면 균사가 있기 마련이다.
소나무 뿌리 표면에 붙어 있는 균류는 이른바 외생균뿌리(외생外生균근: 균류가 식물 뿌리 표면에 공생하는 균뿌리)로서 균사가 밖으로 드러나 흰색의 실과 같이 보여서 이것을 토사라고 한 것 같다.
또 복령의 모양이 토끼와 닮아 복토茯兎라고 했다고 한다.
복령은 그 모양이 새나 짐승과 닮은 것이 좋고, 또 밖에 금이 나서 자라 등과 같이 된 것이 좋다.
속이 붉은색인 것은 좋지 않다.
복령은 땅속에 몇십 년 동안 묻어두어도 변하지 않는다고 했다.
약초를 캐는 사람이면 솔숲 속에 들어가면 대개 어느 곳에 복령이 있는지 짐작이 간다고 한다.
쇠막대기로 땅속을 찌르면 복령이 있고 없고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전술典術≫에는 송진이 땅속으로 들어가서 천 년이 지나면 복령이 된다고 했다.
복령은 콩팥 관련 질병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때로 복령은 소나무 뿌리 속에 둘러싸여 있는 내생균뿌리(내생內生균근)로 생기기도 하며, 이때 복령 덩어리 속에 들어 있는 소나무 뿌리를 황송절黃松節이라 해서 역시 약으로 사용한다.
황송절을 신목神木이라고도 부른다.
복신(균류가 뿌리를 안고 있는 것)은 복령과 구별이 되지만 약효는 비슷한 것 같다.
복령을 오래 먹으면 100일 만에 병이 없어지고, 200일이 되면 잠을 안 자도 되며, 2년이 되면 귀신을 마음대로 부릴 수 있고, 4년이 지나면 옥녀玉女가 와서 시중을 들게 된다고 했으니, 복령의 효과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황초기黃初起란 사람은 복령을 5만 일 동안 먹었더니 낮에 나가도 몸의 그림자가 없었다고 한다.
물론 과장된 표현이겠지만...
이밖에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도 복령의 여러가지 약효를 들고 있다.(계속)
※출처
1. 임경빈 저, 이경준·박상진 편, 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2(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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