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이토록 재밌는 면역 이야기 1: 들어가는 글 본문

과거에는 전염병이 한 번 유행하면 몇천만 명씩 사망했던 시대가 있었다.
1300년대 페스트 pest는 약 2억 명의 사망자를 만들었고, 1500년대 천연두는 6,000만 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데카메론 Decameron≫으로 유명한 르네상스 Renaissance 시대 이탈리아 Italia(영어 Italy) 작가인 조반니 보카치오 Giovanni Boccaccio(1313~1375)는 페스트의 참상에 대해 "건강한 젊은이들이 아침에는 부모와 식사를 하고 저녁은 천국에서 그들의 조상들과 먹었다"고 묘사했다.
당시 전염병이 더욱 공포스러웠던 이유는 가족들이 왜 죽어가는지, 질병이 생기는 이유가 무엇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의학자들은 각 개인이 가진 체액의 조화로움이 깨져 질병에 걸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동시에 수많은 사람들을 같은 질병으로 사망케 하는 미지의 존재를 도저히 설명할 수 없었다.
코로나19 팬데믹(범유행병) pandemic 속에서 전 국민이 PCR 검사라는 것을 적어도 한 번은 받았을 것이다.
코와 입에 길다란 면봉을 집어넣으면서 우리는 내일 휴대폰에 '음성'이라는 문자가 오길 간절히 바랐다.
꽤나 아픈 검사였지만 우리 아이들도 잘 참고 검사를 받았으며 결과를 받고 친구들과 놀 수 있다며 행복하게 등교하기도 했다.
그런데 PCR 검사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것이 두 가지 가정을 전제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첫째, 코로나19를 유발하는 병원체가 있으며 둘째, 그것을 내 코와 입에서 찾아낼 수 있다는 것.
우리는 이제 질병을 일으키는 존재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는 것이다.
전작이었던 ≪이토록 재밌는 의학이야기≫에서 질병을 일으키는 미지의 존재를 향해 수많은 의학자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찾아가는 과정을 상세히 살펴보았다.
1796년 영국 UK 의사 에드워드 제너 Edward Jenner(1749~1823)가 인류 최초의 백신 vaccine을 개발했을 때에는 그 백신이 어떻게 질병을 예방해주는지 알 도리가 없었다.
그저 효과가 있으니 사람들은 백신을 접종했다.
그러나 헝가리 Hungary의 산부인과 의사 이그나츠 제멜바이스 Ignaz Philipp Semmelweis(1818~1865)가 의사의 손에 묻은 미지의 존재가 산모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영국의 외과 의사 조지프 리스터 Joseph Lister(1827~1912)가 수술 부위를 소독하면 환자를 치명적인 감염으로부터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1880년에 프랑스 France의 생화학자 루이 파스퇴르 Louis Pasteur(1822~1895)가 미생물이 인간에게 지병을 옮긴다는 것과 독력이 약한 미생물을 이용해 우리가 질병에 면역을 얻을 수 있음을 밝혀내기에 이른다.
최초의 백신이 탄생한 지 100년 만에 인류가 그동안 자신들을 공격했던 적들의 존재와 그것에 대항하는 무기 제작법을 깨닫게 된 것이다.
영웅 영화에서 자신의 능력을 깨닫지 못했던 평범한 인간이 자신에게 내재된 초능력을 인식한 뒤 본격적으로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처럼, 이 책에는 세균의 존재와 인체의 방어 능력을 각성한 의학자들이 면역 체계 immune system를 이용해 미생물에 본격적인 반격을 시도하는 흥미진진한 역사적 과정이 담겨 있다.
그리고 그들이 인생을 바쳐 알아낸 면역 immunity에 대한 다양한 지식들도 함께 들어 있다.
하지만 면역학자가 아닌 평범한 의사로서 필자는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적인 단어와 이론보다는 대중적인 방송이나 언론을 통해 한번쯤은 접해보았을 내용만을 선별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를 통해 독자 여러분을 성심껏 치료해주는 의료인들과 좀 더 쉽게 면역에 대한 의견을 나눌 수 있기를 바라며, 면역과 관련된 여러 사회 현상들을 과학적으로 검증된 사실을 바탕으로 바라보길 바란다.
중요한 내용일수록 계속 반복되며, 각 병원체 pathogens와 면역세포 immunocyte를 상징하는 여러 특성(캐릭터 character)들이 적재적소에 등장해 다소 어려운 부분들에 대한 이해를 도울 것이다.
아무쪼록 이 책이 면역에 대한 여러분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건강한 면역을 위한 여러분의 노력을 좋은 방향으로 인도해주는 나침반이 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책을 다 읽고 나면 필자가 준비한 면역학과 의학자들의 이야기는 그것으로 끝나겠지만, 우리가 가진 면역이라는 초능력에 눈을 뜬 여러분의 이야기는 새로 시작될 것이다.
※출처
1. 김은중, '이토록 재밌는 면역 이야기'(반니, 2023)
2. 구글 관련 자료
2026. 4. 30 새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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