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면역학의 탄생과 발전 과정 7: 여전히 장막에 가려져 있는 백신과 면역의 비밀 본문

당시엔 항독소 antitoxin 치료법도 백신 접종 vaccination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점차 의학자들은 항독소 치료가 백신 접종과는 뭔가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한번 맞으면 평생 면역을 얻었던 천연두 백신과 달리, 항독소는 효과는 빨리 나타났지만 효능의 지속 기간이 매우 짧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천연두 백신이 주는 '능동면역 active immunity'과 디프테리아 diphtheria 항독소가 주는 '수동면역 passive immunity'의 차이가 알려졌다.
실제 질병에 걸리거나 백신을 맞음으로써 인체 스스로 항체를 만들어내도록 유도하는 면역 방법을 능동면역이라고 한다.
대조적으로 다른 생명체가 만들어낸 항체만 뽑아 인체에 주입하는 면역 방법을 수동면역이라고 한다.
우리는 태어나서 몇 주 동안 의료진의 도움 없이 수동면역 백신을 계속 맞는다.
바로 '젖먹임(모유 수유母乳授乳) breastfeeding 또는 nursing'이다.
어머니는 아기가 다양한 질병에 맞설 수 있도록 자신이 평생토록 만든 항체를 모유 수유를 통해 전달한다.
모유 수유가 위대하고 중요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항독소나 모유 수유 같은 수동면역의 단점은 면역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 않고 면역 반응 또한 능동면역에 비해 약하다는 점이다.
쉽게 얻은 것은 쉽게 사라지는 법이다.
그래서 아이의 몸속에 있는 엄마의 항체가 모두 사라지는 6개월이 되기 전에 중요한 예방접종을 마치는 것이다.
물고기를 주는 것보다 물고기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좋든, 남이 만들어낸 항체를 주는 것이 아니라 항체를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서 의학자들은 디프테리아에 대해 능동면역을 갖게 하는 백신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것을 위해서는 디프테리아 독소 자체를 인체에 주입해야 할 텐데, 알다시피 독소를 인체에 그대로 주입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렇다면 독소와 항독소를 섞어 인체에 주입하면 어떨까?
'병 주고 약 주고'가 아니라 질병과 약(항체)을 동시에 주는 것이다.
1913년 독일 Germany 의학자 에밀 폰 베링 Emil von Behring은 독소와 항독소를 섞어 만든 독소-항독소 혼합물을 백신으로 개발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독소 성분이 들어있다 보니 부작용이 만만치 않았다.
다른 방법은 없을까?
1924년 프랑스 France 생물학자 가스통 라몽 Gaston Ramon이 방법을 찾았다.
라몽은 '포르말린 formalin'이라는 화학약품을 이용해 독성을 제거했음에도 디프테리아 독소가 여전히 면역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렇게 독성을 무력화시켜 안전하게 만든 백신을 '변성독소變性毒素(톡소이드) toxoid'라고 한다.
하지만 변성독소는 독소-항독소 혼합물보다 안전하기는 했지만 면역 효과가 약하고 오래 유지되지 않았기 때문에 의학자들의 고민은 깊어갔다.
이 문제를 해결한 사람은 영국 UK 면역학자 알렉산더 글레니 Alexander Thomas Glenny였다.
글레니는 1926년 변성독소를 '백반白礬 alum'이라는 알루미늄 화합물과 함께 조제하면 강한 면역반응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우연히 발견했다.
백반처럼 백신 효과를 강하게 만드는 첨가물질을 보강제(보조제, 애주번트) adjuvant라고 한다.
보강제를 첨가함에 따라 독소-항독소를 사용한 것보다 더 효과가 좋으면서 안전한 방법으로 디프테리아를 예방할 수 있게 되었다.
목적을 달성한 의학자들은 일단 안도했지만 그래도 뭔가 찜찜함을 감출 수 없었다.
왜 다른 백신과 달리 디프테리아 백신은 보강제가 추가로 필요한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백신과 면역의 비밀이 숨겨져 있음이 분명했다.
※출처
1. 김은중, '이토록 재밌는 면역 이야기'(반니, 2023)
2. 구글 관련 자료
2026. 6. 27 새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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