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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식물 이야기와 사진

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72 - 시무나무

새샘 2026. 3. 5. 16:40

시무나무 줄기(출처-출처자료1)

 

옛날 길손의 이정표로 삼은 나무로서 십 리 또는 이십 리의 거리를 나타내었던 갈잎 넓은잎 큰키나무다.

'시무'라는 이름은 '스무(20)'의 옛말로서 '20리목二十里木'이라고도 불렀다.

 

15~30미터 높이로 자라며 볕이 잘 드는 곳에서 잘 자란다.

느릅나무와 비슷하지만 가시를 가졌다고 해서 자유刺楡(가시 자刺. 느릅나무 유楡)라고도 한다.

 

느릅나무과 시무나무속에 속하며, 한반도 전역과 중국에 분포한다.

학명은 헤미프텔레아 다비디 Hemiptelea davidii, 영어는 Hemiptelea(시무나무), 한자는 자유刺楡 또는 십리목十里木이다.

 

 

기형의 날개

 

시무나무 꽃(출처-출처자료1)

 

시무나무는 느티나무와 매우 닮았다.

잎에 맥이 뚜렷하게 발달해 있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야무지게 생겨 있는 것이 흡사하다.

느릅나무과에 속해 있어 느릅나무, 팽나무, 느티나무들과는 일가친척인 셈이다.

겨울에는 잎이 떨어지는 갈잎나무(낙엽수落葉樹)이고 키가 큰 나무이지만, 대부분 줄기를 자르기 때문에 키가 큰 나무는 보기가 힘들다.

 

시무나무는 가지에 긴 가시가 많이 나 있기 때문에 쉽게 손을 댈 수 없다.

느티나무 열매에는 날개가 전혀 없는 반면, 느릅나무 열매는 양쪽에 넓은 날개를 가지고 있다.

시무나무는 그 중간으로서 열매 한쪽에만 날개를 가지고 있어 반쪽의 기형奇形을 이룬다.

따라서 시무나무는 느릅나무와 느티나무를 이어주는 중간의 위치라고 할 수 있다.

 

시무나무의 학명 가운데 속명인 헤미프텔레아 Hemiptelea에서, 헤미 hemi는 반半을 뜻하고 프텔레아 ptelea는 날개를 뜻한다.

이와 같이 시무나무의 열매는 주목의 대상이다.

 

시무나무의 꽃은 5월 무렵 햇가지 아래쪽에 무더기로 모여서 핀다.

대부분의 꽃들은 봄에 피지만, 시무나무의 꽃은 초여름에 피는 늦장을 부린다.

 

 

○문헌 속 시무나무와 그 이름

 

시무나무 고목 줄기(출처-출처자료1)

 

김삿갓의 시에 "이십수하삼십객 二十樹下三十客 사십촌중오십반 四十村中五十飯"이란 것이 있다.

"스무나무 밑에 쉬고 있는 서러운 손님은 망할 놈의 마을에서 쉰밥을 대접받았다"는 뜻인데, 스물 서른 마흔 쉰 하는 발음을 잘 구사한 것으로 '이십수二十樹'란 곧 시무나무를 흉내 낸 발음이다.

 

그러나 시무나무 이름을 정식으로 '이십수'라고 하지는 않는다.

한자로는 '자유刺楡'하고 하는데, 가시가 있고 느릅나무와 닮았다는 뜻이다.

'십리목十里木'이라고도 하는데, 오리나무를 '오리목五里木'으로 쓰는 것과 견주어서 거리의 관념이 나무 이름에 들어간 것으로 어떤 의미가 들어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일본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 예전에 도로의 이정里程(거리)을 나타내기 위해 표적이 되는 나무를 심었고, 오리목이나 십리목도 이러한 뜻에서 온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시무나무는 또 한자로 '우櫙'(때로는 '추樞')라고도 쓴다.

≪시경詩經≫ <당풍唐風>에 보면 '산유우山有 습유유濕有楡"라는 노래의 첫머리가 나오는데, "산에는 시무나무가 있고, 들에는 느릅나무가 있다"는 뜻이다.

 

시무나무는 우리나라에서는 양지 바른 낮은 땅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시무나무는 중국에도 나지만, 일본 및 구미 각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시무나무는 동양적이고 특히 한국적인 맛을 풍겨 준다.

 

 

○시무나무의 추억

 

경북 영양 주남리의 시무나무 숲(출처-출처자료1)

 

시무나무의 햇잎은 먹을 수 있다.

어릴 적 필자의 어머니는 시무나무의 잎을 콩가루와 버무려 밥솥에 얹어 쪄서 밥을 푸기 전 시무나무 잎맥을 필자의 두 손바닥에 수북이 얹어주셨다.

필자는 이것을 가지고 밖으로 나가 먹으면서 걸어다니곤 했다.

그 독특한 초봄의 맛이 좋았다.

 

필자의 고향 마을 입구에는 성황당 숲이 있었다.

두 그루의 시무나무 노목, 그리고 몇 그루의 팽나무 노목이 그 주인공이었고, 이 나무들에 오래된 덩굴식물이 감겨져 있었다.

이들 나무는 누군가에 의해 심어진 것이 아니고, 옛날부터 그곳에 있던 것을 그대로 보호한 것이었다.

다른 곳에도 이러한 시무나무가 있었을 텐데, 대부분 도끼와 낫으로 베어졌다.

이렇게 해서 시무나무는 희귀한 나무가 되어 버렸고, 이제는 외국의 뜻있는 학자들도 그 번식을 희망하고 있다.

 

시무나무는 씨로도 잘 번식될 수 있으며, 가지를 휘어서 땅에 묻으면 그곳에서 뿌리가 내리기 때문에 모나무를 만들 수 있다.

가구재 또는 풍경수로 쓰이며, 생울타리 조성에 적격이다.

이 품위 있는 시무나무를 우리나라에서 좀 더 많이 볼 수 있었으면 한다.

 

※출처

1. 임경빈 저, 이경준·박상진 편,  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3(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2019).
2. 구글 관련 자료

 

2026. 3. 5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