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67 - 소나무 4 본문

소나무과 소나무속에 속하는 늘푸른 바늘잎 큰키나무인 소나무는 우리나라 거의 모든 지역에서 자라며 그 쓰임새도 다양하다.
전국 곳곳에 수많은 솔숲이 남아 있고 노거수 천연기념물 170건 중 34건이 소나무일 정도이다.
학명은 피누스 덴시플로라 Pinus densiflora, 영어로 Korean red pine(한국붉은소나무 또는 한국적송), 한자는 송松, 적송赤松, 육송陸松, 여송女松 따위로 쓴다.
○불영사 계곡과 해인사의 소나무
불영사佛影寺와 해인사海印寺의 소나무를 묶어서 설명하는 데에는 다른 이유가 없다.
불영사 계곡의 아름다운 솔숲은 태백산맥계의 소위 금강송金剛松 또는 춘양목春陽木 계통의 소나무로 볼 수 있고, 해인사 근처의 소나무는 소백산맥계의 것으로 볼 수 있다.
소나무는 독특한 생태적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 중국 일부에 분포하는 극동의 소나무종이다.
이 나무의 생태, 즉 생활 방식 또는 생활 전략에 대해서 우리나라 소나무를 많이 연구한 바 있는 우에키 호미키(식목수간植木秀幹) 교수의 설명은 지금도 한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조선에는 소나무 순림純林(단순림單純林: 한 종류의 나무로만 이루어진 숲)이 많은데, 이것은 기후 풍토가 소나무의 생장에 알맞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나무가 순림을 형성하는 데에는 긴 세월이 필요했다. 지금 만일 소나무 순림에 전혀 손을 대지 않고 그대로 20~30년쯤 방치한다면 그 숲은 틀림없이 넓은잎나무종과 혼교하게 되고, 더 나아가 100~200년이 지나면 소나무는 추방되어 없어질 것이 명백하다."
한국의 낮은 땅 대부분을 점령하게 될 넓은잎나무종으로는 신갈나무, 졸참나무, 갈참나무와 같은 참나무류, 그리고 서어나무류, 물푸레나무, 음나무, 당단풍나무, 진달래류, 박달나무, 오리나무, 귀룽나무, 산벚나무, 쪽동백나무, 때죽나무, 피나무, 개옻나무와 그밖에 덩굴식물(만경식물蔓莖植物)이 있다.
이러한 넓은잎나무들은 한반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만일 이러한 넓은잎나무종의 임상林相(숲의 생긴 모습)이 파괴되어 빈터가 생기고 그곳이 다소 건조하게 되면 주변에 있던 소나무 씨가 날아와 싹이 트게 되고, 넓은잎나무숲의 일부를 점령하고 기회를 틈타 그 수가 증가해 갈 것이다.
강원도 조금 높은 산을 답사해 보면 산기슭 쪽에는 소나무 순림을 볼 수 있고, 산허리 쪽에는 넓은잎나무숲을 볼 수 있으며, 그 경계 지대에선 소나무와 넓은잎나무종이 혼재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사람이 이러한 숲을 이용하게 되면 소나무는 넓은잎나무종을 이겨 그 영역을 확장해 나가게 된다. 그러나 심근성深根性(뿌리가 땅속 깊이 뻗어 가는 성질)이고 건조에 견디는 넓은잎나무종은 소나무와 경쟁을 하면서 남게 된다. 소나무가 없는 곳에 이러한 넓은잎나무들이 남아 헐벗은 땅(독라지禿裸地) bare land의 지배자가 되기도 하는데, 그 수종에는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팥배나무, 노간주나무, 나무딸기류, 붉나무, 누리장나무, 진달래류, 사시나무, 싸리나무류 따위가 있다. 만일 이러한 종류의 넓은잎나무만으로 된 곳이 있다면 그곳은 황폐화가 진행된 것이고, 이렇게 계속 간섭을 받게 되면 거칠어 쓸모가 없는 땅 즉 황폐지荒廢地로 이어지게 된다."
경북 울진군 불영사 계곡의 솔숲을 보면, 소나무의 형질이 형태적으로 우량하고, 앞쪽에 어린 나무들이 빽빽하게 자라고 있음을 알 수있다.
이것은 이른바 임학에서 말하는 천연하종갱신天然下種更新(자연적으로 씨가 떨어져 지표면에서 싹이 나는 것)으로 그 갱신이 무척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성공의 바탕이 되는 이유로는, 첫째, 큰 나무(어버이 세대의 나무)가 알맞은 밀도로 그곳에 서 있었고, 둘째, 그 주변에 어떤 이유로든지 빈터가 만들어져서 광물 토양이 노출되어 있었으며, 셋째, 때를 맞추어 어느 해인가 씨가 많이 맺었고 그것도 생활력이 높은 씨였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삼박자가 맞아서 천연 갱신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소나무의 천연 갱신을 위해서 우리는 앞서 말한 조건을 인공적으로 유도하기도 하지만, 그 조건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서울 남산 소나무의 수난

서울 남산을 상징하는 나무로 우리는 소나무를 생각하게 된다.
애국가에서도 나타나지만 소나무를 심고 보호해 온 역사가 있어서이고, 풍수지리상 남산을 비롯한 내사산內四山(북악산, 남산, 낙산, 인왕산)에는 소나무가 무성해야 우리나라 수도 서울의 정기精氣(천지 만물을 생성하는 원천이 되는 기운)가 쌓이고 그로부터 나라의 힘이 발로된다는 생각에서도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남산 마루에 높게 솟아 늘어선 소나무의 푸른 나무갓(수관樹冠)은 아름다움의 절정을 연출하고 있고, 지나가는 흰 구름, 교교하게 비치는 달밤, 흰 장막처럼 내리는 빗줄기, 겨울 찬바람을 막아내는 기세등등한 병풍과 같은 모습은 남산 소나무의 경치를 돋우어주었다.
서울은 풍부한 수량을 가지고 도도히 흐르는 한강과 그 주변에 전개되는 수려한 풍경 따위를 볼 때 이곳이 예사로운 곳이 아님을 알려준다.
그러나 남산의 소나무는 조선시대 내내 수난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태종 11년(1411)에는 장정 3천 명을 동원하여 스무 날 동안 서울 남산과 태평관 북쪽에 소나무를 심게 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는 조선시대 초기에 해당하는 일로, 당시 남산 숲이 어느 정도로 황폐해 있었는지를 말해주며, 또한 소나무를 숭상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경국대전經國大典≫이 완성된 것이 세조 13년(1437)인데, 그 안에 서울 내사산과 외사산外四山(북한산, 관악산, 용마산, 덕양산) 나무를 함부로 베지 못하는 금벌禁伐 조항이 들어 있다.
당시 대사헌 양성지梁誠之는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남산 기슭에서 태조 이래 이때까지 70여 년 동안 살아오고 있는데, 처음에는 남산에 백만 그루의 큰 소나무가 우거져 있었지만 근래에 와서는 귀천을 막론하고 낮에도 산에 들어가 생소나무를 마구 베고 있다. 간악한 무리들과 도끼 소리가 요란하다."
중종 34년(1536)에 "사대부들이 사산금송四山禁松 하는 곳에 들어가 소나무를 마구 끊어내니 한탄할 일이다"라는 내용이 있다.
선조 21년(1588)에도 사헌부의 비슷한 상소문이 있었고, 선조 32년(1599)에는 임진왜란 뒤의 황폐화를 기록했다.
또한 영조 41년(1765)에 "경성 10리 안에서 소나무를 함부로 벤 자는 법률로서 죄를 정한다(경성십리내京城十里內 송목범작자松木犯斫者 의율정죄依律定罪)"라는 대목이 있다.
벌칙이 엄하였다는 것은 그만큼 소나무의 수난이 심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소나무 보호 정책과 표석
조선시대 소나무 보호에 대한 정책 수단의 하나로 금산禁山(땔감, 개간, 화전 따위를 위하여 베지 못하게 금하는 나무), 봉산封山(나무 베는 것을 금지하던 산), 향탄산香炭山(나라 경사나 상사 때 행하는 의식용 및 제사용 향나무와 숯 굽는 참나무를 기르기 위해 나무를 함부로 베지 못하게 가꾸는 산)이 있었고, 이러한 목적으로 지정된 숲에는 표석을 만들어 세웠다.
그 중 몇 개는 오늘날까지 남아서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크게 인정되고 있다.
'금산'이란 용어는 일찍이 ≪경국대전≫에 나타나는데, 그 뜻은 우량한 소나무를 보호하여 왕실이나 국가적 소용에 충당하고자 한 산림으로, 일반인의 이용이 허용되지 않았다.
'봉산'은 금산과 거의 같의 뜻으로 쓰여진 것으로, 조선 후기 특히 영조와 정조 때 빈번히 기록에 나타나고 있다.
황장봉산黃腸封山, 선재봉산船材封山, 율목봉산栗木封山, 향탄봉산香炭封山 따위와 같이 용도에 따른 명칭도 나타나고 있다.
현재 이러한 금산 및 봉산을 나타내는 표석은 문경, 영월, 인제, 치악산, 팔공산 따위에 남아 있다.
○박지원의 ≪열하일기≫와 소나무

우리나라 숲의 황폐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이것을 소재로 해서 한 권의 책을 낸 일본 사람도 있다.
지질 및 지형 문제, 기상 문제, 목재 이용 문제, 추운 겨울과 연료 문제, 이때까지의 임업 정책과 제도 그리고 단속의 강도 문제 따위와 같이 너무나 많다.
무엇이든 잘 되지 못하고 실패할 때에는 항상 많은 이유가 붙기 마련이다.
흥미로운 것은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1737~1805)이 쓴 ≪열하일기熱河日記≫에 우리나라 산림 황폐 원인의 하나를 자세하게 지적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연암은 우리가 기와와 옹기를 사용하는 민족으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용기(그릇)는 거의 옹기로 만들어졌으며, 그 옹기를 구워내는 데에는 불 힘 좋은 소나무를 써야 한다고 했다.
다른 나무로는 기왓장이나 옹기는 구워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옹기 굴은 소나무 지대에 만들어지는데, 그곳의 소나무가 모조리 이용되어 산이 황폐해지면 다른 곳으로 옮겨가고, 다시 그곳의 솔숲을 탕진시키고는 또 다른 곳을 찾는다는 것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산은 황폐해졌고 줄기 곧은 소나무는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고 지적한 것이다.
연암의 이러한 지적은 안타깝게도 사실이다.
과거 우리나라 산림 황폐의 원인에 있어서 이것을 빠뜨리고 있었다는 것은 큰 실책이 아닐 수 없다.
그 많은 사기그릇, 질그릇, 각종 독, 기왓장이 깨지고 다시 보충되고 하는 생활문화 속에서 산의 나무가 점점 사라져갔던 것이다.
옹기 굴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록 막대한 양의 소나무 장작이 소요되었기 때문이다.
소나무는 쓸모가 맣고 목재가 우수했기 때문에 그 몸을 도끼와 낫으로 찍히지 않을 수 없었고, 따라서 수壽를 누릴 수 없었다.
이처럼 박지원은 우리나라 솔숲의 수난 원인을 잘 지적하였다.
○소나무 향기가 있는 한시

소나무에서 어떠한 향기를 맡을 수 있을까?
그것은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사과 하나를 보고 식물학자는 품종을 생각하고, 상인은 가격을, 예술가는 색채를, 일반 사람은 그 맛을 생각하게 된다.
한 그루의 소나무가 있을 때 그것이 사람의 마음에 던져 주는 맛과 향기는 다를 수 있다.
당나라 중기 시인인 가도賈島(779~843)의 다음 시는 높은 정신세계를 지닌 어떤 은자의 주변 상황을 알려주는 호소력 같은 것을 보여준다.
이 시는 민화로 그려져 지난날 서민들의 방 벽에 붙어 우리 삶을 즐겁게 해주었다.,
"소나무 아래에서 동자에게 물으니 (송하문동자 松下問童子)
스승은 약초 캐러 가셨다고 하네 (언사채약거 言師採藥去)
다만 이 산중에는 계실 것이나 (지재차산중 只在此山中)
구름이 깊어 계시는 곳을 알 수 없다고 하네 (운심부지처 雲深不知處)"
여기서 또 하나의 당시唐詩를 음미해본다.
"가을밤 그대 생각이 나 (회군속추야 懷君屬秋夜)
싸늘한 길 걸으며 시를 읊는다 (산보영량천 散步詠凉天)
텅 빈 산속 고요함에 떨어지는 솔방울 소리 (공산송자락 空山松子落)
그대 어찌 이 경지에서 잠을 이루겠나 (유인응미면 幽人應未眠)"
삼라만상 온 천지가 고요에 싸여 있는데 떨어지는 한 톨의 솔방울 소리는 시인으로 하여금 깊고 넓은 우주를 내다볼 수 있도록 마음의 문을 열어준다.
소나무가 연출해내는 위대한 음향이요 음악이다.
세상을 쪼개는 듯한 가장 짧은 음율이다.
소나무는 고요한 철학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나무라 할 수 있다.
세상 사람들이 소나무를 내다보는 눈에는 시정詩情이 넘친다.
솔잎 사이를 지나는 바람 소리는 마음의 때를 씻어내는 명약이었다.
많은 시와 문장을 통해 이러한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눈 쌓이고 구름 걸려 있는 수려한 산이 병풍처럼 둘러 있는데, 가늘게 솔바람 소리가 들려온다.
(설이운산옥작병 雪裏雲山玉作屛, 송풍입이세냉랭 松風入耳細冷冷)"
"바람 물결이 푸르게 비치고 달빛은 외로이 밝은데, 솔바람 소리에 꿈꾸던 학이 놀라더라.
(풍단일벽월고명 風湍一碧月孤明, 오립수수학몽경 五粒颼颼鶴夢驚)"
"바람이 불어서 솔잎 음률이 허명에 들어오다 (인풍기뢰입허명 因風起籟入虛名)"
"솔바람 소리 멀리 들려오고, 밤중의 비바람 소리 학의 꿈을 놀라게 한다.
(만뢰소침청원음 萬籟銷沈聽遠音, 풍우오경경학몽 風雨五更驚鶴夢)"
위 문장들은 솔바람의 운치에 매료된 시적인 감흥 즉 시감詩感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소나무가 고형적인 성상뿐만 아니라 유체성流體性도 잡아 음향의 아름다움을 담고 있다는 것은 다른 나무에선 찾아보기 힘들다.
≪동국여지승람≫에 보면 <남산팔영南山八詠>이 나오는데, 그중에서 <구월등고九月登高>에서는 다음과 같이 읊고 있다.
"단풍진 숲은 먼 골짜기를 가득 메우고, 소나무 푸른색은 층층이 언덕을 덮었더라.
(풍림감원학 楓林酣遠壑, 송색호장구松色護長邱)"
이 시는 남산의 가을 단풍과 푸른 솔이 어울리는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여기서도 단풍 지는 넓은잎나무는 낮은 곳에, 소나무는 위쪽이라는 생태가 잘 묘사되어 있다.
※출처
1. 임경빈 저, 이경준·박상진 편, 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3(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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