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2008. 6/28 485차 대구 팔공산 산행기 본문

산행트레킹기

2008. 6/28 485차 대구 팔공산 산행기

새샘 2008. 7. 5. 00:07

산행로: 수태골-암벽바위-철탑삼거리-마애불-동봉(1167)-철탑삼거리-염불암-부도암-동화사-관리사무소(8km, 4시간)

 

산케들: 조현군, 重山양준영, 眞山이지인, 法泉정재영, 民軒김기표, 道然배기호, 長山손욱호, 元亨김우성, 百山이주형, 如山장만옥, 智山방효근, 새샘박성주(12명)

 

대전나들목에서 합류하기로 한 나 새샘은 등에 배낭 매고 양손에 가방 들고서 택시를 잡아타고 주룩주룩 내리는 장마비 속을 달려 대전나들목의 도로공사대전지사 사무실 앞에 도착한다.

서울에서 출발한 산케버스에 동승하여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경부고속도로를 달린 끝에 중산이 기다리고 있는 대구 팔공산 도립공원에 11시 도착. 중산은 산케들을 맞기 위해 오랫동안 준비했고 오늘도 약속시간보다 늦은 우리를 오랫동안 기다렸으리라. 친구들을 위하는 마음이 애틋한 중산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으로 함께 전한다.

 

여전히 비는 주룩주룩 내린다. 하루종일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로 미루어 오늘은 틀림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우중산행이리라.

 

수태골 등산안내표지판 앞에서 중산이 오늘 산행로를 설명한다. 비가 많이 와서 위험한 코스는 되도록 피하고 마애석불과 동봉을 거쳐 동화사로 내려오는 산행로를 일단 정한다. 산행도중 일기를 보아 가장 안전한 산행로를 다시 결정하기로 하고..진산은 컨디션 난조와 비를 핑계로 산행에는 불참하겠단다.

그래서 모두들 형형색색의 우중산행 차림으로 수태골 오름길 입구에서 출석부를 만들어본다.

 

11시20분 산행 시작. 여기서 동봉까지는 3.5km로 2시간 거리다. 산을 올라갈수록 비는 더욱 세지고 주변은 구름과 안개 때문에 희뿌연 색깔을 띤다.

길 옆 오른쪽의 세모바위가 눈길을 끈다. 가까이 다가가 안내판을 읽어보니 '수릉 봉산계 표석'이란다.  수릉(綏陵)은 조선 헌종의 아버지인 익종의 능으로서 수릉 일대의 삼림을 보호림으로 정하는 표석 바위다.

 

그렇게 굵은 가지는 아니지만 고유의 붉은색으로 빛나는 나무가지들을 뽐내고 있는 제법 울창한 소나무숲이 인상적이다. 그 앞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잠시 후 물이 바위 위로 줄줄 흘러내리고 있는 수태골 암벽바위 앞을 통과한다. 이 암벽바위는 암벽등반 초보자의 슬랩등반 훈련장소로 많이 이용되고 있는 곳으로 높이 70m, 폭 50m, 경사 30~50도의 화강암 바위라는 안내판이 옆에 서 있다. 암벽등반 훈련장소인 것으로 보아 평소에는 바위 위로 물이 흘러내리지는 않는 것 같다. 높은 곳에서 바위를 따라 흘러내리는 모습 또한 장관이다.

 

암벽바위 위로 오르니 하얀 꽃을 피운 쥐똥나무가 우릴 반긴다. 쥐똥나무는 가을에 익는 동그랗고 까만 작은 열매가 쥐똥 모양인데서 붙은 이름으로 도시의 울타리로 많이 심는 나무다.

 

자태가 유별난 고사목을 오름길에서 만난 다음

 

또 하나의 수릉 봉산계 표석을 지난다.

철탑삼거리에 도착했을 때 세찬 비바람이 불어 산행을 그만하고 내려가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별것 아니라는 중산의 뒤를 따라 오른다. 드디어 팔공산에서 가장 볼만한 문화재의 하나인 동봉 석조약사여래입상 마애불이다. 마애불 앞에서 민헌을 비롯한 불도들이 머리를 숙이고 합장한다. 뿌연 연무로 마애불상이 뚜렷이 보이진 않지만 형태만은 분명하다. 높이 6m의 서쪽을 향한 바위면에 약사여래입상이 새겨져 있다.

 

  

 

다시 동봉 오르는 갈림길로 되돌아와서 102개의 나무계단을 밟고 동봉을 오른다. 보통은 108개의 계단인데 여긴 102개라니...

 

이제 오늘의 최고봉인 팔공산 동봉(1167m)에 발을 디딘다. 비는 여전히 세차게 뿌려대지만 산케들의 발길을 멈추지는 못한다. 八公山은 낙동정맥상의 지맥에 솟은 봉우리로서 대구의 북동쪽을 감싸안고 있는 대구의 진산(鎭山)이다. 총면적 122평방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산으로서 정상인 비로봉(1192m) 좌우로 동봉(미타봉, 1167m)과 서봉(삼성봉, 1150m)이 날개를 펼친 독수리 모양이라고 한다. 대부분 암릉이며 계곡길도 아름답다. 팔공산은 신성한 산으로 여겨 동화사, 파계사를 비롯한 사찰이 많다. 

동봉 꼭대기는 협소하고 비도 많이 내려 등정기념 사진만 박고 바로 하산.

 

바로 아래에서 동봉을 올려다보면서 옅은 구름이 깔인 주변 암릉을 다시 한번 감상한다.

 

아무리 비바람이 몰아쳐도 정상주는 생략할 수 없다. 산행객도 거의 없어 산행로 한가운데 바위에 자리를 잡고 배낭에서 중산이 준비해 준 동동주를 꺼낸다. 그런 다음 모두들 중산이 꺼내는 음식을 쳐다본다. 푸짐한 수육과 김치, 상추, 고추가 뒤를 잇는다. 선채로 한손에 우산들고 다른 손으로 구수한 된장을 찍은 수육에다가 김치, 마늘, 고추를 곁들어 빗물로 적신 상추에 싸서 입에 넣으니 그 씹는 맛이 일품이다. 순식간에 동동주와 수육이 동이 난다. 다소 부족한 듯 했지만 배낭에 든 나머지는 하산하여 식당에서 먹기로 하고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내림길 왼쪽으로 바위 틈 사이로 뚫려 있는 구멍 사이에도 산이 있다.

 

종일 내린 비로 계곡과 바위 위로 물이 넘쳐 흐른다.

 

담장이 멋있는 부도암을 지나

 

신라시대인 493년 극달스님이 창건했다는 동화사에 도착. 창건 당시의 절 이름은 유가사라 불리웠다. 桐華寺란 이름은 832년 심지대사가 중창할 당시 겨울인데도 눈 속에서 오동나무 꽃이 절 주위에 만발하여 고쳐 부른 이름이란다. 고려후기의 법상종의 중요사찰이었고, 임진왜란때는 사명대사 유정이 이곳에 승군사령부를 설치해 승군 지휘본부로 삼았으며, 한 때 영남일대의 절을 관할하는 영남도총섭인 대형사찰이다. 현재는 조계종 제9교구의 본사.

꽃살문이 아름다운 동화사 대웅전.

 

봉황의 정기가 서려 있어 봉황알이라는 3개의 작은 돌. 이 돌은 동화사 터가 풍수지리학상 봉황이 알을 품은 모습인 봉소포란형인 것과 중창 때 오동나무 꽃이 한겨울에 상서롭게 피웠다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동화사에서 기념촬영.

 

일주문을 지나 기다리고 있는 버스에 올라탐으로써 오늘의 다소 힘들었던 우중산행이 끝이 난다.

팔공산의 정기어린 온천으로 심신을 말끔히 한 다음 중산이 안내하는 부근의 두부집에서 오늘의 무사산행을 건배하면서 허기진 배를 부지런히 채웠다. 이 자리에는 중산의 부인인 안동댁도 참가하여 산케들을 반겨 주었다.

 

2008. 7. 5 새샘