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모니스와 프리먼 2세의 인격 파괴 수술 본문
지그문트 프로이트 Sigmund Freud(1856~1939)의 정신분석학精神分析學 psychoanalysis과 한스 셀리에 János Hugo Bruno Hans Selye(1907~1982)의 정신신체의학精神身體醫學(심신의학心身醫學) psychosomatic medicine에 이어 정신의학의 마지막 갈래인 '정신생물학精神生物學 psychobiology'에 대해 살펴보자.
정신생물학은 생물학적인 방법(수술이나 약물)을 통해 정신질환을 치료하고자 했던 학문이다.
여성의 히스테리 hysteria(독일어 hysterie)를 치료하기 위해 멀쩡한 난소와 자궁을 잘라내기도 했고, 인슐린 insulin을 과다 투여해 발생하는 저혈당 쇼크 shock를 정신 치료를 위해 이용하기도 했다.
전기충격요법도 이 시기에 시작한 치료법 중 하나다.
1930년대 후반 정신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전기충격을 주었던 이유는 정신분열병精神分裂病(조현병調絃病) schizophrenia을 치료하기 위해서였지만, 오늘날에는 약물에 반응하지 않는 일부 우울장애憂鬱障礙 depressive disorder(우울증憂鬱症 blues) 환자에 대해 조심스럽게 시도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정신생물학 치료들은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끔찍한 것들이 많지만 당시에는 진지했고, 그 공로로 노벨상을 받은 학자도 있다.
오스트리아 Austria 정신과 의사 율리우스 바그너 폰 야유레크 Julius Wagner Ritter von Jauregg(1857~1940)는 매독균이 고온에 약하다는 점에 착안해 매독 말기 환자의 정신착란 증상을 열로 치료하려 했다.
어떻게 환자에게 고열이 나도록 했을까?
그는 1917년 말라리아(학질) malaria 환자의 혈액을 매독 환자에게 주입했다.
말라리아에 걸리도록 하여 몸에 열이 나게 한 것이다.
지금 기준으로는 끔찍한 시도였지만 당시에는 크게 인정받아 1927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정신질환을 발열發熱 pyrexia(열 fever)이라는 생리적인 변화를 통해 치료했다는 참신한 발상이 높게 평가받은 것이다.
의학은 이런 식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이 분야에서 노벨의학상을 받은 이가 또 있다.
그런데 말라리아 열 치료법보다 훨씬 더 끔찍하다.

1848년 미국 USA 버몬트주 State of Vermont의 한 철도 공사장에서 폭발 사고가 났다.
이때 사고로 날아온 1미터 크기의 쇠막대가 공사장 노동자의 왼뺨을 뚫고 들어어 앞이마 쪽 머리로 나왔다.
노동자의 이름은 피니어스 게이지 Phineas Gage였다.
게이지는 다행히 응급수술을 받고 깨어났으나 문제가 발생했다.
성격이 완전히 바뀐 것이다.
게이지는 평소에 여유 있고 인기 많은 사람이었는데, 사고 후 거칠고 공격적이며 충동적으로 변했다.
그는 자신이 왜 변했는지, 주변 사람들이 왜 자신을 멀리하는지조차 모른 채 고향에서 쫓겨나 방황하다 타지에서 발작으로 36세에 세상을 떠났다.
그의 이야기를 통해 의학자들은 앞머리 쪽 뇌, 정확히 이마엽(전두엽前頭葉) frontal lobe이 성격과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이마엽 수술을 통해 정신병을 치료하려 했던 신경외과 의사가 있었다.
포르투갈 Portugal 의사 안토니우 에가스 모니스 António Egas Moniz(1874~1955)가 바로 그 의사였다.
그는 1930년대 중반, 동물 대상의 예비실험 같은 안전 절차를 과감히 생략하고 바로 환자를 대상으로 이마엽을 자르는 수술을 시도했다.
겉보기에는 수술이 효과가 있어 보였다.
환자들은 전보다 덜 폭력적으로 보였다.
부작용으로 행동이 둔해지고 감정이 없어 보였지만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모니스는 20명의 수술 결과를 모아 1936년 학계에 발표했다.
실험 방법에 단점이 많고 연구 결과도 애매했지만, 그는 세계적인 찬사 속에 1949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너무 성급하게 수여한 노벨상이었다.

미국의 월터 잭슨 프리먼 2세 Walter Jackson Freeman II(1895~1972)는 모니스의 수술을 간단히 변형해 시도했다.
눈 위쪽에 얼음송곳을 이마 방향으로 대고 망치로 쳐서 송곳을 뇌 안으로 들여보낸 뒤 휘저어 이마앞엽(전두전엽) 뇌신경 prefrontal cranial nerve들을 파괴하는 방법을 고안한 것이다.
이른바 '얼음송곳 이마앞엽 절개술 ice pick prefrontal leukotomy'이었다.
그는 관리하기 어려운 충동적, 폭력적인 정신질환자들을 간단하고 손쉬운 수술로 얌전하게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그러자 그 뒤 12일 동안 무려 225명의 이마앞엽을 잘라냈을 만큼 환자들이 줄을 이어 몰려들었다.
정신질환자, 알코올중독환자, 심지어 동성연애자처럼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당시에 판단되었던 많은 사람들이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끌려와 프리먼 2세에게 뇌 수술을 받았다.
당시 수술을 받은 환자 수는 전 세계적으로 5만 명에 이르렀다.
수술 이후 많은 환자들이 감정이 없고 무관심한, 마치 좀비 zombi/zombie(살아 있는 시체) 같은 인간으로 변했다.
그중에는 시술 이후 바보처럼 변해 수녀원으로 들어간 존 F. 케네디 John Fitzgerald Kennedy 대통령의 동생 로즈마리 케네디 Rose Marie Kennedy도 포함되어 있었다.
1950년대부터 새로운 정신질환 치료 약물이 개발되고 정신병원의 비윤리적인 운영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면서 이마앞엽 송곳 수술이라는 해괴한 수술은 잦아들었다.
수술의 창시자인 월터 프리먼 2세도 수술 중 환자의 뇌혈관을 손상시켜 사망하게 하는 실수를 한 뒤 더 이상 수술을 하지 못했다.
수술을 받은 이들은 영원히 감정이 없는 무감각한 인간으로 살아갔다.
너무 안타깝다.
10년만 기다렸다면 약으로 나을 수 있었는데 말이다.
※출처
1. 김은중, '이토록 재밌는 의학 이야기'(반니, 2022)
2. 구글 관련 자료
2025. 12. 15 새샘
'글과 그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심전 안중식 '백악춘효도' (1) | 2025.12.23 |
|---|---|
| 코핀과 스테이시의 '새로운 서양문명의 역사' – 6부 혁명의 시대 - 20장 복고에서 혁명까지(1815~1848) 2: 미래로 돌아가기: 질서의 회복(1815~1830) 2-라틴아메리카에서의 혁명, 러시아 12월 당원, 그리스와 세르비아 (1) | 2025.12.22 |
| 땅 위의 흔적을 추리하다 (1) | 2025.12.12 |
| 겸재 정선 '독서여가' (1) | 2025.12.08 |
| 코핀과 스테이시의 '새로운 서양문명의 역사' – 6부 혁명의 시대 - 20장 복고에서 혁명까지(1815~1848) 2: 미래로 돌아가기: 질서의 회복(1815~1830) 1-빈 회의와 복고, 복고에 대한 반란 (1) | 2025.11.2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