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69 - 쉬나무 본문

한자 이름 수유茱萸나무에서 발음이 편한 쉬나무가 되었다.
자잘한 크기의 새까만 씨앗에는 많은 기름 성분이 들어 있어 호롱불 기름으로 쓰였다.
옛날 선비들은 뒷산에 쉬나무를 심어 밤 공부에 힘썼다고 한다.
운향과 쉬나무속에 속하는 갈잎 넓은잎 큰키나무(10~20미터 높이)로서 암수딴그루인 쉬나무의 학명은 테트라디움 다니엘리 Tetradium daniellii, 영어로 bee bee tree(꿀벌나무) 또는 Korean euodia(한국쉬나무), 한자는 수유茱萸이다.
쉬나무는 중국 원산인 오수유吳茱萸와 형제간인 것으로 생각된다.
쉬나무의 한자 이름은 '조선오수유朝鮮吳茱萸'이며, '수유나무'라고도 부르고 있다.
생각컨대 '수유나무'에서 '수유'가 발음상 단축됨으로써 '쉬'가 되어 '쉬나무'로 변한 것으로 보인다.
오수유나무는 작은잎이 더 좁은 폭으로 드문드문 붙은 느낌을 준다.
오수유나무 열매가 약용으로 쓰이고 있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쉬나무는 오수유처럼 암수딴그루(자웅이주雌雄異株), 즉 암나무와 수나무의 구별이 있다.
꽃색은 녹색을 띤 황백색으로 꿀이 많이 흘러 밀원식물蜜源植物(벌이 꿀을 빨아 오는 원천이 되는 식물)로 인기가 있다.
밀원식물로는 밤나무, 아까시나무, 싸리나무, 피나무 따위가 있다.
아까시나무는 꿀이 많아 별명이 '비 트리 bee tree'로 그 뜻은 꿀벌 나무라는 것이다.
그런대 쉬나무는 '비 비 트리 bee bee tree'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어, 꿀벌이 더욱 좋아하는 나무 또는 꿀이 더 많이 나오는 나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쉬나무는 중국 북부 지방과 우리나라 각 지방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열매 기름과 호롱불

쉬나무는 지난날 공부하는 선비들이 살던 마을에 많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과거에는 지금처럼 전깃불 같은 조명이 없었고, 밤에는 주로 나무나 식물의 열매에서 짜낸 기름으로 어둠을 밝혔다.
그때는 '주경야독晝耕夜讀', 즉 낮에는 논밭에서 일을 하고 밤이 되면 책을 읽는다는 말이 있었는가 하면, '형설의 공(형설지공螢雪之功: 반딧불과 눈으로 밝혀가면서 하는 공부)이라 해서 어두운 밤에 조명 기구가 없어서 공부하는데 고생이 많았음을 알 수 있다.
공부는 곧 암흑의 극복에 대한 노력과 같은 표현으로 나타내었다.
쉬나무 열매에서는 많은 양의 기름을 얻을 수 있고 결실량結實量(맺힌 열매량) 또한 적지 않은 것으로 보아, 공부하는 사람들이 이 나무를 귀중하게 생각하였으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조사된 자료에 따르면, 나무 나이가 30년이 넘으면 그루당 열매의 연간 수확량이 15킬로그램을 넘는다고 한다.
이것은 약 30리터나 되는데, 기름을 얻는 나무로서 그 가치가 인정된다.
따라서 공부하는 선비의 집 부근에는 이 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나무가 원래 대목大木(아름드리 큰 나무)이 되고 꽃도 많이 피는 까닭에, 한 나무에서 얻을 수 있은 열매의 양은 자연 많을 수밖에 없다.
등화가친燈火可親(등불을 가까이할 만하다는 뜻으로, 서늘한 가을밤은 등불을 가까이 하여 글 읽기에 좋음을 이르는 말)의 인연을 이 나무가 크게 도와주었을 것을 생각하니 고마울 뿐이다.
○암수선호의 기준

나무는 사람에게 이로움을 주는지 안 주는지에 따라 귀천의 차이를 가지게 되는데, 이는 그 나무가 자라는 곳의 사람들의 생각에 따라 다르게 평가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은행나무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암나무가 더 좋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일본이나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암나무보다는 수나무를 더 즐겨 심는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는 은행의 실용적 가치를 더 중하게 여기는 반면, 외국에서는 가을이 되어 열매가 길바닥에 떨어질 때 그로 인한 지저분함과 청소의 필요성이 더 구차스러운 문제가 되는 까닭이다.
또 수양버들이나 능수버들의 경우는 수나무가 더 사랑을 받는데, 이는 수나무가 암나무보다 그 힘이 강건하고 모양이 더 아름다우며 또한 씨를 가지지 않아 사람들에게 더 깨끗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쉬나무가 있는 곳을 살펴보면, 큰 나무가 있을 때 그 부근의 뿌리에서 움싹이 많이 돋아 나오는데 이것을 뿌리움돋이(근맹아根萌芽)라 부른다.
이 뿌리움돋이가 새로운 자연묘목自然苗木(자연적으로 떨어진 씨앗에서 나온 묘목)을 만드는 것이다.
이것을 캐어서 심으면 독립된 나무로 된다.
암나무의 뿌리움돋이는 암나무로 되는 까닭에 과거에 암나무 뿌리움돋이가 더 선택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암나무만 있으면 열매는 잘 맺어지지 않는데, 이는 암꽃이 피어 수꽃에게서 꽃가루를 받아야 열매를 맺기 때문이다.
여러 나무의 암나무가 있을 때 그 사이에 수나무가 간혹 서 있어야 결실량이 많아질 수 있다.
단, 밀원식물로만 이 나무를 평가할 때에는 암나무만으로 충분할 것이다.
쉬나무는 잎이 깃꼴겹잎(우상복엽羽狀複葉: 잎자루의 양쪽에 여러 개의 작은 잎이 새의 깃 모양처럼 마주 달려 있는 모양)이다.
광주 무등산과 황해도 장수산에 이르는 한반도 각지에서 찾아볼 수 있지만, 남부 지방에 더 많다.
대구시 수도산에 쉬나무 군락이 있고 그곳 낭떠러지에서 자라는 것으로 보아 척박한 환경에 견디는 힘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영덕군 축산면에도 분포하는데 모두 식재植栽(심어 재배함)된 것으로 보인다.
쉬나무는 가을에 씨를 따서 겨울 동안 땅속에 묻어두었다가 봄에 뿌리는데, 씨를 뿌린 뒤에는 자주 물을 줘야 한다.
두 해 동안 60~80센티미터 높이에 달할 정도로 자라고, 휘추리(가늘고 긴 나뭇가지) 모양의 모나무(묘목)가 얻어진다.
자람이 빠르고 큰 나무로 되면서 토질에 큰 구애 없이 잘 자라는 편이다.
열매는 새들의 먹이로서도 가치가 있다.
또한 석유 자원이 종말을 고하는 날 인류가 다시 쉬나무 열매의 기름으로 생물디젤(바이오디젤 biodiesel)을 만들고 어둠을 밝힐 수 있게 될 지도 모른다.
쉬나무 열매는 건위健胃(위胃를 튼튼하게 함), 진통, 이뇨제로 쓰이는데, 작은 것이 더 좋다고 한다.
중국에서 수입되는 오수유는 우리나라 쉬나무와는 다른 종류로 작은잎(소엽小葉: 한 개의 잎자루에 붙어 있는 여러 개의 작은 잎)의 수가 7~15개에 이른다.
올해도 가을이 되면 쉬나무 가지에 붉게 보이는 열매가 지천至賤(매우 흔함)으로 달려서 그 화려함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출처
1. 임경빈 저, 이경준·박상진 편, 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3(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2019).
2. 구글 관련 자료
2026. 2. 13 새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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