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100 - 향나무 본문

향香을 가지고 있는 나무라는 뜻의 '향목香木'에서 향나무가 되었다.
신을 불러오는 매개체로서 제사를 드릴 때는 반드시 향을 피우며, 여러 종교의식에도 널리 쓰인다.
나무 속살은 붉은빛이 도는 보라색이므로 자단紫檀이라고도 한다.
강원도와 경상북도 산지의 햇볕이 잘 드는 암석 지대에서 자생하는 측백나무과 향나무속의 늘푸른 바늘잎 큰키나무인 향나무는 높이 20미터, 지름 70센티미터까지 자라며, 일본과 중국, 러시아 동남부와 미얀마에서도 자생한다.
학명은 유니페루스 키넨시스 Juniperus chinensis, 영어는 Chinese juniper(중국 향나무), 한자는 향목香木이나 자단紫檀으로 쓴다.
○동네 우물가의 향나무
필자가 향나무를 알게 된 것은 제사용 향나무 때문이었다.
추석과 신정新正 때가 되면 아버지는 나에게 향을 깎도록 했다.
비수 같은 붕어 칼날을 대면 내가 생각하는 크기 그대로의 향나무 조각이 사각사각 떨어져 나왔다.
향로에 이것을 던지면 방 안이나 마루는 약간 푸른 연기가 피어오르면서 향기로 채워졌다.
몇오라기 실처럼 하늘로 오르는 파아란 향기를 타고 하늘에 계시던 영혼이 내려온다고 들었다.
우리 동네 우물은 향나무로 반은 덮여 있었다(우리 동네에선 이 나무를 노송老松나무라고 불렀다).
어느 동네에나 우물가에는 향나무가 심어져 있었다.
항상 잎이 달려 있어 우물을 가림으로써 태양광선이 바로 내리쬐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잎이 항상 빽빽하게 나 있기 때문에 어지간한 먼지는 잎에 걸러져 우물로 떨어지지 않아 물을 깨끗하게 할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우물을 긷는 동네 처녀들의 얼굴을 가려주는 역할도 하였다.
이밖에도 향나무 뿌리가 땅속의 물을 깨끗하게 한다는 믿음 때문에 우물가에 심어지곤 했다.
향나무는 그 동네의 풍속을 가장 잘 알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물가에 모인 아주머니들에게 그곳은 유일한 대화의 광장이기 때문이다.
○향나무 종류와 특징

향나무에는 몇 가지 종류가 있다.
향나무라고 부르는 나무들은 키가 크고 줄기가 굵게 되며 목재로서도 쓸모가 있다.
곳곳에서 이러한 큰 향나무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반면 줄기와 가지가 땅을 기는 것들이 있다.
이런 것들을 누운향나무란 말을 줄여 눈향나무라 하며, 심는 곳에 따라서 또 다듬기에 따라서 뛰어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향나무에는 굵은 기둥 모양을 한 것이 있으며, 이들을 피라미드형 pyramidal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피라미드형 향나무 종류로 가이즈카향나무가 있다.
'가이즈카 カイヅカ'란 패총貝塚(조개무지, 조개더미)의 일본어로, 이 품종이 개발된 곳의 이름을 따서 붙인 것이다.
일본에서 원예 품종으로 키워진 것이 우리나라로 건너와 이 이름이 그대로 쓰이고 있고, 가지가 나선상으로 뒤틀려 있어 나사백螺絲柏으로도 불린다.

울릉도는 향나무로 유명하다.
왜 이곳에 향나무가 많은지 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바닷바람에 강하고 소금기에도 강한 데 그 이유가 있지 않을까 추측된다.
향나무를 해치는 벌레도 비교적 없는 편이고, 또 병도 적고, 나무의 속은 향기로 채워져 있어서 잘 썩지도 않는다.
그래서 향나무는 오래 산다.
울릉도에는 2천 년을 살아가는 향나무가 있다.
2천 년을 어떻게 셈한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나무로서 나이가 2천 년이라면 가장 오래 산 나무라고 할 수 있다.

향나무의 잎은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가시처럼 생겨 살갗을 찌르는 바늘잎(침엽針葉)이고, 다른 하나는 부드럽고 순한 비늘잎(인엽鱗葉)이다.
한 나무에서도 바늘잎을 다는 가지고 있고 비늘잎을 다는 가지도 있다.
오래된 가지에는 비늘잎이 나고, 새 가지에는 바늘잎이 나는 경향이 있다.
나이를 먹으면 비늘잎으로 바뀐다.
○미국의 연필향나무

연필은 향나무로 만들어야 제격이다.
결이 고와서 잘 깎이고, 공부하는 책상에 향기가 난다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 USA에 나는 향나무로 연필향나무(영어 pencil point juniper)란 것이 있다.
우리나라의 노간주나무와 닮았는데 잎이 바늘잎이다.
미국에서 만들어지는 연필은 거의 이 나무가 원료이며, 향기가 좋은 편이다.
연필향나무는 우리도 심고 있고, 가지에 눈이 쌓이면 잘 휘어지고 꺾어지는 것이 단점이다.
미국의 그랜드 캐니언 Grand Canyon 계곡에 하바수파이 Havasupai라는 소수 종족이 살고 있는데, 이 종족의 생활과 향나무는 매우 관련이 깊다고 한다.
이 종족은 유먼 Yuman 혈통에 속하며, 어린아이를 낳게 되면 먼저 향나무 껍질로 몸을 덮는다고 한다.
산모들은 미리 향나무 껍질을 손으로 비벼서 부드럽게 하여 어린아이의 살에 대어도 괜찮게 준비해 둔다.
아기를 향나무 껍질로 덮고 그 위에 담요로 싼다.
이들은 향나무 껍질로 침대 비슷한 것도 만들고, 겨울에는 난방 연료로 사용한다.
이처럼 이 종족에 있어서는 향나무가 매우 주요한 생활필수품이었다.
이 종족과 인연이 있는 야바파이 인디언 Yavapai Indian의 풍속에서도 향나무와 관련된 것을 찾아볼 수 있다.
산모가 아기를 낳으면 향나무 잎으로 만든 차를 먼저 마시게 한다.
향나무 잎 차를 마시면 긴장되었던 근육이 풀리고 통증이 줄어든다고 한다.
그리고 향나무 잎을 태우면서 그때 나오는 연기로 산모의 몸을 훈증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산모가 분만을 하고 나면 미역국을 먹고, 북쪽 고원지대에서는 들쭉 술을 마시는 풍속이 있다.
모두 더러운 피를 맑게 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된다.
신경통 같은 것이 있으면 청솔개비로 훈증을 하는 습관이 있는데, 앞서 말한 것처럼 미국 인디언들도 신경통이 있으면 향나무 잎으로 훈증을 하는 습관이 있다.
한편 미국 인디언들에게는 사람이 죽었을 때 묘지에 묻고 그 뒤 시신을 운반해 갈 때 자국이 난 길을 향나무 큰 가지로 쓸어서 그 흔적을 없애버리는 풍속이 있다.
이로써 산 사람과 죽은 사람 사이의 길을 끊어버리게 된다고 한다.
○새들의 먹이
둥근 모양의 향나무 열매(솔방울, 구과毬果)는 새나 산짐승들이 즐겨 먹는다.
향나무 열매는 익어서 땅에 떨어져도 좀처럼 싹이 트지 않는다.
즉 향나무는 씨로 번식시키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새가 이 열매를 먹고 똥과 함께 배설되어 땅에 떨어지면 싹이 잘 튼다.
이는 향나무 열매가 새의 위와 창자 속을 지나는 동안 바깥쪽 껍질이 소화 흡수되고 열매 껍질이 강한 산성의 위액에 의해 처리되어 싹이 트게끔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새들이 열매를 먹고 먼 곳에 날아가 씨를 배설함으로써 향나무는 먼 곳에까지 그 종족을 퍼뜨릴 수 있다.
비행기에 실려서 먼 곳으로 이민가는 셈이다.
이처럼 주고받는 공존의 관계는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좋은 공생관계라 할 수 있다.
○노간주나무

향나무와 가까운 것으로 노간주나무[영어 temple juniper(절 향나무)]가 있다.
노간주나무는 잎이 바늘잎으로 단단하게 생겼지만 보기에는 향나무와 비슷하다.
향나무나 노간주나무는 영어로 주니퍼 juniper로 불리며, 노간주나무는 두송杜松으로도 부른다.
노간주나무는 우리나라 산야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그중에는 큰 나무도 있지만 대체로 나무 크기가 작다.
향나무 열매를 새가 즐겨 먹듯이, 예전에는 사람도 향나무 열매를 먹었다.
노간주나무 열매로는 두송주杜松酒를 담는다.
독특한 향기가 술맛 나게 만든다.
진 gin이라는 술에는 주니퍼(노간주나무)의 향료가 들어간다.
이것은 그리스 Greece 시대부터 식용 향미료로 사용되었고, 술에도 그 열매를 담그어 맛을 더했다.
스칸디나비아 반도 Scandinavian Peninsula에서도 이 열매를 술에 넣거나 술을 노간주나무로 만든 술통에 넣어서 마시는 풍습이 있었다.
영국 UK과 미국에서 생산되는 독특한 식물성 향기가 특징인 드라이 진 dry gin은 노간주열매를 주 향료로 사용한다.
※출처
1. 임경빈 저, 이경준·박상진 편, 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3(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2019).
2. 구글 관련 자료
2026. 7. 1 새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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