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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식물 이야기와 사진

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68 - 솔송나무

새샘 2026. 1. 29. 22:04

솔송나무 잎(출처-출처자료1)

 

미국에서는 좋은 목재를 생산하는 유명한 나무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울릉도에서만 자란다.
소나무과 솔송나무속에 속하며 20~30미터 높이로 아름드리가 되는 늘푸른 바늘잎 큰키나무이다.

나무껍질에서 항산화 효과가 있는 폴리페놀 polyphenol 화합물인 타닌 tannin을 얻을 수 있다.

 

학명은 추가 시볼디 Tsuga sieboldii, 영어로 Ulleungdo hemlock(울릉도 솔송나무), 한자는 모栂(솔송나무 모)로 쓴다.

 

 

○울릉도의 솔송나무

 

울릉도의 솔송나무(출처-출처자료1)

 

솔송나무는 우리나라의 경우 울릉도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

그래서 영어 표기도 Ulleungdo hemlock(울릉도 솔송나무)다.

잎이 주목과 닮았지만 끝 쪽의 생김새가 다르다.

솔송나무 잎은 끝 쪽이 약하게나마 갈라져 있는 느낌이지만, 주목 잎은 끝이 뾰족하게 튀어나온 편이다.

솔송나무 잎이 더 짧고 좀 성기게 난다.

 

필자가 울릉도 대하령 고개 부근에서 본 솔송나무는 줄기가 갈라지고 웅장한 맛을 풍기고 있었다.

잎은 여성다운 점이 있지만, 골격은 남성적이라고 할까 씩씩한 편이었다.

강한 뼈대에 부드러운 손길로 학문하는 사람 같기도 했다.

 

솔송나무가 왜 울릉도에만 있는지는 설명하기 쉽지 않다.

이 나무는 일본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으며, 구미歐美(유럽과 아메리카) 여러 나라에도 그 나라 나름대로의 솔송나무가 있다.

일본의 솔송나무 씨가 바닷물을 타고 또는 폭풍우와 함께 옛날 울릉도로 왔을지도 모른다.

 

 

○나무의 특성

 

솔송나무 솔방울(출처-출처자료1)

 

솔송나무 씨는 어디든지 떨어지면 싹을 잘 틔운다.

흙은 물론이고, 나뭇잎이 썩어 쌓인 곳도 좋고, 물기 있는 시냇가도 그러하고, 이끼 낀 넘어진 나무줄기 위도 좋다.

어디에나 떨어지면 그곳에서 어린 모나무(묘목)로 자란다.

따라서 큰 솔송나무 밑에는 어린 솔송나무들이 많이 난 것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장소를 가리지 않고 그 생명을 탄생시킨다는 것은 성품이 까다롭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무엇이든지 주어지면 그것이 자기의 분수라고 믿고 최선을 다하는 나무가 바로 솔송나무이다.

 

솔송나무를 나타내는 한자를 우리는 갖고 있지 않다.

일본에서는 이 나무에 대해 '나무 목木'변에 '어미 모母'자를 써서 '솔송나무 모栂'자를 만들어내고 있다.

우리나라 사전에는 이 한자가 나오지 않는다(옥편에는 나온다).

'나무이름 모'자로 해서 설명하고 있는 사전이 있는데, 이는 일본 글자이며 매실나무와 닮았다고 주석을 붙이고 있다.

 

솔송나무가 매실나무와 닮았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다만 열매의 모양이 겹매화꽃과 닮았다면, 이 또한 억지 주장이지만 어느 정도는 통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것을 가지고 매실나무와 닮은 나무라고는 말하기 어렵다.

 

솔송나무는 큰 나무로 자라기 때문에 목재로도 쓰임새가 있으나, 껍질에 타닌 함량이 많아 타닌 원료로 쓰이기도 했다.

일본과 미국에서는 타닌을 얻기 위해 이 나무의 껍질을 벗겨 이용했다.

 

 

○미국의 솔송나무

 

캐나다 밴프 Banff 국립공원의 솔송나무(출처-출처자료1)

 

미국 로키산맥 Rocky Mountains에는 미송美松(더글러스 퍼 Douglas-fir)과 솔송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으며, 시트카가문비나무 Sitka spruce도 유명하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워낙 큰 까닭인지 로키산맥에 자라는 이들 나무도 매우 크게 자란다.

 

1958년 여름 필자는 미국 서해안과 로키산맥 쪽을 여행했는데, 그때 굵은 솔송나무가 삼림철도로 운반되고 있었다.

로키산맥에서 자라는 솔송나무, 미송, 시트카가문비나무 따위를 보려고 깊은 산중까지 들어갔다.

한적한 마을을 지나갈 때 원-로그 하우스 one-log house라는 집을 구경할 수 있었다.

나무의 줄기 속을 파내어 만든 통나무집이었다.

나무줄기의 지름이 3미터가 넘었을 것으로 기억된다.

이 나무를 눕혀놓고 그 속에 구멍을 뚫어 집을 만든 것이다.

첫 번째 방은 그림엽서와 기념품들을 진열하고 팔고 있었고, 그다음 방에서는 차를 마실 수 있었다.

주인이 거처하는 침실도, 또 화장실도 있었다.

전기와 수도가 들어와서 마치 기차를 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 통나무집에 대한 설명문이 붙어 있었다.

줄기 둘레 약 12미터, 줄기 무게 14톤, 나무의 나이 400년이라고 쓰여 있었다.

또한 통나무를 이곳까지 운반해오는데 고생했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로키산맥에는 이보다 더 큰 나무도 있을 것이고, 이러한 원-로그 하우스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이 무겁고 길다란 통나무를 운반하는 것은 문제가 될 성싶다.

 

청교도들이 미국으로 건너와 땅을 개척할 때, 집을 빨리 지을 수 없어 구멍 난 큰 양버즘나무(플라타너스 Platanus)의 줄기 속에 들어가 살기도 했다는 기록을 읽은 적이 있는데, 원-로그 하우스에 살았던 사람들은 진짜 자연을 맛볼 수 있었던 사람들이다.

우리나라에도 예전에 혹 뗀 영감이 하루 저녁 나무줄기 구멍 속에서 밝은 달을 감상하다가 도깨비를 만났다는 이야기가 있긴 한다.

다시 한번 로키산맥에 가서 지난날 필자가 들렀던 그 원-로그 하우스에서 진한 커피를 마셔보고 싶다.

 

필자는 그 통나무집을 사진 찍으려고 했는데, 그 크기를 비교할 것을 구하지 못해 당황하고 있었다.

그때 아주머니 한 분이 그곳을 지나가기에 필자는 염치불구하고 인사를 건넸다.

 

"아주머니 미안합니다만, 통나무집 옆에 좀 서 주시겠습니까? 사진을 찍어 고향에 가서 이 굉장한 나무의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좋고말고요. 보따리는 이쪽에 두고 내가 입구에 올라가서 서 있을 테니 찍어 보시지요."

 

아주머니의 적극적인 호응으로 필자는 훌륭한 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

대산맥의 정기가 햇볕의 먼지를 걸러 없애 주었기 때문에 선명한 파장이 나와 싸구려 카메라의 렌즈를 통과한 것이리라.

 

솔송나무는 남을 닮는 모방가라고나 할까?

주목의 잎이 아름답기에 잎은 그것을 닮고, 열매는 낙엽송의 것이 멋이 있기에 그 구도를 그대로 빌려온 것 같다.

 

이러한 솔송나무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것은 이상하고도 섭섭한 일이다.

그것은 이 나무가 너무 원시적인 야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일까?

아니, 어릴 때의 자람이 너무 느리기 때문에 초조한 현대인은 솔송나무의 느림에 견딜 수 없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닐까?

당황스럽게 설치는 요즘 사람들에게 어찌 솔송나무가 어울리겠는가?

 

바닷바람의 심호흡 없이는 답답하다는 호연지기에 사는 솔송나무는 역시 울릉도의 산 능선이 살맛 나는 곳이다.

천 년 만 년을 두고 이어온 동해바다 한복판의 고요함 속에서 명상에 잠기고 싶다.

 

※출처

1. 임경빈 저, 이경준·박상진 편,  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3(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2019).
2. 구글 관련 자료

 

2026. 1. 29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