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98 - 해당화 본문

해당화는 바닷가 모래밭에 무리를 이루어 자라는 꽃나무이다.
꽃자주색의 커다란 꽃은 애달픈 사연을 묻어둔 여인의 넋이라도 담겨있는 듯하여 수많은 시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동아시아에서 자생하는 야생 장미의 하나로 장미과 장미속으로 분류되며, 해안가 모래밭에서 자라는 갈잎넓은잎 떨기나무이다.
한반도 전역, 일본, 중국 만주를 비롯하여 러시아 사할린, 우수리, 캄차카와 북미에서도 자란다.
학명은 로사 루고사 Rosa rugosa, 영어는 rugose rose(주름장미), 한자는 해당화海棠花·민괴玟瑰·배회裴回 따위로 쓴다.
○꽃이 아름다운 해당화

해당화.
열매도 아름답지만 무어니 해도 해당화는 꽃으로 한몫한다.
꽃이 해당화의 전부라 해도 좋다.
창조의 신이 창작한 꽃 가운데서 이 꽃이 으뜸간다고 해도 좋을 것 같다.
꽃 중의 꽃이다.
신이 만들어 놓고 환희의 미소를 보낸 것도 해당화 꽃이었다.
부족함을 느끼지 않았다는 것이다.
확 트인 바닷가 모래밭에 해당화를 배식培植(식물을 가꾸고 심음)한 것도 무언가 사연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흰 모래밭, 푸른 바다!
티끌만한 오염도 없고 설탕보다도 더 희고 눈보다 더한 모래밭을 배경으로 해당화 무늬를 수놓은 그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다.
때로는 금모랫빛 벌판에 그 꽃을 사정없이 뿌려놓기도 한다.
어울리는 배색이요 공간 설계이다.

필자가 본 해당화 가운데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서해 바다 북쪽에 있는 백령도 해안 모래땅의 해당화 밭이었다.
이제까지 이보다 더 넓은 해당화 밭을 본 적이 없다.
그곳의 해당화는 하나의 장관이었다.
해당화는 땅속줄기를 뻗어가면서 그 점유지를 넓혀 나간다.
그래서 군락群落(같은 생육 조건에서 떼를 지어 자라는 식물 집단)을 만드는 일이 많다.
해당화와 가장 가까운 인연을 가진 것은 찔레꽃(찔레나무, 찔레)이다.
그 꽃의 청초함과 꽃색의 선명함과 앳된 자태와 정열적인 색깔, 찢어질 정도의 부드러움이 모두 서로 닮아 있다.
줄기마다 가지마다 아니 꽃대궁에 이르기까지 가시를 달고 털을 내어 무언가 경계하는 듯한 점도 어느 정도는 닮아 있다.
부드러움을 막는 데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좋다.
이처럼 가시와 털은 아름다움을 보호하는데 쓸모가 있다.
해당화는 가시에도 털을 달고 있다.
털을 무척 좋아하는 것이 해당화다.
해당화의 꽃은 가지 끝에 달리며 붉고 향기가 강하다.
그래서 찔레꽃이나 해당화 꽃잎을 원료로 해서 향수를 만들기도 한다.
해당화는 사할린 Sakhain, 만주 Manchuria 남쪽 지방, 우수리 Ussuri, 캄차카 Kamchatka, 알래스카 Alaska와 같이 넓게 분포하며, 일반적으로 바닷가 모래밭에 잘 난다.
중국에서도 관상용으로 재배도 한다고 하며, 그 맑은 향기를 좋아해 꽃을 차에 넣어 마신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붉은 꽃잎을 따서 밥을 지을 때 넣어 색깔을 나게 했고, 만주 사람들은 꽃봉오리를 차에 넣었고 매괴주玫瑰酒를 담는데 쓰기도 했다.
즉 꽃잎을 건조시켜 소주에 넣는데 술 색이 분홍으로 되고 술맛이 강렬하다고 한다.
줄기껍질은 다갈색을 내는 염료로 사용되기도 하는데, 뿌리로는 더 진한 염색을 할 수 있다.
꽃잎을 짠 물로도 염색이 되고, 다른 물감과 알맞게 섞어 여러 가지 색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
○나무 이름

일본 사람들은 해당화를 '하마나스(빈가자浜茄子 ハマナス)'라고 부르며, 미국 USA의 식물학자 윌슨 Ernest Henry Wilson은 이 나무의 이름을 '바닷가 토마토 Sea tomato'라고 불렀다.
열매에는 비타민 C가 많다고 한다.
해당화의 열매를 한자로 열구悅口라 하는데, 그 뜻은 맛이 있고 먹음직하다는 뜻이다.
나무 이름에 '바다 해海'자가 붙는 것이 많다.
해석류海石榴는 동백나무를 뜻하고, 해동화海桐花는 늘푸른 떨기나무인 돈나무를 말하는데, 제주도 동남쪽 섬에 흔히 난다.
돈나무는 바닷가를 즐기고 열매 모양이 얼핏 오동나무 열매와 닮아 바다오동(해동海桐)이란 이름을 얻은 것 같다.
또한 주요 바닷가에 나는 곰솔(해송海松)이 있는가 하면, 중국 사람들은 잣나무를 해송자海松子라 하는데 해송자는 송자松子 즉 잣을 뜻한다.
앞에 '해海'자가 붙은 것은 외국산이거나 다른 나라에서 온 것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화목기花木記≫에 쓰기를, "나무 이름에 '바다 해海'자가 들어가는 것은 모두 그것이 해외海外에서 온 것을 뜻하는 것이다(화목기왈花木記曰 이해以海 위명자爲名者 실종해외래悉從海外來)"라고 했다.
우리나라의 잣나무 종자는 중국에 종종 보내졌으므로 잣나무가 바닷가에 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해海'자가 붙은 것은 이러한 뜻에서가 아닐까?
정약용이 쓴 ≪아언각비雅言覺非≫에 해당화에 관한 다음과 같은 설명이 있다.
"해당에는 몇 가지 종류가 있다. 서부해당西部海棠, 도라지해당(길경해당桔梗海棠), 수사해당垂絲海棠, 모과해당(목과해당木瓜海棠), 추해당秋海棠 그리고 황해당黃海棠이 그것이다. 나무 높이가 120자(12장丈)에 이르는 것이 있다. 창주해당昌州海棠은 줄기 굵기가 두 아름 되는 것이 있다. ≪화보花譜≫에는 '서검徐儉(규장각 4검서四檢西 중 하나인 서이수緖理修)은 집 뜰에 해당을 심고 그 나무 위에 원두막을 만들어 손님을 초대하여 등불을 밝히고 대작對酌(마주 대하고 술을 마심)을 했다'라고 쓰여 있다"
우리나라 사람은 매괴화玫瑰花를 해당으로 잘못 알고 있으며, 금강산 동해 모래사장에 자라고 꽃이 피는데 선홍색으로 무척 아름다우며 이것이 바로 해당화라고 하지만 모두 잘못된 것이다. 매괴는 배회화裴回花라고도 하며 흔히 볼 수 있다. 그것은 가시가 많이 나고 꽃은 장미와 닮았다. ≪진씨화경陳氏花鏡≫에 이르기를, 색은 붉은보라로 모양이 수줍고 향기가 대단하며 건조할수록 향기는 더 강해진다. 이 향기를 부채에 먹이기도 하고 향수 주머니 속에 넣기도 하며 또 흰 설탕(당상糖霜)을 만들기도 하는데, 조선 사람들은 일체 이러한 일을 모르고 있다."

이러한 정약용의 기술에 대해서 생각해볼 만한 것이 몇 가지 있다.
첫째로 해당화에 관한 한자 이름에는 민괴玟瑰, 매괴玫瑰, 배회화裴回花/徘徊花, 열구悅口, 자객刺客, 이랑초離郞草, 매괴梅瑰 따위가 있다.
매괴玫瑰라 하는 것은 겹해당화를 말하는 것으로 드물게 볼 수 있는데 관상용으로 심고 있다.
정약용의 해당화에 대한 설명 가운데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해당하와는 거리가 먼 듯하다.
또한 해당화가 매우 큰 나무로 된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아언각비≫에 기재된 내용은 중국의 고서 ≪본초강목本草綱木≫에 기재된 '감주집일紺朱集日 서검徐儉 가식家植 해당결소기상海棠結巢其上 인객등목引客登木 이음而飮'에서 그대로 따온 느낌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는 우리가 말하는 해당화는 아닌 듯하다.
해당화나무 위에 몇 사람이 앉아 술을 즐긴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겹해당화(매괴玫瑰)는 해당화와 많이 닮았지만, 겹꽃이고 줄기의 가시는 적은 편이며 중국에서 재배되고 있다.
해당화의 학명은 로사 루고사 Rosa rugosa, 겹해당화의 학명은 로사 루고사 변종 플레나 Rosa rugosa var. plena이다.
겹해당화는 우리나라, 일본 따위로 전파되기도 했다.
현재 겹해당화는 약용으로는 잘 이용하지 않는다.
겹해당화 꽃에는 장미유薔薇油(로즈 오일 rose oil)와 같은 정유精油(방향유芳香油: 식물에서 채취한 향기로운 휘발성의 기름)를 함유하고 있으며, 이 꽃의 봉오리를 따서 중국에서는 홍차의 부향료賦香料(향기를 첨가해주는 원료)로 이용하는 일이 많다.
겹해당화는 흔히 찻집에서 팔고 있으며, 또 꽃향기를 내는 방향료芳香料로 이용되고 있다.
○해당화를 향한 시심詩心
해당화는 예전부터 시로 많이 읊어지고 있다.
추해당秋海棠이나 수사해당垂絲海棠처럼 더 구체적인 해당화의 종류까지 식별되었다.
수사해당의 아름다움을 칭찬한 것에 "살랑이는 봄바람이 뜰을 지나는데, 하늘이 기틀이 묘해서 선녀의 옷자락을 짜고 있다(뇨뇨춘풍불원장嫋嫋春風拂苑檣 천기정교직선당天機呈巧織仙棠)"라는 대목이 있다.
이때 선녀의 옷자락이란 해당화 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얼마나 고우면 선녀의 옷감으로 된단 말인가?
선녀의 옷감으로 피어나고 있는 해당화의 꽃잎은 정녕 어울린다.
소식蘇軾은 해당화를 다음과 같이 읊고 있다.
"아름다운 빛을 담아 동쪽 바람이 실처럼 살랑이고 (동풍뇨뇨핍숭광東風嫋嫋泛崇光)
그윽한 향기는 안개처럼 내려 뿜는데 유난히 달빛 밝구나 (향무공몽월전랑香霧空濛月轉廊)
밤이 깊어져 해당화가 잠에 빠질까 두려워 (지공야심화수거只恐夜深花睡去)
촛불 높게 밝혀 너의 붉은 치장을 자랑삼아 보노라 (고소고촉조홍장故燒高燭照紅粧)"
해당화를 아름다운 여인에 비유하고 있다.
이처럼 해당이란 이름 아래 많은 시객詩客들이 붓을 들곤 했다.
○해당수미족과 옥루몽 이야기
미인의 아름다움은 깊은 잠에서 깨어나 어시시 눈을 부시며 반각반수半覺半睡(잠에서 깬 듯 만 듯)의 모습을 보일 때 돋보인다.
'해당수미족海棠睡未足'이란 바로 이것을 표현한 말이다.
갓 깨어나서 아직 잠을 더 청하고 싶은 하늘하늘한 해당화는 여러 가지 뜻으로 다가갈 수 있다.
분명한 것은 해당화를 의인화한 것으로, 잠을 더 청하는 여인을 생각해 보면 족하다.
배회화徘徊花라는 이름이 붙은 연유는 잘 모르겠지만, 생각건대 아름다운 여인의 집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남자의 심정을 가져다 붙인 것이 아닐까 한다.
해당화의 가냘픈 아름다움을 잊지 못해 그 주변을 맴도는 한 인간상을 연상해본다.
해당수미족이란 말에 대해 좀 더 살펴보자.
이 말은 잠이 모자라는, 잠에 취해 있는, 또는 잠에서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젊고 아름다운 여인을 뜻한다.
이러한 여인은 그 아름다움이 훨씬 뛰어나다는 것이다.
해당화를 여인에 견주어 말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월하미소년月下美少年 이야기가 있다.
월하미소년은 우리나라의 고전인 ≪옥루몽玉樓夢≫ 속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인 남주인공 양창곡楊昌曲과 여주인공 강남홍江南紅이 처음 만나는 장면을 뽑아 간추린 것이다.
실로 흥미진진한 연애 소설로 읽는 이의 마음을 즐겁게 해주는데, 그중에서 해당화와 관련된 부분을 간추려 본다.
양창곡은 좋은 집안에서 태어난 두뇌가 명석하고 학문에 능한 미소년으로, 서울로 과거를 보러 가다가 강남홍이 배석한 사회 저명인사 모임에 참석하는 가운데 사건이 전개된다.
원문이 그다지 어렵지 않으므로 소개한다.
"양창곡 공자가 흐르는 가을물 같은 맑은 두 눈초리로 (공자유추수양안公子流秋水兩眼)
하나하나 살펴보니 (일일심시一一審視)
그중 한 기녀가 쓸쓸히 앉았는데 (기중일기초연이좌其中一妓悄然而坐)
냉담한 기색은 (냉담기색冷淡氣色)
얼음 항아리가 가을 달을 머금은 듯하고 (빙호여함추월氷壺如含秋月)
총명한 재주와 기질은 (총명재질聰明才質)
푸른 바다의 맑은 구슬이 빛을 숨긴 듯하며 (창해명주여은광명滄海明珠如隱光明)
흡사 침향정 위의 해당화가 가물가물 졸고 있는 듯했다 (유어침향정상해당화지수야猶於沈香亭上海棠花之睡也)"
이 글은 먼저 강남홍의 미모를 아낌없이 표현하고 그것을 졸고 있는 해당화로 비유하고 있다.
졸고 있는 꽃이라면 오직 해당화라야만 한다는데 묘미가 있다.
해당화는 물론 일본에도 있다.
일본 시인 이시카와 다쿠보쿠(석천탁목石川啄木)는 많은 시를 남기고 27세의 아까운 나이에 세상을 떠났는데, 그의 시 가운데 해당화가 나오는 짧은 시 한 편을 이곳에 옮겨본다.
"바다 내음 가득한 북쪽 명사십리
해당화야 해당화야
올해도 피었는가
올해도 피었는가"
○이청조의 노래
이청조李淸照(1084~1155?)는 중국 산둥성(산동성山東省) 사람으로 중국 문학사상 최고의 여류작가로 알려져 있다.
학자 집안에서 태어나서 남편 조명성趙明誠과 함께 골동품을 수집하고 연구하였는데, 전쟁이 나자 난을 피해서 남쪽으로 내려갔으나 그 사이에 남편은 병사하고 소장하던 골동품은 거의가 없어졌다고 한다.
나라가 파탄나고 집이 망한 비참함이 그녀의 시에 스며들어 있다.
다음은 해당화를 주제로 한 그녀의 시이다.
"어젯밤 성긴 비에 세찬 바람이 불어 (작야우소풍취昨夜雨疎風驟)
깊은 잠으로도 술기운이 그대로 남았다 (농수불소잔주濃睡不消殘酒)
대발주렴을 걷어올리는 사람에게 물었더니 (시문권렴인試問卷簾人)
오히려 말하기를 해당화는 그대로라고 한다 (각도해당의구却道海棠依舊)
아느냐 모르느냐 (지부知否)
아느냐 모르느냐 (지부知否)
마땅히 해당화 잎은 푸름을 더했을 것이고 붉은 꽃은 상처를 받았을 것인데 (응시녹비홍수應是綠肥紅瘦)"
그녀는 해당화에 생각하지도 못한 비바람이 닥쳐와서 그것을 훼손시키는 일이 있어 슬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취우부종일驟雨不終日, 즉 "세찬 소낙비도 하루 종일은 지속되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이 힘도 오래가지는 못하니 해당화 꽃은 다시 피어날 것으로 생각한다.
만물은 성成(이루어지고), 주住(번창하고), 괴壞(깨어지고), 공空(없어지고)의 길을 돌고 도는 윤회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해당화도 익히 그것을 알고 있다.
다만 해당화는 찬란한 영광으로 충만되어 있으나, 어려운 생존 환경을 아무 말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해당화에게서 배워야 할 것들이 많다.
집안 뜰 구석에나 마을 길 좁은 빈터에나 한두 그루의 해당화를 심어 그 영광을 되살려보고 싶다.
○선조들의 해당화 사랑
해당화는 바닷가 섬의 모래사장에 어울린다.
해변의 모래밭을 뒤덮은 해당화 꽃밭을 독립문화운동가 문일평文一平은 그의 저서 ≪화하만필花下漫筆≫에서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몽금포夢金浦는 해당화의 명소名所이니, 백설 같은 가는 모래가 햇볕에 비칠 때는 금색金色이 번쩍여 눈이 부시고, 바람이 불 때는 유전流轉(흘러 감돌아)하여 또는 기봉奇峯이 되고 또는 깊은 골짜기가 되어 하루에도 몇 번이나 변환變幻이 있으며, 모래밭 속에는 해당화가 피어 마치 황금 위에 붉은 비단을 펼친 것과 같아서, 그 아름다움의 극치는 보는 이로 하여금 오직 경탄케 할 뿐이요 말로 형용하기는 어렵다고 하니, 조화造化의 장난도 이만하면 어진간한 것이다."
해당화의 명소인 울진 망양정望洋亭의 십리명사十里明沙는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곳으로, 해당화가 만발할 때는 금수錦繡라 할지, 서화書畵라 할지, 관동關東의 승경勝景이 여기 다 있다 한다.
이 명사名沙(아주 곱고 깨끗한 모래) 해당海棠에 대하여 아래의 유명한 노래가 있다.
"묻노니 저 선사禪師야
관동풍경 어떻더니
명사십리에 해당화 붉어 있고
원포遠浦에 양양兩兩 백구는
비소우飛疎雨하더라"
이 시조는 고려 말기의 승려 선탄禪坦의 유영동시遊嶺東詩인 "명사십리에 해당화는 붉고, 흰 갈매기 쌍쌍이 성긴 빗속을 나네(명사십리해당홍明沙十里海棠紅 백구양양비소우白鷗兩兩飛疎雨)"에서 얻어진 것으로, 선탄은 이 시로 해서 크게 이름이 나서 소우선사疎雨禪師라 일컬어지게 되었다 한다.
비소우飛疎雨(가랑비 날릴 때)는 시어詩語로서 극치의 미를 형용하고 있다.
성기게 흩뿌리는 빗방울 속을 나는 갈매기 쌍쌍이며, 비에 젖어있는 해당화며, 모두 아름다움을 절정을 보여준다.
꽃은 비에 젖을 때 그 진가의 미가 발현되는 것이다.
하지만 주룩주룩 내리는 줄기찬 빗속에서 꽃을 감상한다는 것은 무언가 크게 어울리지 않는다.
붉은 해당화와 차분하게 내리는 가랑비의 배합은 다음과 같은 한 수의 시로서 감상할 수 있다.
남송 때 진여의陳與義의 시이다.
"해당화는 붉은 연지를 아낌없이 쓰고 (해당불석연지색海棠不惜臙脂色)
홀로 가물가물 가랑비 속에 서 있다 (독립몽몽세우중獨立濛濛細雨中)"
※출처
1. 임경빈 저, 이경준·박상진 편, 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3(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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