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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파편들의 집합

새샘 2026. 2. 22. 15:29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유물론 관련 책 겉표지(출처-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1201470)

 

과거를 알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언제나 있어 왔다.

그런데 단순히 골동품을 모으는 것을 넘어서 옛 물건을 통해서 과거를 알고자 하는 고고학이 하나의 과학으로 성립되는 데에는 두 이론이 바탕이 되었다.

바로 19세기 중반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유물론唯物論 materialism'과 '진화론進化 theory of evolution'이다.

 

유물론은 인간의 모든 생각과 감정, 역사를 물질物質 matter로 나타낼 수 있다는 사상이다.

특히 사회주의권 나라에서는 마르크스주의 Marxism의 사회발전단계론을 고고학적인 유물로 증명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고고학을 널리 발전시켰다.

이렇게 보면 마치 고고학이 이데올로기적(관념형태적) ideological인 경향을 띤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유물론이 가진 전체 의의를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고고학에서 유물론은 유물의 변천 과정이 바로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발전 과정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고고학자가 유물을 발견한다면 그 유물은 인간 과거의 삶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다윈 저서 종의 기원 겉표지(출처-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1923922)

 

두 번째로는 진화론이다.

유명한 다윈 Charles Darwin과 월리스 Alfred Wallace가 발표한 ≪종의 기원 On the Origin of Species≫은 생물학적으로 생물은 자신이 처한 환경과 기후에 맞게 잘 적응한 것이 번성한다는 이을 담고 있었다.

이후 진화론은 고고학에도 도입되어 인간의 문화 역시 생물과 마찬가지로 진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밝혀냈다.

 

유물론과 진화론을 결합하면 고고학자가 발굴하는 유물은 인간의 과거와 역사 발전의 과정을 밝혀낼 수 있는 근거라는 것을 뜻한다.

고고학자가 발굴해서 손에 쥐는 유물은 골동품이 아니라 인류 역사 과정의 한 발자취라는, 지금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이 생각은 사실 유물론과 진화론이 도입된 이후에야 가능해졌다.

고고학이 골동학과 이별하고 독립적인 학문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중반 이후이며, 그 근간에는 유물론과 진화론이 있었다.

 

고고학은 인문학 중에서도 가장 과학에 가까운 편이다.

그 이유는 바로 19세기에 이루어진 주요한 과학의 발달에서 고고학이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1960년대 초반에는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좀 더 적극적으로 과학적인 논증 방법으로 고고학 유적을 밝히려는 '과정고고학過程考古學 Processual archaeology'이라는 물결이 등장하기도 했다('과정고고학'과 관련해서는 상당히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므로, 이 글에서는 간단히 넘어갈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은 인디애나 존스 Indiana Jones가 등장하는 보물찾기 같은 고고학을 탈피해서 진정한 인간을 위한 연구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이다.

 

과학의 방법을 지향하지만 고고학이 과학과 달라지는 결정적인 차이는 바로 기반이 되는 자료가 철저하게 우연적인 발굴로 탄생한다는 점이다.

과학의 경우 실험을 위하여 표본 및 실험방법을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고고학자가 접하는 유물은 극히 단편적이고 실제 과거에 사용한 것 중에 극히 일부만 남아 있다.

그러니 고고학에서 온전하게 과학적으로 연역적인 논증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은 극히 제한적이다.

 

고고학자에게는 궁극적으로 과거 사람의 모든 것이 그 관심 분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몇천 년의 세월을 이겨내고 우리에게 남은 유물은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주로 잘 썩지 않는 토기와 석기류가 많다.

이렇게 남은 유물을 모아서 우리는 '○○○문화'라고 부른다.

박물관의 설명에 보이는 '청동기문화', '신라문화'와 같은 이름을 붙인다.

때로는 처음 유적이 발굴된 지명을 따서 '송국리문화' 같은 이름이 붙기도 한다.

송국리문화는 부여 송국리에서 발굴된 약 2,700년 전 청동기시대의 마을 유적을 따서 붙이 이름이다.

 

이 문화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문화라는 뜻과 비슷하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발굴된 유물들을 모아놓은 것이다.

고고학은 유물의 연구를 통해서 과거의 문화적·행위적·사회적 실체를 규명한다.

고고학자가 발굴한 여러 파편의 집합인 셈이다.

그리고 고고학자는 주로 유물과 근처의 환경을 분석해서 생계경제, 무덤, 마을을 만드는 방법 따위를 분석한다.

지금도 과학이 발달하면서 고고학자가 분석할 수 있는 자료가 늘어가고 있다.

 

※출처

1. 강인욱 지음, 사라진 시간과 만나는 법(김영사, 2024)
2. 구글 관련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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